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0. 4. 17. 원고에게 한 [별지1] 기재 어린이집 위탁계약 해지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서울특별시 구로구는 2019. 4. 29. 영유아보육법 제24조 제2항에 따라 서울 구로구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단지 내에 위치한 구립 C 어린이집(이하 ‘이 사건 어린이집’이라 한다)의 운영을 원고에게 위탁하면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4조 등에 따라 원고와 이 사건 어린이집 사무 위·수탁 계약(기간: 2019. 4. 29.부터 2024. 4. 28.까지, 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한편,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2020. 1. 31. 서울특별시 구로구와 ‘보육시설 인계인수 및 관리운영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2020. 2. 3. 원고에 대한 입주자들의 민원이 대량 발생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위 협약 제10조 제3항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어린이집 수탁운영자의 교체를 요청(이하 ‘이 사건 교체 요청’이라 한다)하였다.
피고는 2020. 2. 25.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예정 처분으로, 이 사건 교체 요청을 처분사유로 하여 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라 원고에게 청문실시를 포함한 사전통지를 하였다.
피고는 2020. 3. 26. “이 사건 계약 제19조 제2항 제3호의 계약해지 사유 발생 및 원고의 제6조 제1항 위반”을 이유로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사전 통보하고, 2020. 4. 17.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계약 제19조 및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통보(해지일 2020. 4. 20., 이하 ‘이 사건 해지’라 한다)하였다. 이 사건 계약 중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2, 29호증, 을 제1, 2, 4, 7, 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주위적 청구 부분 소의 적법 여부(본안전항변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항변 요지
이 사건 해지는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에 근거한 위탁 취소처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별개로 피고가 원고와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체결한 이 사건 계약에 근거하여 약정해지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므로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는 이미 D과 이 사건 어린이집 운영 원장위촉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어린이집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바, 이 사건 해지가 취소되더라도 원고가 다시 이 사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형태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므로 그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
판단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5두52395 판결 등 참조).
영유아보육법에 의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할 의무가 있고(제12조 제1항), 설치한 국공립어린이집의 운영을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으며(제24조 제2항), 위탁 및 위탁 취소에 관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한다(제24조 제4항).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4조에 의하면, 국공립어린이집의 운영을 위탁받으려는 자는 구청장 등에게 그 신청을 하여야 하고(제2항), 구청장 등은 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탁기관을 결정하고 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위탁계약증서를 발급하여야 한다(제4항).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는 구청장이 공립어린이집 운영 위탁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수탁자가 법령위반(제1, 2, 5호), 보조금의 용도 외사용 또는 거짓·부정수령(제3, 4호), 위탁계약 내용위반(제6호), 운영정지 또는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경우(제7, 8호) 등에 해당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종합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수탁자에 대한 공립어린이집운영 위탁은 위탁계약 체결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한편, 구청장은 법령위반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수탁자에게 위탁취소 처분을 할 수 있는바, 결국 위탁 취소는 위탁계약의 일방적 종료, 즉 해지를 수반하게 된다. 역으로, 구청장이 위탁계약에 유보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위탁계약은 일방적으로 종료된다는 점에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에 근거한 위탁취소처분과 동일한 법률효과를 수반한다.
