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서울 성북구 E동 소재 'D치과'를 운영하는 사업자이고, B은 2020. 6. 26. 위 'D치과'의 경력직 직원으로 채용된 근로자이다.
그런데 2020. 7. 3.경 시행한 B의 업무평가에서 원고의 예상을 하회하는 결과가 나왔고, 이에 원고는 2020. 7. 6. 18:00경 B과의 면담(이하 '이 사건 면담'이라고 한다)에서 B에게 "저희 병원과 맞지 않습니다"라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고 한다).
B은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2020. 7. 1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F),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9. 9. "이 사건 통보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이하 '제27조'라고만 한다)에 정한 서면통지 방식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여 B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 10. 13.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12. 17.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 9,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주장 ①
이 사건 통보는 해고가 아니라, 원고가 B이 내세운 허위 경력에 기망당하여 체결한 근로계약을 취소한 것이므로, 해고를 대상으로 하는 제27조는 이 사건 통보에 적용될 수 없다.
주장 ②
설령 이 사건 통보에 제27조가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B이 이 사건 통보를 듣고는 원고에게 자신의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고 곧바로 사업장에서 퇴거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위 규정에 따른 서면통지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판 단
주장 ①에 대하여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근로자는 '해고'를 주장하고, 사용자는 이를 부인하는 경우,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가 증명하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의 취지 참조).
그런데 "저희 병원과 맞지 않습니다"라는 이 사건 통보의 문언 자체만으로는 기망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한 것이라 해석하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의 인사담당자인 G의 증언(증인신문 녹취서 제6, 8쪽)에 의하더라도, G는 ① 이 사건 면담에서 B에게 교부할 목적으로 '직무수행능력 및 업무능력 결여'를 해고사유로 기재한 해고통지서(갑 제7호증)까지 미리 준비하여 두었다는 것이고, ② 이 사건 면담 당시에도 B의 업무평가 성적이 기대에 비하여 저조하게 나온 점만을 집중적으로 비판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③ 이 사건 면담이 끝날 무렵에 B에게 "미안하지만 24년차 경력이 아니죠?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하였을 뿐이고, 나아가 그 자리에서 B의 경력 사칭 여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통보는 어디까지나 근로자의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하는 해고의 의사표시로 보아야 자연스럽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통보가 취업규칙 제6조 제10호에 정한 '채용취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모든 경우를 뜻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위와 같이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유보한 근로계약 취소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그 취소사유가 해고사유의 실질을 띠고 있다면 제27조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해고사유들을 일괄하여 취업규칙에 취소사유로 규정해 둠으로써 제27조의 적용을 손쉽게 회피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채용취소'는 근로자가 원고에게 채용된 후에 취업규칙 제5조 제2항 소정의 입사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삼고 있는바, 위 '채용취소'의 사유는 근로계약을 구성하는 사용자 측의 의사표시에 어떠한 하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 성립 후에 근로자가 사용자의 사규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해고사유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가 '채용취소'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역시 제27조에 정한 서면통지 방식을 준수하여야 한다.
결국 어느 모로 보아도 이 사건 통보는 제27조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장 ②에 대하여
살피건대, 제27조에서 서면통지의무가 면제되는 예외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다가 을 제6호증의 기재, 증인 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통보를 서면으로 하지 않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는 B에게 교부할 해고통지서를 지참한 상태로 이 사건 면담에 임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면담에서 해고통지서를 B에게 교부하지 않은 이상, 위 해고통지서가 B에게 도달하지 않은 데에 따른 불이익은 표의자인 원고가 부담하여야 한다(민법 제111조 제1항).
다만 상대방이 통지를 담은 매체의 수취를 거부하고는 그 통지의 내용을 알 수 없었음을 내세워 도달에 따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이때에는 예외적으로 상대방이 통지를 받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가 내용을 아는 것이 가능한 객관적 상태에 놓일 수 있었던 때에 통지가 도달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두34630 판결, 2021. 7. 29. 선고 2020두58274 판결 등의 취지 참조).
그러나 G는 "2020. 7. 6. 18:00경 B에게 해고통지서를 보여주면서 이 사건 면담을 진행하였고, 그때 B에게 해고통지서를 바로 교부하지는 않았지만 '1시간 후인 19:00경에 퇴근하고 나면 우리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말하며 2차 면담을 속행하기로 결정하였는데, 그 말을 들은 B이 무단으로 사무실을 나가더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바(증인신문 녹취서 제6, 8쪽), 위 증언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면담 당시 G가 B에게 해고통지서를 교부할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명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B의 일방적인 퇴거는 2차 면담의 속행을 거부하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는 있어도, 나아가 해고통지서의 수취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위에서 본 법리는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
원고는 B이 사업장을 떠난 뒤로 2020. 7. 22.경까지 B과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B에게 해고통지서를 수령하라고 요구하거나 해고통지서를 송달하기 위한 소재지를 문의한 바가 전혀 없고, 다만 고용보험 신고를 목적으로 B에게 한 차례 주소를 물어보았으나 답변을 거절당했을 뿐이다(을 제6호증).
설령 원고가 B의 소재지를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민법 제113조에 정한 공시송달사유가 되는 것이지, 서면통지의무의 면제사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원고는, 제27조에서 서면통지에 해고시기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서면통지를 반드시 그 해고시기 도래 전에 하여야 한다고 제한한 것은 아니므로, 사용자가 해고 후 상당한 기간 안에 근로자에게 서면통지를 함으로써 근로자의 절차적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면 서면통지를 누락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① 제27조에서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 것은 해고대상자의 사후적인 방어권 보호 외에도, 그에 앞서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해고에 신중을 기하게 하려는 예방적인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점(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등의 취지 참조), ② 사용자가 해고시기 전까지 근로자에게 해고통지서를 발송조차 하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해고에 대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인 점, ③ 더욱이 이 사건에서는 B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할 때까지도 원고가 B에게 해고통지서를 교부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해고 후 상당한 기간 안에서면으로 해고통지를 하였다고 평가할 근거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통보는 제27조를 위반한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