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 3. 26. 선고 2019구합5553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89. 4. 1. 설립되어 기술보증 및 기술평가 등 기술금융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94. 2. 1. 원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8. 4. 5. 참가인에게 '2018. 4. 11.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8. 4. 6.까지 첨부된 피해자 진술 내용에 대한 의견을 소명하라'라고 요청하였는데, 첨부된 피해자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원고는 2018. 4. 11. 참가인에 대하여 면직 처분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된 면직처분서를 건네주었다(갑 제5호증, 이하 '이 사건 면직 처분'이라 한다).

라.

참가인이 2018. 4. 16. 원고에게 이 사건 면직 처분의 사유를 알 수 없다며 이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원고는 2018. 4. 19. 참가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재하여 원고 인사부장 명의로 작성한 '징계사유 및 위반규정'이라는 문건(갑 제16호증)을 건네주었다.

마.

참가인은 2018. 4. 23. 원고에게 이 사건 면직 처분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2018. 4. 27. 참가인에게 "인사위원회운영요령 제10조 제2항에 따라 심의결과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등 합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재심수용 불가함"이라고 답변하였다. 참가인은 2018. 5. 14. 다시금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원고는 2018. 5. 29. 같은 취지로 답변하였다.

바.

참가인은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G로 이 사건 면직 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였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9. 3. 피해자 B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나, 원고가 참가인에게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고지하지 아니하였고, 원고의 징계양정기준에서는 성희롱에 대하여 정직 이하의 징계처분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면직 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 사건 면직 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사.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8. 10. 11. 중앙노동위원회에 F로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1. 11.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내렸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아.

원고는 이 사건 면직 처분 당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취업규칙 등의 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부터 갑 제5호증까지, 갑 제14호증부터 갑 제22호증까지(각 가지번호 포함), 갑 제2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참가인은 이 사건 면직 처분의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참가인은 그 처분사유에 관하여 조사받는 과정에서 이미 그 내용을 안내받았으므로 참가인에게 건네진 면직처분서(갑 제5호증)의 기재만으로 면직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2)

참가인이 성희롱 피해자들을 상대로 거리낌 없이 2차 가해를 하기에 이른 점, 비록 징계시효가 지난 비위행위라도 징계양정에서 이를 고려할 수 있는데, 오랜 기간 동안 약자의 지위에 있는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를 상대로 같은 유형의 비위행위를 반복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면직 처분은 적정하다.

나.

이 사건 면직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

1)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등 참조).

2)

원고가 2018. 4. 5. 참가인에게 피해자 A에 대한 2013년경 비위사실, 피해자 B에 대한 2015년경 비위사실, 익명 피해자 C에 대한 2000년경 비위사실에 대하여 소명할 것을 요청한 사실, 원고가 2018. 4. 11. 참가인에게 건넨 면직처분서에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기금의 명예를 훼손하고 질서를 문란케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기재된 사실, 원고가 2018. 4. 19. 참가인에게 건네준 '징계사유 및 위반규정' 문건에는 징계사유를 '2018. 4. 5. 소명을 요청한 내용과 동일'이라고만 기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3)

올나 제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참가인은 2018. 6. 5. 원고에게 ㉠ 인사위원회 의안 사본, ㉡ 출석위원 서명날인 인사위원회 회의록(출석위원 기명 및 서명날인 부분은 제외), ㉢ 인사위원회 심의결정 의견, ㉣ 징계처분 결정서류(이사장 결재본), ㉤ 문답서, ㉥ 확인서, ㉦ 녹취록 또는 녹취파일 등 증거서류, ㉧ 피해자 제시자료(원본, 사본은 이사장 직인으로 원본대조필 확인하여 회신 바람) 등을 공개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②

원고는 2018. 6. 14. 참가인이 공개를 청구한 정보 중 ㉤ 문답서, ㉥ 확인서는 생산 및 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이므로 존재하지 아니하여 공개할 수 없고, 나머지 정보들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제6호(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통보하였다.

4)

앞서 본 인정사실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2018. 4.경이나 그 이후 참가인에게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통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 처분은 그 사유가 서면으로 통지되지 아니하여 효력이 없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

○

원고가 2018. 4. 11. 최초로 건넨 면직처분서에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기금의 명예를 훼손하고 질서를 문란케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만 기재되어 있으므로 아무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적시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면직 처분에 이른 경위를 보더라도 원고가 참가인에게 소명할 것을 요구한 비위행위는 장기간에 걸쳐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향후 참가인이 위 면직 처분을 다투기 위하여는 그가 소명을 요구받은 비위행위 중 어느 것이 해고사유로 인정되었는지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데, 위 면직처분서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

특히 원고가 참가인에게 소명을 요청한 비위사실 중 피해자 A에 대한 부분은 2013년경 일어난 일이고, 피해자 C에 대한 부분은 2000년경 일어난 일이므로 원고가 참가인에게 소명을 요청할 당시 이미 원고 직원상벌규정 제20조의2에서 정한 징계시효가 지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교적 명확하게 불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해당 비위사실이 해고사유로 인정되었는지는 참가인이 이 사건 면직 처분을 다툴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문제인데도 위 면직처분서에는 이조차 제대로 명시되지 아니하였다.

