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99. 10. 13. 설립되어 상시 약 10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전문건축설비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9. 8. 19. 주식회사 G로부터 “H 관사 및 병영시설 민간투자시설사업(BTL)” 중 기계설비공사 부분(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대금 5,280,000,000원에 하도급 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망 B은 2019. 9. 16.부터,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D은 2020. 2. 1.부터, 참가인 E은 2019. 9. 4.부터 강원 화천군 소재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각 건설 근로자로 근무하였다(이하 위 근로자들을 한꺼번에 지칭할 때에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20. 8. 7. ‘원고가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2020. 7. 1. I 공사과장에게 지시해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하면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0. 6. 이 사건 근로자들의 구체신청을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다(J 내지 K).
원고는 2020. 11. 1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 22. 위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의 지휘감독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는 사용자 적격이 있고,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을 2020. 7. 1.자로 해고하면서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절차상 하자가 있는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F,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2021. 2. 18. 이 사건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았다.
한편, 망 B이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인 2022. 7. 18. 사망함으로써 그 형제자매들인 참가인(선정당사자) C 및 별지1 선정자목록 기재 선정자들이 공동상속인으로서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6호증, 을나 제3, 4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I와 사이에 일종의 도급계약인 배관 설비 용역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I가 자신의 책임 하에 이 사건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하거나 전반적인 노무 관리에 관한 결정을 하였을 뿐이지,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I의 지시에 따라 혹은 자발적으로 이 사건 공사 현장을 이탈하였던 것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한 사실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사용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구제신청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초심판정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한 위법이 있다.
관계 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원고는 2019. 11. 20. I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배관 설비 용역 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I는 같은 날 아래와 같이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원고는 고용보험법 제15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1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2019. 9.경부터 2020. 6.경까지 망 B, 참가인 D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각 근무한 총 근로일수, 임금총액 등 일용근로내용을 월별로 신고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각 급여 명목의 돈을 계좌이체의 방법으로 지급하였다.
I는 2020. 7. 1. 원고의 이 사건 공사 현장사무실에서 현장소장 L, 상무 M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다.
원고의 대표이사 O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한 I, 망 B, 참가인 D, E 등 근로자 4명의 임금,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합계 14,158,856원을 지급기한 내에 지급하지 아니하고, 또한 I에게 지시하여 2020. 7. 1. 망 B, 참가인 D, E 등 근로자 3명을 즉시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 합계 14,537,13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라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고정512호), 법원은 2022. 9. 27. 위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O를 벌금 700만 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한편, O는 위 형사사건에서도 ‘I는 원고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근로관계에 있지 않게 되었고, 망 B, 참가인 D, E 등 이 사건 근로자들은 I가 고용하였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O가 손해 발생을 방지하고자 현장관리자와 근로자들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노무관리에 관한 재량의 일부를 I에게 위임한 것으로 보일 뿐, I가 현장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을 갖춰 그 의사와 책임 아래 시공한다는 취지를 약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바, I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12, 13호증, 을가 제4, 7호증, 을나 제1, 4 내지 6, 10, 11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들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원고의 사용자성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6701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을가 제2, 5, 8호증, 을나 제2, 6, 7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들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고에게 고용되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원고가 하도급 받은 업무에 종사하는 원고의 근로자들로서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⑴ 망 B, 참가인 E은 ‘표준근로계약서(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에 자필로 서명한 사실이 있는데, 다만, 위 계약서에 원고 대표이사 O가 자필로 서명을 하였다거나 원고의 법인인감이 날인되어 있지 아니하기는 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위 계약서 상 사업주 란에 원고의 명칭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포함하여, 근무장소, 업무의 내용, 임금 등 근로계약의 주요한 내용이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점, ②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I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투입할 근로자를 채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데다가, 위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를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던 점, ③ 이 사건 근로자들의 구제신청에 따른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원고 측 대리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한 자들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원고는 시공참여계약을 체결한 자들이 원고의 명의로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였던 것처럼 보이는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최소한 망 B, 참가인 E과 원고 사이에는 처음부터 유효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⑵ 설령 이 사건 근로자들과 원고 사이에 유효한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이 없어 형식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되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고용노동부에 망 B, 참가인 D에 대한 일용근로내역을 신고하였고, 참가인 E의 건강·장기요양보험료를 원천징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하였으며,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매월 계속적으로 급여를 지급하여 왔던 데다가, 나아가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제반 장비와 시설을 제공함은 물론, I 등을 통하여 작업을 지휘·감독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원고와 고용계약을 맺은 것으로서 이 사건 근로자들과 원고 사이에 종속적·계속적인 근로자·사용자 관계가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⑶ 원고는, I가 원고와 사이에 일종의 도급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이 사건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하고, 급여의 책정 등 일체의 노무 관리에 관한 결정을 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지만, 원고 대표이사 O와 I 사이의 전화통화 녹취록(갑 제5, 6호증)에 의하면, 위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서로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I가 O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는 답변을 한 사실이 있을 뿐이고, 사실확인서(갑 제8호증의 1 내지 8, 갑 제10호증)의 각 기재는 대부분 그 작성일자와 내용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이후 원고의 일방적인 요청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여 신빙성이 부족한바, 결국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주장과 같이 I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I 역시 원고와 사이에 배관 설비 용역 계약서 및 차용증을 작성하기 전까지는 단순히 근로자의 지위에서 일을 해왔을 뿐인데, 새삼 자신의 책임 하에 수급인의 지위에서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만한 특별한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렵고, 나아가 위 배관 설비 용역 계약을 체결한 이후 I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라든가 방식이 달라졌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기도 어려우며, I는 배관 설비 용역 계약서의 기재와 달리 공정률에 따른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노무비와 일부 경비 등을 지급받았을 뿐이어서,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I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단순히 원고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함이 타당한바, 원고 대표이사 O에 대한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이와 같은 이유를 들어 I의 사용자성을 부정하였다.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② I가 자의적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을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해고할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③ 실제로 I가 현장소장 L, 상무 M와 대화한 내용에 의하면, 원고 대표이사 O가 I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하라는 지시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주장과 달리 원고가 I에게 지시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였다고 봄이 상당한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는 절차상 하자가 있는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원고인데,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러한 해고는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상당하고,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재판장) 김규현 김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