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70. 4. 1. 설립되어 수전금구, 금속제품 기타 건자재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03. 5. 19. 원고의 직원으로 입사한 근로자이다.
원고는 서울에 본사를, 인천 서구에 샤워부스 생산공장을 관리하는 샤워부스생산부를 각 두고 있다. 원고 본사의 영업부서는 크게 국내 건재사업부와 해외 건재사업부로 나뉘고, 그중 국내 건재사업부는 아래와 같이 건재사업부와 건재특판사업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참가인은 2020. 4. 16. 차장으로 승진하여 건재특판사업부의 부장 직무대행으로 재직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2021. 3. 31. 건재특판사업부를 폐지하였고, 이에 따라 참가인을 비롯한 건재특판사업부 직원 5명은 모두 2021. 4. 1.자로 건재사업부에 배치되었다.
원고는 2021. 4. 23. 참가인을 2021. 4. 26.자로 건재사업부 영업2팀에서 샤워부스생산부 생산팀으로 전보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이하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명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1. 5. 26.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D), 이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7. 21. ‘이 사건 인사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참가인에게 미치는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협의절차를 거치지도 않았으므로 부당하다’라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8. 27.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1. 16.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3, 3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ㆍ내용ㆍ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전보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보처분의 ① 업무상의 필요성과 ②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ㆍ교량하고, ③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사용자가 전보처분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보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보처분을 할 때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판 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2, 5, 12 내지 14, 22, 24,25, 28 내지 31호증, 을가 제1,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명령은 원고의 인사권을 남용한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업무상 필요성
건재사업부에서 2021. 3. 31.부로 폐지된 건재특판사업부의 직원들을 전부 수용함에 따라 건재사업부의 인원이 17명에서 22명으로 급증한 반면(갑 제12호증), 건재사업부의 담당 업무가 그에 비례하여 늘어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갑 제14호증), 당시 건재사업부의 인원을 다른 부서로 분산할 필요성은 수긍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 더하여 이 사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가 인정되려면, 건재사업부 인원 중에서 참가인을 전보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 및 참가인의 전보 대상 부서를 샤워부스생산부로 선정한 이유도 모두 합리적으로 해명되어야 한다.
원고는, 참가인이 건재특판사업부의 부장(직무대행)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건 재특판사업부의 영업실적이 현저히 떨어진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참가인을 영업부서에 잔류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2021년도까지 건재특판사업부 뿐만 아니라 건재사업부의 매출액과 경상이익도 나란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었고, 다만 2021년도 1분기(1월 ~ 3월)에는 건재특판사업부의 실적 하락이 더욱 두드러지기는 하나, 이와 같은 단기간의 1회적인 지표 변동을 근거로 참가인의 영업능력을 재단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①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에 앞서 2021. 4. 12. 및 2021. 4. 13. 참가인에게 2차례에 걸쳐 사직을 권고하였는데, 그때 참가인이 사직 권고의 이유를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참가인의 구체적인 실책에 관하여는 별다른 설명 없이 ‘부서 폐지에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점(을가 제1호증의1 제4쪽 등), ② 그 후 원고는 참가인에게 건재특판사업부의 영업실적이 하락한 이유를 소명할 별다른 기회를 주지 않고, 불과 열흘 만인 2021. 4. 23.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연 참가인의 업무능력에 어떠한 결함이 있었는지 또는 원고가 참가인의 업무능력을 면밀히 판단하여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한 것인지 더욱 의문이 든다.