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18. 2. 2. 전문업무직(전문연구원) 채용공고를 하였다. IOTㆍICTㆍBig Data, Mechatronics, 교통공학, 신뢰성 분야에서 4명을 선발하고, 계약기간은 2년으로 하되 필요시 재계약이 가능한데,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 취득을 요건으로 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들은 채용전형에 응시하여 합격한 후, 2018. 4. 3. 원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후 피고보조참가인 C은 E연구원 교통정책연구팀 교통공학 분야, 피고보조참가인 B는 E연구원 신뢰성연구팀 신뢰성 분야에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0. 3. 2. 피고보조참가인들에게 2020. 4. 2.자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됨을 사전 예고하였다.
E연구원장은 2020. 3. 11. 인사담당부서에 1년간의 근로계약 연장 심의를 요청하였다. 원고는 2020. 3. 23. 2020년 제2회 업무실적평가위원회를 개최하여 기획처 전문업무직 F에 대한 계약연장(1년)을 승인하였으나,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하여 계약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는 것으로 의결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들은 2020. 6. 22.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2020. 4. 2. 기간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8. 19. 피고보조참가인들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고,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가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2020. 9. 25.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12. 2.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6, 8, 9, 10호증(가지번호 포함), 을가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갱신기대권 부존재
이 사건 근로계약 어디에도 계약기간 만료 후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기재가 없고, 채용공고의 ‘필요시 재계약’ 가능이라는 문구나 업무직관리규정 제15조 등의 계약갱신에 관한 규정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일 뿐이다. 또한 피고보조참가인들은 처음부터 한시적으로 채용되었고, 수행하던 연구과제가 대체로 완료된 상태였다. 그리고 E연구원에서 전문업무직을 채용한 적이 없어 계약갱신을 한 사례가 없고, 유사 전문업무직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여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보조참가인들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없다.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존재
평정점수는 계약연장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부 반영되는 기준일 뿐인 점, 원고는 서울특별시가 출자하여 설립된 공기업으로 많은 적자를 보고 있어 기간제 근로자 제도관리를 엄정하게 하여야 하는 점, 피고보조참가인들은 박사학위를 소지한 고급인력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지급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는지 여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위 인정사실, 갑 제11호증,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의 경우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인 업무직관리규정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채용공고에 ‘계약기간 2년(필요시 재계약 가능)’이라는 기재가 있으나,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재계약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계약 제3조는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으나, 제7조에서 매년 근무성적 평가를 실시하여 계약의 연장여부와 연봉조정 등에 반영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계약이 갱신될 수 있음을 규정한다. 또한 업무직관리규정 제15조 제2항은 계속 사용기간을 2년으로 하면서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제3항은 그러한 경우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피고보조참가인들은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어 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제1호에 따라 2년을 초과하더라도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E연구원장은 인사담당부서에 업무직관리규정 제15조 제3항의 절차에 따라 계약 연장 심의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보조참가인들에게 근무성적 평가 등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상당한 신뢰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E연구원장이 계약 연장 심의를 위하여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의 연구기간에 걸쳐 피고보조참가인 C은 4건, 피고보조참가인 B는 5건의 진행 중인 목표과제가 있어 연구특성상 장기간 소요되는 중요 연구과제 수행의 연속성 확보나, 다양한 연구경험을 가진 전문연구원의 연구노하우 전수를 통한 내부직원 역량 및 조직 활력 강화 등을 위하여 이들에 대한 계약연장의 필요성 또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갱신거절 직후인 2020. 5. 15.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채용 당시와 거의 유사하게 교통공학 분야에 1명, 산업공학, 신뢰성 공학, 안전 및 품질공학 분야에 1명을 각 전문연구원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의 전문업무직(계약직) 공개채용 공고(을나 제7호증)를 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더라도 원고에게 있어 피고보조참가인들의 업무는 본래 단발성으로 마무리되는 단기간의 업무라기보다 전문성을 지닌 인력에 의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연속성을 가지고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었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들과 같은 채용절차에 의하여 입사한 전문업무직 F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 원고는 F은 기획처 소속으로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 업무 등을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업무의 세부적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인 계약과정, 내용, 법적 지위 및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상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피고보조참가인들과 F의 업무 및 지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이와 같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위 인정사실, 갑 제3호증, 을가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서울특별시에서 출자하여 설립된 공기업이고, 피고보조참가인들은 전문직 3급 상당 대우에 연봉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는 계약 갱신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구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들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할 수 있어서, 계약갱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할 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계약갱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규연구직의 우회적인 채용경로가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갱신거절의 주된 이유를 사실상 위와 같은 정규연구직 채용의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그 자체로도 갱신거절의 합리적 사유가 될 수 없다.
2년간의 E연구원 전문직 근무실적 평가 결과 피고보조참가인 B는 평균 97점, 피고보조참가인 C은 평균 96점을 받았다. 이 사건 근로계약 제7조는 근무성적 평가를 실시하여 계약의 연장 여부에 반영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원고는 위와 같은 근무평가가 어떻게 계약연장 여부의 판단에 반영되었는지, F이 담당하였던 업무와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담당하였던 업무에 어떠한 차이가 있고, 그와 같은 여러 사정을 반영한 근무성적 평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계약 연장에 차별을 두게 된 합리적 이유가 되었는지 충분히 설명을 하고 있지 못하다.
나아가 앞서 보았듯이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갱신거절 직후 곧바로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맡았던 동일한 업무분야에 각 전문연구원을 공개 채용한다는 공고를 낸 사실이 인정되어, 결국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맡았던 직무분야의 유지 필요성이 여전히 인정된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들이 그 해당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전문직의 정규직화 우려 등을 고려한 정책적 목적만으로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갱신을 거절한 후 다시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와 같은 점에서도 갱신거절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소결론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반면, 그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이므로,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