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06. 10. 10. 선고 2006구합15202 판결

판결요지

망인이 행사 등에 참석하여 음주를 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음주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고, 접대 등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음주를 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망인의 음주량이 B형 간염 및 간경변을 급속히 악화시킬만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망인이 업무상 음주로 인하여 B형 간염 및 간경변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또한, 망인이 야근을 하면서 인근식당에서 먹은 복어탕에 관하여 보더라도 이로 인하여 망인이 이차성 세균성 복막염을 일으켰다고 볼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이로 인하여 이차성 세균성 복막염을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위 음식 섭취 자체와 업무수행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이를 이유로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도 없다.

* 사건 / 서울행법 2006구합15202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판결선고 / 2006.10.10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유○○○(19○○. 3. 5.생, 사망 당시 47세,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한국방송공사 안동방송국의 총책임자인 국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4. 11. 17. 11:25경 서울아산병원에서 직접사인 ‘패혈증’, 중간선행사인 ‘장천공’, 선행사인 ‘B형 간염바이러스성 간경화’로 사망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5. 3. 23. 원고에게 망인의 사인인 장천공이나 B형 간염바이러스성 간경화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하였다거나 악화되었다고 볼 수 없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3호증, 갑4호증, 을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가. 원고의 주장망인은 평소 식이요법, 절주, 운동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여 만성 B형 간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하여 왔는데, 안동방송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서류검토 및 결재를 하고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참석하는 등으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업무상 불가피하게 음주를 하면서 기존질환인 간경변이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으며,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하여 이에 대하여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던 상태에서 2004. 10. 19. 업무로 인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먹은 복어로 말미암아 장미세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이 발생하게 되었다. 망인은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인한 간기능의 저하 및 간경변의 악화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위 복막염이 치유되지 아니하고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경력, 근무내용 및 근무환경 등

(가)

망인은 1981. 12. 1. 한국방송공사에 입사하여 라디오제작사업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4. 2. 10. 안동방송국장으로 부임하여 근무하였다. 안동방송국은 3개부(방송부, 기술부, 총무부), 7개 송(중)계소로 구성되어 9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나)

망인은 직원들을 지휘감독하면서, 각종 서류검토 및 결재를 하고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참석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안동방송국은 2004. 8. 9.부터 조직체계를 팀제로 변경하면서 부장의 중간 결재를 생략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망인의 서류검토 업무가 증가하였다. 망인의 근무시간은 08:00부터 17:00까지로서 주 5일 근무를 하였으나, 평일에도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2004. 9.과 10.에는 각종 지역 축제 및 행사가 집중되어 휴일에도 밤늦게까지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망인은 매월 1 - 2회가량 관내 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였다.

(2)

망인의 건강상태, 치료경과, 사망경위 등

(가)

망인은 1985.경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았고, 1997.경 간경변의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한강성심병원, 안동병원 등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2004.경 당뇨병의 진단을 받고 2004. 5.부터 경구혈당강하제를 복용해 왔다. 망인은 평소 행사에 참석할 경우 음주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나)

망인은 2004. 9. 19.부터 21.까지 안동병원에서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으로

치료를 받았다.

(다)

망인은 2004. 10. 19. 11:00경 경북 청송군에서 열린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하고 점심식사를 한 후 안동방송국으로 돌아와 시청자위원회 관련 회의를 하였고, 2004. 11. 9.로 예정된 ‘KBS 가곡의 밤’ 준비를 위해 직원들과 행사진행에 대한 회의를 하였으며, 19:30경 저녁식사로 안동방송국 인근 대복식당에서 복어탕을 먹은 다음,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회의를 계속한 후 21:00경 퇴근하였다. 망인은 다음날인 2004. 10. 20. 새벽 복통과 설사를 일으켜 안동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장미세천공에 의한 이차성 세균성 복막염으로 밝혀지자, 2004. 10. 24.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2004. 11. 17. 11:25경 사망하였다.

(3)

사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

(가)

안동병원 의사 강경희의 소견(갑 2호증, 갑6호증)

망인이 2004. 9. 19. 안동병원에 입원할 당시 약 2주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하였으나 업무상 장기입원이 불가하여 조기퇴원하였고, 이후 무리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상병의 악화와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망인은 2005. 10. 20. 복통과 설사로 인하여 안동병원에 입원하였으며, 그 원인은 장미세천공에 의한 이차성 세균성 복막염이 의심되는 상태로, 기존의 심한 간경변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라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생각된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은 간경변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명백한 감염의 일차성 원인이 없이 생기는 복막염이고, 이차성 세균성 복막염은 장천공 등의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복막염을 의미한다. 망인의 이차성 세균성 복막염은 간경변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나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복어가 복통과 설사의 원인인 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망인의 장염이 복어가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 망인은 심한 간경변환자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기능의 저하와 간경변의 악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나)

서울아산병원 의사 임영석의 소견(을 4호증의 2)

망인은 2004. 10. 24.부터 2004. 11. 17.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성 간경변증, 패혈증으로 치료를 받았다. 망인의 사인은 패혈증이고, 패혈증의 원인은 장천공으로 추정된다.

B형 간염은 주로 B형 간염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하여 전염되지만, 음식물을 통해서 전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B형 간염 유행지역에서는 모체의 혈액이나 분비물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출산과정에서 혹은 출산 직후 자녀에게 전염되는 모자간 수직감염이 가장 중요한 전염경로로 알려져 있다. 망인은 가족력(망인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B형 간염 보유력을 갖고 있고, 특히 망인의 어머니는 간암으로 사망하였다)으로 보아 수직감염으로 추정된다.

