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사장퇴진을 요구하며 문건 작성, 배포한 행위는 근로자의 정당한 활동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징계사유가 된다 ( 2001.08.30, 서울행법 2000구40069 )
[요지] 권호경 사장의 개인적 처신에서 비롯된 사장직 사퇴 문제는 원고들 자신의 근로조건의 유지나 개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로 참가인 회사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한다 해도 이런 문제로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이 정당한 근로자의 활동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 사장인 권호경과 노조 사이에 그 퇴진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그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 간부의 직위에 있는 원고들이 사실상 노조 편을 들어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에 가담하고 해당문건을 노조에 유출시켜 중간 간부들과 직원들로 하여금 사장 퇴진 요구에 동참하도록 부당한 영향을 끼친 것은 회사의 규율질서를 흔드는 행위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들의 이 사건 문건 작성 및 배포행위는 근로자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규율질서를 문란케 한 행위로 징계사유가 된다.
재단법인 기독교방송 사건
(서울행법 2001.8.30 선고 2000구40069)
*사 건 / 2001.8.30 선고, 서울행법 제12부 2000구40069
부당정직등구제재심판정취소
*원 고 /이재천, 허미숙, 윤병대, 변상욱, 이길형, 임기상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강 담당변호사 유영인, 김대학, 이준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김인철
*피고보조참가인 / 재단법인 기독교방송 대표자 이사 표용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화(담당변호사 백준현)
*변론종결 / 2001.6.28
[ 주 문 ]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 청 구 취 지 ]
중앙노동위원회가 2000.11.14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라고 한다) 사이의 2000부해359 부당징계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 이 유 ]
이 사건 징계 및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들은 참가인 회사인 기독교방송(CBS)의 부국장급(2급, 원고 이재천, 허미숙, 윤병대) 또는 부장급(3급, 원고 변상욱, 이길형, 임기상) 간부직원들로서, 기독교방송 노동조합이 사장인 권호경의 퇴진을 요구하며 그 비위사실에 관한 문건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여 회사가 혼란스럽던 상황에 있던 때인 2000.3.11 권호경에 대한 사직 요구 등을 담은 문건을 작성하였는데, 위 문건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같은 달 12일부터 서울 본사 1층 승강기 옆에 게시되었다.
참가인 회사는 원고들의 행위가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규율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로서 인사규정 제42조 제1, 3, 4항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0.3.23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부국장급인 원고 이재천, 허미숙, 윤병대에 대하여는 각 정직 2월, 부장급인 원고 변상욱, 이길형, 임기상에 대하여는 각 감봉 3월의 징계를 하였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문건이 참가인 회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고자 하는 애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그 내용에 허위사실이나 회사 또는 사장 권호경을 비방하는 내용이 없고 이에 의하여 회사의 질서가 문란하게 된 바도 없으므로 이는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00.6.7 원고들의 주장을 대체로 수용하여 참가인 회사가 위 문건 작성행위를 이유로 정직과 감봉의 징계처분을 한 것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위 징계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등의 구제명령을 발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사장 권호경에 대한 비위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도 아니한 상황에서 중간 간부직원들인 원고들이 나서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이를 노동조합을 통하여 회사 내에 게시·배포한 것은 노사간의 대립을 조장하고 회사의 규율질서를 더욱 문란하게 한 행위로서 정당한 징계사유가 되고, 참가인 회사가 이에 대하여 직급의 고하에 따라 정직과 감봉의 징계를 한 것을 두고 징계양정이 과중하거나 형평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2000.11.14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결정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이상 다툼 없음]
관련 규정
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 징계에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사규정
제41조(징계) 징계처분의 종류 및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견책 : 시말서를 받고 엄중 경고한다.
근신 : 근신시말서를 받고 근신기간을 15일 이내로 하며 동기간 종료 후 근신보고서(인사규정 세칙 별지서식 제3호)를 제출한다.
감봉 : 급여를 감액 지급하되 1회 감급액은 평균임금 1일분의 반액 이내로, 월급여액 계산기간 중의 2회 이상 위반행위에 대한 감급총액은 월 임금총액의 1/10을 초과하지 못한다. 단, 감봉은 3개월을 초과할 수 없으며, 상여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정직 :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근정지를 명하고 당해기간 중에는 무급으로 한다.
대기 :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대기를 명하고 당해 기간 중에는 기본급의 80%만 지급한다. 단, 3개월이 지났음에도 대기의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을 때는 인사위원회가 휴직 또는 해임조치할 수 있다.
강등 : 직위 또는 직급을 강등한다.
면직 : 권고사직 또는 해임 파면한다.
제42조(징계사유) 직원으로서 다음 각호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는 징계한다.
복무규정 및 제규정을 위반하였을 때
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직원으로서 품위를 훼손하였을 때
사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규율질서를 문란하게 하였을 때
복무규정
제3조(성실의무)
직원은 이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복무하여야 하며 사가 명하는 바를 기독교 정신과 신앙적 양심으로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직원은 항상 언행과 태도에 신중하여야 하며 사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상호 인격을 존중하여 사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한다.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징계사유의 존부
인정사실
참가인 회사 노동조합은 1999년경부터 사장인 권호경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다면서 퇴진운동을 벌여왔는데, 2000.1.24경 권호경이 여당의 사무총장에게 `축 총선승리'라는 글귀가 붙은 화분을 보낸 사실이 중앙일간지에 보도된 것을 계기로 사장 퇴진운동을 본격화하면서, 권호경이 1994.8.17 당시의 대통령에게 정부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반정부적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되어 있는 문건과 권호경이 자신의 아들 결혼식에 기자들을 동원하여 하객을 모집하였다거나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제공하였다는 등 방송사 사장으로서 처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만한 문건을 계속하여 폭로하였다.
