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02. 7. 2. 설립되어 각종 건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13. 9. 9. 원고에 입사한 경력직 근로자로서 이라크 소재 D 건설 현장(D Project, 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고 한다)에 투입되어 제조시설(Plant) 유지보수 업무 등을 수행한 사람이다.
이라크 정부는 2020. 3. 31.경 국제유가 하락의 장기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 등을 이유로 들며 원고에게 이 사건 현장의 축소 운영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이 사건 현장에 근로자 전원을 상주시키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이 사건 현장의 근로자들을 상대로 설명회와 개별 면담 등을 거쳐 사직서를 제출받았고, 참가인도 2020. 5. 11. 원고에게 사직일자를 2020. 6. 3.로 기재한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다.
그 후 참가인은 자신이 원고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것이라 주장하며 2020. 8. 28.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E),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0. 26. “원고가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켰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참가인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 12. 1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3. 16. “이 사건 사직서는 원고와 참가인이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였다는 근거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일방적으로 참가인을 해고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라 판단되고, 그럼에도 원고는 해고사유를 참가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의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라고 보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현장을 부득이하게 축소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이 사건 현장의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하는 것보다는 합의해지를 통하여 원만하게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이 당사자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길이라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원고는 사전에 설명회와 개별 면담 절차를 통하여 참가인을 비롯한 이 사건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근로관계 종료가 불가피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면서 합의해지를 제안한 것이고, 이에 참가인은 원고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관계는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 및 수리에 따라 합의해지로 종료된 것일 뿐이고, 그 후 참가인이 돌연 태도를 바꾸어서 원고로부터 해고를 당한 것이라 주장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달리 원고가 참가인을 일방적으로 해고하였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리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근로자는 ‘해고’를,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또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각 주장하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 참조).
판 단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3, 5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직서가 합의해지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참가인이 원고에게 합의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일방적인 해고로 말미암아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참가인을 상대로 설명회 및 개별 면담을 진행한 F 팀장의 진술(갑 제5, 12호증) 및 참가인과 F 팀장이 작성한 사직면담조서(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이 원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관한 논의를 하였던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원고와 참가인은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할 경우에 참가인이 지급받게 될 위로금 액수에 관하여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고, 이에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에 따라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받기로 하였다. 그 위로금에는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의 임금채권 모두가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하며, 향후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민사․형사․행정절차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서약서에는 끝내 서명을 거부하였으며(갑 제7호증), 그 후 2020. 6. 16.경 원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였음에도(갑 제8호증), 다시 2020. 7. 16.경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갑 제9호증).
위와 같이 근로계약 종료에 따른 금전 정산의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경우,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므로, 설령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계약을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된 상태에서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근로계약 종료에 따른 금전 정산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서로 다툼이 있는 이 사건의 경우에 그러한 사정만으로 근로계약의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74270, 274287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이 사건 사직서는 참가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 보이므로, 그 내용을 존중할 필요가 크다. 그런데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의 사직사유 란에 자필로 ‘사업축소해고’라고 기재하였다(갑 제3호증).
서면으로 이루어진 의사표시는 그 서면의 기재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논리칙과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카16372 판결 등). 그런데 사직이란 근로자의 의사에 기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법률행위를 가리키므로, 근로자가 사용자의 일방적인 해고를 이유로 사직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따라서 이 사건 사직서는 참가인이 원고에게 사직의사를 표시하거나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 아니라 다만 원고가 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이렇게 해석하여야 이 사건 사직서의 문언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위와 같은 모순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더구나 F 팀장은 이 사건 사직서의 사직사유가 ‘사업축소해고’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그 자리에서 정정을 요구하지 않고 그대로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하였다(갑 제12호증 제2, 3쪽). 이는 참가인이 이 사건 사직서의 사직사유를 독단적으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기재와 같이 원고의 해고가 존재한다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에 기재된 ‘사업축소해고’는 단순한 오기에 불과하고, 그 대신 사직면담조서(갑 제6호증)에 사직사유가 ‘이 사건 현장의 축소에 따른 사직’으로 바르게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사직서의 기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갑 제12호증 제3쪽).
그러나 ① 사직면담조서는 면담 과정에서 논의한 사직사유를 원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하는 용도의 문서에 그치는 반면, 이 사건 사직서는 근로관계의 효력을 직접적․종국적으로 좌우하는 처분문서인 점, ② 참가인은 이 사건 사직서에 이어서 2020. 7. 16.경 원고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도 “참가인은 이 사건 현장의 축소로 2020. 6. 3. 해고 된 근로자입니다”라고 하여 해고 사실을 거듭 확인하는 표현을 사용한 점(갑 제9호증), ③ 그럼에도 원고는 그동안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직서에 기재된 사직사유를 수정하여 달라고 요청한 바 없을 뿐 아니라, 위와 같은 내용증명을 받고도 이에 대응하여 어떠한 반박을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밖에 원고는 참가인이 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뒤로는 본인의 물품을 원고에게 반납하는 등 이 사건 현장을 떠나 귀국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갑 제10호증), 원고로부터 해고를 당하였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은 점, ② 귀국일자를 늦출 여지가 있었음에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2020. 5. 13.로 앞당겨 귀국한 점(갑 제13, 14호증), ③ 이의를 유보하지 아니하고 퇴직금을 수령하는가 하면(갑 제8호증), 나아가 퇴직금의 차액 지급까지 청구한 점(갑 제9호증), ④ 퇴사한 이후로 원고에게 복직을 일체 요구하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들은 단지 원고가 일방적으로 한 해고의 효력을 참가인이 사후에 인정하였다는 근거로도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로써 참가인이 원고와 합의하여 근로관계를 해지한 것이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사건 해고의 적법성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통지하지 아니하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효력이 없다. 위 각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해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는 한편, 해고를 둘러싼 분쟁에서 근로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된 규정으로, 근로자가 당해 해고의 효력을 인정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강행규정이라 해석된다.
그런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는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받았을 뿐이고, 달리 참가인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나 해고시기를 통지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소결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어떠한 위법이 없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