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운수회사에서 운전기사 전원에 대하여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한 후 마음에 들지 않는 근로자는 이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노조활동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노조를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그 해고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 사 건 / 2002.12.12, 서울행정법원 제12부 2002구합 9339 부당해고 구제등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산업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外 2人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오○○과 정○○(이하에서는 오○○과 정○○을 ‘참가인들’이라 한다)은 2000.1.11. 원고 회사에 택시운전기사로 입사하여 약 3개월 동안 수습기사로 일하다가 수습기간이 지난 후인 같은 해 5.1.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참가인들에게 재계약여부에 대한 협의요청을 하였다가 참가인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2001.5.2. 참가인들에게 기간 만료로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소멸하였다는 통보를 하였다.
참가인들은 위와 같은 통보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01.8.16. 이 사건 근로계약은 비진의 의사표시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원고 회사의 근로계약해지 통보는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였고, 중앙노동위원회도 2002.2.6. 위 지방노동위원회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상 다툼 없는 사실]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참가인들과 사이에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기간을 정한 경우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과 동시에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치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므로,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의 근로관계는 기간 만료로 당연히 종료된 것일 뿐, 원고의 통보에 의하여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원고가 참가인들을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인정사실
원고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산업 노동조합(2001.7.27.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산업 분회로 명칭이 변경되었음, 이하 ‘노조’라 한다) 사이에 체결된 2000년도 단체협약에 의하면, 신규채용자의 수습기간은 3개월 이내로 하고, 수습기간 중인 예비기사의 정식발령은 3월 이내에 하며(제33조), 조합원의 정년은 65세로 정하여져 있고(제37조), 원고의 인사관리규정에 의하면 신규채용자의 수습기간을 3개월로 정하고 있으며, 수습기간이 종료되어 채용에 결격사유가 없는 기사는 정식기사로 채용하고(제7조), 기사의 정년 퇴직연령을 만 60세가 되는 다음날로 정하고 있다(제19조). 위 단체협약과 인사관리규정은 계속적인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계약직과 같은 기간을 정한 근로관계를 대비한 규정은 전혀 없다.
참가인들은 2000.1.11. 원고 회사에 택시운전기사로 입사하면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각 체결하였는바, 위 각 근로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참가인들은 원고의 배차지시 및 업무지시 등에 복종하고, 무단 결근을 하지 않으며, 매일 사납금 67,000원을 입금시키되, 수습기간 중 근로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 원고의 방침을 무조건 따르도록 되어 있어 수습기간을 거쳐 정식 운전기사로 발령될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 참가인들은 위 입사일부터 같은 해 5.1.자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예비기사(정규직 운전기사의 결근 등으로 운휴 차량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차량을 배차받아 도급제로 근무하는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정식 운전기사와는 달리 매일 사납금 58,000원을 입금시켰다.
원고는 2000.5.1. 이후부터는 정식 운전기사를 신규 채용함에 있어 종전과는 달리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입사일로부터 이미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난 참가인들에게 고용기간을 1년(2000.5.1.∼2001.4.30.)으로 하는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참가인들은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1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새로이 체결하는 것에 대하여 항의하였으나, 정식 운전기사로 채용되기 위하여 하는 수 없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서명 날인하였다. 원고는 단체협약이나 인사관리규정 등에 계약직 운전기사에 관한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참가인들 이후 신규 채용되는 정식 운전기사들 모두에 대하여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들은 정식 운전기사로 채용되기 위하여 모두 동의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참가인들 이후의 정식 운전기사 전부에 대하여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급여, 호봉, 정년, 퇴직금 등의 근로조건이나 재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기준 등에 관하여 어떠한 별도의 규정도 마련하지 않았고, 따라서 재계약 체결 여부가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정식 기사들과 그 법적 지위가 완전히 동일하였다.
참가인 오○○은 2000.5.1., 참가인 정○○은 같은 해 12.8. 각 노조에 가입하였다.
