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83. 4. 30. 설립된 D조합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1999. 6. 24. 원고에 입사하여 2018. 3.부터 원고 E지점의 지점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원고는 2020. 10. 26. 참가인을 F지점의 여신팀장으로 전보하는 명령(이하 '이 사건 전보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전보처분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1. 1. 25.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G), 이에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4. 23.'이 사건 전보처분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참가인에게 미치는 생활상 불이익도 크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치지도 않았으므로 부당하다'라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5. 3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7. 26.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 내용 ·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전보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보처분의 ① 업무상의 필요성과 ②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 교량하고, ③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사용자가 전보처분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보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보처분을 할 때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판 단
업무상 필요성의 존부
갑 제1, 23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4,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참가인의 직책을 지점장에서 지점 여신팀장으로 변경할 업무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 지점의 여신팀은 소속 팀원 없이 팀장 1인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참가인에게 전보를 명한 지점 여신팀장은 창구에서 직접 여 · 수신 실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직책이다.
그런데 참가인은 2007년을 끝으로 여 · 수신 실무를 떠나 2008년부터 줄곧 본점 총무팀 직원, 본점 감사실장, E지점장 등 후선에서 관리업무를 담당하던 터였으므로,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여 · 수신 실무 경력이 단절된 참가인에게 지점 여신팀장의 업무를 맡기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 든다.
한편 E지점은 2018년도 종합평가에서 전체 5개 지점 중 최하위인 5위를 기록하였으나, 그 후 참가인이 E지점장으로 재직하면서 종합평가 순위가 2019년도 2위, 2020년도 1위로 비약적인 상승을 보였는바(갑 제1호증 제33쪽, 을나 제11호증), 이는 지점장에 적합한 참가인의 관리업무능력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관리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참가인을 실무직인 지점 여신팀장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오랫동안 누적된 인사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위와 능력을 불문하고 상무 이하 모든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여 · 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이 사건 전보처분도 이러한 순환근무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원고는 2020. 10. 26. 참가인에게 이 사건 전보처분을 함과 동시에 다른 33 명의 직원에 대하여도 인사명령을 단행하였는바, 이때 참가인과 같은 차장 직위에 있던 H를 F지점장에서 I지점장으로, J을 I지점장에서 K지점장으로, L을 본점 총무팀장에서 M지점장으로 각 발령하였다(을가 제5호증).
그러나 위 H, J, L은 2019. 10. 26. 원고에 대한 업무상배임죄, 업무상횡령죄 등으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므로(을가 제3호증), 이들은 대기발령(원고 인사규정 제22조)의 대상까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점장직을 보전하거나 지점장으로 새로이 임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설령 원고가 주장하는 순환근무의 제도적인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 H 등을 대신하여 유독 참가인에게 지점 여신팀장으로 순환근무를 명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원고는, 참가인이 원고의 여러 직원들을 상대로 무분별한 고발을 자행함에 따라 원고 직원의 대다수가 참가인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원고의 사내 질서와 인화를 회복하려면 이 사건 전보처분을 통하여 참가인을 피고발인이 남아 있지 않은 부서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이 E지점장으로 근무하던 2018. 6. 19. 및 2019. 7. 30.에 E지점의 직원 2명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실(갑 제23호증)만으로는 실제로 원고 직원들이 참가인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다른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참가인의 고발에 따라 원고 이사장 N이 조합원들에게 20억 원 이상의 이자를 감면하여 준 사실 등이 드러났고, 그 후 제1심 법원에서 위 사실 등이 업무상배임죄로 인정됨에 따라 N을 비롯한 일부 직원들이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는바(을나 제4호증), 이로써 참가인의 고발이 사실무근이거나 허황된 것이 아님이 드러났고, 오히려 참가인은 원고의 투명성 제고에 상당 부분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설령 참가인의 고발에 대하여 원고의 다른 직원들이 반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을 들어 참가인을 위 직원들로부터 업무상 격리시키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
위와 같이 이 사건 전보처분의 업무상 필요는 인정되지 않는 반면, 이 사건 전보처분으로 말미암아 참가인이 ① 지점장으로서 갖는 지휘 · 감독 권한을 상실한 점, ② 지점장에게 지급되는 차량유지비(월 30만 원), 여신심사역 수당(월 10만 원) 등의 보수를 취득할 기회를 박탈당한 점, ③ 종전부터 앓고 있던 적응장애 증세가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기에 이른 점(을나 제12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보처분에 따른 참가인의 사회적 · 경제적 · 정신적 불이익의 정도는 상당히 무겁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협의절차의 준수 여부
그동안 원고가 ① 지점장을 지점이 아닌 '본점' 여신팀장으로(갑 제6, 12호증), ② 차장 아래의 '과장' 직위에 있는 지점장을 지점 여신팀장으로(갑 제7호증), ③ 차장직위에 있는 '일반 직원'을 지점의 여신업무 담당자로(갑 제5호증) 각 전보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 사건 전보처분의 경우와 같이 차장 직위에 있는 지점장을 지점 여신팀장으로 전보한 전례는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전보처분은 참가인이 쉽사리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불이익을 가하는 인사명령이다.
그렇다면 비록 원고의 취업규칙 등에는 전보처분에 관한 협의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전보처분에 앞서 참가인과 사이에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전보처분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어떠한 사전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전보처분에 필요한 협의절차를 준수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전보처분은 원고의 인사권을 남용한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각주1) 이들 중 H, J은 2022. 1. 20. 제1심 법원{인천지방법원 2019고합464, 579(병합)}에서 유죄판결을 받고항소하였다(을나 제4호증).
각주2) 한편 이 사건 소송절차에 이르러 원고는 참가인이 E지점장으로 근무하던 2018. 3. ~ 2018. 5.경에 조합원들의 개인신용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한 사실이 있으므로, 더 이상 참가인을 지점장에 보임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원고가 이 사건 전보처분을 할 당시에 위 부당이용사실을 전보의 사유로 삼았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데다, 위 부당이용사실에 관하여는 현재까지도 어떠한 징계절차나 형사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이는 반면, 앞서 살핀 바와 같이 H J,L은 이미 업무상배임죄 등으로 기소까지 당한 상태였으므로, 위 H 등을 배제하고 참가인에게 이 사건전보처분을 할사유가 무엇인지 충분히 해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각주3) 지점 여신팀장과는 달리 소속 팀원을 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