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4. 23. 선고 2020구합6088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58. 1. 10. 설립되어 상시 2,10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빙과, 유지, 식품, 유가공, 육가공 제품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참가인 B은 1993. 12. 9. 원고에 입사하여 홈푸드 KAM(Key Account Management, 주요고객 관리)팀 MD(Merchandiser, 영업상품 관리)담당 매니저로 근무하던 사람이고, 참가인 C은 1989. 7. 20. 원고에 입사하여 홈푸드 영업팀 수원지점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9. 6. 1. 참가인 B을 본사 총무팀으로 보직변경하고, 참가인 C을 본사 총무팀으로 파견해제 및 부서변경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1차 전보’라 한다)을 하였다. 이후 참가인들에게 특별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아 참가인들은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에 있었다.

다.

그 후 원고는 2019. 6. 12. 참가인 B을 천안공장으로, 2019. 6. 14. 참가인 C을 김천공장으로 각 전보하는 인사발령(파견, 이하 ‘이 사건 2차 전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참가인들은 이 사건 1차 및 2차 전보가 모두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0. 15. ‘이 사건 2차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그로 인한 참가인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므로 부당하고, 이 사건 1차 전보는 이 사건 2차 전보를 위한 예비적·부속적 인사에 불과하여 이 사건 2차 전보가 부당한 이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판정(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2. 17. ‘이 사건 1차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대기발령 기간 또한 적정하여 정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나 그로 인해 참가인들이 받는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고 전보처분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초심판정 중 이 사건 1차 전보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참가인들의 초심 구제신청 중 이 사건 1차 전보에 관한 부분을 기각하며, 원고의 나머지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2차 전보는 홈푸드 사업본부의 조직개편에 따라 발생한 잉여인력을 추가인력이 필요한 생산공장으로 전보한 것으로서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원고는 전국 단위의 회사로서 원거리 전보명령이 일상화되어 있고 직종간 전보명령도 수시로 이루어져 온 점, 참가인들이 생산공장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강도 및 난이도가 높지 않은 점, 참가인들에 대한 급여 등 근로조건에 있어 어떠한 불이익도 가해진 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2차 전보로 인한 참가인들의 생활상 불이익은 수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2차 전보 과정에서 참가인들과 성실한 협의를 거쳤다.

따라서 이 사건 2차 전보는 인사권자의 정당한 재량권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인사명령인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및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의 사업본부는 푸드서비스 사업본부, E 사업본부, 홈푸드 사업본부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참가인들이 속한 홈푸드 사업본부의 주요 사업부문은 육가공 등이고, 주요 생산품목은 햄, 소시지, 패티류, 식육 등이다. 한편 푸드서비스 사업본부의 주요 사업부문은 유지식품 등이고, E 사업본부의 주요 사업부문은 유가공 분야이다.

2)

원고의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의 주요 사업부문별 매출 및 영업손익 현황은 다음과 같다.

3)

원고는 홈푸드 사업본부의 지속적인 영업실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2016년에는 인력 충원 없는 영업팀 세분화, 2017년에는 영업팀 통합 및 자연 퇴사인원 미보충, 2018년에는 6명의 영업조직 인원 축소 등 조직 효율화 대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홈푸드 사업본부의 주된 사업부문인 육가공 등 사업부문은 2019년도에 약 12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4)

한편, 원고의 생산본부는 인력부족으로 인하여 노사합의에 따른 정년퇴직 직원에 대한 촉탁직 고용으로 인력난을 보충하여 왔고, 2019. 3. 14.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촉탁직 근로자 F의 촉탁 근로계약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업무협조전을 원고의 본사로 송부하기도 하였다.

5)

원고는 2019. 5. 10. 2019년도의 적자 폭의 확대에 따라 본사와 전국에 산재한 10개 지점 및 KAM팀의 인력축소나 분산배치, 현장 및 영업으로의 전환배치, 지점 폐지 등의 방법으로 조직 운영계획안을 수립하고, 2019. 5. 29. ‘홈푸드 조직개편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조직 효율성 증대를 위한 사업계획을 확정하였다.

6)

이 사건 1차 전보 직전까지 참가인 B은 서울 본사에서, 참가인 C은 수원지점에서 근무하면서 모두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2차 전보로 인하여 원거리에 위치한 천안공장 및 김천공장으로 각 발령되었다. 이 과정에서 원고가 참가인들에게 추가로 소요되는 교통비를 보조해주거나, 그에 관하여 협의한 사실은 없다.

한편, 이 사건 2차 전보 이후 참가인 B에게는 2인 1실의 기숙사가 배정되었다가 이후 1인 1실로 변경되었고, 참가인 C에게는 인근 오피스텔을 임차한 사택이 제공되었다.

7)

이 사건 2차 전보 이후, 참가인 B은 아이스크림 제조 공정에서 근무하면서 용기 및 원재료 투입, 폐자재 버리기, 불량품 해체하기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참가인 C은 냉동제품 제조 공정에서 근무하면서 원료육 운반 및 포장된 제품을 팔레트에 적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 각 업무는 주로 주부사원, 외국인 근로자 및 일용직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로서, 참가인들은 이들과 함께 또는 교대하면서 근무하고 있다.

