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 1. 31. 선고 2019구합66354 판결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4. 15.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방송·통신·미디어 관련 연구개발 등을 수행하며, 산하에 통신보안 연구기술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는 D연구소(이하 '이 사건 연구소'라 한다)를 부설기관으로 두고 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5. 9. 15. 이 사건 연구소의 E센터장으로 채용되어 근무하였다.

나.

이 사건 연구소는 '미투 운동'과 관련하여 2018. 2. 14.부터 2018. 2. 23.까지 이 사건 연구소 내 성희롱·성범죄에 관한 제보 강화 기간을 운영하였다. E센터 소속 전·현직 연구원 12명은 2018. 2. 21. 이 사건 연구소에 참가인에 관한 성희롱 고충처리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8. 3. 9.경부터 고충상담창구를 통해 참가인의 성희롱 사건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3차에 걸쳐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2018. 6. 12. 참가인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의결하였다.

다.

이 사건 연구소는 2018. 7. 25. 및 2018. 8. 17. 참가인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고, 2018. 8. 24.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를 들어참가인이 근무요령 제44조에 위반하고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제3조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참가인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였으며 이를 참가인에게 통지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이 사건 연구소는 2018. 9. 21. 및 2018. 10. 16. 재심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2018. 11. 5. 재차 해임(2018. 11. 6.자, 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을 의결하였다.

<1>

라.

참가인은 이 사건 해임에 대하여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 14.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취지로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AK).

마.

이에 불복하여 참가인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4. 15.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나,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취지로 위 재심신청을 인용하는 재심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20, 25, 26호증, 을나 제3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의 주장 요지

남성 피해자들이 다수라는 이유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지 않거나 덜 느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한 점, 징계사유 중 여성 직원이 동석하지 않은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고 참가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성희롱을 해온 점, 피해자들의 고충처리 신청 경위, 성희롱 행위의 기간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징계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진술의 신빙성을 징계양정 사유로 삼는 것은 모순인 점, 단순히 재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계약갱신 사실을 참가인에게 유리한 징계양정 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한 점, 참가인들이 피해자들의 상급자 지위에 있었음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것을 징계양정의 감경사유로 삼을 수는 없는 점, 참가인은 이 사건 해임 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재심판정은 징계재량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2)

피고의 주장 요지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고, 징계절차도 적법하다. 다만 피해자들이 주로 남성이고 언어적 성희롱인 점, 피해자들의 진술에 부분적인 오류를 배제할 수 없는 점, 참가인의 행위가 고의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는 참가인과 재계약 갱신을 한 점, 피해자들이 성희롱에 따른 고충을 호소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임은 원고에게 허용된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부당하다.

3)

참가인의 주장 요지

참가인이 제8, 11, 12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실, 제9징계사유 중 "잔대XX"라고 발언한 사실은 인정하나, 나머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 제9징계사유 외의 행위는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거나 피해자들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볼 수 없어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서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아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제9징계사유 중 일부분을 제외한 모든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나.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참가인은 이 사건 연구소의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E센터장으로 입사하여 2015. 9. 15.부터 2017. 9. 14.까지 계약기간 2년 동안 근무하였고, 위 계약기간 만료 전 내부심의 절차를 통해 계약기간이 2020. 9. 14.까지로 3년간 연장되었다.

2)

2016년~2017년 당시 E센터는 미래기획실과 창의연구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E센터에 근무하는 전 직원은 시기에 따라 14~18명 내외였고, 여성 직원은 2명이었다.

3)

E센터 소속 전·현직 연구원 12명(I, J, Q, R, T, K, L, M, Z, AL, P, S)은 2018. 2. 21. 이 사건 연구소에 참가인에 관한 성희롱 고충처리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위 신청서에는 '참가인이 2015. 9. 부임 이후 현재까지 식사, 술자리 회식, 티타임, 세미나, 워크숍 등에서 남·여직원 가릴 것 없이 불쾌감을 유발하는 성적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라는 내용과 함께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1 내지 14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사례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또한 위 신청서에서는 ① 근무 장소 분리, 타 부서 발령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참가인과의 논리적·물리적 격리, ② 성희롱 사건에 관하여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 직원들의 이름은 가능한 부각되지 않도록 남성 직원들로만 증언 요청, ③ 이 사건 연구소 내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청하였다.

4)

피해자들은 2018. 3. 2. 고충상담창구의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발생한 시기와 장소, 피해자와 당시 느낌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충한 '성희롱 고충 처리 신청 보충 자료'를 제출하였다. 피해자들 12명은 2018. 3. 9.부터 2018. 3. 13.까지 고충상담창구의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징계사유에 관하여 문답 절차를 통한 조사를 받았다.

5)

참가인은 2018. 3. 21. 고충처리신청에 관한 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문답 조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H의 데카메론에 나오는 성직자와 민간인들의 성행위 관련 내용을 언급한 사실, 2017년 세미나에서 남녀의 성기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작품을 자세히 설명한 사실, 2017년 "양잔디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면 잔디가 깎여나간 자리가 마치 여자의 XX(성기) 같다."라는 발언을 한 사실, 2016년 초 AM횟집 등 회식자리에서 건배사로 "잔대XX"라고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6)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는 2018. 4. 10. 2차 회의를 개최하여 참가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2018. 4. 20. 3차 회의를 개최하여 피해자 중 2인의 진술을 청취하였다.

피해자들은 2018. 4. 15. 세미나·워크숍·회식 개최 공지 등 객관적인 자료를 첨부한 '성희롱 고충 처리 신청 추가 자료'를 제출하였다.

