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9. 16. 선고 2021구합52419 판결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 1. 11.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B공단 부당직위해제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상시 30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서울특별시 D구청장이 지정하는 시설 및 사업을 관리·운영하는 지방공기업으로서 사업운영부와 경영기획부로 나뉘어 있으며, 사업운영부 산하에는 안전총괄팀, 실내체육팀, 야외체육팀, 문화레저팀, 주차사업팀, 공공사업파트 등 6개 부서가 있다. 원고는 2020. 4. 1. 참가인에 개방형 3급 직위로 입사하여 2년 임기의 사업운영부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1) 참가인은 2018. 3.경부터 2020. 5.경까지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E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 및 정년 65세 연장 여부에 관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는데, 그 타결에 난항을 겪자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비하여 사업운영부 산하 각 팀에 ‘노조 파업 대비사업장 운영방안 수립(안)’의 작성을 지시하였다.

(2)

참가인의 팀장들은 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2020. 6.경 원고에게 제출하였는데, 그 중 F이 작성한 ‘노조 단체행동(파업) 대비 업무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이하 ‘이 사건 보고서’라 한다) 상단에는 ‘보안유지’,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이하 ‘이 사건 문구’라 한다)가 기재되어 있었다.

(3)

이 사건 노동조합은 참가인과의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2020. 6. 24. 서울 D구청 1층 로비와 5층 구청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파업에 돌입하였는데, 같은 날 서울 D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 문구의 촬영본을 공개하고 참가인에게 ‘이 사건 보고서의 작성 경위를 밝히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였다.

(4)

이에 참가인의 이사장 G(임기는 2021. 12. 2.까지)은 같은 날 ‘참가인과 이 사건 노동조합 간 단체교섭 결렬 및 파업이 예상되어 이에 대한 대책과 관련하여 사업부서간 이메일을 통한 의견교환 과정에서 이 사건 노동조합에서 밝힌 부적절한 내용<1>이 서류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참가인의 임직원의 지시나 공식적인 대책 논의 차원이 아님은 분명하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노사관계에서 있어서는 안 될 사안임을 인정하고 이사장으로서 사죄드린다. 아울러 관련자들을 직위해제하고 절차에 따라 엄중처벌할 것이며,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 저는 사태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이사장직을 사임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그직을 사임하였다.

다.

참가인은 위 2020. 6. 24. ‘원고가 참가인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이 사건 노동조합과 관련된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발견되어 참가인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39조 제1항 제5호(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현저히 공단의 이익에 반한 행위를 한 자)에 따라 ‘2020. 6. 24.부터 해제만료시까지’ 원고를 직위해제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위해제’라 한다).

라.

이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H),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9. 10. ‘이 사건 보고서의 유출로 참가인과 이 사건 노동조합 간 대립이 초래되고 사회적 물의가 발생하여 이 사건 직위해제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원고에게 발생한 생활상 불이익이 그 필요성에 비해 용인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없어, 참가인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 11.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마.

참가인의 내부 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9, 10호증, 을가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직위해제는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고 그에 따른 생활상 불이익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으며, 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아 인사권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2)

이 사건 직위해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3)

