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6. 15. 선고 2021구합7715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1965. 1. 30. 설립되어 상시 약 3,7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D대학교, E대학, F대학교, D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유치원 등을 설치·경영하는 교육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G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은 참가인의 대학교 설립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설치된 부속병원으로 익산시 H에서 상시 약 1,8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의료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9. 2. 1. 이 사건 병원과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계약기간 2020. 1. 31.까지) 병리과에서 임상병리사로 근무하기 시작하였고, 2020. 4. 1. 계약기간을 2021. 1. 31.까지로 정하여 재차 병리과 임상병리사로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이 사건 병원은 2020. 12. 28.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2021. 1. 31.부로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종료된다’는 취지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라.

원고는 2021. 2. 5.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을 피신청인으로 하여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4. 6. ‘원고에게는 근로계약에 관한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I)을 하였다.

마.

이에 원고는 2021. 5. 20.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7. 23. ‘원고에게는 근로계약에 관한 정당한 갱신기대권(무기계약직 전환기대권)이 인정되나, 참가인이 그 갱신을 거절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계약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근로계약서상 원고의 근로시작일은 2019. 2. 1.이나, 원고는 그 이전인 2019. 1. 7.부터 같은 달 31.까지 E대학교 국가 근로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이 사건 병원 병리과에서 주 40시간(일 8시간, 시급 10,500원)씩 세포 전처리과정·염색·슬라이드제작·슬라이드 분류 등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른 임상병리사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2019. 1. 7.부터 2021. 1. 31.까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체결·갱신되어 공백 없이 근무하였으므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는바, 2021. 1. 7.부터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원고를 해고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이다.

2)

가사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의한 무기계약직 전환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원고에게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참가인은 객관성·공정성을 결여한 근무성적평정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와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였으므로,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나.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의 채용 경위 등

이 사건 병원은 2018. 12. 24. 병리과에서 근무할 신규 ‘임상병리사(계약직)’ 채용을 위한 공고를 하였고, 원고는 위 채용공고에 응시하여 최종 합격하였다. 참가인은 2019. 1. 25. 원고를 이 사건 병원 병리과 계약기술직 임상병리사로 인사발령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19. 2. 1. 이 사건 병원과 근로계약기간을 2020. 1. 31.까지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2019. 2. 1.자 근로계약서에는 ‘상호 합의에 의하여 계약 연장이 되지 않는 한 근로계약 만료 시 근로계약은 종료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2)

원고에 대한 2019년도 근무성적평정 경위 및 결과

가)

원고는 2019. 2. 1.자 근로계약에 따라 2019. 2. 1.부터 이 사건 병원 병리과에서 세포병리 업무를 담당하였고, 2019. 6. 17.부터는 조직병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는 2019. 2.부터 2019. 12.까지 사이에 총 8회의 문제발생보고서(갑 제23호증, 을나 제3호증의 1 내지 8)를 작성하였는데, 그 요지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나)

이 사건 병원 병리과 J 교수는 2019. 8. 중순경부터 병리과 신규 임상병리사를 대상으로 육안검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육안검사 교육을 실시하였는데, 원고는 2019. 8.경부터 같은 해 2019. 12.경까지 진행된 육안검사 교육생 평가에서 평균 15.8점을 받았다.

다)

이 사건 병원은 인사고과규정 제6조 등에 따라 매년 6월 말과 12월 말에 근무성적평정을 실시하는데, 원고가 2019년도에 받은 근무성적평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3)

1차 계약종료 통보 및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가)

이 사건 병원은 2020. 1.경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2020. 1. 31.부로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종료된다’는 취지를 통보하였다.

나)

원고는 2020. 3. 13.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을 피신청인으로 하여 위 계약종료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2020. 3. 25.경 참가인과 사이에 원고에 대한 원직복직 합의가 이루어지자 그 다음날인 2020. 3. 26. 위 구제신청을 취하하였다.

4)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체결

원고는 원직복직 후 2020. 4. 1. 이 사건 병원과 사이에 계약기간을 2021. 1. 31.까지로 정하여 재차 병리과 임상병리사로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상호 합의에 의하여 계약연장이 되지 않는 한 근로계약 만료 시 근로계약은 종료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병원 병리과에서 2020. 4. 1.부터 세포병리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5)

원고에 대한 2020년도 근무성적평정 경위 및 결과

가)

L 기사실장은 2020년도 근무성적평정에 참고하기 위하여 해부학 직무시험 및 동료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원고가 취득한 점수는 아래 표 음영 부분 기재와 같다.