이처럼 구청장이 법령 또는 계약에 근거하여 선택적으로 위탁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는 경우, 수탁자에 대한 위탁 취소 내지 위탁계약 해지가 법령에 근거한 행정처분인지 아니면 계약에 근거한 권리행사인지는 원칙적으로 의사표시의 해석 문제이다. 이때에는 구청장이 수탁자에게 통지한 문서의 내용과 해당 조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객관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청장이 법령에 근거를 둔 행정처분으로서의 위탁 취소를 한 것인지 아니면 계약에 근거한 권리행사로서의 계약 해지를 한 것인지 여부가 여전히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그 조치 상대방의 인식가능성 내지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이를 확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관계 규정 및 위 인정사실, 갑 제2, 7, 29호증, 을 제2, 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지는 단순히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형성된 계약에 따른 의사표시에 불과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행정청인 피고가 우월적 지위에서 원고에게 일정한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영유아보육법령상 공립어린이집 운영 위탁과 해당 위탁계약의 체결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는 운영 취소처분의 사유로 ‘위탁계약 내용위반’(제6호)을 들고 있어, 수탁자의 계약위반은 단순히 대등당사자 관계에서의 채무불이행을 넘어 제재적 행정처분의 처분사유를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구청장은 수탁자의 계약위반에 대하여 위탁 취소처분을 할 수 있고, 수탁자로서도 계약과 관련된 사유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경우 이를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 제6호에 근거한 위탁 취소 처분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어린이집 운영은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운영기준에 따라야 하고(영유아보육법 제24조 제1항), 수탁자는 관계 규정 및 구의 지시사항을 준수하고, 매년 예산·결산보고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매년 시설 운영 전반에 관하여 종합평가를 받고 필요할 경우 수시 검사에 협조하여야 하는 등 구 청장으로부터 지도감독을 받는바(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4조 제9항, 서울특별시 구로구 보육 조례 제22조 제1항, 제2항, 제24조), 이러한 규정에 공립어린이집 운영은 애당초 지방자체단체에게 부과된 의무로서 공무인 점까지 고려하면, 수탁자로서는 구청장이 위탁관계의 일방적인 종료 의사를 표시할 경우 이를 대등한 계약당사자로서의 계약 해지 의사표시로 인식하기보다는 공무를 위탁하고 이를 지도감독하는 행정청으로서 제재처분을 하는 것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이 사건 교체 요청은 그에 앞서 2020. 1. 23. 피고에게 제출된 학부모들의 원고에 대한 해임 요청서와 함께 이 사건 해지의 직접적인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는 2020. 2. 25. 이 사건 교체 요청을 처분사유로 적시하여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행정처분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른 “처분사전통지(청문실시통지)”를 하였는바(갑 제29호증), 이 사건 해지에 앞서 ‘민원 발생’을 이유로 한 행정처분으로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라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또한 피고는 2020. 3. 26. 원고에게 재차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사전 통보하면서 계약 제19조 제2항 제3호의 계약해지 사유 및 원고의 계약의무(제6조 제1항의 성실수행의무) 위반을 해지사유로 적시하고, 이 사건 처분서에는 근거 규정으로 이 사건 계약 규정뿐 아니라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를 적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사건 교체 요청에서 문제 삼은 민원내용 중 CCTV 미설치 공간에서의 보육, 보육교사의 시간외근무수당의 부정수급 등을 이유로 2020. 3. 2. 원고에게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개선명령, 원장자격정지 처분 등 행정처분을 하였는바, 위와 같은 사전통지 및 기타 행정처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해지를 위탁계약에 근거한 대등당사자의 권리행사로 인식하기보다는 법령에 근거한 행정처분으로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원고가 향후 5년간 위탁 신청자격 제한의 근거로 드는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4조의2 [별표8의2] 제1항 (라)목 2)은 ‘법령 위반으로 인한 위탁 취소 내지 해지’의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으로, 이 사건 해지와 같이 이 사건 계약상 해지사유 발생 내지 계약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위탁 취소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 규정에 의한 원고의 불이익은 고려하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소의 이익과 관련하여 보건대, 을 제1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피고는 이 사건 해지 후 정식으로 새로운 수탁자를 선정하기에 앞서 ‘한시적’으로 D을 이 사건 어린이집의 원장으로 위촉하여 운영을 위임하였을 뿐이고, 그 위임계약기간은 2021. 2. 28.까지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 해지가 취소될 경우 원고가 정식 수탁자로서 다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이 사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데 아무런 법률상 장애가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상회복이 불가능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부분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해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해지에 앞서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및 불복방법 등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해지에는 절차위반의 하자가 존재한다.
