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안산시 단원구 소재 'D 성형외과'(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를 운영하는 의사이다. B은 2017. 2. 15. 이 사건 사업장에 재입사하여 간호조무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9. 9. 5. B에 대하여 상실일을 '2019. 8. 7.', 상실 사유를 '개인사정'으로 기재하여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상실 신고(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를 하였다(갑 제7호증).<1> B은 2019. 9. 10. 무렵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상실 신고 사실 통지를 받고 이 사건 신고를 인지하게 되었다.
B은 원고가 이 사건 신고를 통해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한 것으로 판단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1. 1. 원고의 B에 대한 해고의 존재를 인정하고, 위 해고가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B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E,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2. 6.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해고로부터 구제를 받고자 하는 근로자에게 해고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음에도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가 근로자의 사직의 의사표시 내지 사직에 관한 합의를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보고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는바,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해고사유의 존재 여부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B은 2019. 8. 6.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사업장에 있던 자신의 짐을 모두 가져갔다. B이 2019. 8. 11. 원고를 안산단원경찰서에 강제추행 및 폭행 혐의로 신고한 사실을 보더라도 B은 이 사건 사업장에 다시 출근할 의사가 없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 나아가 B이 이 사건 사업장의 팀장 F에게 문자메시지로 '저 원장 바뀌어도 그 병원 안갑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진정한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가 근로관계를 종료시켰다고 보았는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인정사실
B은 2014. 9. 17.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였다가 2016. 10. 21. 퇴사한 후, 2017. 2. 15. 재입사하여 병원 안내 및 진료 접수, 시술 및 수술 보조업무를 수행하였다.
2019. 8. 6. 16:00 무렵 이 사건 사업장 4층 수술실에서 수면 마취된 환자가 숨을 쉬지 못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였다. B은 당시 수술 보조를 하지 않고 5층에서 병원 안내 및 진료 접수 업무를 보고 있었으나 수술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상황 확인을 위해 수술실로 갔다. B이 수술실로 들어가자 원고는 수술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B의 오른쪽 뺨을 손바닥으로 1회 때려 폭행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17:28 B에게 'B아 미안하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미안하다. 내가 너 아끼는거 알지? 나쁜 마음 없다는 것 잘 알지? 마음 가라앉히고..'라는 문자를 발송하였다.
B은 2019. 8. 7.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인사 관리 등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실장 G는 2019. 8. 7. 및 2019. 8. 8. B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사건 사업장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였으나 B이 응하지 않았다.
G는 2019. 8. 9. 이 사건 사업장 인근 카페에서 B의 오빠를 만나 강제추행의 증거인 동영상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묻고, 원고가 구속되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사정을 말하면서 B이 원고로부터 강제추행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원고로부터 지속적으로 선물을 받아왔다고 말하였다. B의 오빠가 G에게 합의 금액을 제시해 달라고 하자 G는 원고 본인도 아닌데 금액을 어떻게 이야기 하냐며 B 측에서 먼저 이야기하라고 하였다. G는 원고로부터 사과를 받고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 하자고 이야기 하였고 B의 오빠는 형사 고소를 전제로 한 합의를 이야기 하였다. 한편, 위 대화 중 G는 B의 오빠에게 '나는 나올 수 있으면 사실은 B이가 나왔으면 좋겠어. 출근했으면 좋겠어, 월요일 날. 토요일까지 휴가거든. 저 출근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였고, B의 오빠는 '실장님 출근을 어떻게 해요?'라고 답하였다. 이에 대하여 G는 '아이 그러니까 내가 내 마음을 얘기하는 거야. 내 마음은 일단 원장님한테 사과 받고 그 다음에'라고 말하였다. G는 B의 오빠를 만난 후 B에게 연락하여 통화하자고 하였으나 B은 '더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오빠 말대로 내일 경찰서 가기로 했습니다'라고 답하였다.
B은 2019. 8. 10. 원고를 강제추행 및 폭행 혐의로 안산단원경찰서에 고소하였다. B은 같은 날 위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서에 임의출석하여 피해 사실을 진술하였다. 특히 B은 최초 피해 이후 2년 반 동안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하면서 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하여 '저도 직장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다른 곳에 다시 취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혼자서 많이 힘들어 했으며 원장님이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바꾸지 않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하게 되어 더 이상 이 사건 사업장에 다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여 신고까지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G 실장과 자매지간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비만관리 시술 및 상당 업무를 담당하였던 팀장 F은 같은 날 B과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F은 2019. 8. 11. B에게 '내일 4시쯤 중앙동에서 실장님이 좀 보자는데'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B이 '왜 뵙자고 하시는지?'라고 답하자, F이 '그럼 날 만날래?'라고 답하였다. 이에 B이 '그러니까 왜 절 만나려고 하시는지?'라고 묻자, F은 '내일 만나서 9월부터 출근하는 거랑 부원장님 체제로 바뀌는 거랑 얘기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라고 답하였고, 이에 B은 '저 원장 바뀌어도 다시 그 병원 안 갑니다. 팀장님 병원 닫게 할 거에요'라고 말하였다.
