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1. 28. 선고 2021구합5998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2001. 4. 2.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하여 상시 약 12,4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전력자원의 개발 및 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00. 6. 21. 참가인에 입사하여 C(이하 ‘이 사건 사업소’라 한다)에서 3직급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해온 사람이다.

나.

참가인의 징계심사위원회는 2020. 5. 14. 회의를 개최하여 원고의 아래와 같은 각 비위행위를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를 2020. 5. 21.자로 해임하기로 의결하였고, 참가인은 2020. 5. 28. 위 해임사실이 기재된 징계결과통지서를 원고에게 발송하였으며, 같은 날 원고가 이를 수령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

다.

원고는 2020. 6. 5. 이 사건 해임에 불복하여 참가인에게 항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참가인은 2020. 9. 17. 재심 징계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라.

이에 원고는 2020. 8. 6. 이 사건 해임이 부당징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0. 21.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신체적 접촉행위는 성희롱으로 판단되므로 이 사건 해임의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양정이 적정하며, 징계절차상의 적법성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G,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2. 10. 이 사건 초심판정과 마찬가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B,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호증, 을나 제1 내지 3, 9,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제1징계사유의 경우, 원고의 휴대전화기가 실수로 피해자의 신체에 닿았을 뿐, 원고가 신체적 접촉행위를 의도한 사실이 없으므로 성희롱이 될 수 없다. 제2징계사유는 피해자가 뒷걸음질하는 과정에서 원고와 부딪힌 것이므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으며, 제3징계사유는 원고가 피해자에게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없고, 가사 신체접촉이 있었더라도 원고에게 신체접촉의 인식이나 의사가 없었으므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4징계사유는 징계혐의에서 제외된 내용일 뿐만 아니라, 원고가 피해자에게 신체접촉을 한 사실도 없으며, 가사 신체접촉이 있었더라도 원고가 이를 의도한 것이 아니므로 어느 모로 보나 성희롱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임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나.

관계 법령 및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피해자는 ‘2019. 1. 28. 16:00경 이 사건 사업소 지하 1층 F에서 냉동고 온도체크 업무를 하던 중 원고가 뒤쪽에서 피해자의 허벅지에 손 또는 휴대폰으로 신체접촉을 하였다’고 2019. 1. 30. 참가인의 성희롱 고충상담센터에 신고하면서, 과거에도 3차례나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2)

그러자 참가인은 2019. 2. 1. 원고를 직위해제하는 한편, 내부감사 및 외부기관(H센터)에 의뢰하여 성희롱 조사를 개시하였고, 위 성희롱 조사는 2020. 3. 6.까지 진행되었다.

3)

피해자는 2019. 2. 20. 원고를 분당경찰서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이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라고 한다)죄 및 강제추행죄로 고소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에 대한 내부감사가 중단되었다.

4)

H센터는 2019. 3. 7. “2019. 1. 28.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 요건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원고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2019. 3. 19. 원고의 2018. 1. 28. 16:00경의 피해자에 대한 신체접촉 행위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된다고 의결하였다.

5)

검찰은 2019. 11. 28. 원고에 대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하여 ‘원고가 피해자의 치마 속을 촬영한 것은 아닌가 의심은 드나, 피해자가 원고의 촬영행위를 직접 목격하지 못했고, 원고가 보여준 당일 촬영한 사진에서 관련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원고의 주거 및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관련 촬영물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하였다. 반면, 검찰은 원고의 강제추행죄에 대하여는 제1 내지 3 징계사유와 같은 원고의 행위를 공소사실로 하여 약식기소하였는데, 법원은 2020. 1. 10. 원고에게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였다.

6)

참가인의 감사실에서는 2020. 2. 11. 검찰 수사 결과 및 법원의 약식명령에 따라 감사를 재개하여, 이 사건 각 징계사유 기재와 같은 신체접촉은 사실로 인정하고, 다만 2019. 1. 28. 16:00경의 불법촬영 관련 사항은 감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감사결과를 확정하였다.

7)

원고는 2020. 2. 13. 참가인에게 사직원을 제출하였으나, 참가인은 ‘자체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내사 중인 때(인사관리규정 제107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하였다. 그 후 참가인의 감사실에서는 2020. 3. 2. 원고에 대해 직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직’의 징계처분을 인사위원회에 요구하였다.