7)

E센터 소속 전·현직 연구원 9명(L, M, R, J, P, I, K, Q, T)은 2018. 5. 11. 이 사건 연구소에 성희롱 고충 진정서를 추가 제출하며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참가인에 대한 징계와 격리를 요청하였다. 위 진정서에는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사례들 중 각 피해자들 자신이 겪은 사례에 관하여,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기와 장소, 해당 자리에 참석한 인원의 구성과 자리배치, 참가인의 언행 내용, 해당 언행이 이루어진 상황과 맥락, 해당 언행에 대하여 피해자 자신이 느낀 감정과 다른 피해자들의 반응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각 징계사유별로 진술한 피해자와 주요 진술내용은 다음과 같다.

8)

참가인은 2018. 1. 10. E센터 전 직원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창에 "AF"라는 제목의 기사(AG언론 2018. 1. 8.자 기사)의 링크를 게재하였다. 위 기사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9)

참가인은 2018. 2. 9.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화 중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2 내지 14, 21 내지 24, 27 내지 30호증, 을나 제20, 26호증의 각 기재, 증인 AP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징계사유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12명에 이르는 다수의 피해자들 진술이 일판되고 상당히 구체적인 점, 피해자들의 진술이 고충처리 신청 이후 점점 구체화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고충처리 조사 및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징계사유를 구체화할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피해자들이 기억을 상기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추가 제출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 참가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고충처리 신청 경위와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들이 진술을 맞추거나 의도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할 만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 참가인도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일부 언행을 한 사실 또는 그러한 경향의 언행을 지속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참가인이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언행을 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참가인의 언행은 성적인 관계나 남녀의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음란하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거나, 자신의 하급자인 직원들에 대하여 성적인 정보를 암시하는 언동을 하거나, 여성 직원에 대하여 술을 따르도록 지시하는 등의 행위이다. 참가인이 E센터장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 약 2년 이상 위와 같은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점, 참가인이 한 언행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 동석해 있었던 직원의 경우 해당 언행의 내용이나 맥락에 따라 언어적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점, 피해자들은 참가인의 언행에 대하여 '당황스러움, 부끄러움, 수치스러움, 민망함, 굴욕감, 불쾌함, 혐오감' 등의 감정을 느꼈음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사유가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및 원고 근무요령 제44조, 이 사건 연구소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제3조 제1호에서 정한 성희롱에 해당함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2)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또한 징계해고나 징계파면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해당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해당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해당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5두4655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함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2 내지 37, 41, 49, 50호증, 을나 제3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사유는 참가인에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므로, 이 사건 해임이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참가인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산하 연구소의 센터장으로서 센터 소속 직원들에 대하여 지휘·감독하고 평가권한을 가지는 상급자의 지위에 있다. 그럼에도 참가인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직원들을 상대로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직장 내 성희롱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직원들의 근로환경과 근무의욕을 크게 저해하였으므로 그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 원고 징계요령 제21조, [별표6]에서 정한 징계양정기준에 의하면 기타 행위에 의한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경우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해임이 가능하다.

②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3, 5, 7, 15 징계사유는 특정 직원을 상대로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정보를 암시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한 것이어서 해당 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성희롱에 해당하여 그 정도가 무겁다.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제8, 9징계사유는 여성의 성기를 일컫는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였고, 제1, 4, 11, 12, 13, 14징계사유 역시 다수의 직원이 참석한 세미나, 식사, 회식 자리에서 성관계나 성기에 관한 직접적인 표현을 한 것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③

참가인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 사건 연구소에서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수하였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못한 채 분별없이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언행을 계속하였다. 1999. 2. 8. 법률 제5933호로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되어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의 시행 및 가해자에 대한 징계, 피해자에게 불이익조치의 금지 등 의무가 부과되었고, 이후 현재까지 오랜 기간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 반복하여 시행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 금지 규범은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특정인의 직장 내 성희롱이 과거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서 비롯되어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로 그 행위의 잘못을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④

이 사건 징계사유의 피해자 중 남성 직원이 다수인 것은 E센터 내 여성 직원이 2명에 불과하고 남성 직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점에 더하여,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여성 직원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한 남성 직원들이 자신의 피해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술한 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는 이상 그 행위로 입게 되는 정신적 피해의 정도에 남녀의 차이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징계사유 중 남성 직원을 직접적인 상대방으로 삼아 이루어진 경우도 여럿 있으므로, 성희롱이 주로 신체적 접촉이 아닌 언어적 행위로 이루어진 점이나 피해자들 중 다수가 남성 직원이라는 점을 징계양정에서 참가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할 수 없다.

⑤

피해자들이 참가인과의 관계, 참가인의 지위·직책, 이 사건 연구소 내에서 성희롱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2018. 2. 전까지 참가인의 성희롱에 대한 불만이나 고충을 호소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은 결코 징계양정에서 참가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없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참가인에 대하여 한 상향평가(20점 만점)가 2016년도 18.4점에서 2017년도 11.1점으로 크게 하락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2년의 임기를 마친 후 재계약이 이루어지자 피해자들이 근로환경의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하게 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⑥

참가인은 징계사유에 대한 조사 및 징계위원회 심의 과정뿐만 아니라 노동위원회를 거쳐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언행을 정당화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가인은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이후 피해자들을 접촉하여 회유를 시도하는 등 2차 피해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참가인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이 사건 연구소에 계속 근무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인다.

마.

소결론

따라서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해임은 정당하므로, 이에 반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규(재판장) 강지성 지선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