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8. 11. 26. 설립되어 상시 10여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축용 인조석 생산업, 가공업,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본사는 중화인민공화국 상해에, 주 생산공장은 중화인민공화국 신양에 각 소재하고, 해외 소재 사업장으로 참가인과 태국 등 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원고는 2019. 3. 1. 참가인에 관리총괄 상무로 입사하였다가 이후 인사․노무․ 총무 관리수석으로 근무하던 자이다.
원고에 대한 인사발령 및 관련 구제절차의 경과
참가인은 2021. 11. 8. 원고를 업무지원부의 인사․노무․총무 담당 부수석에서 연마라인의 연마검사 담당으로 전보하는 2021. 12. 1.자 인사발령을 공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2021. 11. 12.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D),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1. 10. 이 사건 인사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생활상 불이익이 없어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2. 2. 2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E),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4. 20. ‘이 사건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이 일부 존재하나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면 원고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은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업무상 필요성이 더 크며,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없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원고가 위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2022. 6. 8. 이 법원에 부당인사발령구제재심판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서울행정법원 2022구합2039), 이 법원은 2023. 4. 13. ‘이 사건 인사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다거나 그로 인한 원고의 생활상의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며, 절차상 정당성이 결여되는 등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인사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에 대한 정직처분 및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른 발령일자인 2021. 12. 1. 오후부터 직무수행을 거부하였고, 참가인은 2021. 12. 9. 및 같은 달 10. 원고의 직무수행 거부와 근무지 무단이탈에 관하여 서면 경고장을 교부하며 연마업무 수행을 거듭 명령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참가인의 F 총괄수석은 2021. 12. 15.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서를 전달하였다. 원고는 2021. 12. 20. 징계위원회 개최 당일 오전에 참가인에게 징계위원회 개최를 연기해달라는 통보서를 보냈고, 참가인은 이에 대하여 징계위원회가 예정대로 개최될 것임을 문자메시지로 통지하였다.
참가인은 2021. 12. 20. 원고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참가인의 취업규칙(이하 ‘취업규칙’이라고만 한다) 제10조, 제11조, 제30조, 제53조, 제75조 제2 내지 5호, 제11호, 제14호, 제15호, 제18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을 의결하고 원고에게 징계결과 통보서를 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정직’이라 한다). 취업규칙 규정 중 위 통보서에 기재된 것은 다음과 같다.
제10조(복무의 기본원칙)
원고는 이 사건 정직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2022. 2. 20.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G),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4. 18. 이 사건 정직은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며 징계절차에 하자가 없어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2022. 5. 23. 이 사건 초심판정을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2. 5. 3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8. 1.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5, 8호증, 을가 제7 내지 9, 12, 13호증, 을나 제16,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은 2021. 12. 15. 원고에게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기재 없이 취업규칙 규정만 나열된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를 교부하였고, 이에 원고는 2021. 12. 20.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알지 못하여 소명을 준비할 수 없어 징계위원회를 연기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참가인은 원고의 참석 없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으므로, 이 사건 정직에는 징계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존재하여 위법하다.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를 괴롭히고 모욕을 주기 위한 보복성 조치여서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원고와 합의를 하거나 근로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는 등으로 성실한 협의 과정을 거치지도 아니하여 부당하므로, 이러한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을 이 사건 정직의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
위와 같이 부당한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처분을 한 이 사건 정직은 징계양정이 과다하여 참가인의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이 사건 정직의 절차적 하자에 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정직에 원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2021. 12. 20. 개최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았으나, 참가인은 취업규칙 제78조에 따라 징계위원회 개최 3일 전에 출석을 통보하였고, 원고는 참가인이 2021. 12. 9. 및 같은 달 10. 두 차례에 걸쳐 교부한 서면 경고장을 받아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다만 원고는 그 수령을 거부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위 각 서면 경고장을 통하여 징계사유가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른 연마라인 근무 지시 불이행으로 인한 취업규칙 위반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의 F 총괄수석은 2021. 12. 15.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통지서를 교부하면서 재차 “2021. 12. 1.자로 연마라인에서 근무하라고 명령(이 사건 인사발령)을 했는데 원고는 이를 전혀 이행을 안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취업규칙 위반입니다”라는 취지로 구두로 설명하였다. 따라서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에 취업규칙 조항만이 기재되어 있어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알 수 없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취업규칙 제78조 제3항 제1호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 소명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바, 원고는 위와 같이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았으므로, 소명기회를 부여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 사건 정직의 징계사유에 관하여
인정사실
참가인은 2021. 10. 15. 중화인민공화국 본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참가인은 2021. 10. 22. “구조조정 관련 공고문”을 게시하여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직원들의 의사와 판단에 따른 희망퇴직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공지하고, 같은 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향후 회사 운영 방안 및 희망퇴직자에 대한 퇴직 위로금 지급 방안을 설명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참가인은 2021. 10. 28. “구조조정 관련 공고문 2”를 게시하여 ‘예상 밖으로 상당수 직원들이 희망퇴직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통상적인 사업운영 및 퇴직위로금의 지급이 어려워지므로, 통상적인 사업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잔무를 처리할 직원들은 희망퇴직 의사를 자진 철회하여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공지하였다.
