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공동주택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이에 하남시 소재 D아파트 및 E 아파트(이하 각 ‘D 아파트’ 및 ‘E 아파트’라고 한다)에 관하여 주택관리 위ㆍ수탁 약정(이하 ‘이 사건 주택관리 약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위 약정에 따라 위 아파트의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19. 2. 3. 원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18. 11. 5. ~ 2019. 11. 4.(1년)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D 아파트의 경리대리로 근무하였고, 2019. 11. 5. 위 계약기간을 2019. 12. 31.까지 갱신하는 취지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한편 원고는 D 아파트의 관리소장 F(이하 ‘F 소장’이라고 한다)을 2019. 12. 12.경 E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전보하였는데, F 소장은 2019. 12. 19.경 참가인에게 “2019. 12. 31.까지만 D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2020. 1. 2.부터는 E 아파트로 출근하라”라고 제안하였고, 참가인은 위 제안을 수락하였다.
참가인은 2019. 12. 23.경 원고에게 ‘사직예정일자: 2019. 12. 31., 사직 이유: 계약종료’라고 기재한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는 참가인이 E 아파트로 전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제출된 것인데, 이에 반하여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하고도 현재까지 참가인에 대한 전보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2020. 1. 31.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다(G).
이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3. 30. “① 참가인은 2019. 12. 19.경 원고의 대리인인 F 소장과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참가인을 E 아파트로 전보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것이고, 이 사건 사직서는 위 합의에 따른 전보절차의 이행을 위하여 형식적으로 제출된 비진의 의사표시에 불과함에도,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그대로 수리하여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해고에 해당하고, ②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으므로, 위 해고는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참가인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초심판정을 하였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 5. 7.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7. 1.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나 제3, 6 내지 9,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원고가 모르는 사이에 참가인이 F 소장과 근무지 전보에 관한 의사를 교환하였다고 보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와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계약을 적법하게 체결하였다고 할 수는 없는 이상, 이 사건 근로계약의 만료일이 경과함으로써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인데, 마침 이 사건 사직서에 기재된 사직예정일자는 위 만료일과 동일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을 중도에 해고한 것이라 볼 수 없다.
피고 및 참가인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은 형식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하여 근로관계를 그대로 종료시킨 것은 참가인의 갱신기대권을 침해하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인정사실
원고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주택관리 약정의 계약기간은 2018. 8. 6.부터 2019. 12. 31.까지였다.
원고와 참가인이 작성한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9. 12. 12.경 D 아파트의 F 소장을 E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E 아파트의 관리소장 H(이하 ‘H 소장’이라고 한다)을 D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교차하여 전보하였다.
H 소장은 D 아파트의 직원들인 참가인, I, J에게 ‘사직서를 작성하여 가지고 오라’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I은 2019. 12. 23.경 이 사건 사직서를 비롯하여 위 3명이 작성한 사직서들을 모두 취합한 다음 H 소장에게 제출하였다.
H 소장은 2019. 12. 30.경 D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실에서 참가인에게 “원고가 2019. 12. 24.경 ‘참가인을 E 아파트로 전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라는 취지로 알려주었다.
원고는 이 사건 주택관리 약정을 갱신하여 2020. 1. 1.부터 현재까지 D아파트 및 E 아파트의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을나 6, 8, 9,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 단
참가인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으므로, 근로자로서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갱신 거절의 유효 여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5990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갖는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없는 것에 동의한다(제2조 제6항)’라는 취지의 문구가 인쇄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갱신기대권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체결부터 종료에 이르기까지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싸고 형성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근로자에게 인정되는 지위라 할 것이므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갱신기대권을 부인하는 조항을 삽입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무렵에 아직 발생하지도 아니한 갱신기대권을 소멸시키는 효력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위 조항의 존재만을 들어 갱신기대권의 발생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①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부동문자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되 3개월 이내의 계약기간 동안 근로자의 업무능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원고는 다른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위와 동일한 양식의 근로계약서를 사용하였던 점, ③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다른 D 아파트 직원들과 갱신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기간을 모두 6개월로 정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원고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기간은 평가기간을 포함하여 최소 3개월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근로계약은 특이하게도 계약기간을 2019. 11. 5.부터 2019. 12. 31.까지 단 57일간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근로계약 제2조 제2항에서 정한 대로 이 사건 주택관리 약정의 종료일과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일을 서로 맞추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일 뿐이므로, 이로써 원고가 종전의 관행과는 달리 위 57일이 지난 뒤로는 참가인을 더 이상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실제로 이 사건 주택관리 약정이 갱신되자, 참가인 및 스스로 사직한 I, J을 제외한 D 아파트 직원 5명의 근로계약은 모두 계약기간을 2020. 1. 1.부터 2020. 6. 30.까지로 정하여 갱신되었다.
원고는 2019. 12. 24.경 H 소장에게 참가인을 E 아파트로 전보하는 것에 대하여는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고 보인다.
