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08. 5. 14. 선고 2007구합20690 판결

판결요지

사직원서의 제출이 감사기관이나 상급관청 등의 강박에 의한 경우에는 그 정도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면 그 의사표시가 무효로 될 것이나,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기무사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부대정년을 존중하여 의원 사직할 것을 강하게 요청받는 등으로 인해 다소의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나, 원고들로서도 기무사 측의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무사와 타협하여 최종적으로 2년 2개월의 연장 근무 후 사직 안을 수용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아서는 사직원서의 제출 당시 원고들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당할 정도로 강박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원고/ 1. A

2.

B

3.

C

* 피고/ 국방부장관

* 사건 / 서울행법 2007구합20690 면직무효확인

* 판결선고 / 2008.5.14

[주 문]

1.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가 2007. 3. 31. 원고들에 대하여 한 면직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취지 : 피고가 2007. 3. 31. 원고들에 대하여 한 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예비적 청구취지 :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의 1, 2, 갑2호증의 1, 2, 3, 을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들은 1995. 2. 1. 4급 군무원으로 특별 채용되어 피고 소속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라고 한다)에서 근무하여 온 사람들이다.

나.

피고는 원고들이 2005. 2. 1. 사직원서를 제출하였음(이하 위 사직원서에 의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라고 한다)을 이유로 2007. 3. 31. 군무원 인사법 제33조에 기해 원고들에 대하여 의원 면직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의사에 반한 의원면직처분

(가)

사직원서 작성의 무효

원고들이 당초 피고에게 제출한 사직원서는 사직사유로서 ‘부대정년시행에 따른 사직’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작성 시점이 이 사건 처분으로부터 25개월 전이며, 특히 원고 A의 사직원서(갑2호증의 1)는 날인이 누락된 채 서명만이 되어 있고, 피고가 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원고 B의 사직원서(을1호증의2)상의 서명은 가필되어 위조된 것이므로 원고들의 사직원서는 무효이다.

(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는 기무사의 D 참모장, E 기획관리실장, F 인사과장, G인사실무자 등 기무사의 인사담당자들이 모의하여 강제로 받아낸 것으로서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되어 무효이다[특히 위 사람들이 원고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근거가 되었던 기무사령부 인사관리규정(이하 ‘인사관리규정’이라고 한다) 제145조(4급 또는 5급으로 특채된 부대원의 직급 복무기간은 특채일을 기준으로 10년으로 한다)는 4급 및5급 일반군무원의 정년을 58세로 인정하는 상위법인 군무원인사법 제31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인사관리규정 제146조에 의하면 그 시행일이 1999. 3. 15.로 되어 있어 위 시행일 전 4년 전에 군무원으로 임용된 원고들에게는 복무기간을 제한하는 인사관리규정 제145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다)

의원면직처분 전 사직의 의사표시 철회

원고들은 2007. 1. 16.자 내용증명우편에 의해 기무사 인사과장에게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다는 취지를 통지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기초가 된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는 이 사건 처분 전에 이미 적법하게 철회되었다고 할 것이다.

(라)

이처럼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는 무효이거나 철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비례원칙ㆍ평등원칙 위배

이 사건처분은 평등원칙ㆍ비례원칙에 위배하여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2, 3호증의 각 1, 2, 3, 갑4호증, 갑5호증의 1, 2, 갑6 내지 14호증, 갑15호증의 1, 2, 갑16호증, 갑17호증의 1, 2, 을 1, 2호증의 각 1, 2, 3, 을4, 7, 8, 9, 10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OOO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기무사는 중령진급심사에서 탈락하여 몇 년 뒤에 계급정년에 의해 전역해야 하는 소령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1995.경 원고들을 포함한 6명을 4급 군무원으로 특채하였다.

(2)

그런데, 1990년대 후반 무렵, 기무사의 제한된 정원구조 및 장교 출신 특채자로 인한 군무원의 승진적체 현상(군무원인사법은 군무원의 경우 직급별 근속정년 없이 연령정년만을 두고 있다)이 문제되자, 기무사는 부대발전 T/F를 구성하여 개선방안을 연구한 결과 군무원 2, 3, 4급의 각 급에 직급정년을 두는 제도를 부대 자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도도입을 위한 공청회개최, 여론조사 등의 절차 등을 거친 후 부대원 다수의 찬성의견을 얻어 1999. 3. 1.부터 위 제도(이하 ‘부대정년제도’라 고 한다)를 시행하게 되었다.

