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93. 8. 12. 참가인과 고용관계를 맺기 시작하였고, 참가인 의료원의 종합검사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가 2013. 12. 1. 진단검사의학팀으로 전보된 사람이다. 참가인은 상시근로자 400여 명을 고용하면서 보건의료업을 영위하고 있는 법인이다.
참가인은 2014. 8. 27. 원고가 참가인 의료원에 근무하고 있는 C(이하 '피해자'라 한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하였다는 사실을 징계사유로 삼아 원고를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하였다. 원고는 2014. 10. 1. 이 사건 해고의 부당함을 다투며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4. 11. 26.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또한 2015. 2. 13. 원고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였다(위 재심판정을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호증이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절차적 위법
참가인은 원고를 해고하면서 해고통지서에 단순히 원고를 '해임'에 처한다고 기재하였을 뿐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고, 징계에 앞선 인사위원회 출석통지서에도 징계사유를 '특정 여직원에 대한 지속적 성희롱 및 뽀뽀 행위'라고 추상적으로 기재하였다.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할 것을 요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해고통지서에 구체적으로 원고가 언제, 어떻게 피해자를 성희롱하였는지가 기재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해고는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
실체적 위법
참가인은 원고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성희롱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그 해고사유를 모두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2013. 7.경 개최된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와 마무리 인사를 하는 와중에 피해자의 볼에 뽀뽀를 한 외에 피해자를 성추행 내지는 성희롱을 한 사실이 없다.
이처럼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성추행 내지는 성희롱은 1회에 그쳤고, 원고는 피해자에게 1,200만 원을 지급하여 피해자로부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까지 받았으며, 위 성희롱으로 인해 징계성 인사조치를 당하였고, 참가인의 요구로 공개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하였다. 또한, 원고는 참가인 의료원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였고, 표창을 받는 등 징계 감경 사유가 있다. 그럼에도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은 참가인에게 허용된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니 이와 판단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 사실
피해자는 2012. 3. 9. 참가인 의료원에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되어 같은 달 12.부터 원고와 함께 참가인 의료원의 종합검사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피해자는 2013. 3.경 참가인 의료원의 신경과장인 D에게 급여가 적어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에 참가인 의료원은 피해자의 급여를 40% 인상해주기로 하였고, 피해자는 계속하여 참가인 의료원에 근무하게 되었다.
피해자는 원고로부터 다음과 같이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하였다고 진술한다.
피해자가 참가인 의료원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원고는 피해자의 손, 발목, 종아리, 허벅지 등을 주무르거나 쓰다듬고 배도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계속하였다. 특히, 피해자가 근전도 검사를 배우기 위해 원고와 근전도실에 단둘이 있어야 하는 시간에 위와 같은 성추행이 심했고, 피해자에게 원고의 허벅지를 만져보라고도 했으며, 귀나 옆구리를 만지거나 근전도 검사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뒤에서 안기도 하였다.
피해자는 2013. 3.경 원고가 글을 읽는 것을 보고 무슨 글이냐고 물었고, 이에 원고는 30대의 연애 및 성경험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서 피해자에게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위 질문이 부적절하다고 느꼈으나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하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 후 2013. 4.경 참가인 의료원의 신경과 회식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남자 친구를 오래 만났느냐고 질문하자, 원고가 피해자는 "순결한 애"'라는 말을 하여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였다.
원고는 2013. 6.경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피해자의 속옷을 보고 "이 끈을 풀면 속옷이 다 벗겨지냐"라는 말을 하였다.
원고는 같은 시기에 경동맥 초음파 결과지를 작성하던 중 피해자의 가슴 바로 옆을 만지면서 여자들도 가슴 옆에 만져지는 살이 있는지 궁금해서 만져봤다고 하였다.
원고와 피해자를 비롯한 종합검사실 직원들은 2013. 7. 4. 회식 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원고는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의 허벅지를 수차례 만지면서 "다리가 참 탄력 있고 좋다"라고 말하였고, 몸을 뒤로 젖히며 피해자에게 "자러 가자"는 말을 하였다. 원고는 회식이 끝난 후 작별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술과 볼 경계 부분에 이른바 '뽀뽀'를 하였다.
피해자는 위 회식이 있은 후 원고에게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항의를 하였다.
원고는 그 후 피해자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삼가기는 하였으나, ① 피해자의 허리가 잘록하고 엉덩이(골반)가 크다거나, ② 다이어트를 하면 가슴이 작아지니 다이어트를 하지 말라거나, ③ 피해자가 입은 옷을 보며 위에서 내려다보면 속옷이랑 치마가 다 보이겠다거나, ④ 피해자가 치마를 입고 출근하면 예쁘니 치마를 입고 출근하라는 등의 발언을 계속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였다.
