사건정보
피고회사의 정리해고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회사는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가 부득이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하는바, 위 주장은 가사 원고들과 피고회사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채용내정취소가 정리해고에 해당하여 정당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기업이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는 이른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하려면 그것이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 ② 사용자가 해고회피를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 ③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였는지 여부, ④ 그 밖에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와의 성실한 협의 등을 거쳤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해 해고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것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 즉, 원고들에 대한 해고가 위와 같은 정리해고의 요건들을 구비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원고들에 대한 정리해고의 정당성 판단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8, 을11, 을12, 을13, 을16, 을17, 을18, 을20-1 내지 4, 을21 내지 28, 을30, 을40의 각 기재와 증인 최학송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회사는 1997.8월 확정한 1998년부터 2001년까지의 5개년 사업계획에서 종래 메모리 반도체 위주이던 피고회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여 메모리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사업 상호 간의 균형적 발전을 꾀함으로써 1996년도의 매출액 미화 57억달러, 총자산 미화 85억달러를 2001년도에는 매출액 미화 294억달러, 총자산 미화 236억달러로 증가시켜 종합전자회사로 성장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었는데 위 계획에는 미화 248억달러의 많은 자금과 3만2,000명의 추가적 인원 투입이 요구되었으므로 대규모의 자금차입이 계획됨과 동시에 원고들을 비롯한 신입사원들을 대규모로 채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1997.11월 소위 IMF사태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국내 금리가 연 11%에서 연 19.45%로 폭등하는 등 고금리상태가 장기화됨으로써 대규모 자금차입이 곤란해지고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해외차입금에 대한 상환부담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신정부가 1998.2월 출범하면서 현대그룹을 비롯한 대규모기업집단들에 대하여 기업구조조정을 강력히 촉구함에 따라 현대그룹은 1998.2월 말경 주거래은행인 한국외환은행과 사이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게 되었는데, 위 약정에 따르면 피고회사는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위 약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신규대출의 중단, 기존대출금의 회수 등의 금융상의 제재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 피고회사는 위 5개년 사업계획의 근본적 수정에 착수하여 종래 반도체분야, 부품/소재분야, 통신분야, 멀티미디어분야, 전장분야 등 5개 유망분야를 전략분야로 삼아 집중육성하려던 계획을 반도체부문, 통신부문, 지원부문의 3개 사업부문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구조조정안을 마련하게 됨으로써 피고회사의 조직도 기존의 5개 사업부문, 32개 사업본부에서 3개 사업부문 22개 사업본부로 축소되게 되었다.
한편, 피고회사는 1994년도에 1,268억7,567만9,000원, 1995년도에 8,346억243만1,000원, 1996년도에 711억4,472만7,000원의 순이익을 내었으나, 1997년도에는 1,835억4,338만2,000원, 1998년도에는 상반기에만 3,304억1,150만3,000원의 적자를 내게 되었다.
위 각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회사는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 당시 전반적인 국가적 경제위기 속에서 현실적으로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 예상되고 있었고, 또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외부적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였던 조직의 축소개편으로 인하여 인력의 과잉상태에 있었다 할 것이므로 정리해고를 위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2)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2-1, 2, 을3-1, 2, 을4, 을5, 을31, 을32, 을33, 을34-1 내지 6, 을35의 각 기재와 증인 최학송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회사는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 전인 1998.1월부터 신입사원 채용을 주관하였던 현대그룹 기획실에 피고회사가 채용내정한 인원을 다른 계열사로 전배해 줄 것을 요청하여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 당시까지 피고회사 채용내정인원 중 13명이 현대그룹 소속의 다른 계열사에 입사조치되었으며, 그 후에도 피고회사는 1998.7.15 현대그룹 소속 28개 계열사에 피고
회사의 채용내정자들에 대한 입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노력을 하여 1998.11월까지 총 46명의 피고회사 입사내정인원이 현대그룹 소속 다른 계열사에 입사하게 되었다.나) 피고회사는 1998.3월 정규직원들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하여 모두 2,854명이 퇴직하고, 그 밖에도 1,212명의 직원들이 의원사직을 하는 등 피고회사의 인원은 1998.1월 2만1,360명에서 1998.6월 1만7,415명, 1998.7월 1만4,692명으로 대폭 감소되었다.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회사는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에 앞서 기존의 직원들에 대하여도 명예퇴직, 의원사직 유도 등을 통하여 인원감축을 하였고, 또 피고회사의 채용이 어려워지게 됨에 따라 원고들을 다른 계열사로 전배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등 채용내정자들에 대한 채용내정취소를 회피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경영악화에 따른 인력감축 필요성 때문에 원고들에 대하여 채용내정취소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해고대상자 선정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6-1, 2의 각 기재와 증인 최학송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회사는 1997년 11월경 추천전형에 의하여 원고들을 포함하여 총 1,100여명에 대하여 최종합격통지를 하였다가 1998.6.12 전원에 대하여 채용내정취소를 하였다.