이 사건 해지의 처분사유는 결국 원고가 다수의 민원을 야기하였다는 것인데, 원고는 ‘민원 야기자’가 아니므로 위 처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불법적인 현수막설치 등 요구를 원고가 들어주지 않자 입주자대표회의가 원고를 모함하며 여론을 형성해 부당한 민원을 유발한 것이다. 민원 제기된 내용들은 대부분 허위로 판명되었고, 일부 사실로 인정된 CCTV 미설치 보육구역의 존재, 원감의 시간외수당 부정수급은 별도의 행정처분을 받았을 뿐 아니라 단순한 업무상 착오로 원고에게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으며, 그와 관련된 민원 제기가 이 사건 어린이집의 정상적 운영을 어렵게 할 만큼 중대한 비위행위가 아니다.
이 사건 해지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에 해당하는바, 그동안 원고가 이 사건 어린이집에 쏟은 노력, 민원 내용 중 사실로 확인된 부분에 대한 비난가능성, 이 사건 해지로 인하여 원고가 입는 경제적·사회적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이는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이다.
관계 법령
[별지2]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절차적 위법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해지에 앞서 원고에게 2020. 2. 25. 다수 민원 발생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교체 요청을 처분사유로 적시하여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사전통지를 하였고, 2020. 3. 26.에는 이 사건 해지를 그 해지사유와 함께 사전통지 하였는바, 행정절차법 제21조의 사전통지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하였다고 할 것이다.
피고가 이 사건 해지 당시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제26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원고에게 불복방법 및 절차, 기간 등을 고지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으나, 피고가 위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불복절차 고지규정은 상대방이 그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를 밟는 데 있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 점, 원고가 이 사건 해지 직후이자 제소기간 내인 2020. 4. 20.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결과적으로 불복절차를 밟는 데 장애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고지의무 불이행의 하자는 치유되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실체적 위법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지의 처분사유는 “이 사건 계약 제19조 제2항 제3호의 계약해지 사유 발생(다수 민원야기 등으로 인한 정상적 사업수행불가능) 및 원고의 제6조 제1항(사업 성실수행의무) 위반”으로, 이 사건 해지 경위 등에 비추어 위 규정별로 별도의 처분사유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처분사유 즉, ‘다수의 민원야기를 원인으로 한 사업수행불가능(즉, 성실수행의무 불이행)’이 이 사건 계약 제19조 제2항 제3호 사유에 해당함과 동시에 제6조 제1항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피고 역시 제19조 제2항 제3호에 근거한 단일 처분사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 계약 제19조 제2항 제3호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위·수탁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다수의 민원을 야기하거나, 위·수탁계약 체결일 기준 5년 이내 또는 위·수탁 계약 체결일 이후 수사기관으로부터 대표자 및 원장의 비리혐의가 통보되어 확인된 경우 등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사업의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여 사업의 정상적 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인권침해, 회계 부정, 부당노동행위 등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사업의 정상적 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를 해지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 사건 해지의 법령상 근거규정인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 제6호는 법령위반(제1, 2, 5호), 보조금의 용도 외 사용 또는 거짓·부정수령(제3, 4호), 운영정지 또는 자격정지 처분(제7, 8호)과 함께, 위탁계약에 관하여는 ‘계약내용위반(제6호)’만을 위탁취소사유로 정하고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해지 사유인 ‘다수의 민원야기를 원인으로 한 사업수행불가능’이 동시에 이 사건 계약 제6조 제1항의 사업 성실수행의무 위반에 해당함을 적시하여 이 사건 해지를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근거 법령에 따른 적법한 처분이 되려면, 단순히 원고에 대한 민원이 다수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원고의 계약상 의무위반 즉, 귀책사유로 인하여 다수의 민원이 야기됨으로써 사업의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여 사업의 정상적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증명되어야 한다. 