원고는 2013. 8.경 피해자가 점심 식사 외출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에 피해자가 당황하면서 원고에게 비키니도 입는데 이 정도 본 것을 가지고 서로 너무 민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원고는 같은 날 점심 식사를 하면서 피해자의 비키니를 보아서 기분이 좋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해자는 참가인 회사에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되었기 때문에 고용이 안정되지 못하였고 이른 시일 내에 계약직 및 정직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위와 같은 부당한 일을 당했어도 특별히 항의하지 못하였다.
피해자는 앞서 2013. 4.경 종합검사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E에게 원고가 자신한테 '순결한 애'라고 말한 것에 대해 고민을 상담하려 하였으나 E이 원고에 대해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원고를 두둔하려 하자 더 이상 E에게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대해 상담하지 않았다.
한편, 원고 및 피해자와 종합검사실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F은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성추행 및 성희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종합검사실에 원고, 피해자, E, F이 근무하였다. 원고는 주로 근전도 검사를 담당하였고, F과 피해자는 뇌파, 폐기능, 뇌혈류초음파, 경동맥초음파, 어지럼증 검사를 주로 담당하였다. 원고가 근무하는 근전도실과 F, 피해자가 근무하는 검사실은 별도로 구분된 방이었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는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고, F과 피해자가 원고로부터 근전도 검사를 배우기 위하여 근전도실로 갈 때 또는 쉬는 시간에 원고와 마주치게 되었다. 원고로부터 근전도를 배우는 시간은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때 원고와 단둘이서 근전도실에 있게 된다.
F은 종합검사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날로부터 약 3개월 이내에 원고가 점심시간 무렵 피해자의 허벅지를 주무르면서 허벅지가 탄력 있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을 약 2~3회 정도 보고 들은 적이 있다. 당시 피해자는 원고가 나가면 F에게 "방금 봤냐, 또 만졌다"라고 얘기하였다.
그 외에도 F은 원고가 피해자의 끈 달린 속옷에 대해 "그 끈을 풀면 속옷이 전부 벗겨지느냐"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고 피해자가 등을 숙일 때에 맨살이 드러난 등 부위를 만지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또한, F은 원고가 성적인 농담을 자주하여 민망했다고 한다.
종합검사실에서 함께 근무하던 E은 점심을 바깥에서 먹어 늦게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위와 같은 성추행은 주로 E이 없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F도 2013. 7. 4.자 회식에 참석하였는데, 당시 원고가 피해자의 허벅지 바깥을 수차례 쓰다듬고 심지어 허벅지 안쪽의 사타구니 부분을 만지는 것도 목격하였다.
F은 회식이 끝난 후 피해자로부터 원고가 피해자에게 함께 자러 가자고 하고 뽀뽀를 하였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F은 2013. 7. 4.자 회식 자리가 있은 후 원고가 피해자에게 신체적 접촉을 한 것을 본 적은 없다.
F도 원고의 2013. 8.경 비키니 발언이 이루어진 점심 식사 자리에 참석하였으나 원고와 다른 식탁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위 비키니 발언을 듣지는 못하였다.
E은 종합검사실에서 근무하면서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인지한 적이 없고, 2013. 7. 4.자 회식에서도 성추행 및 성희롱이 일어난 사정을 인지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2013. 7. 4.자 회식에 함께 참석하였던 G도 당시 성추행 및 성희롱이 일어났다는 사정을 인지하지 못하였다는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한편, 2013. 8.경 비키니 발언이 이루어진 점심 식사 자리에 있었던 H은 위 점심 식사 자리에서 원고의 비키니 발언을 듣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참가인 의료원은 2013. 11.경 종합검사실에 남자 직원을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종합검사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피해자 및 F 중 한 명을 건강검진센터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피해자는 그 무렵 자신이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원고에게 항의한 적이 있다.
피해자는 2013. 11. 13. I병원 노동조합 지부장과 점심을 하였다. 피해자는 I병원의 J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 사실을 수차례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위 노조 지부장이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알고 피해자에게 먼저 점심을 함께하자고 제안하였다고 한다. 피해자는 위 점심 식사 자리에서 노조 지부장에게 성추행 및 성희롱 사실을 모두 알렸다.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성추행 및 성희롱 사실이 참가인 의료원에 알려짐에 따라 참가인 의료원은 2013. 12. 1. 원고를 피해자가 있는 종합검사실에서 진단검사의학팀으로 전보시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013. 12. 16. 참가인 의료원에게 원고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성희롱하였다는 사유로 징계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였다. 참가인 의료원은 2014. 1. 10. 원고 및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거친 뒤 원고를 성희롱심사위원회에 회부하였고, 성희롱심사위원회는 2014. 1. 14. 원고를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참가인 의료원의 상벌심의위원회는 2014. 1. 16. 원고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였고, 참가인은 같은 달 18. 원고를 해임하였다.
