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4. 15. 선고 2020구합6455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상시근로자 약 25명을 사용하여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8. 5. 28. 원고에 입사하여 시스템사업부 영업담당 총괄상무로 근무하였다.

나.

참가인은 2019년 6월 말경 원고에게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제출하면서 그 사유를 ‘권고사직’, 퇴사일을 ‘2019. 9. 30.’로 기재하였다.

다.

참가인은 2019. 7. 12. 원고의 사무실에 마지막으로 출근한 뒤 2019. 10. 2.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D로 ‘2019. 7. 12. 원고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1. 29. ‘이 사건 사직서에는 참가인의 진정한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2019. 7. 12. 그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참가인과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해고사유의 서면통지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20. 1. 9. 중앙노동위원회에 C로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4. 13.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마.

관계 법령 및 원고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에 관한 부분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 13호증, 을가 제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할 무렵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사직서의 내용에 따라 2019. 9. 30.자로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고, 원고는 참가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기망 또는 강요한 사실이 없으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합의해지되었을 뿐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참조).

나.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였는지 여부

(1)

인정사실

갑 제1 내지 13호증, 을가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고의 대표이사 F은 참가인의 업무실적과 업무태도 등이 불량하다는 인식 아래 2019. 6. 3. 참가인과 면담을 하면서 사직을 권유하였고, 같은 날 참가인에게 ‘1년간 수고가 많았다. 아쉬움과 착잡한 심정을 전한다. 미래로 가야 하는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서로를 위해서는 함께 하는 시간은 여기까지로 보인다. 오늘 이야기한 내용의 결과를 내일 오전 E 전무에게 면담해주고 의사를 전달하면 그에 대응하도록 하겠다. 감사했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E에게도 위 내용의 이메일을 함께 보냈다.

②

참가인의 상사로서 원고 내에서 전무직을 맡고 있는 E은 F의 지시에 따라 2019년 6월 초순경부터 2019년 6월 말경까지 참가인과 면담을 수차례 하였고, 참가인에게 ‘1달의 여유기간을 주는 조건으로 퇴직을 고려해보라’고 말하였다.

③

참가인은 2019년 6월 말경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④

E은 2019. 7. 11. 참가인에게 ‘오전 미팅결과가 안타깝지만 더 이상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중간 역할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 결정사항은 9월 말 퇴직. 다음주부터는 출근 안해도 된다. 급여는 9월 말까지 지급. 접대비는 중단이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참가인은 ‘E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답장하였다.

⑤

참가인은 2019. 7. 12. 원고의 사무실에서 자신의 짐을 가지고 나갔고, 원고는 참가인의 사무실 출입 및 회사 이메일 접근 권한을 회수하였다.

⑥

원고는 2019년 9월까지 참가인에게 급여 상당액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⑦

참가인은 이 사건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한 이후인 2019. 10. 8.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면서 ‘참가인은 부당해고 구제명령 등이 있을 경우 이를 신고하고 이미 지급받은 실업급여액에 대한 반환을 명령받았을 때에는 전액 반환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된 서약서를 작성하였다.

⑧

참가인은 2019년 10월 말경 원고로부터 2019. 9. 30.을 퇴직일로 하는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2)

판단

앞서 든 사실관계 및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사직의 의사 없는 참가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고 2019. 7. 12. 그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참가인과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켰으므로, 이는 해고에 해당한다.

①

원고의 대표이사는 2019. 6. 3. 참가인에게 사직을 권유한 데에 이어 근로계약의 종료를 시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은 참가인의 상사인 E은 2019. 6. 초순경부터 2019. 6. 말경까지 참가인과 수차례 면담을 한 뒤 참가인에게 퇴직을 제안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지 않아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의 대표이사가 직접 사직을 권유하고 전무가 약 한달이라는 상당한 기간 동안 참가인과 면담을 지속해오면서 퇴직을 제안한 이상 참가인으로서는 당시 퇴직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은 참가인이 아닌 원고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②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 무렵 참가인에게는 원고의 취업규칙 제52조의 각 호에서 정한 해고사유가 달리 없었으므로, 참가인이 해고를 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할 동기나 필요는 없었다.

③

참가인이 원고에 입사하도록 도움을 준 G은 「참가인이 나에게 2019년 6월경 ‘F 대표이사와 더 일하고 싶으니 중재를 부탁한다’고 이야기하였고, 2019. 7. 6.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다른 직장을 소개해달라‘고 하였으며, 이후 ’F 대표이사와 1년만 더 일하게 해주면 열심히 일해서 명예회복하겠다‘고 하였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이와 같은 참가인의 당시 발언에 의하면,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 전후로 원고에서 계속 근로할 의사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이고, G에게 다른 직장의 소개를 부탁한 것은 참가인이 원고에서 퇴직하게 될 경우 생계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④

E은 이 법정에서 「참가인이 나의 퇴직 권유를 들은 다음날인 2019년 6월 말경 ‘3개월 간 월급을 지급해 주는 조건이라면 사직서를 쓰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해왔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설령 위 진술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달리 해고사유도 없이 원고에서의 계속근로의사를 가지고 있던 참가인이 원고의 대표이사와 전무로부터 퇴직 권유를 연달아 받다가 ‘1달의 여유기간을 주는 조건으로 퇴직을 고려하라’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받은 상황이었으므로, 참가인이 3개월이라는 퇴직 기한의 유예 내지 급여의 지급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한 것은 원고의 주도에 따른 근로계약의 종료에 대비하여 생계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⑤

2019. 7. 12. 이후에는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노무제공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됨에 따라 위 당사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사실상 종료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참가인의 근무 태도를 접할 다른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 등 회사 분위기와 중요한 경영 정보에 대한 보안 유지 등을 고려하여 위 일자 이후 참가인의 출근을 면제하고 그 출입을 통제하였고, 이에 참가인이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이 사건 구제신청의 초심 사건에서 당초 ‘참가인이 2019. 7. 15.부터 출근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에 대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구두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였다가 이후 ‘합의가 없었음’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근로계약이 종료될 무렵의 정황에 관하여 E은 이 법정에서 「대표이사와 참가인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였고 분위기도 좋지 아니하였다. 내가 대표이사에게 ’참가인이 2019년 9월 말이면 퇴사하는데 원고의 사무실에 있으나 참가인의 집에 있으나 별 차이가 없다. 참가인이 사무실에 있고 싶어 한다면 신경쓰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근로계약관계의 종료가 참가인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함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참가인이 원고에 의한 출입 통제 등에 대하여 동의하였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2019. 7. 12.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볼 것이다.

⑥

참가인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시기는 이 사건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한 이후이고, 위 남부지청에 ‘부당해고 구제명령이 있을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위 실업급여 신청 사실을 들어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할 당시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의의 유보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는 참가인에 의한 구체신청 사건이 계속 중이었고 그 무렵 참가인이 원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복직을 요청한 사실도 있었으므로, 이의를 유보하지 아니한 사정을 들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 사실을 인정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의 취지 참조).

다.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따라서 원고는 2019. 7. 12. 참가인을 해고하였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당시 참가인에게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원고의 취업규칙 제53조 제1항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에 있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재판장) 최기원 최승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