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5. 7. 9. 선고 2013구합5845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모두 부담한다.

이유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가.

당사자의 지위

참가인은 상시근로자 100여 명을 고용하여 컴퓨터 사전점검 서비스, 통신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07. 11. 1. ㈜C(변경 전 상호 : ㈜D)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11. 1. 1.부터 ㈜C로부터 분리된 참가인 회사의 차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의 사직서 제출과 그 경위 등

1)

참가인은 2013. 1. 18. 보안검사를 실시하던 중 원고의 컴퓨터에서 원고를 포함한 참가인 회사 직원 9명으로 구성된 조직도 등의 자료를 발견하였다.

2)

그에 따라 참가인의 대표이사인 E와 상무인 F, 이사인 G은 2013. 1. 21. 차례로 원고를 면담하였고, 당시 F 상무는 위와 같은 자료 유출 의혹에 대하여 추궁하면서 원고에게 자진 사직을 권유하였고, 아울러 원고가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원고에 대한 인사징계위원회가 개최될 것이라고 하면서 원고에게 사직서 양식과 함께 '권고사직(업무상 배임미수 및 영업비밀 유출 리스크에 대한 조치)'라고 기재된 쪽지를 제시하면서 이 내용을 사직서에 퇴직사유로 기재하여 제출하라고 하였다.

3)

원고는 같은 날 참가인에게, '퇴직사유'란에 '권고사직(업무상 배임미수 및 영업비밀 유출 리스크에 대한 조치)'라고 자필로 기재한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참가인은 같은 날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하였다.

4)

원고는 2013. 1. 23. F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사직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F 상무는 원고에게 이미 이 사건 사직서가 수리되었기 때문에 사직의사를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참가인의 사기와 강박에 의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부당해고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3. 3. 12.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3. 5. 7.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3. 5. 2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3. 7. 26.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이 참가인의 사기나 강박에 의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는 해고에 해당

참가인의 상무인 F, 이사인 G은 원고와 잇달아 면담을 진행하면서 "만일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인사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불륜관계를 비롯한 사생활을 전 직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겁을 주면서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였고, 당시 자신의 명예가 크게 훼손될 것을 우려한 원고는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되었다. 즉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 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하므로, 참가인이 이를 수리함으로써 외형상 합의해지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참가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2)

해고의 절차적 하자

참가인은 원고를 해고하면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해고의 시기와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

3)

해고의 실체적 하자

참가인은 '업무상 배임 및 영업비밀 유출 혐의'를 징계사유로 삼아 원고를 해고하였으나, 이후 형사고소사건에서 원고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므로, 이를 정당한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

나.

판단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가 이를 수리한 것이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또한,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 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나)

원고는 참가인의 상무인 F, 이사인 G이 원고에게 "만일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인사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불륜관계를 비롯한 사생활을 전 직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겁을 주면서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였고, 당시 자신의 명예가 크게 훼손될 것을 우려한 원고는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주장하나, 을가 제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이러한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인정한 사실과 을나 제14호증의 3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할 당시 사직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득실 등을 고려하여 당시 상황에 비추어 징계절차에 회부되는 대신에 참가인의 사직 권유를 받아들여 스스로 사직하여 실업급여를 수령한 후 재취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지로 사직의 의사 표시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F 상무가 미리 작성된 쪽지의 내용에 따른 사직서의 작성을 요구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그러한 내용의 사직서 작성을 거부하고 인사징계절차에서 징계사유를 다투는 것이 가능하였을 것인데 위와 같은 요구에 응하여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

②

원고는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원고가 참가인의 인사징계절차에서 억울함을 해명할 절차를 요청하지 않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한 것은 인사징계절차에서 원고가 상사를 비방하였다는 점이나 원고의 남녀관계문제 등이 전 직원들에게 알려져 회자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참가인과 법적 다툼으로 가기보다는 원고가 재취업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③

또한 원고는 위 재심신청 당시 자신은 실업급여를 받고 재취업하는 데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일반적인 권고사직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는데, 사직사유에 기재된 '업무상 배임미수 및 영업비밀 유출 리스크에 대한 조치'라는 부분으로 인해 실업급여의 수령이나 재취업이 어려워졌으니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제출에 관하여 합의되었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간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고 참가인이 이를 수리함으로써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해고를 당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고,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한(재판장) 박기주 이화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