그러나 원고가 H 소장에게 참가인이 D 아파트에서 그대로 근무하는 것마저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거나, H 소장이 그러한 발언을 참가인에게 전달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원고가 이 사건 주택관리 약정을 갱신하여 그 종료일을 연장하는 데 성공한다면, 참가인이 스스로 갱신기대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사건 근로계약도 아울러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여 갱신기대권을 포기한 것인지 여부
관련 법리
민법 제107조 제1항의 뜻은 표의자의 내심의 의사와 표시된 의사가 일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표의자의 진의가 어떠한 것이든 표시된 대로의 효력을 생기게 하여 거짓의 표의자를 보호하지 아니하는 반면, 만약 그 표의자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에 대하여 악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라면 그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없이 표의자의 진의를 존중하여 그 진의 아닌 의사표시를 무효로 돌려버리려는 데 있다(대법원 1987. 7. 7. 선고 86다카1004 판결 참조).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수령한 대리인이 상대방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이 이를 알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상대방의 의사표시는 무효가 된다(민법 제116조 제1항).
구체적 판단
갑 제4호증, 을나 제12,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의 취업규칙 제16조 제1항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직원 중에서 과장급 이상의 직원 및 경리직 직원은 원고 대표이사가 임면하나, 대표이사가 관리소장에게 위임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취지로 규정하는 점, ② F 소장이 2019. 12. 5.경 제출한 사직서의 결재란에 원고 대표이사가 표시되어있는 반면, 경리직 직원인 참가인이 제출한 이 사건 사직서의 결재란에는 관리소장까지만 표시되어 있는 점, ③ H 소장이 이 사건 사직서에 서명하여 결재하였고, 원고 대표이사에게는 2019. 12. 27.경 팩스로 이 사건 사직서의 사본을 송부하였을 뿐인 점(을나 제12호증 제2, 3쪽)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최소한 참가인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권한만큼은 H 소장에게 위임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는 H 소장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갑 제2호증, 을나 제8, 9,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그전부터 원고는 직원을 다른 단지로 전보할 때, 기존 단지에서 퇴사하여 새로운 단지에 다시 입사하는 형식을 갖추고자 해당 직원으로부터 기존 단지에 대한 사직서를 제출받아 온 점(갑 제2호증 제11쪽), ② H 소장은 F 소장과 함께 2019. 12. 중순경 및 같은 달 24.경 원고에게 참가인의 근무지 전보를 반복하여 건의하였으나 그때마다 원고의 반대에 부딪친 점(을나 제9호증 제6쪽, 을나 제12호증 제4쪽, 원고 측 2021. 3. 30.자 준비서면 제6, 7쪽), ③ 그럼에도 H 소장은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뒤인 2019. 12. 30.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참가인에게 원고의 반대 의사를 알려준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그동안 참가인이 진정 사직하기로 결심할 만한 계기가 있었다거나, H 소장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받는 것 외에 별도의 방법으로 참가인의 사직 의사를 확인하였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H 소장은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할 무렵에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할 의사가 있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근무지 전보를 희망하고 있었던 사실, 그리고 참가인이 전보절차의 이행을 위하여 종전 관행대로 이 사건 사직서를 형식적으로 제출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갱신기대권 포기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그렇다면 참가인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발생하였고, 이 사건 사직서 제출로 인하여 위 갱신기대권을 포기하는 효력이 생기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참가인은 위 갱신기대권을 그대로 보유한다 할 것인바, 그럼에도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이유로 참가인과 사이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각주1) 계약기간의 시기는 제각각이나, 이 사건 근로계약과 같이 그 종기는 모두 2019. 12. 31.로 통일되어 있다(갑 제6호증의 1, 3, 5, 7, 9).
각주2) 이는 그 무렵 E 아파트의 경리 주임이었던 K이 제출한 사직서(을나 제13호증의 2)도 마찬가지이다.
각주3) 만일 H 소장이 이 사건 사직서 제출 전에 참가인에게 미리 원고의 반대 의사를 알려주었다면, 참가인이 2019. 12. 30.경 H 소장에게 새삼스럽게 참가인의 전보가 좌절된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H 소장이 참가인에게 “내가 종전에 원고가 참가인의 전보를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는데도 참가인이 그대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냐”라는 취지로 반문하여야 자연스러운데, 해당 녹취록(을나 제9호증)에는 그러한 반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각주4) 원고가 H 소장에게 이 사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H 소장은 “참가인의 사직 의사가 처음부터확고하였다. H 소장이 거듭하여 참가인에게 숙고하도록 요청하였음에도 참가인은 끝내 의견을 굽히지 않고 2019. 12. 23.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나(을나 제1호증 제7, 8쪽), 위 진술의 내용대로라면 H 소장이 이 사건 사직서가 제출된 다음날인 2019. 12. 24. 구태여 원고에게 참가인의 근무지 전보를 재차 건의할 이유가 없어 보이므로, 위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각주5) 원고는, F 소장이 2019. 11. 말경 만취한 상태에서 D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시비를 걸고 욕설과 폭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참가인이 당시 D 아파트의 직원으로서 F 소장과 함께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을나 제10, 11호증), 원고가 위 사건에 관하여 참가인의 귀책사유를 구체적으로 주장ㆍ증명하지 않는 한, 참가인에 대한 계약갱신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