G는 2019. 8. 21. B에게 아래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 9, 11, 13, 14호증 및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노동위원회는 행정심판위원회와 달리 노사문제의 합목적적인 처리를 위한 독립적 행정규제위원회이다. 또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의 구제신청에 관한 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소송상의 대립당사자와 달리 실질적 쟁송의 당사자는 여전히 사용자와 근로자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추어 보면 피고를 상대로 한 재심판정 취소의 소에서 증명책임의 분배는 민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의 분배원칙을 적용하여야 하고, 피고는 원고와 실질적으로 대립하는 당사자와 동일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민사소송의 증명책임 분배 원칙에 따라 근로관계의 종료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면하고자 하는 측에서 그 증명책임이 있다. B이 원고와의 근로관계 종료원인이 2019. 9. 5.자 이 사건 신고에 의한 해고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가 B과의 근로관계가 2019. 8. 7.경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근로자의 사직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이미 종료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사용자인 원고가, 2019. 9. 5.자 해고에 대하여는 피고가 이를 각 증명하여야 한다.
먼저 B이 사용자인 원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관계를 소멸시키는 형성권적 효력을 가진 민사상 해지로서 원칙적으로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여야 하고, 객관적으로 명확하여야 한다.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8, 9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B은 원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가 있었거나 도달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⑴ B이 원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보려면, 원고나 이 사건 사업장의 인사 및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G에게 이 사건 사업장에 더 이상 출근할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서면 내지 구두로 표시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B은 2019. 8. 6. 원고에게 폭행을 당하여 이 사건 사업장에서 퇴근하였으며 퇴근 전에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이후 원고가 G와 직접 또는 유선으로 대화한 적도 없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G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더 나눌 말씀이 없다'는 취지로 대응하였을 뿐이다. 그 밖에 B이 위 폭행사건 이후 원고에게 연락을 한 정황도 없다. 이와 같이 B이 원고나 G에게 구두나 문서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
⑵ 원고는 B이 2019. 8. 6. 사직의 의사표시를 밝혔고 원고가 자신의 짐도 모두 가져간 사실 등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위 사직의 의사표시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① B은 2019. 8. 10. F에게 '원장님이 다시 안온다는 보장도 없어... 솔직히.. 나 다시 들어가면 너무 창피할 거 같아. 맞았는데도 어떻게 출근을 하지 그런 말들도 들릴거고... 두려워요'라고 말하였는바, 위 발언에 비추어 보면 B은 출근을 전제로 그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원고의 주장처럼 B이 이미 2019. 8. 6.에 확정적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밝혔다면 위와 같이 출근을 전제로 한 두려움을 토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② B은 같은 날 경찰에서도 '이 사건 사업장에 다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여 신고하였다'고 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을 확정적으로 그만두었다는 사정은 자신의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주었을 것인데도 이 사건 사업장을 확정적으로 그만두었다는 취지의 진술은 하지 않았고, 위 진술은 고소가 지연된 경위에 대한 경위 설명에 불과하다. 나아가 ③ 갑 제6호증의 1, 2 각 기재에 의하면, 2019. 8. 8.에도 원고의 사물함에 구두가 남아 있던 사실 및 이 사건 사업장의 피부관리 시술 및 상담 담당 팀장 J가 2019. 8. 21. B에게 '(G가) 점심에 K<2>이랑 네 짐가지고 B이네 가라는데', '점심에 K이랑 짐 가지고 가면 한번 들어볼래'라고 언급한 점에 비추어 위 무렵까지도 이 사건 사업장에 B 소유의 짐이 남아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2019. 8. 6. 이후의 제반 정황을 종합해보더라도 원고의 주장처럼 B이 2019. 8. 6. 원고 측에 사직의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⑶ B이 2019. 8. 11. F에게 '저 원장 바뀌어도 다시 그 병원 안 갑니다. 팀장님 병원 닫게 할 거에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B은 G과는 연락을 거부하면서 F이나 J와는 문자 메시지 등을 주고 받았다. 특히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F은 2019. 8. 6. B에게 'B이 얼굴 괜찮니? 씨발놈 죽여버려... (중략) 원장 전화 절대 받지마... 얼굴사진 찍어놔'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2019. 8. 7. 'B아 진짜 전화 문자 다 받지마!'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B과 사적인 친분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B 역시 2019. 8. 10. F에게 내편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비록 F이 G와 자매지간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 함께 근무하기는 하지만 앞서 살펴 본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B이 원고의 폭행사건 이후 F과 연락을 계속 주고 받은 것은 F이 원고의 편이 아니라 자신의 편에 서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B이 F에게 보낸 위 문자 메시지도 어디까지나 자신이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직장동료에게 사적인 감정을 털어 놓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원고나 G에 대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더욱이 원고 스스로도 F이 B에게 휴가를 부여할 인사권한이 없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⑷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할 때 B에게 2019. 9.까지 한 달의 휴가가 부여되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B은 2019. 8. 6. 이후 한 달 간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B이 출근을 하지 않은 행위를 설령 출근 거부라고 보더라도 B이 원고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강제추행을 포함하여 형사 고소를 한 상황이었고, 위 기간동안 원고로부터 충분한 사과도 받지 못하면서 화해에 이르지 못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한 달 가량 출근하지 않은 것을 묵시적인 사직의 의사표시로 보기도 어렵다.
다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신고에 의한 해고가 있었는지 보건대, 원고가 2019. 9. 5. B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B에 대하여 이 사건 신고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고용보험법 제14조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의 상실사유를 보험관계의 소멸이나 근로자의 이직, 사망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의 상실신고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그 원인으로 B이 먼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대로 B이 원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원고와 B 사이의 근로관계의 종료는 원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신고를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해고이다.
결국 위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대한 서면통지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법·무효이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와 결론을 같이 하므로 위법하지 않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유환우
판사 유환우(재판장) 박남진 지선경
각주1) 같은 날 국민연금 사업장 자격상실 신고 및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상실 신고와 산재보험 근로자 고용종료 신고도 함께 이루어졌다.
각주2) F 팀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