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참가인이 부장(직무대행)으로서 건재특판사업부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들어 참가인에게 영업실무 능력 마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고는, 참가인이 건재사업부에 소속됨에 따라 그전까지 3명으로 유지되던 건재사업부의 차장급 직원이 4명으로 증가함으로써 인사적체가 일어났으므로, 특히 차장급 직원을 전보시켜야 할 필요가 컸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종래 건재사업부에서 차장급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7.6%(≒ 3명/17명) 수준이었는데(을가 제5호증), 건재특판사업부 폐지 이후에 그 비율이 약 18.1%(≒ 4명/22명)로 근소하게 상승한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차장급 직위에서 어떠한 인사적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그 밖에 건재사업부의 차장급 직원을 반드시 3명으로 고정시켜야 하는 이유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한편으로 원고는 건재사업부 영업1팀에는 차장급 직원이 1명인 반면, 영업2팀에는 차장급 직원만 3명(참가인 포함)에 달하여 특정 팀에 차장급 직원이 편중되는 문제가생겼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는데(소장 제20쪽), 그렇다면 참가인을 건재사업부 영업1팀으로 배속시켜서 각 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또한 원고는, 8명이었던 샤워부스생산부의 총 인원이 2020년경에 이르러 5명으로 급감함에 따라 인력을 시급히 충원하여야 하였고(갑 제18호증), 특히 부서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 차장급 직원이 필요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명령에 따라 샤워부스생산부로 출근하였을 때, E 부장(직무대행)이 샤워부스생산부의 관할 업무 일체를 나열하면서 참가인에게 그중 희망하는 업무가 있는지 물어본 점(갑 제28호증 제5, 6쪽)만 보더라도, 그 무렵 샤워부스 생산부에서 차장급 이상의 직원에게 맡겨야 할 구체적인 업무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참가인이 샤워부스생산부로 전보된 뒤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차장의 지위에서 부서장을 보좌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단지 참가인은 기존 직원인 F 과장, G 과장, H 대리 등으로부터 직무교육을 받아 그들이 수행하던 업무를 분담하였다고 보일 뿐이므로(갑 제24, 29 내지 31호증), 당시 샤워부스 생산부는 차장급 직원인 참가인보다도 과장급 또는 대리급 직원을 충원하여야 할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설령 참가인이 종전에 샤워부스생산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고 그 후 건재 특판사업부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샤워부스생산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였기 때문에(갑 제24, 25호증), 건재사업부의 다른 차장급 직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샤워부스생산부의 업무에 익숙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샤워부스생산부에 과장급 이하의 직원을 대신하여 참가인을 투입하는 것이 업무능률의 증진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참가인이 건재사업부에 근무할 때 직장질서나 근로자 사이의 인화를 해쳤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 역시 없으므로, 건재사업부의 직장질서 또는 인화의 유지․회복을 위하여 참가인을 다른 부서로 전보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참가인의 부서를 건재사업부에서 샤워부스사업부로 변경할 업무상 필요는 인정되지 않는다.
생활상 불이익
이 사건 인사명령은 기본적으로 참가인의 의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2006년부터 15년간 줄곧 본사 영업부서에서 근무하여 온 참가인의 근무장소와 직종 등 근로조건에 급격한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다(갑 제2호증 제5쪽).
그렇다면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하여 참가인의 보수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거나 참가인의 근무지와 주거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일면만으로 이 사건 인사명령에 따른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
적어도 이 사건 인사명령은 업무상 필요의 존재 또는 업무상 필요와 생활상 불이익 사이의 균형관계가 분명하였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인사명령에 앞서 참가인과 사이에 전보의 필요성, 전보 후의 담당 업무 등에 관하여 협의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함에도,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이 사건 인사명령을 단행하였다.
이는 전보처분에 대한 참가인의 예견가능성을 침해한 것에서 나아가, 이후에 샤워부스생산부에서 참가인의 업무 배정 및 인수인계 절차까지 지연된 하나의 원인으로도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소결론
따라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각주1) 건재특판사업부에서 취급하였던 욕실장, 샤워부스 판매 사업은 폐지되었고, 다만 기존에 체결된 판매계약의 유지․관리 업무만이 건재사업부로 이관되었을 뿐이다.
각주2) 참가인은 샤워부스 취급업무를 희망업무로 특정하여 입사한 것이 아닌데다(갑 제22호증), 원고는 참가인 외에 2021. 4. 1. 건재사업부로 전보된 나머지 건재특판사업부 직원 4명 중 2명은 영업1팀에 배속시킨 바 있다(갑 제13호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