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6. 7. 14. 선고 2015구합79437 판결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5. 10. 12.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5부해673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 회사는 상시 1,29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근로자 파견 및 용역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3. 12. 12.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C 주식회사(이하 'C'라고만 한다) 부산 CRM센터에서 고객 상담 및 문의 응대 등 업무를 한 사람이다.

나.

원고 회사를 비롯한 D 등 5개 회사는 C로부터 고객 상담 업무를 위탁받아 C 부산 CRM센터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

C는 D으로부터 원고 회사의 근로자를 통해 원고 회사가 고객 상담 콜 수행을 위하여 점심시간을 단축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2015. 2. 6. 원고 회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였다.

라.

원고 회사는 위와 같은 감사의 원인이 된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를 찾던 중 2015. 2. 10. 참가인이 D 소속 근로자인 참가인의 언니와 고객 상담 콜 수를 내용으로 메신저 대화를 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마.

원고 회사의 부산 CRM센터 책임자인 E은 2015. 2. 11. 참가인이 친언니에게 점심시간 단축에 관한 말을 한 사실을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면담을 실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참가인에게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한 경위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하였다.

바.

참가인은 E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언니에게 콜 실적을 채우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점심시간을 단축한다는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원고 회사가 강압적으로 점심시간을 단축시킨다는 말을 한 사실은 없으며 자신의 잘못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취지의 경위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참가인은 같은 날 경위서를 작성한 후 원고 회사에게 개인사유로 퇴사한다는 내용의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제출하였고, 이에 원고 회사는 그 무렵 참가인이 퇴사한 것으로 처리하였다.

사.

참가인은 2015. 2. 13. 원고 회사 대표이사에게 자신이 산업스파이로 몰려 퇴사하게 되었다며 자신의 퇴사에 관하여 항의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아.

E은 2015. 2. 26. 참가인에게 "모질게 대했던 내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싶으니 전화통화 나랑 합시다. 미안해요", "근처로 갈게요 만나서 얘기합시다. 이제 와서 왜 이러나 하겠지만 주변에서 얘기하는 거 들어보고 그때 돌이켜 생각을 곱씹어하면 B씨가 이러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내 행동이 반성이 되서 대화하고 싶은거니 내 진심을 곡해하지는 말았음 좋겠어요. 이런 문자 보는 것도 불편할 건 알지만 근처 가면 다시 연락할게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원고 회사의 부산지역 인사담당자인 F 부장은 같은 날 참가인에게 "당사의 경솔한 업무 처리로 인하여 B님과 부모님 이하 가족분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긴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을 보냈다.

자.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5. 5. 1.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산2015부해313호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15. 6. 25.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비진의 또는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차.

참가인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5. 7. 7.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앙2015부해673호로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10. 12. 참가인이 원고 회사로부터 산업스파이로 몰리면서 손해배상청구 등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어서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고, 원고 회사가 참가인을 해고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 회사가 참가인에게 행한 2015. 2. 11.자 퇴직 처리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원고 회사에게 구제명령을 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 내지 9, 11, 19호증, 을가 제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회사의 주장

원고 회사의 부산 CRM 센터 책임자인 E이 참가인에게 C의 감사 원인이 된 점심시간 단축에 관한 말을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참가인이 자발적으로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원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회사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종료되었다.

따라서 원고 회사가 참가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종료를 근로기준법상 해고라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2)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신체적, 물리적 억압을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심리적,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하여 근로자가 공포나 체념 상태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원고 회사의 부산 CRM센터 책임자인 E은 참가인을 원고 회사의 기밀을 누출한 산업스파이로 몰아붙이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협박하였고, 참가인이 사직서를 쓰지 않아도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해고될 것이라 하여 참가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다. 따라서 원고 회사는 사직의 의사 없는 참가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였으므로 원고 회사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고, 그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당해고이다.

나.

판단

1)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참조). 그리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참조), 어떠한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에 그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2295 판결 참조).