원고는 2014. 2. 4. 참가인 의료원의 인트라넷에 공개사과문을 게시하였는바, 위 공개사과문에는 원고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과 말을 수차례 일삼고 회식자리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무례한 행동을 하였다는 점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는 2014. 2. 7. 원고의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작성하였고, 그 다음날 참가인 의료원을 퇴사하였다. 피해자는 2014. 2. 11. 원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그 무렵 참가인에게 합의금조로 1,2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 해임 의결에 불복하여 참가인의 재심상벌심의위원회에 재심을 구하였으나 참가인의 재심상벌심의위원회는 2014. 2. 21. 원고에 대한 해임 결정을 유지하였다. 원고는 위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며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전북노동지방위원회는 2014. 4. 16.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위 기각 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이 원고를 '인사위원회'에서 징계해야 하는데도 '상벌심의위원회'에서 징계를 하여 절차상 중대한 흠이 있다는 이유로 2014. 7. 16. 위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였고 참가인에게 원고를 복직시킬 것을 명하였다.
참가인은 2014. 8. 18. 원고를 복직시켰고 같은 달 20. 원고에게 2014. 8. 26. 개최되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다. 위 출석통지서에는 원고의 비위사실이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참가인 의료원은 2014. 8. 26.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위 인사위원회 간사는 당시 원고에게, 앞서 본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원고가 피해자를 성추행 및 성희롱한 일시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고지하였고, 2013. 7. 4. 회식 자리에서 허벅지를 만지고 피해자에게 자러 가자고 하며 뽀뽀까지 한 사실을 고지하며 그 행위들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에 해당함을 알렸다. 원고는 위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자신이 2014. 7. 4.자 회식자리에서 피해자에게 뽀뽀한 사실은 인정하나 나머지 징계사실은 부인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고지내용 및 원고의 소명은 인사위원회 회의록에 모두 기재되었다.
참가인의 인사위원회는 2014. 8. 26. 원고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였고, 참가인은 같은 달 27. 원고에게 해임을 통지하였다. 위 해임통지서에는 해고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원고는 2014. 9. 4. 참가인에게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참가인의 재심인사위원회는 2014. 9. 17. 원고의 재심을 기각하였다. 참가인은 같은 날 원고에게 위 기각 결정을 통지하면서 원고가 직속 상사의 지위에 있으면서 피해자를 수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희롱하고 뽀뽀까지 한 행위는 비위의 도가 매우 중하며 고의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어 해임에 처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징계처분사유설명서'를 교부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2, 4호증, 갑 제8호증의 1, 2, 갑 제9호증의 1, 갑 제10호증의 1, 2, 갑 제11호증의 1, 갑 제14, 17, 18, 19, 21, 22, 24, 27, 28, 29호증, 갑 제31호증의 1, 2, 3, 갑 제33, 36호증, 을나 제2, 9호증의 각 기재, 증인 C, F의 각 증언, 이 법원의 원고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결과 중 일부,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징계절차의 위법 여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비록 해고를 통지하는 서면에 해고사유가 기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징계해고에 이르는 과정에 비추어 해고된 근로자가 자신의 징계사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를 요구하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의 입법취지가 훼손된 것이 아니므로 그러한 해고까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비록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통지서에는 해고의 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① 인사위원회 출석 통보서에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지속적인 성희롱 및 2013. 7. 4.자 회식자리에서의 성추행(허벅지를 만지고 뽀뽀)이라고 기재된 점, ② 2014. 8. 26.자 인사위원회에서 위 지속적인 성희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고지되고 원고가 이에 대한 소명의 기회까지 가진 점, ③ 참가인이 원고의 재심을 기각하면서 원고에게 교부한 징계처분사유설명서에는 원고의 해고사유가 기재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비록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가 기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징계사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그 후 해고사유가 기재된 서면(징계처분사유설명서)을 교부받았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반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징계사유의 존부 여부
원고는 자신이 2013. 7. 4.자 회식에서 피해자에게 술김에 실수로 뽀뽀한 사실은 인정하나 그 외의 성희롱 및 성추행 사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① 피해자가 2014. 1. 10. 참가인 의료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당시부터 이 법정에서의 증언에 이르기까지 원고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받았다는 사정에 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해자 및 원고와 함께 종합검사실에서 근무한 F 또한 원고가 종합검사실에서 피해자의 허벅지 등을 만지고 불쾌한 성적 농담을 던졌으며 2013. 7. 4.자 회식에서 원고가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③ 피해자나 F이 원고에게 악의를 가지고 성희롱 및 성추행 사실 내지는 그 목격 사실을 꾸며낼 만한 특별한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해자 및 F의 각 진술과 같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하고 2014. 7. 4.