원고는 2001.3.30.경 참가인들에게 같은 해 4.30.자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므로, 재계약체결 여부에 대하여 협의하기 위하여 같은 해 3.31. 14:00경까지 원고 회사 회의실로 출석할 것과, 만약 불참하는 경우에는 계약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지된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였다. 참가인들은 노조로부터 원고의 협의통보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개개의 조합원에게 근로계약 체결여부에 대한 협의를 요구하는 것은 단체협약에 반하므로 근로자 개개인이 아닌 노조와 협의하여 줄 것을 원고에게 요청하였다.
원고는 참가인들이 원고의 재계약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보험카드를 반납하고 퇴직금을 신청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참가인들은 같은 해 4.22. 이 사건 근로계약은 형식적으로 체결된 것이고 개별적인 근로계약보다는 단체협약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근로계약 해지통보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원고는 같은 달 25. 참가인들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은 참가인들의 자유 의사에 따라 체결한 것으로서,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과 동시에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치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당연히 종료되므로 참가인들은 해고당한 것이 아니며, 참가인들이 원고의 재계약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므로 참가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원고는 참가인들이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한 후 노조에 가입한 기사들이 집단적으로 재계약체결 요구에 응하지 않을 뜻을 보이자, 일단 이 사건 구제판정 및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재계약을 요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함으로써, 운전기사들 중 조합원들의 경우에는 재계약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계속 근무하고 있고, 비조합원들의 경우에는 모두 재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실제로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소멸된 운전기사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채택 증거]갑2의1 내지 갑8의 2, 갑10, 을3의1, 2, 을5의1 내지 5, 을6, 증인 송재기의 증언(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변론 전체의 취지
[배척 증거]증인 송×기의 일부 증언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고용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치를 기다릴 것 없이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98.1.23. 선고 97다42489 판결 등). 다만,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그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8.5.29. 선고 98두625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들, 즉, 원고는 단체협약과 인사관리규정에 계약직 근로자 채용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에도 참가인들 이후부터 채용되는 모든 운전기사들에게 기간을 1년으로 한 근로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여 온 점, 운전기사들은 원고의 존립 기반을 이루는 중추적인 근로자 집단임에도 그 전부를 1년 단위로 재고용하겠다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택하려 한 점, 그럼에도 단체협약이나 원고의 제 규정에는 이에 대비한 어떠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며, 따라서 기간을 1년으로 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더라도 급여, 정년, 퇴직금, 근로시간 등 제반 근로조건은 기존의 정식기사들에 대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인사규정 등의 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점, 원고는 참가인들 이후 유기 근로계약을 체결한 운전기사들 중 비조합원들과 사이에서는 전원과 재계약을 체결하였고, 조합원들은 모두 재계약을 체결함이 없이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속 근무하게 하고 있는 점, 원고 회사 존립의 근간이 되는 운전기사들 전원을 1년 단위의 계약직 근로자로 전환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 근로자들이 일치 단결하여 전원이 재계약을 거부할 경우 회사 자체가 존립할 수 없게 될 것인 점, 참가인들은 입사할 당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까닭에 수습기간이 만료되면 자동적으로 정식 운전기사로 발령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점, 원고 회사는 예비기사의 경우 고정 배차를 하지 아니하고 의료보험 등의 혜택도 없어 참가인들로서는 하루빨리 정식 직원으로 발령받을 필요가 있어 원고의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 원고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와 근로조건에 관하여 협의하여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개개의 근로자와 재계약 체결을 위하여 별도의 협의를 할 필요성도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1년의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것은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 할 것이므로, 원고가 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를 이유로 참가인들에게 각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로서 부당하다 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함에 있어서 표면상의 해고이유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을 이유로 해고한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여부는 사용자측이 내세우는 해고사유와 해고의 경위, 사용자와 노동조합과의 관계, 기타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제반 사정을 비교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운수회사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운전기사 전원에 대하여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였는바, 이는 실제로는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을 혐오하여 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이 종료할 때마다 해당 근로자에게 재계약체결을 위한 개별적인 협의를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거나 근로자의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려는 것으로서 운전기사들의 노조활동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노조의 조직과 운영을 원고의 의도대로 조종하여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참가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해고처분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재판장 판사 김영태, 이범균, 정교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