나)

원고가 2020년도 상반기에 받은 근무성적평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다)

원고는 2020. 12. 1. 이 사건 병원에 2019년도 하반기 및 2020년도 상반기 근무성적평정에 대한 재심을 신청하였고, 위 병원 인사위원회는 2021. 1. 4. 위 신청에 대하여 심의한 결과 같은 달 20. 원고에게 ‘근무성적평정이 불합리 또는 불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에 대한 인사고과 점수를 조정하지 않기로 의결하였다’고 통보하였다.

라)

한편, 원고가 2020년도 하반기에 받은 근무성적평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6, 9 내지 23, 25 내지 28호증, 을나 제2 내지 12, 17 내지 20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기간제법 제4조에 의한 무기계약직 전환 간주 여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8호증, 을나 제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이 사건 병원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가 2019. 2. 1. 이 사건 병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새롭게 개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2019. 1. 7.부터 같은 달 31.까지 국가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한 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의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해야 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2021. 1. 7.경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기간제법의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는 ‘근로장학생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 일부 요소(업무지시, 근무내용, 학교물품 사용 등)도 있으나, 대학교 장학사업의 취지, 장학생 선발기준에 의한 모집 및 선발, 학기 중 수업시간의 근무시간 인정 등 근로자성이 부인되는 요소가 많고, 근로장학금이 단순히 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격이 아니라 명목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시키고 지급하는 장학금이며, 실제로도 그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근로장학생을 대학교의 지휘·감독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행정해석을 한 바 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팀-5332, 2006. 10. 2.자).

2)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④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그리고 ⑦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 및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참가인이 교육기본법 제28조 및 국가장학사업 운영규정(교육부훈령 제197호)에 따라 운영하는 국가근로장학제도의 2018학년도 취업연계중점대학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이 사건 병원 병리과에서 2019. 1. 7.부터 4주 동안 근무하게 되었다. 그런데 국가근로장학제도는 교육부가 수립한 기본계획에 따라 장학사업 관리·운영기관인 재단법인 한국장학재단이 예산을 편성하고, 재단법인 한국장학재단이 각 대학에서 선정한 국가근로장학생에게 지급될 장학금을 각 대학에 교부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의하면, 국가근로장학생에게 지급되는 국가장학금의 재원은 국가의 예산이고, 그 지급주체도 참가인 내지 이 사건 병원 등 근로기관이 아니라 재단법인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국가장학금 교부금을 받은 각 대학(이 사건의 경우 E대학교)인바, 원고가 실질에 있어 근로제공의 대가로서의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 또는 이 사건 병원에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기간제법 제4조는 제1항은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단서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입법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기간제법의 규정 내용 및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원고가 2019. 1. 7.부터 같은 달 31.까지 이 사건 병원에서 국가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그 실질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함에 있어 위 근무기간을 합산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4)

또한, 기간제 근로계약의 대상이 되는 업무의 성격,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 또는 갱신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의사, 반복 또는 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을 전후한 기간제근로자의 업무 내용·장소와 근로조건의 유사성,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와 반복 또는 갱신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나 그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사자 사이에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 또는 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근로자의 계속된 근로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 결과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때 그 시점을 전후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을 합산할 수 없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두52153 판결,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51201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두6187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① 원고는 참가인이 2018. 12. 24. 공고한 ‘임상병리사(계약직) 공개채용 모집’에 응모하여 채용되었고 그 후 참가인과 2019. 2. 1.부터 1년의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해당 근로계약의 임금은 기본급 및 제수당으로 구성된 반면(을나 제2호증의 2) 원고가 국가근로장학생으로서 지급받은 장학금은 시급(10,500원)을 기준으로 산정·지급된 것으로서 두 근로조건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점, ② 원고를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선정한 절차와 임상병리사로서 공개채용한 절차는 그 선발 주체·방식·기준·목적이 서로 다르고, 원고는 자발적으로 참가인의 채용공고에 따라 일련의 채용절차를 거쳐 합격한 후 새로운 근로조건에 따른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러한 근로계약의 체결이 단지 기존의 근로장학제도에 따른 근로관계의 단순한 반복 또는 갱신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근로장학제도에 따른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새로운 기간제 근로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에서도 원고가 국가근로장학생으로서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한 기간을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함에 있어 합산할 수는 없다.

마.

무기계약직 전환 기대권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기간제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및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의 갱신거절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의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갱신거절 당시, 즉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하되, 특히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당시까지 존재하는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인정한 사실, 을나 제21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병원의 연봉계약 임시직 근로자 취업규칙(2020. 11. 6.부터 시행된 것, 이하 ‘연봉계약직 취업규칙’이라 한다) 제10조 제1항은 “연봉계약임시직의 채용기간은 1년 범위 안에서 당해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기간으로 한다.”라고, 같은 조 제2항은 “각 병원장은 당해 업무가 계속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계약기간 내에 업무가 종료되지 아니하여 계약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동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채용기간을 연장하되 제6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을 준용하여 승인 및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연봉계약직 취업규칙 제10조는 연봉계약임시직의 채용기간은 1년 범위 안에서 당해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기간으로 하되 계약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채용기간을 연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계약기간의 상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나)

