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 A, B, C, D, E 및 망 K은 1981. 1. 27. 이전에 한국방송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입사하였다가 퇴직한 사람들이고, 원고 F은 망 K의 배우자, 원고 G, H, I, J은 망 K의 자녀들이다.
이 사건 공사는 1981. 1. 27.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보수규정 중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임금과 지급률에 관한 내용을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개정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불리하게 개정된 취업규칙은 무효 이되(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다46922 판결 참조), 그 변경으로 인하여 기득권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무효라고 보았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39778 판결 참조).
이 사건 공사는 1994. 6. 30.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퇴직급 지급기준에 관하여 1981. 1. 27. 이전에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1992. 1. 1.부터는 위 나.항의 개정된 지급률을 적용하는 것으로 개정하였고, 위 단체협약에 기초하여 1994. 7. 27. 보수규정을 개정하여 퇴직금 지급기준에 관하여 위 단체협약과 같은 규정을 두었다. 이 사건 공사는 1994. 7. 27. 개정된 취업규칙을 피고에게 신고하였다.
원고 A, B, C, D, E, 망 K과 그 외에 1981. 1. 27. 이전에 이 사건 공사에 입사하였다가 퇴직한 근로자들이 이 사건 공사를 상대로 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2006가합5513)를 제기하면서, 1994. 7. 27. 위 다.항과 같이 개정된 보수규정은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하여 무효이므로 위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산정 시 개정된 보수규정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지만 그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들은 2017. 11. 말경 대통령비서실에 '이 사건 공사가 1994. 7. 27. 퇴직금 지급율에 관한 내용을 개정하는 취업규칙을 신고할 당시 피고 소속 근로감독관들이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에 대하여 적절한 근로감독을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무렵 취업규칙의 변경을 둘러싸고 이 사건 공사에서 대규모 노사쟁의가 발생하였음에도 근로감독관들이 법령상 요구되는 사업장 감독을 하지 아니하여 시정지시서를 발부하지 아니하였는바, 이와 같은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였고(이하 '이 사건 민원'이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민원을 이송받아 2018. 1. 19. 아래와 같은 취지로 회신하였다(이하 '이 사건 민원회신'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공사가 1994. 7. 27. 퇴직금 지급율에 관한 내용을 개정하는 취업규칙을 신고할 당시 피고 소속 근로감독관들은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에 대하여 적절한 근로감독을 하지 아니하였고, 그 무렵 취업규칙의 변경을 둘러싸고 이 사건 공사에서 대규모노사쟁의가 발생하였음에도 근로감독관들이 법령상 요구되는 사업장 감독을 하지 아니하였는바, 이와 같은 피고 소속 근로감독관들의 부작위는 위법하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민원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마땅히 위와 같은 부작위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어야 함에도 피고 소속 근로감독관들의 부작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 사건 민원회신을 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위법한 이 사건 민원회신의 취소 및 피고의 부작위에 대한 위법확인을 구한다.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민원회신의 취소청구에 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
이 사건 민원회신은 피고가 원고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한 검토결과를 설명, 안내한 것에 불과하여 원고들의 법률상 지위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민원회신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소는 부적법하다.
판단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은 민원을 일반민원과 고충민원으로 나누고, 일반민원을 다시 법정민원, 질의민원, 건의민원, 기타민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법정민원은 법령·훈령·예규·고시·자치법규 등에서 정한 일정 요건에 따라 인가·허가·승인·특허·면허 등을 신청하거나 장부·대장 등에 등록·등재를 신청 또는 신고하거나 특정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 또는 증명을 신청하는 민원을, 질의민원은 법령·제도·절차 등 행정업무에 관하여 행정기관의 설명이나 해석을 요구하는 민원을, 건의민원은 행정제도 및 운영의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을, 기타민원은 법정민원, 질의민원, 건의민원 및 고충민원 외에 행정기관에 단순한 행정절차 또는 형식요건 등에 대한 상담·설명을 요구하거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불편사항에 대하여 알리는 등 행정기관에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민원을 의미한다(제2조 제1호). 위 법은 그 중 법정민원에 대한 거부처분에 관하여는 이의신청,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불복방법을 명시하고 있다(제35조).
나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행정권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5누9099 판결 참조).
이 사건을 위 가)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들이 제기한 이 사건 민원은 피고 소속 근로감독관들의 근로감독의무 불이행이 위법하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바, 이는 소관 행정기관의 장인 피고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질의민원 내지는 위법사실을 알리는 기타민원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피고의 이 사건 민원회신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부작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설명하는 내용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민원회신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법률상 지위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민원회신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소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부작위위법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처분의 신청을 한 자로서 부작위의 위법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 것인데, 일단 원고들이 근로감독을 신청하였는지 여부조차 불분명하고, 설령 그와 같은 신청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감독은감독관이 사업장에 임검하여 노동관계법령 위반여부를 점검하는 사실행위이지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이를 처분의 신청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이 제기한 이 부분 소는 원고적격이 없거나 항고소송의 대상인 위법한 부작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판단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처분의 신청을 한 자로서 부작위의 위법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 것이고(행정소송법 제36조), 여기에서의 부작위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하므로(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당사자가 행정청에 대하여 어떤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신청하지 아니하였거나 당사자가 그러한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는 등의 경우에는 원고적격이 없거나 항고소송의 대상인 위법한 부작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그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5두7853 판결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원고들이 처분의 신청을 하였을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은 이 사건 공사의 취업규칙이 개정될 무렵 피고 소속 근로감독관들이 근로감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있다고만 주장할 뿐 그에 앞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처분의 신청을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다.
뿐만 아니라 구 근로기준법(1996. 12. 31. 법률 제5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105조 제1항은 '사업장에서 이 법 또는 이 법에 기하여 발하는 대통령령에 위반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는 그 사실을 노동부장관 또는 근로감독관에게 통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3조 제1항은 근로감독관의 임검, 장부·서류 제출의 제출요구 및 심문 등에 관한 권한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 근로기준법 제105조 제1항의 규정 취지는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의 수와 규모가 대단히 광범위하여 법 위반의 사실을 근로감독관청이 스스로 적발하여 시정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법 위반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감독관청에 대하여 법 위반의 사실을 알릴 수 있게 함으로써 근로감독관에게 사업장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확인할 수 있는 기회와 자료를 제공하여 그 임무수행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노동행정상의 감독권을 발동하도록 촉구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불과하여 위 규정이 직접 근로자에게 근로감독관청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신청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며, 그 밖에 달리 근로자에게 위와 같은 신청권을 부여하였다고 볼만한 법령상·조리상의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서울행정법원 1998. 6. 19. 선고 9804398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들에게 피고 소속 근로감독관으로 하여금 근로감독을 시행하도록 신청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원고들이 피고 내지 그 소속 근로감독관들에 대하여 그 주장과 같은 처분의 신청을 하였는데도 피고 내지 그 소속 근로감독들이 그에 대하여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들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부작위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부작위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원고들의 이 부분 소도 부적법하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도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방진형 이규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