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D 그룹의 한국 법인으로서, 국내에 D 브랜드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편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08. 7. 1. 원고에 입사하여 경기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원고의 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물류센터’라고 한다)에서 오퍼레이션 플래닝 매니저(Operation & Planning Manager, 과장)로 근무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 물류센터의 운영에 관한 인원 배치 업무, 감시ㆍ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원고는 ① 용역대금 과다 지출, ② 법인카드 부정 사용, ③ 원고가 시행하는 내부조사의 방해 등 참가인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를 안건으로 회부하여 2019. 4. 30. 초심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원고의 초심 인사위원회에서는 2019. 5. 13.경 참가인을 강등 12개월의 징계에 처할 것을 의결하였고, 이에 참가인이 불복하여 재심 신청을 하자, 원고의 재심 인사위원회에서는 2019. 8. 26.경 참가인에 대한 징계를 정직 3개월로 변경하는 의결(이하 ‘이 사건 정직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정직 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9. 9. 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E),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 6. ‘이 사건 정직 처분의 징계절차에 관하여는 참가인이 그 흠결을 다투지 않고, 달리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무효로 돌릴 만한 절차상 하자가 발견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 정직 처분의 징계사유는 일부만 인정되고, 그 징계양정도 과중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정직 처분을 부당정직으로 인정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 2. 19.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4. 29.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성
쟁 점
을나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원고와 F노동조합은 2017. 7. 1.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3항은 원고가 조합원을 징계하고자 할 때 거쳐야 할 절차 중 하나로 ‘인사위원회의 회의록 작성 및 징계 대상 조합원의 회의록 보관’을 들면서, 위 절차에 따르지 않은 징계는 무효라고 규정한 사실, ② 참가인은 2018. 12. 13.경 위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실, ③ 원고가 참가인에게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교부하지 않고 이 사건 정직 처분을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정직 처분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 정한 ‘징계 대상 조합원의 회의록 보관’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한 징계로서 무효가 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① 참가인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닌 점, ② 인사위원회 회의록 교부에 관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3항은 훈시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점, ③ 단지 인사위원회 회의록 교부를 누락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징계를 무효화시킬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정직 처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하에서 위 주장의 당부를 살피기로 한다.
판 단
참가인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원고는, 참가인이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1. 1. 5. 법률 제17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호 가목에 정한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여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없으므로, 적법한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부하직원의 업무를 지휘하더라도 그것이 상급자의 지휘를 보조하는 데 지나지 아니하고, 그 밖에 부하직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사용자로부터 위임받은 사실이 없다면, 위 규정에서 말하는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 참조).
그런데 갑 제8호증의 1, 2, 제19호증, 을나 제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 본사의 임직원 중에서 G 상무가 이 사건 물류센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한 점, ② 이 사건 물류센터에 상주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H 부장이 최상급자로서 이 사건 물류센터의 인력을 관리한 점, ③ 참가인은 H 부장 다음의 차상위 관리자로서 소속 직원의 업무 분장이나 근태에 관한 지휘ㆍ감독을 하고, 이 사건 물류센터의 인사, 예산, 시설 등 운영에 대한 감시ㆍ감독 업무를 수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이 사건 물류센터 소속 직원의 업무에 관하여 일정한 지휘ㆍ감독을 하였더라도 이는 상급자인 G 상무나 H 부장의 지휘를 보조하는 것에 그쳤다고 보이고, 나아가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부하직원의 근로조건에 관한 결정권까지 위임받아 보유하고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참가인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가 아닌 일반적인 근로자로서 노동조합 가입자격을 갖추고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3항이 훈시규정에 그치는지 여부
원고는, 징계대상자의 소명권, 인사위원의 자격, 의결권, 의결정족수 등 인사위원회의 형성 과정을 이루는 절차사항과는 달리, 인사위원회의 회의록을 작성하여 징계대상자에게 교부하는 것은 인사위원회가 모두 종료된 뒤의 사후적인 절차에 불과하므로, 인사위원회 회의록 교부에 관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3항은 징계의 효력을 좌우하지 못하는 훈시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단체협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에 의하여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체결하는 것이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다20454 판결, 2005. 9. 9. 선고 2003두896 판결, 2014. 2. 13. 선고 2011다86287 판결, 2019. 11. 28. 선고 2017다25786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는 징계절차를 ① 인사위원회의 개최 통보(제1항), ② 인사위원회에서 징계대상자에 대한 소명 기회 부여 및 징계대상자의 증인신청 채택(제2항), ③ 인사위원회 회의록의 작성 및 징계대상자 등의 회의록 보관(제3항), ④ 징계대상자의 재심 청구 및 재심 인사위원회 개최(제4항)로 나누어 규정하면서, 징계절차를 따르지 않은 징계는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는 징계절차 중에서 인사위원회의 형성 단계와 그 밖의 단계 사이에 차등을 두지 않고 각 단계별 절차의 이행을 모두 징계의 효력요건으로 규정한 것이라 해석된다. 그런데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2항은 효력규정이 되고, 제44조 제3항은 훈시규정이 되어야 할 것이나, 이렇듯 각 항별로 효력을 구분하는 해석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의 문언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그동안 노동조합이나 징계대상자들이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3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인사위원회 회의록 교부를 요청하거나 미교부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조항이 처음부터 훈시규정으로 제정되었다거나 이후에 사문화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인사위원회 회의록의 교부를 누락한 하자의 정도
원고는, 단체협약에 규정된 징계에 관한 절차 위반이 그 징계를 무효로 하는지 여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그 규정의 취지에 따라 징계의 효력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3항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인사위원회 회의록의 교부를 누락한 것은 징계의 효력을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3항은 인사위원회 회의록의 작성 및 보관을 징계절차의 한 단계로 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징계를 무효로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는 한편, 아무런 예외사유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 조항의 취지를 그 문언과 달리 해석할 근거가 없다.<1>
나아가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에서, 징계대상자에 대한 소명 기회 부여(제2항), 재심 절차(제4항)의 충족 여부와는 별개로 인사위원회 회의록 교부(제3항)를 징계의 효력요건으로 열거한 점을 보태어 보면, 그 취지는 ‘징계대상자에게 인사위원회 회의록이 교부되지 않았다면 그로 인하여 징계대상자의 소명 기회나 불복 절차 보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해당 징계를 무효로 돌리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참가인이 원고의 동의 없이 인사위원회 회의 내용을 따로 녹취하여 둔 점(을가 제2, 3호증), 참가인은 이 사건 재심판정을 받을 때까지는 인사위원회 회의록 미교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은 점(갑 제2호증)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참가인이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보관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징계에 대한 소명이나 불복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고 짐작되기는 하나, 앞서 본 이 사건 단체협약 제44조 제3항의 문언과 취지에 따라 위 회의록의 교부 절차 누락은 여전히 징계의 효력을 무효로 돌리는 하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정직 처분의 징계사유와 징계양정을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정직 처분은 절차상 하자로 인하여 효력이 없는 부당정직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적법하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