이에 대하여 권호경은 여당 사무총장에게 총선승리를 기원하는 내용의 화분을 보낸 것은 방송사 사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였지만, 나머지 1994.8.17자 편지의 작성사실이나 결혼식 하객 동원 사실은 모두 부인하였고, 또한 개인적 친분이 있는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로 노동조합의 퇴진요구를 거부하였는데, 이러한 권호경과 노동조합 사이의 다툼이 다른 언론기관 등을 통하여 계속 보도됨으로써 참가인 회사가 방송사로서 갖는 대외적 위신이 크게 추락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참가인 회사 소속의 전국 국장, 실장, 본부장급 간부들은 위와 같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2000.3.10 간부회의를 거쳐 `CBS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였는데, 그 요지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폭로 문건에 대한 내부적 진상조사를 통하여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고들을 포함한 부국장, 부장급 간부 9명은 위와 같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의사표명에 만족하지 못하고 같은 달 11일 서울 시내 음식점에 모여 사태 수습을 위한 나름의 방법을 논의하였는 바, 그 결과 권호경 사장은 직원 대부분의 신뢰를 상실하고 교계를 비롯한 대외적 위상도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사장으로서의 직무를 더이상 수행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권호경의 퇴진만이 사태 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현 CBS사태에 대한 우리의 호소'라는 제목아래 권호경에 대하여는 사장직에서 자진하여 물러날 것을, 노동조합에 대하여는 문건 폭로의 자제를, 재단 이사회에 대하여는 재단개혁안의 조속한 처리를 각 요구하는 내용의 문건(을 제2호증의 4)을 작성하여 연대 서명하였다.
참가인 회사 노동조합은 원고 등 참석자들로부터 위 문건을 입수하여 다음 날인 2000.3.12 서울 본사 승강기 옆에 이를 부착, 게시하고 같은 날 오후부터는 원고 등의 요청에 따라 서명자 명단이 제외된 본문의 내용만을 게시하였는데, 이와 함께 같은 달 13일 배포한 `CBS는 살아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통하여 중간 간부들도 사장 퇴진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취지로 위 문건을 적극 활용하였다.
한편, 원고 등은 위 문건 작성 후 서명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부국장, 부장급 간부들에게 계속하여 동참을 권유하였고, 이에 따라 추가된 서명자의 명단은 노동조합의 노보를 통하여 직원들에게 전파되었으며, 이와 같은 중간 간부들의 서명 참가 여부를 둘러싸고 간부들 상호간 또는 간부들과 노동조합원인 일반 직원들 사이에 논란이 계속되었다.
[이상 증거 : 갑4, 갑5-1 내지 4, 갑6-1 내지 3, 갑7 내지 14, 을 2-3, 을41 내지 8, 증인 손호상]
판 단
근로자가 회사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나 임의로 기업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는 내용의 유인물을 작성, 배포하였다면 이는 일응 징계사유가 된다 할 것이고, 다만 위와 같은 유인물의 배포행위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이나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서 그 내용, 매수, 배포의 시기, 대상, 방법, 이로 인한 기업이나 업무에의 영향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넘지 않은 경우라면 이는 근로자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98.5.22 선고 98다2365 판결, 대법원 1992.3.13 선고 91누5020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원고 등이 작성한 유인물은 그 문언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바와 같이 핵심이 사장 권호경의 퇴진을 요구하는데 있고, 나머지 노동조합이나 재단 이사회에 대한 요구는 권호경의 퇴진을 전제로 한 부수적인 것이라 할 것인 바, 권호경의 개인적 처신에서 비롯된 사장직 사퇴 문제는 원고들 자신의 근로조건의 유지나 개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로서 참가인 회사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로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이 정당한 근로자의 활동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장인 권호경과 노동조합 사이에 그 퇴진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그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 간부의 직위에 있는 원고들이 사실상 노동조합의 편을 들어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에 가담하고 나아가 해당 문건을 바로 노동조합에 유출시켜 나머지 중간 간부들과 직원들로 하여금 사장 퇴진 요구에 동참하도록 부당한 영향을 끼친 것은 회사의 규율질서를 심대하게 흔드는 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이러한 원고들의 행위로 노동조합이 그 주장에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되어 권호경의 퇴진을 전제로 하지 않는 노사간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점 등을 감안하여 보면, 원고들의 이 사건 문건 작성 및 배포행위는 근로자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규율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로서 정당한 징계사유가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징계양정의 정당성
참가인 회사는 위 문건 작성에 관여한 원고들을 그 직급에 따라 나누어 부국장급인 원고 이재천, 허미숙, 윤병대에 대하여는 정직 2월, 그 아래 부장급인 원고 변상욱, 이길형, 임기상에 대하여는 모두 감봉 3월의 각 징계처분을 하였는 바, 이 사건 징계사유가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규율질서를 문란하게 한 데 있는 이상 위와 같이 직급에 따라 비위의 정도가 다르다고 보아 징계의 종류를 달리한 것은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하고, 또한 참가인 회사가 원고들에 대한 징계의 종류로 정직과 감봉을 선택한 것도 원고들의 비위정도와 함께 행위의 동기, 영향, 징계의 결과 등을 두루 참작한 결과로 보이므로 이를 들어 징계양정이 과중하다 할 수도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에 대한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피고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태(재판장), 김성수, 정교화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