사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위반하는 것 자체가 불성실한 사업수행 즉, 귀책사유의 개입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사건 계약 제19조의 해석 측면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하여서는 안 되는바(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제19조 제2항에서 약정해지사유로 원고의 계약 및 법령위반(제1호), 피고의 시정조치 요구에 대한 불응(제2호), 다수 민원야기 등으로 인한 정상적 사업수행불가능(제3호), 사업비 횡령 내지 유죄확정판결 선고(제4호), 수탁기관 선정과정에서의 위·변조 서류 제출 또는 담합행위(제5호), 이 사건 계약 체결 및 이행과정에서의 뇌물 공여(제6호), 원고의 부도, 회생절차개시, 파산 등(제7호), 이 사건 계약 이행 관련 근로기준법 등에 따른 유죄확정판결 선고(제8호), 계약의 정상적 이행을 방해하는 부정행위(제9호),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25조의 위탁 취소사유(제10호), 계약 체결일 기준 5년 이내 또는 계약 체결일 이후 일정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제11호), 계약 체결일 이후 원고가 다른 어린이집의 대표 또는 실질적인 소유자일 경우(제12호), 계약 기간 도중 이 사건 어린이집을 매도한 경우(제13호), 천재지변, 법령 개정 등으로 계약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경우(제14, 15호),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제16호) 등을 열거하고 있고, 제3호 외의 사유들은 모두 원고의 귀책사유 있는 위법행위 내지 이해상반행위(제1, 2, 4 내지 6, 8 내지 13호), 원고의 귀책에 따른 이행불능 사유(제7호),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유(제14, 제15호)에 해당하는바, 제3호 역시 불가항력적 사유가 아닌 이상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사정, 즉 ‘원고의 사업 수행상 귀책사유가 다수의 민원을 야기함으로써 사업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여 사업의 정상적 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문언상 ‘야기’라는 표현 자체도 원고의 귀책사유를 전제하고 있다).
위 해석에 비추어 보건대, 위 인정 사실, 갑 제3, 5, 13, 20, 24, 28호증, 을 제6 내지 10, 15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사업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다수의 민원을 야기할 만한 귀책사유 있는 행위를 하였다거나, 계약해지를 정당화할 정도로 다수의 민원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9. 4. 29.부터 이 사건 어린이집의 개원준비 등을 포함하여 이를 운영하였는데, 개원일인 2019. 7. 1.부터 2019. 10.경까지는 특별히 피고에게 접수된 원고에 대한 민원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2019. 11.경 실시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결과, 학부모들은 이 사건 어린이집의 보육환경, 보육자세, 보육프로그램, 특별활동 등 모든 항목에 대하여 대부분이 긍정적인 답변을, 극소수만이 부정적인 답변을 하였다(갑 제24호증, 증인 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3, 4쪽).
원고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19. 10.경부터인데, 민원 제기의 주체는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로 2019. 10.경 이 사건 어린이집의 학부모뿐 아니라 입주민 전체에 대하여 어린이집 만족도 조사를 한 후, 그 무렵 피고에게 원고를 원장에서 해임하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였다. 당시 일부 입주민들은 ”학부모도 아닌 사람들이 왜 어린이집 만족도조사에 응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증인 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4, 10, 11쪽).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F 카페)에는 2020. 1. 14. ‘G’라는 게시자 명의로 ”이 사건 어린이집에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하 ‘이 사건 게시물’이라 한다)이 게시되었는데, 위 게시물에는 원고의 원감에 대한 시간외수당 부정지급, 운영비 사적 유용, 공문서 위조, 보육교사들에 대한 감시·협박 및 괴롭힘, 퇴직 종용, 구 의원과의 유착관계 과시, CCTV 미설치 구역에서의 보육 등의 사실과 함께 원고가 이 사건 어린이집의 원아들에 대하여 아동 학대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었다(갑 제5호증). 당시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위와 같은 게시물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입주민들이 이에 관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위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고의 보육시설 담당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게재하였고(증인 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6쪽), 그 이후 이 사건 어린이집의 학부모와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는 피고에게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에 관한 사실규명을 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하였다(피고도 답변서 15쪽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 게시물이 게시된 지 9일 만인 2020. 1. 23. 이 사건 어린이집 학부모운영위원회는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전제로 피고에게 원고의 해임을 요청하였고(을 제6호증), 이 사건 어린이집 원아 99명 중 88명의 학부모들도 피고에게 같은 취지의 해임 동의안을 제출하였으며,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입주민들로부터 이 사건 계약 해지 요청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받아 2020. 2. 3. 피고에게 이 사건 어린이집의 수탁운영자를 교체해달라는 내용의 이 사건 교체 요청을 하였다(을 제8, 9, 15호증).