이 사건 직위해제는 징계의 일종인 정직과 그 효과가 유사하고 참가인의 ‘인사규정 시행내규’에서도 사실상 징계의 한 종류로 보고 있음에도 위 규정에 따른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였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직위해제가 위법함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이 사건 직위해제에 관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한 것인지는 해당 인사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등 참조).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해당 근로자가 장래에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해당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고, 근로자의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므로,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처분의 정당성은 근로자에게 해당 직위해제사유가 존재하는지나 직위해제에 관한 절차규정을 위반한 것이 해당 직위해제처분을 무효로 할 만한 것이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두8210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갑 제1 내지 7, 9 내지 11, 14 내지 17호증, 을가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직위해제에 따른 업무상의 필요성보다 원고가 입은 생활상의 불이익이 더 크고, 이 사건 직위해제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로, 이 사건 직위해제는 참가인이 가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①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6. 29. ‘원고가 이 사건 보고서와 관련한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원고를 고소한 것을 비롯하여 F, G 등 참가인의 전현직 임직원들을 고소하였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는 2021. 8. 3. 원고에 대하여 ‘F이 이 사건 문구를 기재한 이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고 원고가 이 사건 보고서를 책상 위에 둔 사이에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이를 발견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에 제보한 사실이 인정되나, 원고가 F에게 이 사건 문구의 작성을 지시 내지 공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고, F에 대하여는 ‘이 사건 문구는 노사간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특정 노조원만이 아닌 소속 직원 전체에게 적용하려 한 것으로 노조 와해의 목적으로 작성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이 사건 보고서가 인사시스템 개선에 관한 결정권한이 없는 직상급자인 원고에게만 보고되어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으며, G 등 다른 임직원들에 대하여도 혐의없음 내지 각하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

②

원고에게 보고된 이 사건 보고서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 알려짐에 따라 참가인의 이사장이 사임한 사실, 이 사건 노동조합이 참가인에게 이 사건 보고서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여 관련 언론보도가 이루어진 사실, 참가인은 2020. 8. 2. 이 사건 노동조합과 ‘지속적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 당사자들을 즉시 파면 조치하는 사항에 관하여 3자(이 사건 노동조합, 서울 D구청, 참가인)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논의한다’는 등의 노사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문구의 작성에 원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없는 점, 이 사건 문구의 내용 및 이 사건 보고서의 전체 내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보고서가 이 사건 노동조합을 와해할 목적으로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설령 이 사건 보고서의 유출에 관한 원고의 관리책임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그 경위 등에 비추어 이에 관한 관리책임이 무겁다고는 볼 수 없는 점, 원고가 위 2020. 8. 2.자 합의서 기재 ‘지속적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 당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를 직위해제할 업무상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더구나 원고를 오랜 기간 직위해제할 업무상의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③

반면, 원고는 직위해제가 이루어진 오랜 기간 기본급과 각종 수당의 80%만을 지급받고(보수규정 제9조 제1항 본문, 제14조 제2항), 승진 및 승급을 할 수 없으며(인사규정 제26조 제1항 본문), 평정대상에서 제외되고(인사규정 시행내규 제30조 제4항 제1호), 직위해제 기간이 경력평정 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며(같은 규정 제36조 본문), 포상 대상에서 제외되고(같은 규정 제38조 제4항 제1호 가.목), 직위해제 기간이 6개월이 지났음에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함에 따라 직권면직사유에 해당하게 되었고(인사규정 제34조 제9호), 원고의 임기가 2년에 불과함에도 오랜 기간 직위해제되는 등 이 사 건 직위해제로 원고가 입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상당히 무겁고, 이는 업무상의 필요성 보다 크다고 할 것이다.

④

참가인은 2020. 6. 24.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직위해제를 한 이후 같은 날 20:00경 원고에게 ‘오늘자로 직위해제 처리가 되어 내일부터 출근은 하지만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뿐 이 사건 직위해제에 관하여 원고와 협의를 한 사실이 없다. 당시 참가인은 통상의 업무처리 방식을 거치지 않고 이사장의 직권으로 이 사건 직위해제를 하였는데(갑 제14호증 제38-39면 참조), 이 사건 보고서의 작성 내지 유출 경위 등에 관한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직위해제 무렵 이 사건 보고서의 유출에 따른 참가인 이사장의 사임이나 이 사건 노동조합의 문제제기 등의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이 사건 직위해제에 있어서 원고에게 최소한의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사실관계의 충분한 조사 없이 참가인이 일방적으로 이 사건 직위해제에 나아갔으므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직위해제는 참가인의 규정에 따른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와 관계 없이 위법하므로, 이를 적법하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재판장) 최기원 최승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