또한 연봉계약직 취업규칙 제12조는 “병원의 장은 채용된 연봉계약임시직의 근무상황과 업무수행 실적을 정기 또는 수시로 연봉계약임시직근무평가규정에 의한 평가를 실시하여 계약의 변경, 연장 또는 해지 시 이를 반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취업규칙 제12조에 명시된 ‘연봉계약임시직근무평가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대신 인사고과규정에 따라 이 사건 병원 근로자들의 근무성적평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병원의 인사고과규정 제2조 제2항도 “임시직 및 위탁직원에 대하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연봉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인사고과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계약기술직 임상병리사인 원고에 대해서도 7-9급 기술직에 준하여 인사고과규정 제4조(근무성적 평정표) 및 별지서식 제6호(7-9급 기술직 근무성적평정표)에 따라 2019년도 및 2020년도 근무성적평정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인사고과규정은 제5조 제1항에서 평가방법 및 평가자(‘근무성적평정의 평가는 2단계로 나누어 실시하고 각 단계의 평가자는 다음과 같다’)를, 제6조에서 평정의 시기(‘근무성적평정은 매년 6월 말과 12월 말에 각각 실시한다. 다만, 필요에 따라 수시로 평정을 실시할 수 있다’)를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인사고과규정은 근무성적평정표를 직종 및 직급별로 분류하면서(제4조), 구체적인 평가항목과 배점 등 세부항목까지 제시하고 있다(별지서식 제1호 내지 제8호).

다)

이처럼 연봉계약직 취업규칙 제10조 및 제12조 등은 연봉계약직 근로자의 계약기간 상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 매년 정기적으로 인사고과규정에 의한 근무성적평정을 실시하여 근무성적평정 결과가 연봉계약직 근로자의 계약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데 반영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근로계약 갱신의 근거 내지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참가인은 원고의 2019년도 하반기 근무성적평정은 '양' 등급이었으나 2019년도 상반기 근무성적평정이 '수' 등급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의 원직복직을 결정하고 2020. 4. 1.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참가인이 근무성적평정 등을 실시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이 사건 병원에 필요한 인력을 고용·유지하기 위한 취지인 점, 참가인도 ‘이 사건 병원은 근로계약기간 1년차에 대한 갱신기대권은 인정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병원은 연봉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의 갱신 여부를 결정할 때에도 인사고과규정에 따른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참가인은 근로계약기간 만료의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근무성적평정 결과 근무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신뢰를 원고에게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라)

한편, 원고가 응시한 채용공고(을나 제2호증의 1)에는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계약직'이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병원은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둔 채용과 그렇지 않은 채용(을나 제17호증의 ‘1년 근무 후 병원 관계규정에 따라 평가 후 정규직 전환’ 기재 참조)을 구별하여 채용공고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각 부서에서 무기계약직 전환 요청이 있는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 심의를 통하여 무기계약직 전환을 결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 무기계약 전환 예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채용공고를 통해 이 사건 병원에 채용된 근로자 231명 중 32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명시되지 않은 채용공고를 통해 입사한 연봉계약직 근로자들과 이 사건 병원 간 근로관계는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연봉계약직 근로자들 중 일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무기계약직 전환 가능성을 명시하지 않은 채용공고를 통해 입사한 연봉계약직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각 현업부서의 무기계약직 전환 요청이 있으면 무기계약직 전환 심의를 거쳐 무기계약직 전환이 결정될 수 있다고 판단되고, 원고 또한 그와 같은 기대를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마)

참가인은 최장 2년의 범위에서만 근로계약기간이 연장될 수 있고, 무기계약직 전환은 각 현업부서의 요청에 따른 재량사항이므로 2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무기계약직 전환기대권)이 인정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연봉계약직 취업규칙은 연봉계약직 근로자의 계약기간 상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 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어 근로계약이 한번 더 갱신된다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 법리가 아닌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에 따른 결과라고 할 것이므로, 참가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

이 사건 병원의 병리과 업무분장표(을가 제1호증, 을나 제8호증)에 의하면 병리과의 업무분장은 정규직원과 계약직원의 구분 없이 이루어졌고, 병리과에서 직원들로 하여금 병리과의 업무를 순환하여 담당하도록 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수행한 세포병리, 조직 병리 등의 업무는 그 성격이 한시적이지 않고 상시적·계속적인 업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바.