피고회사는 1998.5.18 피고회사 노동조합과 사이에 “고용안정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협약에 의하면 피고회사는 향후 1년간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는 정리해고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위 각 인정사실에 의하면, 기존 직원들에 대하여 명예퇴직, 의원사직 유도 등을 통하여 상당한 인원을 감축한 후에도 인원감축의 필요성은 계속되었으나, “고용안정에 관한 협약”에 의하여 기존 직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정리해고가 불가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은 비록 피고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되어 종업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당시까지 현실적인 노무의 제공을 하지 않은 상태로서 근로관계에의 밀접도가 통상의 근로자에 비하여 떨어진다고 할 것이어서 기존의 근로자들에 비하여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에 속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회사가 위와 같이 원고들을 비롯한 채용 내정자들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근로자와의 성실한 협의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회사는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 당시 채용내정자들에게 채용내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는 피고회사의 불가피한 경영사정을 설명하는 이외에 채용내정자 각자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두가지 안을 제시하고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채용내정자들에게 발생하였을 수도 있는 피해에 대하여 적절한 보상을 하려고 하였는 바, 그렇다면 피고회사는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에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고 판단된다.
소 결
살피건대 원고들과 같이 피고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관계는 성립되어 있으나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아니하는 등의 사유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있는 경우에는, 합리적이고 상당한 이유가 있는 한 기존의 근로를 제공하려면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과 비교하여 그 정리해고의 요건에 관하여 이를 다소 완화하고 동시에 기존 근로자들보다 우선적인 정리해고의 대상자로 삼는다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인 바, 이러한 바탕에서 위에서 본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 즉 해고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갖춘 정당한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이 1998.6.12자 채용내정취소, 즉 해고로서 피고회사의 종업원의 지위를 상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변론종결시까지도 여전히 종업원의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고 있는 이 부분 청구는(비록 원고들이 위와 같이 1998.4.6부터 1998.6.12까지의 일정기간 동안은 피고회사의 종업원의 지위에 있었으나 그것은 변론종결당시의 법률관계에 관한 존부, 즉 현재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유 없다 할 것이다.
임금청구 부분
원고들은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회사에게 최종입사예정일인 1998.4.6부터 원고들을 취업시킬 때까지 매월 160만원 상당의 임금 지급을 구하므로 살피건대, 원고들과 피고회사 사이에 1998.4.6을 최종입사예정일로 하는 근로계약이 성립되고 1998.6.12자로 채용내정취소 즉 해고가 정당히 이루어진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의 청구 중 1998.4.6부터 채용내정이 취소된 1998.6.12까지의 임금을 구하는 부분은 이유 있고(이 부분에 관한 한 원고들이 예비적 청구취지에서 구한 위 기간 동안의 352만원의 임금청구와 함께 판단하기로 한다), 한편 위 채용내정취소가 무효임을 전제로 1998.6.13 이후의 임금을 구하는 부분은 이유 없다 할 것이다.
임금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들은 월급이 매월 160만원임을 전제로 하여 이를 구하고 있는 바, 살피건대 갑2의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피고회사가 신입사원 모집요강을 발표하면서 임금을 연 1,920만원으로 제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들은 이를 근거로 월 160만원이라고 계산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신입사원 모집요강에 기재된 대로 반드시 피고회사, 즉 사용자가 구속된다고는 볼 수 없고 이는 다만 일응의 기준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상여금의 지급 여부 및 그 액수, 제세공과금 공제 전후 여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 제시가 없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위 금액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한편, 을37-1, 2, 3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면, 피고회사는 원고들과는 별도로 대여장학생 제도를 통하여 채용되어 1998.1.12부터 근무하고 있는 피고회사의 신입사원 박진형에 대하여 84만9,000원의 월급여와 같은 액수의 4월 상여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한 위와 같은 액수의 급여는 받을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여 이를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 바, 이를 계산하면 원고들이 1998.4.6부터 1998.6.12까지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은 각 274만5,100원{84만9,000×(25/30+2+12/30)}이라 할 것이다(피고회사는 원고들이 1998.4.6부터 1998.6.6까지는 수습을 받을 예정이었으므로 그 기간 중에는 기본급의 80%만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회사와 원고들이 근로계약 당시 위와 같은 수습기간을 설정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자료 청구부분(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 부분을 같이 판단한다).
원고들은 피고회사가 원고들을 채용내정한 후 입사예정일이 지나도록 취업시키지 아니하고 일방적으로 채용내정을 취소하는 배신으로 말미암아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각 1,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에 대한 채용내정취소가 정당한 것인 이상 피고회사의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성실의무위반)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예비적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예비적으로 피고회사가 1997.11월 원고들에 대하여 최종합격통지를 함으로써 원고들과 피고회사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되었으므로 피고회사는 원고들을 채용예정일에 취업시킬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1998.6.12 일방적으로 원고들에 대하여 채용내정을 취소하였으므로 피고회사는 원고들에게 피고회사의 위 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입은 통상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통상의 손해는 피고회사의 1년 연봉 1,920만원이라고 주장하므로(원고들은 피고회사가 원고들을 채용내정한 후, 실제로 취업시켜 임금을 지급할 채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들은 1년에 한번 공개채용을 통해 근로자를 채용하는 우리나라의 취업관행상 향후 1년간은 취업을 못함에 대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취지로 보인다)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채용내정의 취소가 정당한 것인 이상 그것으로써 원고들과 피고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은 유효하게 종료되었다 할 것이므로 그 후에도 근로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피고회사는 원고들에게 각 미지급임금 274만5,100원 및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소정의 금품청산기간이 경과한 다음 날인 1998.6.27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1999.6.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수형(재판장), 황병헌, 김상규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