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국민연금법 제24조에 따라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할 목적으로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법인이다.
원고는 2016. 11. 14. 참가인과 아래와 같이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C과장의 보직을 부여받아 연금업무시스템 재구축 및 검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
참가인은 2018. 10. 23. 원고에게 “2018. 11. 14.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갱신거절’).
원고는 이 사건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8. 11. 22.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 15. ‘원고에게 재계약 심의를 통과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지만, 갱신거절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마.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위 초심 지방노동위원회 판정과 같은 취지로 이 사건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갱신기대권의 존재
원고는 기간제 근로자이지만 정당한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지닌다.
합리적 갱신거절사유 부존재
기존 담당자와 업무내용이 중복된다는 사유는 원고를 채용하기 전부터 예상할 수 있던 사정이고, 원고가 포함된 일반직 4급을 포함한 일반직 4~6급은 현원이 정원을 미달하고 있다. 원고의 근무성적 평가가 우수하고 참가인이 원고에게 내부 업무 이해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근로계약 갱신 여부를 의결함에 있어 기간제 근로자 운영규칙을 위반하는 등 절차를 위반한 점, 이 사건 통보 전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은 점, 원고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통보는 합리적 사유 없는 갱신거절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참가인의 채용공고 및 이 사건 계약 체결
참가인은 2016. 9.경 기존 업무의 고도화 및 정보화 자체 역량강화를 위헤‘정보화 4대 핵심분야’를 선정하고, 4대 분야에 대해 각 1명씩 민간전문가(D, E, F, G)를 2년간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전산경력직 공개채용 계획’을 수립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획’). 이 사건 계획의 목적은 대형시스템을 기획하고 기술구현 및 운영 전 과정에 대한 경력과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 인재를 영입하여 연금업무시스템 재구축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있었다(이하 이 사건 계획을 근거로 채용된 인력을 ‘전산 전문계약직’이라 한다).
참가인은 위 계획을 바탕으로 채용 공고를 하였는데, 그중 ‘F’에 관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F’ 전형에 응시하여 합격하였고 2016. 11. 14.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여 2016. 11. 14.부터 2018. 11. 13.까지 2년간 연금업무시스템 재구축, 데이터 아키텍 처(DA, Data Architecture) 설계 및 검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로 하였다.
인사위원회의 전산 전문계약직 재계약 심의
정부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2017. 7. 20.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공표하였다(이하 ‘이 사건 지침’). 이 사건 지침에 의하면 연중 계속되는 업무로서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인 상시․지속적 업무는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고, 다만 그 업무가 ‘의사, 치과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관세사, 엔지니어’ 등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인 경우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환 예외가 된다.
참가인의 정보기획부는 2018. 10. 11. 참가인의 인사운영부에 아래와 같이 ‘원고의 업무(DA)가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의 업무(DBA)와 대부분 중복되고 업무특성상 내부 직원이 수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는 취지의 담당 부서 의견을 첨부하여, 원고에 대해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근로계약을 종료한다고 보고하고 협조를 요쳥하였다.
참가인은 2018. 10. 18.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전문 전산계약직인 J 소속 K와 I 소속 원고에 대하여 담당업무 및 업무추진 실적을 바탕으로 기간만료에 따른 재계약 여부를 심사하였다(이하 ‘이 사건 심의’). 이 사건 심의 결과 K에 대하여는 재계약을 실시하고, 원고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이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 결정되었다.
참가인의 인사위원(위원장 1명, 위원 5명)은 2018. 10. 19. 전산경력직 재계약 심사안에 대하여, 인사규정 제5조, 제6조 및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2조의 규정을 바탕으로 “계약종료” 안을 전원 일치로 찬성하였고,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라 위 안이 가결되었다.
원고는 앞서 보았듯이 2018. 10. 25. 원고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지하는 이 사건 갱신거절을 통보하였다.
DA와 DBA의 업무 및 담당 인력의 지위 등 기타
참가인 소속 데이터 관련 업무담당자는 데이터 분석설계자인 DA(Date Architecture)와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 담당자인 DBA(Database Administrator)로 구분된다. DBA는 프로그램 하나를 관리하는 관리자이고 DA는 데이터 전체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관리자로서, 보다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고급인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산경력직 채용 이전에는 참가인의 직원 L(대리)이 DBA 업무를 수행하고 M(과장)이 DBA와 DA 업무를 함께 수행하였는데, 이 사건 계획에 따라 원고가 DA 업무를 전담할 전문 전산계약직으로 채용됨에 따라 M는 다른 보직(프로그램 오퍼레이터)로 전보되었다.