만성 B형 간염으로 진단된 성인이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은 5년 경과후 9%, 10년 경과후 23%, 15년 경과후 36%, 20년 경과후에는 48%로 보고되어 있다. 망인은 19년전 B형 간염보유자로 진단받고 그로부터 12년 뒤간경변증을 진단받았는바, 간경변 발생기점으로 보아 자연경과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 간경변증의 역학적 데이터를 고려해 볼 때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가 난다고 추정하기 어렵다.

B형 간염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에서 인체의 측면에서의 요인으로는 간염(염증소견)이 오랜 기간 지속될 때, 간염이 빈번하게 재발할 때,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에 중복 감염될 때, 과음을 하는 경우, 유해물질에 노출될 때 등이며, 바이러스의 측면에서는 혈중 바이러스의 양,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등이 악화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과로나 스트레스에 의해서 간질환이 악화된다는 근거는 없다.

망인의 음주력과 당뇨병 진단시기 등을 고려해 볼 때 간경변은 다른 요인에 의한 합병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뇨병은 지방간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지만, 이경우 지방의 침착은 주로 소엽내 제1구역에서 발생하며, 간섬유화 등의 변화는 드물다. 따라서 망인의 당뇨병이 간경변증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피고자문의사들의 소견(을 2호증의 2, 갑5호증의 2)

(1)

대한간학회에서 밝히는 공식적인 견해에 의하면 과로와 간경변증의 악화의 직접적 상당인과관계는 없다.

(2)

망인이 수행한 업무내용과 선행사인인 B형 간염 바이러스성 간경화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생각된다. 천공과 B형 간염 바이러스성 간경화 사이에도 의학적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된다.

(3)

망인의 경우 기존의 질병의 악화(자연적 경과)가 아닌 업무상의 과로로 인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의학적으로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

(4)

B형간염바이러스성 간경화는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장천공이 간경화에 의한 복막염의 후유증으로 생길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장천공의 원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나 과로로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불승인하는 것이 타당하다.

(5)

망인에 대한 2001. ~ 2003.의 한강성심병원 진료기록에 따르면 복수를 동반한 간경변증의 병력 및 알콜섭취의 기록이 있다. 2004. 6. 간기능검사시 간경변 등급은 ‘A'에서 'B' 사이로 보인다. 복막염 발생의 원인은 안동병원 회신서에서 불분명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고, 병력으로 보아 자발성 복막염(간경변증의 자연경과적 합병증)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일 장천공에 의한 세균성 복막염이 실제로 발생하였다면 간경변의 자연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망인의 주 사인은 간경변증으로 인한 요인이며, 부차적으로 가능성이 낮지만 장천공이 발생하였다면 일부 기여하였으리라 추정된다.

(6)

망인이 방송국 관리직 근로자인 점에 비추어 망인의 업무와 간경변의 발병 사이에 어떠한 의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며, 만성 B형 간염의 자연경과에 따른 간경변 발생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 망인의 사인은 간경화, 장천공 및 패혈증으로 알려져 있는바, 이러한 기존 만성 간경화, 당뇨병 등에 의한 장천공으로 인한 패혈증 사망은 전형적인 자연경과로서 업무상 요인이 개입하였다는 어떠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호증, 갑2호증, 갑5호증의 1, 2, 갑 6 내지 12호증, 갑 14 내지 19호증, 갑23호증, 갑24호증, 갑25호증, 을1호증, 을2호증의 1, 2, 을 4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B형간염의 진행과 과로 및 스트레스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고 B형 간염 바이러스 자체에 의하여 간질환이 악화되는데, 이와 같이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질환의 발생이나 그 악화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일반인의 통념보다 의학적 전문견해를 더 존중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하여는 예외적으로 그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도 있는 개연성에 관한 특별한 자료가 있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두5566 판결, 2003. 7. 22. 선고 2003두3581 판결, 2003. 7. 22. 선고 2003두3840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안동방송국장으로 부임하기 이전에 B형 간염이 악화되어 간경변이 발생하였고, 위 간경변의 자연경과적 합병증으로 복막염이 발생하였으며, 복막염의 후유증으로 장천공이 발생하여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안동방송국장으로 근무하며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참석하는 등으로 다소 과로를 하고, 음주를 하기도 한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B형 간염 자체는 바이러스에 의하여 감염되어 자연적인 경과에 의하여 간경변으로 악화될 수 있고,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경변의 자연적인 경과를 촉진하여 악화시키거나 복막염 등의 합병증 내지 복막염의 후유증인 장천공을 유발한다고 볼 의학적 근거가 없으므로, 결국 망인이 업무 수행으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의 B형 간염, 간경변 등이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되고 합병증이 유발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안동병원 의사 강경희 및 일부 자문의사의 소견만으로 이와 달리 인정할 수 없다.

망인이 행사 등에 참석하여 음주를 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안동방송국장으로서 음주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고, 접대 등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음주를 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망인의 음주량이 B형 간염 및 간경변을 급속히 악화시킬만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망인이 업무상 음주로 인하여 B형 간염 및 간경변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또한, 망인이 야근을 하면서 인근식당에서 먹은 복어탕에 관하여 보더라도 이로 인하여 망인이 이차성 세균성 복막염을 일으켰다고 볼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이로 인하여 이차성 세균성 복막염을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위 음식 섭취 자체와 업무수행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이를 이유로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도 없다.

(3)

따라서 피고가 같은 취지에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의환(재판장), 박창렬, 박성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