2)

참가인이 원고 회사에 참가인과 원고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원하는 내용의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원고 회사가 근로계약관계의 종료 의사가 없는 참가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갑 제10, 12 내지 14, 19, 21, 22호증, 을가 제3호증의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회사가 근로계약관계의 종료 의사가 없는 참가인으로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거나 이 사건 사직서에 의한 근로계약관계의 종료 의사가 강요에 의한 것이라거나 비진의 의사표시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나 참가인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참가인은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한 경위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퇴사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의 득실 등을 고려하여 당시 상황에 비추어 장차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렵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대신에 스스로 사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지로 이 사건 사직서로써 근로관계 종료에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보일 뿐이다.

가)

E이 참가인에게 참가인의 메신저 내용에 관하여 사실관계 확인을 하며 참가인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부에 관한 말을 한 사정은 인정되지만 더 나아가 참가인에게 직접적으로 사직을 강요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참가인 주장과 같이 E이 참가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에 관한 말을 하였다 하더라도, 참가인이 원고 회사에 입사할 무렵 작성한 보안서약서에 서약사항 위반시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있음에 비추어 이러한 내용을 환기시키는 정도의 수준을 넘는 것이었는지에 관한 증명이 없다.

오히려 E은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하여 참가인에게 경위서를 작성하도록 한 후 참가인이 경위서를 작성하는 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참가인은 상담팀장 G만이 배석하는 가운데에서 경위서를 작성하였는데, G에게 경위서를 제출하면서 갑자기 "안 그래도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냥 지금 그만둬야겠다",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서 당일 바로 퇴사한다고 말하였다.

나)

설령 E이 참가인에게 사직서의 작성을 요구하였더라도 참가인으로서는 사직서의 작성을 거부하고 자신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징계사유를 다투는 것이 가능하였을 것인데도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

다)

참가인은 실제로 원고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근무하는 친언니와 메신저 대화를 하며 콜 수 증가를 위한 점심시간 단축과 관련한 말을 한 적이 있어, 참가인이 인정하는 부분과 세부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C 감사의 원인이 된 정보 유출에 해당되는 것으로 충분히 오해될 상황에 있었고, C의 감사로 인하여 원고 회사가 조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친언니와 메신저 대화를 하며 고객 상담 콜 수, C 감사로 인한 원고 회사 내부의 조사 경과 등에 관한 정보를 나누기도 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 작성 이전에 경위서를 작성하며 이러한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사죄하는 마음을 밝히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참가인의 행위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을 경우 종국적으로 징계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와는 별개로, 적어도 당시로서는 '회사의 기밀에 속하는 사항 및 미발표된 사항을 발설하거나 회사의 이익에 위배되는 언동'을 금지하는 원고 회사의 취업규칙 제5조 제2호의 복무규율을 어긴 것으로서 징계위원회 회부 대상으로 될 수도 있겠다는 데에 E과 참가인이 그 인식을 같이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참가인이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보낸 이메일은 그 내용이 참가인은 E으로부터 개인사정으로 인한 퇴사를 권유받은 상황에서 더 근무하기도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여 퇴사를 하였는데 자신이 퇴사한 이후에도 원고 회사 내에서 자신이 원고 회사의 기밀을 유출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그 억울함을 알리고자 한다는 취지이다. 위와 같은 이메일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은 자신이 원고 회사에서 퇴사함으로써 원고 회사의 내부 정보를 유출하였다는 점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원고 회사 내에서 여전히 회사의 기밀을 유출한 사람으로 취급되자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에 대하여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마)

참가인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E과 원고 회사의 부산 지역 인사담당자인 F가 참가인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낸 사실은 인정되나, E의 문자메시지는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F의 이메일은 '문제가 있는지 조사를 하여 문제가 있는 부분이 발견되면 시정하겠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이는 참가인이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항의성 이메일을 보내고 C 및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한 것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3)

결국 이와 같이 참가인의 이 사건 사직서에 의한 근로계약관계의 종료 의사가 강요에 의한 것이라거나 비진의 의사표시라는 점 등에 관한 증명이 부족한 이상, 원고 회사와 참가인 사이의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는 원고 회사와 참가인의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해고로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가 해고에 해당한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에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서범욱 이호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