8)

한편, 원고는 앞서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정100호로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2020. 4. 8. ‘공소사실 기재 각 항 일시 및 장소에서 원고의 손이나 휴대폰 등이 피해자에게 접촉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공소사실 제2항은 피해자가 뒷걸음질을 하다가 원고의 손이 피해자의 허벅지에 닿았다는 것이므로 원고가 고의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졌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허벅지에 원고의 손이 닿은 것인지, 휴대폰이나 다른 물건이 닿은 것인지 특정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원고를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처벌할 수 없으면 강제추행으로라도 신고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피해자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가 원고의 손이나 휴대폰이 피해자의 허벅지에 닿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와 같은 경우 원고에게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공소사실 각 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9)

위 판결에 검사가 항소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노1166호로 진행된 항소심에서, 법원은 2021. 6. 24. ‘원고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추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각 공소사실이 원고가 손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졌음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단순히 손 등이 다른 물체에 순간적으로 접촉되는 것과는 구별되는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① 원고가 손이나 휴대폰을 든 손으로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스치거나 닿은 것으로 보이고, ② 원고가 피해자의 다리 등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손 등이 피해자의 허벅지에 순간적으로 접촉된 것이라는 사정을 피해자가 알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③ 원고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피해자의 확신이 있어 보이지 않으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해자의 허벅지를 휴대폰을 든 손이나 손으로 만져 추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도록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위 판결이 2021. 7. 2.자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하고, 확정된 위 판결을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 을나 제4 내지 8, 11, 12,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구 양성평등기본법(2021. 4. 20. 법률 제18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2)

제2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6호증, 을나 제17,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해당 일시 및 장소에서 냉동고 바닥을 확인하고 있었고,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였는지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 ②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관련 형사사건의 증인신문에서 ‘피해자가 뒷걸음질하다가 원고의 손이 피해자의 허벅지에 닿았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특히 위 증인신문에서 ‘다른 징계사유들의 경우에는 원고의 손과 휴대폰이 동시에 닿는 느낌이 났으나, 제2징계사유의 경우에는 분명히 원고의 손이 닿는 느낌이 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관련 형사판결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원고의 고의적인 신체접촉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가 선고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고의로 피해자의 신체를 만졌다거나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려다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는 원고에게 성희롱의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아니한다.

3)

제1, 3, 4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 을나 제15, 18 내지 23, 25 내지 31, 33, 3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1, 3, 4징계사유 기재와 같은 비위행위를 저질렀고,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각 징계사유는 모두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가)

먼저 원고는 제4징계사유가 징계 혐의에서 제외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참가인 감사실의 처분요구서(을나 제8호증)나 참가인의 징계처분장(을나 제1호증의1)에 의하면, 참가인이 원고의 2019. 1. 28. 16:00경의 신체접촉 행위 이외에 과거에도 3차례 불쾌한 신체접촉 행위가 있었음을 전제한 다음, 다만 2019. 1. 28. 16:00경의 불법촬영 의심 부분에 한하여만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므로 징계혐의에서 제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2019. 1. 28. 16:00경 발생한 원고의 신체접촉 행위까지 이 사건 해임의 징계사유에서 제외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해자는 성희롱 신고 당시부터 관련 형사사건의 증인신문에 이르기까지 ‘2018. 12.경, 2019. 1. 28. 오전경 및 오후 16:00경에 피해자의 무릎 뒤 허벅지 부분에 원고의 손 또는 휴대전화가 닿는 신체접촉이 있었고, 이로 인해 불쾌감과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은 주요 부분에 있어 구체적이고 일관되므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위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특별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가 상급자인 원고에 대하여 허위 진술을 할 특별한 동기나 이유도 찾기 어렵다.