(3)

이에 기무사는 인사관리규정에 다음과 같은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제6장 군무원인사관리

제2절 군무원 부대정년

제143조 정보직 2급

승진 또는 채용된 이후 직급 복무기간은 4년으로 한다.

제144조 정보직 3급

승진 또는 채용된 이후 직급 복무기간은 6년으로 한다.

제145조 부대원 특채전문인력

4급 또는 5급으로 특채된 부대원의 직급 복무기간은 특채일을 기준으로 10년으로 하고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경우 직급복무기간은 4급 승진일을 기준으로 10년으로 하며 기타 승진의 경우에는 위 규정을 적용한다.

제3절 시행시기

제146조 시행일시

동 규정은 1999. 3. 1.부로 시행한다.

(4)

한편, 부대정년제도에 따른 원고들의 정년(1995. 2. 1.부터 10년인 2005. 1. 31.)이 다가옴에 따라 원고들은 인사관리규정 제145조가 군무원인사법에 보장된 정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할 뿐만 아니라, 1995.경 임용된 자신들에게 소급 적용될 수 없으므로 부대정년에 정해진 날짜에 사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5)

이에 기무사의 인사담당자들인 D 참모장, H 기관실장, E 기획관리실장, F 인사과장 등은 원고들과의 면담을 통해 부대정년에 정해진 날짜에 사직하여 줄 것을 설득 하였으나, 원고들로부터 이를 거부당하자, 내부 정책회의를 거쳐 원고들에게 원고들의 복무기간을 2년 2개월 연장해주되 2007. 3. 31.부로 사직하는 안을 제안하여 원고들로 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직원서와 확인서를 받았다(위 각 문서는 기무사에서 제공한 서식에 따라 작성되었는데, 특히 확인서의 경우 그 내용까지 모두 기재되어 있는 서식에 따라 원고들이 그 내용을 단순히 옮겨 적는 방식으로 작성하였다).

사직원서

인적사항 : 원고들 각 기재

사직희망일자 : 2007. 3. 31. / 사직사유 : 부대정년시행에 따른 사직

상기 본인은 위 사유로 인하여 사직하고자 하오니 청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5. 2. 1.

기명 (날인 내지 서명)

확인서

인적사항 : 원고들 각 기재

상기 본명은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소령으로 근무하다가 1995. 1. 31. 전역과 동시에 1995. 2. 1. 4급 군무원으로 특채되어 근무해 오던 중, 사령부 부대정년 규정에 의거 4급 특채 임용된 후 10년이 경과한 2005. 1. 31.부로 퇴직하여야 하나, ‘99년 이후 동제도의 위법성 등에 대해 수차 문제 제기를 해오던 중 ’04년 말 전임 기관실장에게 동 제도의 재검토를 4급 B 외 3명과 함께 제기하였고, ‘05. 1. 참모장님과 면담시 지금까지 정책회의 등 검토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바 있습니다. 이런 경위를 거쳐 부대 및 본인이 최종적으로 2007. 3.말까지 계속근무하는 것에 동의하여 근무가 종료되는 2007. 3.말부로 퇴직할 것을 서약하며 동 확인서를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작성하였음을 확인합니다.

2005. 2. 1. 기명 (날인 내지 서명)

(6)

원고들은 2007. 1. 15. 기무사 인사과장 I에게 2007. 1. 16.자 내용증명우편으로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사직원서 반환/파기 요청서를 발송하여 그 무렵 도달하였다.

(7)

한편, 군무원인사법 제31조 제1항 4호에 따른 원고들의 정년은 원고 B의 경우 2013. 12. 31., 원고 A의 경우 2014. 12. 31., 원고 C의 경우 2015. 12. 31.이 된다.

다.