○

원고가 2018. 4. 19. 추가로 참가인에게 건네준 '징계사유 및 위반규정'에는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당초 소명을 요청한 내용과 동일하다고 기재되어 그 자체로 어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작성명의자 또한 참가인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원고 대표이사나 그 직무대행이 아니어서 과연 '원고'가 참가인에게 해고사유를 통지하고자 위 문건을 건네준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다.

○

원고가 2018. 6.경 참가인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도 모두 비공개한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뒤늦게나마 원고가 참가인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를 통지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5)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면직 처분이 적정한지 여부

1)

참가인이 2015. 10.~11.경 피해자 B에게 '진지하게 만나보자', '한 번 안아보자', '주말에 한 번 집으로 와라'라는 등의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말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이는 원고 직원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서 징계사유로 정한 '취업규칙을 비롯한 제규정을 위반하여 기금 내의 질서를 문란케 한 자' 및 '기금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물의를 일으킨 자'에 해당한다.

2)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0852 판결 등 참조). 특히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 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3)

갑 제6, 32호증, 갑 제25호증부터 갑 제29호증까지(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고, 이는 참가인에게 불리한 정상에 해당한다.

○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 근무성적, 징계처분 전력 이외에도 당해 징계처분사유 전후에 저지른 징계사유로 되지 아니한 비위사실도 징계양정에서 참작자료가 될 수 있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다2365 판결 등 참조). 참가인은 원고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2013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꾸준히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으므로 그의 발언이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알면서도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반복하였다는 점에서 그 비위의 정도가 특히 무겁다.

○

참가인은 피해자들 중 일부로부터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명시적으로 사과를 요구받기도 하였는데, 사과 이후에도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비슷한 비위행위를 반복하였다. 특히 피해자 A는 돌연 안부를 묻는 듯한 참가인에게 '5년이 지난 아직도 피해사실이 잊히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응답하였는바, 참가인의 비 위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인 충격과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

참가인은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특히 참가인은 이 사건 면직 처분을 받은 날 피해자 중 한 사람에게 사내 메신저를 이용하여 "This is your turn('이제 당신 차례다'라는 의미의 영어)."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는바, 이는 비록 이 사건 면직 처분이 있은 뒤의 일로서 위 면직 처분의 원인사실이나 양정에는 반영되지 아니하였으나, 과연 참가인에게 선처할 만한 여지가 남아있는지 적지 않은 의문이 생기게 한다.

4)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을나 제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까지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의 비위행위가 사회통념상 원고와 사이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에게 책임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

피해자들은 모두 참가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특히 성희롱과 같이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비위행위의 징계를 정할 때에는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경우에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6951 판결 등 참조), 원고 징계업무처리요령 제3조는 징계를 결정하면서 해당 요령에서 정한 '징계양정 일반기준'과 '징계양정 세부기준'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는 원고가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고자 마련한 기준이라고 보인다. 위 징계양정 일반기준에 따르면 취업규칙 등을 위반한 행위나, 고의 또는 과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에 대하여 모두 최대 면직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반면, 징계양정 세부기준에 따르면 성희롱에 대하여는 최대 정직의 징계를 내릴 수 있을 뿐이고, 그 밖에 한층 일반적인 유형의 징계사유인 '기타 법령, 규정, 명령 또는 지시를 위반한 행위', '기타 취업규칙, 서약사항, 내규에 위반되는 업무처리 행위', '기타사회적 물의 야기'에 대하여 최대 면직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이를 종합하여 보건대 일반적으로 원고 근로자가 취업규칙 등을 위반하여 내부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그 비위행위의 정도에 따라 최대 면직의 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다시 징계사유의 종류를 세분화하여 성희롱에 대하여 별도의 기준을 마련한 취지는 성희롱의 경우 최대 정직의 징계만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함부로 한층 일반적인 유형의 징계사유에 대하여 마련된 양정기준으로 돌아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참가인의 비위행위 역시 원고의 취업규칙 등을 위반하여 그 내부의 질서를 문란케 하고,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세분화된 징계양정 세부기준에 따를 때 참가인의 비위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므로 최대 정직의 징계를 내릴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경우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선 경우에 해당하게 된다.

○

참가인은 현재 피해자들과 다른 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므로 참가인을 계속 근무하게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 내부의 근로질서가 크게 문란해질 것이라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이를 위하여 참가인이 장차 피해자들과 접촉하거나, 또 다른 비위행위에 이르지 아니하도록 감독하는 것은 사용자인 원고의 책무이다.

5)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면직 처분은 참가인의 처지에서 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서면으로 해고사유를 통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효력이 없다. 또한 사회통념상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면직 처분은 원고에게 맡겨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