M는 이 법정에서 아래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원고는 2016년 하반기 근무평정에서 근무실적 59.6점(배점 60점), 직무수행능력 40점(배점 40점)을 받았고, 2017년 상반기 근무평정에서는 근무실적 60점(60점), 직무수행능력 40점(40점)을 받았다. 2017년 하반기 근무평정에서 근무실적 56점(60점), 직무수행능력 38점(40점), 마지막 근무평정에서 근무실적 55점(60점), 직무수행능력 34점(40점)을 받았다.
한편 참가인은 전문 전산계약직과 같은 전문계약직은 ‘공단 일반직’ 정원에 포함하여 정원 내에서 운영하고, 계약직 중 단순․반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계약직은 정원 외 기간제 근로자로 구분하여 근로계약서 서식, 인사위원회 구성 등을 달리 운영하여 왔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4, 5, 7 내지 16, 20, 21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M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원고의 갱신기대권 유무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일정한 요건이 충족하면 근로 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재량을 행사할 여지없이 당연히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내용으로 규정된 조항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이 사건 계약이나 참가인의 인사규정,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 운영규칙(이하 ‘운영규칙’)에 그러한 조항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2)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이 사건 계약의 만료 당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관계가 갱신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에게는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이와 다른 참가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계획을 바탕으로 한 채용공고는 고용형태를 ‘계약직’으로, 계약기간을 ‘임용일로부터 2년’으로 명시하여 갱신가능성을 뚜렷하게 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 제1조는 “계약기간은 2016. 11. 14.부터 2018. 11. 13.까지로 하되재계약 관련 사항은 인사위원회 결정에 따른다”고 정하고, 제8조는 참가인이 ‘제3조에 규정된 담당업무에 대하여 근로자의 근무실적 및 이행실적을 정기 또는 수시로 평가하여 계약의 변경․연장 또는 해지시 이를 반영할 수 있다“고 정하여, 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재계약이 되거나 계약이 연장되는 등 근로관계가 계속하여 유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법률관계가 형성되었다.
참가인 소속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에게 적용될 것을 예정하는 운영규칙에 의하면,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었거나 재계약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근로계약을 종료하여야 하고(제66조 제1항), 기간제 근로자를 재계약하고자 하는 경우 사업부서의 장은 계약기간 종료예정일의 2개월 전까지 그 사실을 정원관리 담당부서 및 인사관리 담당부서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하며(제64조 제1항), 재계약 심의위원회 구성을 통해 인사규칙 시행세칙에 따른 심의가 이루어진다(제65조 제1항, 제4항). 이러한 규정은 그 내용상 기간을 정하여 체결된 근로계약의 연장 또는 갱신의 절차나 요건에 관한 근거로 볼 수 있고, 위 규정과 이 사건 계약에서 갱신가능성에 관해 언급한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담당업무의 근무실적 및 이행실적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계약의 연장 또는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참가인은 이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에는 운영규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갱신기대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참가인이 기간제 근로자 중 전문직 기간제 근로자는 정원 내로 편입하여 운영하고 있고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는 정원 외로 운영하는 등 기간제 근로자의 운영에 일정한 차이를 두어 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계약은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체결시 사용될 것으로 예정된 운영규칙 [별지 제10호]에 규정된 근로계약서 서식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운영규칙은 공무직근로자 및 기간제 근로자 운영에 관하여 법령 또는 다른 규정에 따로 정한 것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규정이 적용될 것을 예정하고 있고(제2조), [별표 7]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별 연봉월액표를 정하면서 원고와 같은 전문직 기간제 근로자에게 적용될 보수월액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참가인의 정보기획부는 2018. 10. 11.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 의견을 제시하면서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종료에 관한 운영규칙 제66조를 근거로 삼았고, 참가인이 달리 기간제 근로자 중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별도의 규정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서 이 사건 계약에서 달리 정하고 있지 않은 한 원칙적으로 운영규칙의 적용을 받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운영규칙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근무평정을 예정하고 있고, 참가인은 주기적으로 원고에 대해 근무평정을 실시하였다. 참가인은 전문 전산경력직의 재계약 여부를 심의하고자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심의 대상으로 원고를 포함하여 재계약 가부를 검토하는 등 재계약을 통한 근로관계 유지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참가인의 상황 및 여건에 변화가 발생하여 원고가 담당하던 업무를 담당할 주체, 담당자의 지위, 소속 직제 등에 변화를 가할 예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로 수행할 것이 예정된 DA 업무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갱신거절 통보 당시 계약갱신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의 담당업무가 축소된 상태라거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존부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8225 판결, 위 대법원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전문 전산경력직인 ‘F’로서 데이터 관련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하였는지에 관하여, 증인 M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원고의 근무평정결과에 의하면, 참가인이 근무태도를 제외하면 근무실적 등에 관한 평정은 비교적 유연하게 하고 있다는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데이터 분야에 관련하여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고 담당 업무 수행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갱신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가인은 연금급여를 실시하는 공적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자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법인으로서 연금재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고자 조직구조를 설계․개편하고 인력을 배치․관리할 재량이 있다. 