자 회식에서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지며 함께 자러 가자고 한 뒤 뽀뽀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원고는, 피해자가 참가인 의료원에 들어온 후 단체 등산을 하였을 때 원고와 다정히 사진을 찍은 모습이나 피해자와 원고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역을 제출하면서 원고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하였다면 원고와 피해자 사이에 그와 같은 친밀한 모습이 연출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해자는 참가인 의료원에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던 자로서 계약직 근로자 또는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직속상관인 원고를 함부로 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므로, 그와 같은 성추행 및 성희롱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원고를 친근하게 대했을 개연성이 크다.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성추행 및 성희롱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는 참가인 의료원에 근무하던 다른 직원들이나 종합검사실에 같이 근무하던 E이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 또는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피해자의 성추행 및 성희롱에 관한 진술이 허위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성추행의 특성상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지기 어렵고, 피해자 입장에서도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하였다는 사실을 주변 동료에게 알리는 행위 자체가 수치스러울 수 있어 그에 쉽게 나아가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참가인 의료원의 다른 직원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는 피해자가 2013. 3.경 재계약을 앞두고 급여조건을 이유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가 급여 인상을 약속받고 계속 근로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피해자가 당시 사직할 것이었으면 성추행 및 성희롱 사실을 그 때 신고할 수 있었을 텐데, 2013. 11.경에야 성추행 및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것은 피해자가 종합검사실에서 다른 곳으로 전보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원고에 대해 앙심을 품어 원고를 음해하기 위해 거짓된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2013. 3.경 사직을 결심하였다 하더라도 당시에는 사직하는 이상 더 이상 원고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성추행 및 성희롱에 관한 문제 제기를 할 유인이 없었다고 볼 수 있고, 당시 피해자가 사직 의사를 밝힌 상대방은 남성 직원이어서 피해자 입장에서 성추행 및 성희롱 사실을 털어놓기 더욱 어려울 수 있었다. 따라서 피해자가 2013. 3.경 사직 의사를 밝힐 당시 성추행 및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2013. 11.경 원고의 성추행 및 성희롱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경위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우연히 위 사실을 알게 된 I병원 노조 지부장이 이를 공론화하여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고, 달리 피해자가 다가올 전보 조치에 관한 소문을 듣고 적극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문제 제기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피해자가 다가오는 전보 발령에 대한 불만을 품고 원고를 음해하기 위해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는 그 외에 피해자 및 F의 진술 과정에서의 세부적인 차이를 지적하며 그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해자와 F의 진술이 큰 흐름에서 일관되고 원고가 지적하는 세부적인 진술의 차이는 기억력의 한계에서 오는 혼동일 수도 있어 그러한 진술의 차이로 인해 피해자와 F 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고는 앞서 피해자가 진술한 바와 같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하고 2014. 7.경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지며 뽀뽀를 하는 등 피해자를 성추행하였다고 판단되고, 이는 적법한 징계사유를 구성한다.
이중징계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는 자신이 2013. 12. 1. 종합검사실장에서 진단검사의학팀으로 전보되어 이미 한 차례 불이익을 받았는데 참가인이 다시 원고를 징계하는 것은 이중징계라고 주장하나, 참가인이 위와 같이 원고를 다른 부서로 발령시킨 것은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계속하여 같은 부서에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고려에서 기인한 것이지 원고에 대한 징계의 일환으로 전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참가인이 그 후에 원고를 다시 징계하였다고 하여 이를 이중징계라고 볼 수 없다.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성추행은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방법 또한 피해자의 허벅지, 종아리, 발목, 옆구리, 가슴 옆 부위 등을 만지거나 주무르는 등 수위가 높아 그 비난가능성이 큰 점, ② 피해자가 2013. 7. 4.자 성추행을 당한 뒤 원고에게 이를 공식적으로 항의하였음에도 원고는 피해자에 대한 언어적 성희롱을 지속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계속적으로 가한 점, ③ 원고는 자신이 피해자의 직속상관이라는 직장 내의 위계질서를 이용하여 성추행 및 성희롱을 감행하였으므로 참가인 의료원으로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이를 엄하게 다스릴 필요가 높다고 여겨지는 점, ④ 원고가 피해자와 합의하였다고 하나 이는 피해자가 원고에게 더 이상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에 불과할 뿐이어서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징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는 점, ⑤ 원고는 자신이 참가인의 의료원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아 참가인의 인사규정(2014. 2. 7. 개정되기 전의 것) 제63조 제3호에 따라 감경사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감경사유는 필수적 감경사유가 아니라 재량적 감경사유에 불과하여 참가인으로서는 이 사건에서와 같은 중대한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감경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고 그와 같은 참가인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사회통념상 원고에게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해고가 참가인에게 허용된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결론을 같이하고 있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택(재판장) 박광민 황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