이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해지의 사유로 든 ”이 사건 어린이집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다수의 민원 발생“은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이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은 ‘CCTV 미설치 보육구역의 존재’, ‘원감의 시간외수당 부정수급’ 외에는 사실임을 확인할 증거가 부족하고(일부 교사들이 원고와 갈등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게시물 내용과 같은 수위의 ‘갑질’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일부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즉, 이 사건 교체 요청 당시 이 사건 어린이집의 전·현직 교사 7명이 이 사건 게시물의 일부 내용에 부합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역시 이 사건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전·현직 교사 15명(보조교사 포함)은 원고가 아동 학대나 교사들에 대한 감시·협박, 괴롭힘 등을 한 적이 없다는 등 상반된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고(갑 제3, 20호증), 이 사건 어린이집에 현재 재직 중인 교사 E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CCTV 미설치 보육구역의 존재’, ‘원감의 시간외수당 부정수급’ 외의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에 대하여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을 하였다. 특히 이 사건 게시물 내용 중 김장비용 유용 혐의는 구로구청 담당자의 금융거래 내역 등 조사 결과 해당 김장비용을 처음부터 보육교사개인이 부담한 사실이 확인되어 허위로 밝혀졌고(을 제15호증, 증인 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2쪽), 학부모들을 가장 공분하게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아동 학대 혐의에 관하여는 검찰수사 결과 2020. 6. 16.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분이 내려졌다(갑 제13호증).
이처럼 이 사건 게시물 내용 중 상당 부분, 특히 그중 가장 중대한 민원 유발요소인 아동학대 혐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하여 쏟아진 민원을 원고가 귀책사유 있는 행위로 야기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CCTV 미설치 보육구역의 존재’와 ‘원감의 시간외수당 부정수급’ 사실은 인정되었고, 원고는 이로 인하여 별도의 행정처분까지 받기도 하였으나, CCTV 미설치 보육구역의 경우 ‘아동학대에의 이용’을 의심한 학부모들의 우려와 달리 교사들 사이의 불화 등의 사유로 기존에 보육실로 사용하지 않던 공간을 보육실로 사용하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감의 시간외수당 부정수급에 대하여는 원고에게 고의·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거나 그 경위 및 액수 등에 비추어 다수 학부모들의 민원을 야기하여 어린이집 운영이 불가능해질 만큼 심각한 비위행위라고 보기는 부족하다.
이 사건 해지의 사유가 된 피고에 대한 다수의 민원 제기와 이 사건 교체요청은 학부모와 입주민들 사이 여론의 형성 및 추동에 의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어린이집 운영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원장 등에게 제기하는 일상적인 민원 제기의 수준을 벗어났는데, 앞서 본 민원 제기 경위 등에 비추어 이와 같은 이례적인 민원 여론 형성에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부모들은 원고의 해임에 대하여 반대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운영위원회나 입주자대표자회의의 동의서 징구 분위기에 휩쓸려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갑 제28호증 3, 4쪽).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가 입주자대표회의의 불법적인 현수막(지하고속도로 건설 반대 내용) 설치 요구 등을 거부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당시 ‘지하고속도로 건설 반대’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주요 현안으로(갑 제4호증) 원고는 이 사건 어린이집을 개원하면서 그 옥상에 설치된 위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 10개를 철거하는 등 실제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사건 게시물이 게시된 이후 민원이 다수 제기되던 2020. 1. 31. 서울특별시 구로구와 ‘보육시설 인계인수 및 관리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위 협약에 민원발생을 이유로 어린이집 수탁운영자의 교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한 뒤, 위와 같이 사후적으로 마련된 협약 규정에 따라 2020. 2. 3. 피고에게 이 사건 교체 요청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이 사실일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사건 해지는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해지는 취소되어야 한다(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형순(재판장) 김송 이디모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