참가인은 2021. 11. 4.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을 대상으로 재차 설명회를 개최하고, 근로자 대표의 선출을 요청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위 2차 설명회 및 근로자 대표 선출 과정에 참석하였으나 참석자 확인서 및 근로자 대표 선출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하였다.
참가인은 2021. 11. 8. 직무변경에 관한 이 사건 인사발령 및 희망퇴직자 인사발령을 각 공고하였는바, 그 중 이 사건 인사발령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편 참가인의 연마 관련 업무는 2022. 2. 28. 종료되었고, 그 무렵까지 위 15명의 직원 중 7명이 추가로 퇴사하였는데, 참가인은 2022. 2. 25. 아래와 같이 재차 인사발령을 실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가 제7, 11호증, 을나 제1, 7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ㆍ내용ㆍ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ㆍ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직처분 등을 할 때 근로자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발령이 참가인의 권리를 남용한 것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은 채 직무수행을 거부한 원고의 행위는 취업규칙상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취업규칙 제53조는 ‘회사는 사원에게 업무상 필요한 경우 인사발령을 할 수 있고, 인사발령을 받은 사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참가인과 원고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도 취업의 장소와 업무내용(직종) 등은 업무상 필요시 변경될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이 미국의 유통 문제가 해소되면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휴업이 아닌 정리해고를 단행하였는바, 폐업 예정일이라고 주장하는 시기가 계속하여 지연될 뿐만 아니라 생산공장의 직접 가동과 연관된 관리 인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필수적인 인력이 모두 잔류한 점, 참가인이 공장과 그 부지 등 부동산 매각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참가인이 실제 폐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위 주장은 구체적인 근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단순히 막연한 기대나 추측에 기초한 의심을 제기하는 수준에 불과하여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참가인이 중화인민공화국 본사로부터 생산 중단 및 매각 절차 진행 지시를 통보받은 다음 ① 주식회사 V 및 주식회사 W와 사이의 도급계약을 2021. 11. 19.자로 해지하는 내용의 도급계약 해지 통지서를 각 발송하고, ② 여주시에 공장 등록 상태를 휴업으로 변경 처리하여 줄 것을 신청하는 한편,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종료 신고를 하였던 데다가, ③ 경기도에 대기배출시설 변경신고(폐쇄) 후 해당 배출시설 설치 허가증(신고증명서)을 반납한 사실이 있는 점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한국에서의 사업을 중단하고 폐업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행정적인 조치들을 실제로 취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나아가 참가인이 폐업 상태에까지 이르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상당한 경영상 위기에 직면하여 생산 중단 및 인원 감축 등의 조치를 실제로 시행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도 참가인의 직원 수는 계속하여 감소하고 있다고 보이는바, 회사의 잔존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남아 있는 직원들의 인원 배치를 계속하여 변경하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인사발령을 실시하기에 이른 것은 그 자체로 업무상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이 ‘무단결근 3일, 업무 소홀로 인한 손해 발생’ 등을 이유로 원고를 징계해고(이하 ‘이 사건 선행 해고’라 한다)하였다가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 절차 및 행정소송을 거쳐 이 사건 선행 해고가 부당해고임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고, 이후에도 참가인은 원고를 이 사건 선행 해고 이전의 직책 및 업무범위에 상응하는 원직으로 복직시키지 아니한 탓에 계속하여 원고와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참가인으로서는 원고의 복직 일자로 소급하여 원고를 관리수석으로 임명하거나 원고에게 미지급한 임금을 보전하여 주는 등 결국에는 노동위원회의 판정결과 내지 법원의 판결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경영 악화로 인하여 사업을 정리하고 구조조정까지 진행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원고를 괴롭히고 모욕감을 주기 위한 목적만으로 이 사건 인사발령을 실시하였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며, 설령 참가인과 사이에 분쟁 관계에 있는 원고를 신뢰하지 아니하여 관리업무에서 배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의 인원 배치를 변경함에 있어 그러한 사정을 참작하는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인하여 연장근로시간이 축소되거나 임금 계산 방식이 변경된 탓에 종전보다 원고의 급여 총액이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리직으로만 근무하였던 원고를 생소한 생산 현장에서 근무하게 함으로써 노동 강도나 사회적 생활 관계 등의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게 된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운바, 원고에게 일정 부분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에게 부여된 업무는 직접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검사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폐업 