판단

(1)

사직원서 무효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원서에 사직사유로 ‘부대정년시행에 따른 사직’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대정년 규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원에 의하여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직사유가 이 사건 처분을 무효로 하는 사유가 되지는 못하고, 이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는 기한부 의사표시이기 때문에 그 성립시점과 효력발생시점이 서로 다른 것으로서 사직원서의 작성시점이 이 사건 처분 25개월 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의사표시의 성립 및 효력발생에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또한, 공무원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법규상 그 성립이나 효력발생에 특별한 형식을 요하는 요식행위가 아니므로[공무원인사기록 및 인사사무처리 규정 제15조 제1항 별표 2에 따르면 사직원서(자필)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원고 A의 사직원서에 날인 대신 서명만이 되어 있다고 하여 그 사직원서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고, 감정인 OOO의 필적감정결과에 의하면 원고 B의 사직원서(을1호증의2)에는 위 원고의 필적임이 인정되는 서명이 기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위 사직원서가 위 원고에 의해 작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주장에 대한 판단

사직원서의 제출이 감사기관이나 상급관청 등의 강박에 의한 경우에는 그 정도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면 그 의사표시가 무효로 될 것이나,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기무사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부대정년을 존중하여 의원 사직할 것을 강하게 요청받는 등으로 인해 다소의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나, 원고들로서도 기무사 측의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무사와 타협하여 최종적으로 2년 2개월의 연장 근무 후 사직 안을 수용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아서는 사직원서의 제출 당시 원고들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당할 정도로 강박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의원면직처분 전 사직의 의사표시 철회 주장에 대한 판단

(가)공무원이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그에 터 잡은 의원면직처분이 있을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이를 철회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다만 의원면직처분이 있기 전이라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철회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7.27. 선고 92누16942 판결).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는 사직원을 제출한 때로부터 철회하기까지의 기간, 사직원을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의 의사를 형성한 동기, 사직의사를 철회하게 된 이유, 사직의사 철회 당시의 상황, 의원면직 처분을 하기까지의 절차, 과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들은 자발적인 의사에 기해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아니라, 기무사측의 설득에 따라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에 이르게 된 점, ② 특히 인사과장에서부터 참모장에 이르기까지 기무사의 인사담당자들이 인사적체 등 부대 자체적인 사정과 인사관리규정을 이유로 원고들을 집요하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원고들이 적잖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지만, 기무사의 위와 같은 설득이 없었다면 과연 원고들이 인사적체 해소라는 명목 아래 자진하여 사직원서를 제출하였을지 의문이 드는 점, ④ 한편, 위와 같은 설득의 근거가 된 인사관리규정 제145조는 군무원인사법 제31조 제1항 2호에 보장된 4급 군무원의 정년(58세)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 법 조항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봄이 상당한 점, ⑤ 이처럼 기무사의 부대 자체적인 필요에 근거하여 제정된 무효인 인사관리규정 제145조를 내세워 원고들에게 법률상 보장된 정년 이전에 사직할 것으로 강하게 설득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침해하는 면이 없지 아니한 점, ⑥ 원고들로서는 기무사의 강한 설득에 다소의 심리적 압박을 느낀 나머지 일종의 타협안으로서 마지못해 2년 2개월의 연장근무를 조건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므로, 애당초 이러한 제안을 수용할 법적인 의무가 없었던 원고들이 나중에 그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다고 하여 특별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⑦ 특히 원고들은 당초부터 부대정년제도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⑧ 원고들은 군무원으로 특별채용 당시 당연히 법률상 규정된 정년을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근무를 시작하였다가 나중에 시행된 부대정년제도에 따라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요청받은 것으로서, 채용 당시부터 일정기간 동안 근무 후 자진하여 사직하기로 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한 경우 등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점, ⑨ 원고들을 다시 기무사에 복직시킬 경우 기무사로서는 부대인력 운용 등에 있어 다소 혼란이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이는 기무사가 입법적 개선 등 적법절차에 따른 해결을 모색하지 아니한 채 당사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위법한 인사관리규정의 시행을 무리하게 강행하였기 때문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에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는 적법하게 철회되었다고 볼 것이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사건 사직의 의사표시가 철회된 후에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다만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찬(재판장), 최석규, 송민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