다)

원고는 실수로 제1징계사유와 같은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있을 뿐이고, 가사 제3, 4징계사유와 같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모두 원고가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접촉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제3징계사유의 경우, 원고가 검찰에서 ‘피해자가 칠판에 일정을 쓰고 있었을 리 없으므로, 신체접촉이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해자는 추가일정 및 간략한 업무를 칠판에 기재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라고 진술하고 있고, 참고인1의 진술서(을나 제30호증의1)에도 ‘2019. 1. 28. 오전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 게시판 앞에 피해자가 서 있고 원고가 뒤에 앉아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음으로 제4징계사유의 경우, 원고가 ‘당시 서류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보기 위해 몸을 숙이다가 휴대전화가 실수로 닿은 것 같기도 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자는 ‘당시 다리에 어떤 물체가 닿는 느낌에 놀라 “뭐하시는 거에요”라고 소리치니까 원고가 “아니다, 아니다”라고 말하며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CCTV 영상(을나 제35호증)에서도 원고가 당시 황급히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현장을 이탈하는 모습이 확인되는바, 원고의 위와 같은 변명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제1징계사유의 경우, 원고는 ’당시 정수기에서 커피 물을 받다가 실수로 피해자의 다리에 휴대전화가 닿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피해자가 ’원고가 피해자와 같이 나란히 물을 받고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진술하는 점, 원고 주장처럼 원고가 피해자의 왼쪽에서 물을 받느라 몸을숙였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를 쥔 원고의 손이 피해자의 왼쪽 신체부위나 상체부위가 아닌 오른쪽 무릎 뒷부분에 닿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고, 여기에 피해자가 ’당시 원고가 “뭐가 떨어져서 그랬다”고 말했다‘고 진술하는 점을 더하여 보면 원고의 위 변명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라)

관련 형사판결에서 원고의 강제추행죄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원고가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려다 실수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강제추행의 고의로 신체접촉 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가 되는 사실의 인정은 형사소송에서와 같이 엄격한 증명을 요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경험칙에 비추어 징계사유가 되는 사실에 관한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서 본 관련 형사판결의 취지에, 원고가 단기간 내에 세 차례에 걸쳐 치마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무릎 뒤쪽 허벅지에 대해 신체접촉 행위를 한 점, 원고가 2019. 1. 28. 16:00경 신체접촉 행위 이후 현장을 황급히 빠져나가면서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된 점, 원고가 2019. 1. 31. 피해자에게 ’조사를 받게 되면 이혼당한다‘, ’나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피해자를 위해 조건이 안 좋은 교수자리로 이동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무릎을 꿇고 사과한 점, 피해자가 사과를 수용하지 않자 원고가 그날 오후 반차를 내고 휴대전화를 교체한 후 기존 휴대전화를 분실하였다며 감사팀에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의 손이나 휴대전화를 든 손이 일상생활의 과정에서 우연히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였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경험칙에 비추어 원고가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였거나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피해자의 신체에 손이나 휴대전화가 닿았을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마)

그런데 피해자의 상급자인 원고가 지위 또는 업무 등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촬영하거나 손 등으로 피해자의 허벅지에 접촉하는 행위는 모두 객관적으로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서 ’성적 언동‘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비위행위는 모두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평가하여도 무리가 없다.

마.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에 관한 판단

1)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등 참조).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나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그대로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1983. 4. 26. 선고 82누405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두35799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 을나 제13, 3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정당하다고 인정된 처분사유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해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가)

참가인은 공기업으로서 그 소속 직원들에게는 공무원에 준하는 도덕성과 준법성이 요구되므로, 그 비위행위에 대하여는 엄격한 법적·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나)

참가인의 인사관리규정 제109조에서는 성희롱 행위에 대하여는 징계양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참가인의 징계양정기준에 관한 지침(2019. 10. 11. 시행) 제6조 제1항에서는 성희롱 행위에 대하여는 공적 감경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 지침에서 성희롱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비위가 무겁고 고의인 경우‘나 ’비위가 무겁고 중과실이거나, 비위가 가볍고 고의인 경우‘ 모두 ’해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각 징계사유에 관하여 해임을 선택한 것은 위 징계양정기준에 부합한다.

다)

원고는 참가인 내 3직급으로 팀 내 주무에 해당하고, 평소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수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상급자로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하급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반복적인 성희롱 행위를 하였고, 그로 인해 피해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진단을 받고 치료 중에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할 때, 원고의 비위행위는 그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면서 비위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개전의 정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참가인으로서는 원고의 비위행위를 엄단함으로써 유사한 성 비위가 재발하는 것을 막고, 조직 질서의 쇄신 및 근무기강의 확립을 꾀할 공익상의 필요성이 현저해 보인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임성민 박남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