절차의 진행이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비단 원고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이 익숙하지 아니하거나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는 업무라도 어느 정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른 생활상 불이익이 원고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오히려 앞서 살핀 바와 같은 업무상 필요성을 감안하면 원고로서도 일정 부분 불가피한 생활상 불이익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참가인은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자를 모집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잔류한 인원을 대상으로 향후 회사 운영 방안을 설명하는 설명회를 개최하였는데, 원고도 위 설명회에 참석하여 연마 및 출하 등과 같이 관리직이 아닌 직무로 전보 조치하는 인사발령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으로서는 폐업을 앞둔 상황에서 잔류 인원 및 업무 범위가 계속하여 축소되고 있어서 원고와 협의를 거쳤더라도 특별히 다른 대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참가인의 취업규칙에 전보대상자와 사전에 반드시 협의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는바, 설령 참가인이 원고와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인사발령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른 발령일인 2021. 12. 1. 오전에는 연마검사 업무를 수행하다가 참가인의 대표와 F 총괄수석이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후부터 연마검사 업무를 거부하였고, 이후 참가인이 2021. 12. 9. 및 같은 달 10. 두 번에 걸쳐 교부하려고 한 서면 경고장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2021. 12. 20.까지 출근하여 사무실에 머무르며 정당한 이유나 소명 없이 20일간 직무수행을 계속하여 거부하였다. 이러한 직무수행 거부는 근로자로서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 제공을 이행하지 않은 행위로서 이 사건 정직의 징계결과 통보서에 기재된 징계사유 중 적어도 취업규칙 제75조 제4호(‘인사명령에 불복한 때’) 및 제5호(‘근무태도가 불량하여 2회 이상 경고를 받은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정직의 징계양정에 관하여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 등 참조).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 근무성적, 징계처분 전력 이외에도 당해 징계처분사유 전후에 저지른 징계사유로 되지 않은 비위사실도 징계양정에 있어서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을가 제3,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정직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징계결과 통보서에 명시된 징계사유 중 취업규칙 제30조(‘결근’), 제75조 제11호(‘허위보고 및 문서, 계수 조작’) 등 일부는 객관적 근거가 불명확하여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이 사건 재심판정도 같은 취지이다). 그러나 나머지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정직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이 사건 정직은 정당하다 할 것이다.
원고는 참가인 사무실에 정상적으로 출근하면서도 2021. 12. 1.부터 20일 동안 스스로 이 사건 인사명령이 부당하다고 단정 짓고 근로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근로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참가인이 소규모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러한 태도는 참가인의 기업질서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행위로서 참가인의 인사권한을 형해화시킬 여지가 큰 것으로,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선행 해고가 부당해고임이 확정되자 원고는 2021. 7. 1.자로 복직되었고 2021. 7. 12. ‘관리 부수석’, 2022. 3. 11. ‘수석’으로 2021. 7. 1.자 소급 발령되었다. 원고로서는 관리직이었던 원고를 ‘연마검사’ 업무로 생산 현장에 배치한 것이 다소 부당하다고 느꼈을 여지는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고, 원고는 연마라인에 배치되었음에도 그 직급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였으며 이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근로자보다 높은 직급임을 감안하면, 원고에게는 참가인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직업윤리가 요구되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참가인의 2차례 서면 경고 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 제공을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2021. 12. 15.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서를 전달하는 F 총괄수석에게 참가인의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새끼가”라고 욕설을 하기도 한바(을가 제13호증),<1> 이는 조직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양정이 참가인에게 주어진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론
이 사건 정직에는 절차상 하자가 없고,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며,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정직의 징계양정이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거나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정직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