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의 배우자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D라는 상호로 건설기계 대여 및 도급업 등을 영위하던 자이다. E은 전남 나주시 F 지상에 자신이 주거할 전원주택을 짓는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하고 공사현장을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를 시행한 자이다.
망인의 E에 대한 덤프트럭 매매 알선
E은 2016. 3. 11. 망인을 통하여 소개받은 G 대표 H의 중개로 I로부터 이 사건 현장에서 사용할 15톤 중고 덤프트럭(J, 이하 ‘이 사건 트럭’이라 한다)을 대금 950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계약금 500만 원은 계약 당일 지급하였으며, 잔금 450만 원은 2016. 3. 14.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망인은 E을 대신하여 같은 날 이 사건 트럭을 인도받아 이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여 E의 부탁에 따라 이 사건 현장에서 이 사건 트럭을 이용한 작업을 수행하였다.
망인의 사고 발생
망인은 E으로부터 이 사건 트럭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 2016. 3. 14. 이 사건 현장으로 가 이 사건 트럭의 앞 타이어와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배터리를 수리하였다. 망인이 같은 날 16:49 이 사건 트럭에 흙을 적재한 후 이를 쏟던 중 위 트럭의 중량으로 인해 사고 지점 가장자리 지반이 침하하고 그로 인해 위 트럭이 좌측으로 기울어 망인의 몸이 운전석 문 부분에 압궤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은 2016. 3. 14. 18:22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사망하였다.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신청 등
원고는 망인이 E의 근로자로서 업무상 사유로 사망하였음을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9. 2. 21. 망인은 이 사건 트럭을 운행함에 있어서 별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작업에 대한 대가도 정하여지지 않았으며, 망인과 이 사건 트럭 소유자인 E과의 사용관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신청에 대한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9. 8. 위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0. 5. 29.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및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현장이 E의 건설현장이었고, 망인은 E에게 조경석을 납품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E의 이 사건 트럭에 대한 작업 지시를 이행하였으며, E이 이 사건 트럭의 소유자이고,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트럭의 운행 중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E으로부터 실질적인 지휘 및 감독을 받는 근로자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망인이 E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두947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에 갑 제3 내지 6호증 및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이 사건 현장의 근로자로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트럭을 운행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⑴ 이 사건 현장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당연 적용되는 사업장이기는 하나 망인은 E과 사이에 이 사건 공사 내지 이 사건 트럭의 운행에 관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망인이 이 사건 트럭의 운행에 대한 대가를 E으로부터 지급받았다고 볼 사정은 찾을 수 없다.
⑵ 망인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이 사건 현장에 일정 시간에 출근을 하였다는 등 근로시간 및 근로장소에 구속을 받았다고 볼 사정 역시 존재하지 아니한다. 즉, E은 망인에게 단순히 이 사건 트럭을 운전하여 흙을 버리는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수행할 작업의 내용과 방법,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바 없다. 뿐만 아니라 E을 위하여 이 사건 계약을 알선 내지 소개하였던 망인으로서는 E에게 이 사건 트럭의 수리가 완료되어 정상 가동되는 것을 보여주는 정도의 시험적인 작업을 할 필요가 있었을 뿐 E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여야 할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⑶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이 사건 트럭을 인도받은 후 E의 부탁에 따라 이 사건 현장에서 트럭을 이용한 작업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E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망인을 사실상 고용하여 작업을 지시하는 사용 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조경석 납품 거래를 하던 망인이 E이 진행하던 이 사건 공사에 조경석을 납품하려고 하였던 점이나 E과의 친분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단순히 호의적인 관계로 E을 도와준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망인이 E에게 조경석 납품을 기대하였다고 하나 이러한 조경석 납품에 대한 기대 내지 조경석 납품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적 성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⑷ 이 사건 계약의 중개인인 H은 원고 등이 E을 상대로 망인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7가합10970)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망인은 조경석을 납품하는 업자인데 E이 기사를 못 구했으니까 좀 해달라고 해서 귀찮아 죽겠다고 하였으며, 망인이 납품을 해야 돈을 버니까 가서 편의를 봐주기 위해 작업을 해준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또한 이 사건 현장을 방문한 H이 망인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다른 바쁜 일이 있으니 작업을 중단하고 빨리가자’고 질책하자 망인이 바로 이 사건 트럭에서 내려 E에게 이야기하고 현장을 이탈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망인이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처분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유환우
판사 임성민 박남진
각주1) 갑 제3호증의 건설기계양도증명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매매계약의 체결일은 2016. 3. 18.이다. 그러나 원고는 망인의 알선에 따라 E과 이 사건 트럭의 종전 소유자인 I가 2016. 3. 11.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고, I가 E에게 이 사건 트럭의 잔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의 판결(광주지방법원 2018. 4. 11. 선고 2017나56482 판결) 및 원고 등 유족이 E을 상대로 망인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판결(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9. 1. 10. 선고 2017가합10970 판결)에서도 매매계약의 체결일을 2016. 3. 11.로 인정하였으므로 위와 같이 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