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06. 3. 14. 선고 2005구합23015 판결

판결요지

원고 회사가 조직개편 과정에서 잉여인력이 발생하였다면 그들에 대하여 재배치 혹은 대기발령을 통하여 인력구조를 개편하여야 할 업무상 필요성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 회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원고 회사가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직개편을 단행한 사실만이 인정될 뿐이고, 구체적으로 그러한 조직개편으로 인하여 어떠한 부서에 어느 정도의 잉여인력이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참가인이 소속된 의장생산부 기장팀의 경우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존속하고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원고 회사가 의장생산부에 소속된 참가인을 대기발령하여 인력구조를 개편하여야 할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원고 회사가 참가인을 대기발령 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라 하더라도, 참가인의 입사 이후의 근무태도, 업무실적, 성행, 근무평정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참가인이 10여 년 전에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그를 대기발령 대상자로 선정하였다면 이는 인사권의 남용으로서 위법하다.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의 3, 30(을 제2호증과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회사는 상시근로자 460여명을 고용하여 선박 건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참가인은 1991. 12. 27.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의장생산부 기장팀 철의장반 용접공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 회사는 2004. 8. 20. 2004년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2004. 8. 1.부터 2004. 12. 31까지 임원 및 부장급 직원의 급여를 기본급 대비 10% 삭감하고, 2004. 9. 2.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참가인이 근무하고 있던 철의 장반에 잉여인력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2004. 9. 2. 참가인을 대기발령 하였다(참가인 이외에도 대기발령된 직원이 5명 더 있었다, 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

다.

참가인은 이 사건 대기발령에 불복하여 2004. 9. 13.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04. 11. 9. 이 사건 대기발령을 부당대기발령으로 인정하여 참가인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참가인에게 대기발령기간 중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는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발령하였고, 이에 원고 회사가 2004. 12. 17. 2004부해984호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05. 6. 15. 원고 회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회사의 주장

원고 회사는 2004년경 재료비 인상으로 인한 원가상승 압박, 매출액 감소, 인건비상승 등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압박을 받는 등 경영상 위기에 처해 있었고, 그리하여 임원급 직원의 급여를 삭감하는 등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강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내에 상존하는 잉여인력으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고, 그리하여 인사위원회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심사숙고를 거쳐 인력감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합리적인 절차를 통하여 대기발령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원고 회사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서 적법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앞서든 각 증거와 갑 제2호증의 4 내지 29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⑴ 원고 회사는 2003년 말부터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여파로 선박건조의 주재료인 철판과 엔진가격 등의 구입비용 증가로 인한 원가상승 압박과, 그로 인한 매출감소 및 부채비율 증가로 인하여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⑵ 원고 회사는 2004. 8. 20. 2004년도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임원과 부장급 직원의 급여를 같은 달 1.자로 소급하여 2004. 12. 31.까지 기본급 대비 10%를 삭감하기로 결정하였고, 2004. 9. 2.자로 유사조직 통폐합, 결제단계축소를 통한 의사결정 신속화, 생산부문 전문화 등을 목표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였다(다만, 참가인이 소속되어 있던 의장생산부 기장팀은 그대로 존속되었다).

⑶ 원고 회사는 2004. 9. 1.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참가인을 포함한 6명에 대하여 같은 달 2.자로 대기 장소를 자택으로 하는 보직대기 인사발령을 하였으나, 대기발령 사유나 대기기간은 명시하지 않았다(참가인 이외에 생산관리부 공무팀 공구실 2명, 선각생산부 조립팀 지원반, 선각생산부 선거팀 선거반, 자재부 자재관리팀 각 1명).

⑷ 한편, 참가인은 사내 도박행위로 1993. 4. 14. 원고 회사 인사위원회에 징계회부되었는데, 참가인이 원고 회사에 백지 사직서를 제출하자 징계가 유보되었고, 그 후 철구반 연판장 회람 사건으로 1994. 3. 31. 다시 원고 회사 인사위원회에 징계 회부되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1994. 4. 11. 참가인이 제기한 재심절차에서 감봉 1개월로 징계가 감경되었다.

⑸ 이 사건 대기발령과 관련한 원고 회사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취업규직]

제17조(인사대기) 회사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사대기를 명할 수 있다.

1.

회사의 경영 형편상 기구를 해체, 개편 등 부득이한 사유로 직원의 보직을 해체 또는 유보할 필요가 있을 때

2.

업무수행 능력의 부족, 태도불량, 업무수행상 하자가 있는 자

다.

판 단

⑴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 불가결하고,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와의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 참조).

⑵ 원고 회사는 원가상승 압박, 매출감소 등 경영위기에 직면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잉여인력에 대한 인력감축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인사권의 행사로서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대기발령이 업무상 필요성과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쳐 합리적으로 발령된 것인지 여부를 보건대, 원고 회사는 2003년 말경부터 원자재 가격상승과 그로 인한 매출감소 및 부채증가 등으로 경영상 압박을 받아오다가, 2004. 8. 20. 임원과 부장급 직원의 급여를 2004. 12. 31.까지 삭감하고,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회사가 조직개편 과정에서 잉여인력이 발생하였다면 그들에 대하여 재배치 혹은 대기발령을 통하여 인력구조를 개편하여야 할 업무상 필요성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 회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원고 회사가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직개편을 단행한 사실만이 인정될 뿐이고, 구체적으로 그러한 조직개편으로 인하여 어떠한 부서에 어느 정도의 잉여인력이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참가인이 소속된 의장생산부 기장팀의 경우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존속하고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원고회사가 의장생산부에 소속된 참가인을 대기발령하여 인력구조를 개편하여야 할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대기발령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등을 거쳤는지 여부를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대기발령은 인사명령으로서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기는 하지만, 대기발령은 전보 등의 인사발령과 달리 근로자를 업무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력감축의 일환으로 단행되었으며, 인사대기 기간도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여 대기발령 대상자 본인에게는 사직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대기발령 대상자의 선정은 사용자의 인사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대기발령은 인사권의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할 것인바, 원고 회사는 2004. 9. 2.자 대기발령 대상자 선정을 위하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인사위원회에서 어떠한 절차와 기준으로 대기발령 대상자를 선정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회사의 내부 문제임을 이유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다. 설령 원고 회사가 참가인의 위 징계전력을 들어 참가인을 대기발령 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라 하더라도, 참가인의 위 징계전력이 참가인에 대한 근무평가에 있어 불이익하게 작용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없으나, 참가인의 입사 이후의 근무태도, 업무실적, 성행, 근무평정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참가인이 10여 년 전에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그를 대기발령 대상자로 선정하였다면 이는 인사권의 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참가인은 이 사건 대기발령이 참가인에 대한 징계라는 전제하에 인사위원회 개최 전에 징계절차가 통보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기발령은 원고 회사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사권의 행사로서 발령한 것이지 참가인을 징계한 것은 아니므로, 위 주장은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⑶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인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태종(재판장), 김선희, 오태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