참가인이 합리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조직인력을 재설계할 것을 결정하고, 변경된 계획에 따라 인력 수급이나 배치 형태를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용자로서 참가인이 결정할 수 있는 인사재량권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참가인은 업무의 고도화 및 정보화 자체 역량강화를 위해 이 사건 계획을 수립하고, 이 사건 계획에 근거하여 원고를 비롯한 전산 전문계약직 4명을 채용하였다. 이 사건 계획은 ‘F’에 대하여 관련 경력이 7년 이상인 전문가를 요구하였고, 원고가 담당할 업무의 내용도 연금업무시스템을 재구축하고 데이터품질을 고도화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원고의 채용은 참가인이 연금업무와 관련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업무 고도화 및 정보화를 달성하려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고와의 근로계약 갱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요소 또한 원고가 해당 업무의 담당자로서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평가이다. 이는 원고가 ‘데이터 전문가’라는 점뿐만 아니라, 참가인의 해당 업무에 외부 전문 전산경력직인 ‘데이터 전문가’가 계속적으로 배치될 필요가 있는지, 즉 해당 지위에 요구되는 인력의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참가인의 정보기획부는 이 사건 계획을 바탕으로 전문 전산경력직을 채용하여 DA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인력배치를 운용해 본 결과, 내부직원과 업무․역할이 중복되고 별도로 전문가를 운영하는 것의 효율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에 조직인력 운영을 재설계하여 품질관리운영부를 신설하고 내부 직원으로 하여금 데이터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결정하였으며, 이후 실제로 이 사건 계약 이전에 해당 업무를 수행하던 내부 직원인 M가 원고가 수행하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참가인은 연금업무시스템에 대한 ‘데이터관리자’로서 외부에서 데이터 전문가를 고용하여 활용하려고 하였으나, 2년간의 운용 결과 데이터에 대한 외부 전문가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연금업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관련 경험이 많은 내부 직원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면서 데이터 관련 전문성을 쌓아가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던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계약 체결 이후 참가인이 조직재설계를 결정하고 인력 배치를 변경하기로 결정하는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건이 변화한 것은, 요건이 변경된 것으로서 갱신거절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데이터관리자’가 상시 필요한 업무이고, 참가인도 이 사건 갱신거절 통보 이후 M로 하여금 해당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어떠한 업무에 충원할 인력의 정도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업무와 관련하여 기간제 근로계약을 통해 외부 전문가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갱신거절의 합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 자체가 유지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당해 업무에 그 인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함이 타당하다. 참가인의 업무상황이 변화하여 더 이상 ‘데이터관리자’를 외부에서 영입된 데이터 전문가로 운용할 필요성이 소멸하였다면, 그러한 사유는 계약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인 사유라고 볼 수 있다. 전문직 인력의 경우 노동시장의 지나친 경직을 막고 전문직 인력 활용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고자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 예외 해당 여지를 두고 있는 점(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참가인이 조직인력운용을 변경하기로 결정한 것이 형식적이거나 원고에게 불리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근거도 없다. 참가인은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이 사건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였으나 실행 결과가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조직의 운용을 수정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절차적 위법 존재 여부
운영규칙은 기간제 근로자를 재계약하고자 하는 경우 사업부서의 장이 계약기간 종료예정일의 2개월 전까지 그 사실을 정원관리 담당부서 및 인사관리 담당부서의 장에게 통보하고(제64조 제1항), 재계약하고자 할 때에는 근무성적평정 결과, 업무추진실적 등을 참고하며(제64조 제2항), 당연직 위원과 지명직 위원 총 5명으로 구성된 재계약 심의위원회에서 재계약 관련 사무를 처리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제65조).
기간제 근로자의 재계약에 관한 절차 규정은, 근로계약 갱신․유지 등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미리 정하여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갱신거절의 공정성․합리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절차적 위법 여부는 위와 같은 규정 내용을 바탕으로 갱신거부의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 계약은 ‘인사위원회’의 결정으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참가인은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재계약 여부를 심의하였으며 위원장 1명, 위원 5명의 투표로 재계약 여부에 대한 결정안을 가결하였다. 운영규칙 제65조 제4항은 재계약 심의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사항은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3조부터 제7조까지를 준용한다고 규정하므로 인사위원회와 재계약 심의위원회의 운영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당초의 채용 취지, 업무 처리의 효율성 제고, 품질관리부 신설 등 조직인력 재설계 예정’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계약종료를 결정한 점에 비추어, 원고가 주장하는 규정 위반이 이 사건 갱신거절의 합리성을 부정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할 정도라고 평가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단
원고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나 이 사건 갱신거절 통보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이와 같은 결론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훈(재판장) 이강호 김효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