무기계약직 전환 거절의 합리적 이유 존부

1)

관련 법리

가)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나)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평가에는 수치로 계량되는 객관적인 실적뿐만 아니라 기업조직에의 융화 정도 등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일부 평가 항목에 관하여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상급자의 주관적인 평가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근무평정기준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다31949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나 제14, 15호증의 각 기재, 증인 Q의 서면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한 데에는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고의 2019년도 및 2020년도 각 근무성적평정 점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고, 원고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이 현저히 공정성·객관성을 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2019년도 하반기에만 총 5회의 문제발생보고서(을나 제3호증의 4 내지 8)를 작성하였으며(원고는 8회의 문제발생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L 기사실장이 유독 원고에게만 그 작성을 지시하였다거나 문제발생보고서를 작성한 다른 근로자들과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020년도 상반기 해부학 시험에서는 63점(총 5명 중 3등), 2020년도 하반기 해부학 시험에서는 26점(최하위 점수)을 받았고, 2번에 걸친 동료평가에서도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원고는 당시 이 사건 병원 병리과에서 원고가 집단적인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평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더욱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J 교수가 실시한 육안검사 교육 평가에서도 최하위 점수(평균 15.8점)을 받았으며, J 교수는 육안검사 교육 종합평가서(을나 제4호증의 2)에 ‘당시 육안검사 업무를 담당하였던 원고가 제일 열심히 들어야 함에도 교육시간에 대부분 심하게 졸아서 몇 회 지적을 하였으나 개선된 모습이 없었다. 강의시간에 중요하다고 강조한 내용이 실제 육안검색 시 잘 반영되지 않으며, 육안검사에 있어 개선된 사항이 미미하다.’고 기재하기도 하였다.

또한 Q은 ‘원고가 퇴사한 후 2021. 2.경 원고가 담당하던 세포검사 염색기를 직접 청소하였는데, 세포검사 염색기는 세포 슬라이드를 염색하는 장비로서 검체를 취급하기 때문에 청결한 유지 및 관리가 매우 중요함에도, 원고가 담당하던 세포검사 염색기에 물때가 심하게 껴 있었고 시약통도 더러워서 원고가 염색기의 청소를 굉장히 오랫동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는 취지로 서면증언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2019년도 하반기 근무성적평정(‘양’ 등급), 2020년도 상반기 근무성적평정(‘양’ 등급), 2020년도 하반기 근무성적평정(‘미’ 등급)은 문제발생보고서의 작성 횟수, 동료평가 및 해부학 시험 결과, J 교수의 육안검사 교육평가 등에 근거한 것으로서 충분한 근거 없이 행해졌거나 객관성·공정성이 결여된 평가결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인사고과규정 제5조 제1항은 “근무성적평정의 평가는 2단계로 나누어 실시하고 각 단계의 평가자는 다음과 같다.”라고 규정하며 1차 평가자와 2차 평가자를 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병원의 경우 병리과뿐만 아니라 타 부서에서도 1차 또는 2차 평가자가 없을 때는 관행적으로 단독 평가자에 의한 근무성적평정이 이루어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이 단독 평가자에 의해 행해졌다는 것만으로 근무성적평정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2019년도 상반기 1차 평가자였던 K은 이 사건 병원의 근로자로 재직 중인 원고의 부친(4급 기술직, 임상병리사)과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2019년도 상반기 근무성적평정 결과가 나머지 근무성적평정 결과와 비교하여 좋았다는 것만으로 L 기사실장이 단독으로 실시한 나머지 근무성적평정 결과가 현저히 객관성·공정성을 결여하였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다)

한편 원고는 참가인이 인사고과규정에 없는 동료평가와 해부학 시험을 실시하였으므로 근무평가에 있어 객관성이나 공정성이 결여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참가인은 근무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동료평가와 해부학 시험을 실시하였다고 주장한다. 인사고과규정 제4조(근무성적평정표) 및 별지서식 제6호(7-9급 기술직 근무성적평정표)를 살펴보면, 평가요소를 ‘직무수행능력’, ‘직무수행태도’, ‘업적기준’ 항목으로 나누고, 각 평가요소를 세분화(‘직무수행능력’은 직무지식, 추진력 항목으로, ‘직무수행태도’는 규율성, 친절성, 절약성, 협조성 항목으로, ‘업적기준’은 업무처리량, 제안서 항목으로 각 세분화)하여 그 세부항목에 따라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각 세부항목에는 협조성 등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정성적 평가)도 포함되어 있다. 참가인이 이와 같은 주관적 평가요소에 관한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낮추고 근무성적평정의 객관성·공정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해부학 시험 및 동료평가를 근무성적평정의 참고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이므로, 설사 해부학 시험 및 동료평가가 인사고과규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참가인이 이를 원고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의 자료로 삼은 것이 참가인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거나 원고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에 있어 객관성·공정성을 훼손시켰다고 볼 수 없다.

사.

소결론

원고에 대해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으나, 참가인의 전환 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적법하고, 이와 같은 결론의 이 사건 재심판정 또한 적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변이섭 심용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