8)

참가인 B의 최근 3년간(2016년 ~ 2018년)의 인사고과는 순서대로 ‘B’, ‘B-’, ‘B’이고, 홈푸드 영업팀 내 팀장, 매니저를 기준으로 한 인사고과 순위는 최하위(9명 중 9위)에 해당한다. 참가인 C의 최근 3년간 인사고과는 모두 ‘D’이고, 홈푸드 영업팀 내 간부사원을 기준으로 한 인사고과 순위는 최하위(21명 중 21위)에 해당한다.

9)

원고 측 임직원들과 참가인들은 이 사건 1차 전보 이후 약 10일 동안 수차례 면담을 가졌는데, 위 면담 과정에서 원고 측 임직원들은 참가인들에게 밀크바 매장 운영권을 받는 조건으로 퇴사할 것을 권유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공장으로 발령될 것이라는 취지를 전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8, 12 내지 14, 19, 2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1, 2, 6 내지 8호증, 을나 제7, 11, 1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2차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 9, 20,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업무능률의 증진과 근로자간의 인화 등을 위하여 참가인들을 생산공장으로 전보할 업무상 필요성이 어느 정도 존재하였다고 인정된다.

①

참가인들이 속한 홈푸드 사업본부의 영업실적이 지속적인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로 개선되지 아니하였고, 원고로서는 영업조직 통폐합과 영업인력의 감축 등보다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원고가 이 사건 2차 전보에 앞서 단행한 이 사건 1차 전보 역시 이러한 경영효율화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②

반면, 원고의 생산부문에서는 상시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김천공장의 경우, 육가공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2020. 9.경 신규 라인을 추가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약 930억 원을 투자하여 증축이 진행되고 있던 터라 인원 충원의 요구가 한층 더 커진 상황이었다.

③

참가인들은 동일 직급 내 다른 직원들에 비하여 인사고과나 업무능력이 저조한 편이었고, 특히 참가인 B의 경우 다소 독선적인 업무 태도와 소통 부재 등으로 동료들과의 화합을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에 원고로서는 참가인들을 전보조치함으로써 영업 조직의 능률성을 향상시키고 직장 내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판단이 특별히 비합리적이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④

다만, 전보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참가인들의 종전 수행한 업무, 연령 등을 고려하면 생산 업무 효율성이나 공장 생산직 직원과의 인화 측면에서 생산직으로의 전보의 필요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이 사건 2차 전보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 여부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1, 2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2차 전보로 인하여 참가인들이 겪는 생활상의 불이익은 앞서 본 원고의 업무상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통상 수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①

참가인들은 대졸 신입사원 공채로 채용되어 약 30년 동안 관리직으로 근무하였는데, 이 사건 2차 전보로 인하여 공장의 생산직으로서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 사건 2차 전보를 전후하여 참가인들이 담당하는 업무 사이에는 업무의 성격이나 방식, 재량권의 정도 등의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참가인들로서는 이 사건 2차 전보로 인하여 입사 후 상당한 기간에 걸쳐 습득한 경험과 노하우, 거래처들과의 신뢰관계 등을 업무에 활용할 수 없는 현저한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②

참가인들은 모두 ‘S1’ 직급에 해당하는데, 이는 원고 인사규정상 일반직 사원 중 가장 높은 직급으로서 팀장, 공장장, 매니저, 지점장, 영업소장 등의 직책을 수행할 수 있는 직급에 해당한다. 그런데 참가인들은 이 사건 2차 전보로 인하여 사내하청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등이 다수 포함된 생산현장 공정에 종사하게 되었는바, 이는 참가인들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한 사실상의 좌천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2차 전보는 ‘적재적소 원칙하에 직무의 요구자격에 부합되는 직급(Grade) 및 직종에 의하여 적격자를 보직한다’는 인사규정 10.1.1.의 취지에 반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참가인들이 근로의욕 저하 및 수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치심과 자괴감을 겪게 될 것이 명백하다.

③

비록 원고가 그동안 적지 않은 원거리 인사발령과 직종간 인사발령을 해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2차 전보가 통상적인 것으로서 수인범위 내에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더욱이 이 사건 2차 전보가 사직 유도를 위한 사실상의 좌천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기존 생활근거지로부터 상당한 거리에 있는 근무지로의 발령까지 함께 이루어져 참가인들로서는 이중의 불이익을 감내하여야 하는 점, 실제로 참가인들이 매월 적지 않은 교통비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고 이에 대한 원고의 교통비 지원이 전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참가인들의 겪는 생활상 불이익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4)

원고가 참가인들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2차 전보에 관하여 원고와 성실한 협의를 거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①

참가인들은 이 사건 2차 전보보다 불과 10여 일 먼저 이루어진 이 사건 1차 전보 당시까지도 자신들이 인사명령 대상자에 해당한다거나 사직하지 않을 경우 공장생산직으로 인사발령될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이 사건 1차 전보 이후 약 10일 동안 참가인들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측 임직원들과 참가인들 사이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는 참가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사직을 권유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공장 생산직으로 사실상 좌천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를 전달하였을 뿐, 다른 인사배치의 가능성 여하, 부득이 공장으로 전보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느 공장에 어떤 근무조건으로 전보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참가인들과 성실한 대화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5)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2차 전보는 그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 인정되기는 하나, 그로 인하여 참가인들이 입게 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과도하고,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성실한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결과적으로 부당하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유환우

판사 임성민 박남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