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 2. 24. 원고와 B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06. 11. 30.부터 D(이하 '이 사건 주유소'라 한다)이라는 상호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원고는 2019. 6. 1. B와 근로계약기간을 2019. 6. 1.부터 2019. 12. 31.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B는 같은 날부터 이 사건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9. 6. 12. B에게 급여 지급을 위해 이 사건 주유소의 주거래은행인 E은행 계좌를 제출하도록 요청하였고, B는 그 다음날부터 이 사건 주유소에 근무하지 않았다.
B는 2019. 7. 22. 원고가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F가 행한 2019. 6. 12.자 해고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2019. 8. 30. 원고를 피신청인으로 추가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1. 28. 원고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면서 원고가 B에게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부당해고라고 판정 하였다(경기2019부해1690,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20. 1. 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2. 24. 'B가 스스로 퇴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급여 지급을 위해 E은행 계좌만을 요구한 원고에게 근로관계 종료의 책임이 있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해고로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B에게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해고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부당하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재심판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와 B의 근로계약관계는 2019. 12. 31.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B의 구제신청 중 원직복직에 관한 부분은 구제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
B는 2019. 12. 이 사건 주유소의 G 소장이 E은행 계좌를 알려달라고 하자 이 사건 주유소에서 자진 퇴사한 것이고, 원고가 B를 해고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제이익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 내용과 목적 및 취지, 임금 상당액 구제명령의 의의 및 그 법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의 구제이익의 유무는 처분시인 재심판정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 15. 2003두11247 판결 등 참조).
원고와 B의 근로계약기간이 2019. 12. 31. 만료한 사실,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계약기간 만료 이후인 2020. 2. 24.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초심판정의 주문에서는 원고가 2019. 6. 12. B에게 행한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면서 원고에게 B를 원직복직시키고 B에게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한 사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주문에서는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심판정 당시 B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여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상태였으므로, B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구하는 부분에 관하여 구제이익이 유지되나 원직복직의 구제명령을 구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구제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중앙노동위원회가 이 사건 초심판정 중 원고에게 B의 원직복직을 명한 부분을 취소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재심신청을 전부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해고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5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H, B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이 사건 주유소에 근무하는 G 소장은 2019. 6. 12. B에게 급여 지급을 위해 E은행 계좌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B는 G 소장에게 자신의 E은행 계좌가 압류되어 있다고 말하였다.
B는 2019. 6. 12. 동료 근로자인 H에게 '오늘까지 일하게 되었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고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고생했다며 빵을 사준 후 이 사건 주유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자신의 개인 의자를 가지고 퇴근하였다. B는 다음날부터 이 사건 주유소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 사건 주유소에 근무하는 G 소장은 2019. 6. 20. 09:25경, I 총무는 2019. 6. 20. 10:59경 각각 B에게 급여 지급을 위한 E은행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B는 같은 날 I 총무에게 자신의 J은행 통장 사진을 보냈고, 이에 I 총무는 'E은행이셔야 돼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B는 2019. 7. 22.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원고를 임금체불로 진정하였다. 원고는 2019. 10. 18. 수원지방법원에 B의 임금 395,094원을 공탁하였으나, 경기지청은 원고가 시정지시를 불응하였다며 2019. 10. 25.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원고는 2019. 12. 17. 수원지방법원에서 B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벌금 3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판단
해고는 근로관계 종료 원인 중의 하나로 사업장에서 실제로 불리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B 사이의 근로관계가 B의 의사에 반하는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B에 대한 해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원고가 2019. 6. 12. B에게 E은행 계좌를 요구하였으나 B가 이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B는 그 대신 J은행 계좌를 제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만으로는, 원고가 위 면담 시 B에게 E은행 계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등의 해고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B는 2019. 6. 12. 이 사건 주유소에서의 근무를 마치면서 동료 근로자들에게 E은행 계좌 제출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다거나 일방적으로 해고되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 B는 2019. 6. 20. 원고 측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도 급여 지급에 E은행 계좌만을 요구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 원고가 자신을 해고하였다는 취지의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주유소에서 E은행 계좌만 사용한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 처음 이 사건 주유소에 취업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고로부터 E은행 계좌 제출을 요구받을 당시 E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계좌가 압류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B는 E은행 계좌를 통해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었음에도 원고의 방침을 문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E은행 계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대외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이 사건 주유소에서의 근무를 종료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고가 근로자에게 급여 지급의 방법으로 부당하게 특정 금융기관의 계좌를 요구하고 해당 계좌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임금체불에 관한 문제이지 근로관계의 종료 의사표시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임금 미지급을 들어 근로관계 파탄의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로 해고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소결론
따라서 B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중 원직복직을 구하는 부분의 구제이익이 유지되고 원고의 B에 대한 해고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박남진 지선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