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3. 31. 선고 2021구합454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상시 30,50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철도 운송, 철도차량 정비 및 철도 장비 제작판매 등을 영위하는 공법인이다. 원고는 2006. 1. 2. 피고 공사의 챠랑관리원으로 신규임용되어 2010. 8. 3.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고속중정비기술팀(현 고속차량중정비처, 이하 ‘고속차량중정비처‘라고 한다) 내 C팀에서 근무하였다가 현재 차량관리원으로 근무 중인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2020. 12. 31. 원고를 고속차량중정비처 직속 D팀으로 인사발령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보‘라고 한다).

다.

원고는 2020. 12. 29. 이 사건 전보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5. 28. 원고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원고가 2021. 7. 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9. 10.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9호증, 을가 제1, 2, 6호증, 을나 제1, 7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전보는 다음과 같이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원고는 약 14년간 C팀에서 차량의 전자·전기 정비전문가로 근무해 왔다. 그런데 C팀 동료들과 선임차장관리장 E도 2020. 2.경 발생한 모터블럭 보드 화재사고를 원고 탓으로 돌렸다. 이후 원고와 E 간에 모터블록 정비 접촉기 업무수행 관련 업무분장과 관련해서도 일부 갈등이 있었으나 이는 모두 원만하게 마무리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동료들과도 이 사건 전보를 할 정도의 불화는 없었다. 또한 원고가 C팀에서 근무하며 안전화를 꺾어 신게 된 것은 참가인이 통풍이 안되는 안전화를 지급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가인이 이를 문제삼아 이 사건 전보에 이른 것은 그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특히 이 사건 전보로 인해 원고는 14년간 쌓아 온 정비기술자로서의 근무경력이 단절되었고, 그동안의 경력과 관련 없는 업무를 맡으며 사실상 신입사원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전보 이후 인사평정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었으며, 시간외 근로도 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다.

또한 원고는 차량의 전자·전기 정비업무를 특정하여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였음에도 참가인은 이 사건 전보를 함에 있어 원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신의칙상의 협의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등 참조).

2)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및 을가 제3 내지 7호증, 을나 제2 내지 5, 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고속차량중정비처 산하 중정비기술부는 크게 기계기술팀, 전기기술팀, 차체기술팀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 전기기술팀 소속 C팀은 다시 세부적으로 모터블럭 보조블럭 담당, TM/펜터그래프 담당, 동력전기 담당으로 나뉜다. 그 중 모터블럭 보조블럭 담당의 경우 선임차량관리장 1인과 원고 포함 6인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팀원들은 각 3명씩 A, B조로 나뉘어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2)

원고는 위 모터블럭 보조블럭 담당으로 1개 조의 조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2020. 2.경 원고가 소속된 조에서 모터블럭 설비에 대한 정비 업무를 수행하던 중 조원 F이 본래 연결해야 하는 전압보다 고압 전선을 연결하는 바람에 설비 부품(아이몬 카드)이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3)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는 모터블럭 보조블럭 접촉기 정비 작업을 거부하였다.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다른 팀원의 불만이 제기되었고, 특히 원고와 선임차량관리장 E 간에 큰 다툼이 있었다.

4)

원고는 2020. 6.경부터 E이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2021. 4. 7. ‘위반없음’으로 종결되었고,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에도 모욕 및 명예훼손의 혐의로 E을 고소하였으나 2021. 3. 11.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5)

이와 별개로, 원고는 C팀이 착용해야 하는 안전화를 다한증이 있다는 이유로 꺾어 신어 관리자들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6)

참가인은 2020. 12. 31. 인사명령을 통해 원고를 D팀으로 인사발령하는 이 사건 전보를 하면서 E 또한 C팀에서 제어전기팀으로 인사발령하였다.

다.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을나 제10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보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전직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에도 위법이 없다.

1)

먼저, 업무상 필요성에 관하여 본다.

가)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는 사고 발생 위험이 높고 본인에게 책임이 전가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C팀 업무 중 접촉기 정비 업무를 거부하였다. 접촉기 정비는 약 16kg에 달하는 접촉기를 운반하여 모터블럭 내에 설치하는 업무로서 체력소모도 크고 업무내용도 까다로운 편인데, 원고의 접촉기 정비업무 거부로 인해 다른 팀원들이 이를 대신 처리하며 팀 내 갈등이 심각해진 상황이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책임을 모두 원고 본인에게 덮어씌웠기 때문에 접촉기 정비업무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사고로 공식 징계를 받은 사람은 없고, 조장이었던 원고를 포함하여 팀 전체에 대한 주의를 주는 것이 불합리한 업무지시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원고 주장의 책임전가가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관련 인사절차에서 처리해야 할 성질의 것이고, 접촉기 업무 자체를 거부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

다)

더욱이 사용자는 근로자 간의 인화 등 사정을 들어서도 전직처분을 할 수 있다. 참가인은 2020. 12. 31.자 인사발령을 통해 C팀 내에서 가장 갈등이 심하던 원고와 E을 서로 분리시킨 것 또한 C팀 내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라)

또한 원고가 근무하던 C팀의 업무는 고속철도차량 정비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작업자 간 갈등이나 일부 작업자의 업무과중으로 정비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사소한 실수가 자칫 철도차량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참가인이 C팀 내 갈등해소 및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 사건 전보를 한 것은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마)

원고는 다한증이 있다는 이유로 작업장에서 안전화를 꺾어 신으면서 작업장 내에서 안전화를 제대로 신으라는 요구를 거부하였고, 이를 뒷받침하는 진단서 등의 제출도 거부하였다. C팀이 다루는 설비는 그 중량이 상당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 안전화의 착용은 필수적인 것으로 보이므로, 참가인이 원고에 대한 안전보호 및 산업재해 예방 차원에서 안전화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부서로 전보한 것이 불합리해 보이지 않는다.

바)

따라서 이 사건 전보에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

2)

다음으로, 생활상 불이익에 관하여 본다.

가)

원고의 임금 및 근무시간 등의 근로조건은 이 사건 전보 이전과 같고, 근무장소도 변경되지 않았다.

나)

새로운 부서로의 발령 이후 발생하는 인간관계의 형성, 업무 숙지 등의 불편은 원고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은 근로자 누구라도 일정기간 겪는 일이고, D팀 또한 고속차량중정비처 소속 부서이므로, 이 사건 전보가 원고에게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새로 수행함에 따른 통상적인 수준의 부담감을 넘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담감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 사건 전보로 인해 원고가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평정순위가 하락하고 승진에서 누락되었다는 원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시간외 근무는 소속 부서와 관계없이 통상적인 근무시간 외 추가적인 업무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수행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전보로 인해 원고가 시간외 근무를 통한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하여 사실상 실질적인 임금이 감소되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전보로 인해 원고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나아가, 이 사건 전보를 함에 있어 신의칙상 협의절차가 준수되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가)

을가 제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이 노동조합과 이 사건 전보와 관련한 사전 협의 과정을 거쳤고, 2020. 12.경 고속차량중정비처 G팀장과 원고가 위 전보와 관련한 사전 면담을 거친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의하면 참가인은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치려는 충분히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령 이러한 조치만으로 신의칙상 협의절차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더라도, 전보발령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여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발령을 당연히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원고는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담당업무를 ‘차량(기차)의 전자·전기장치의 정비 업무’로 특정하였으므로, 원고의 보직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원고와 참가인이 위와 같이 담당업무를 특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을나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정비부품관리 역시 고속차량중정비처 내 정비업무에 포함되는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전보를 함에 있어 원고의 사전동의가 필요하다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이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