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12. 20. 선고 2022구합50328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A는 고 C(D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 원고 B는 망인의 자녀이다. 망인은 2018. 5. 12. 사망할 당시 E 주식회사(이하 주식회사 명칭은 생략한다), F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이었다(이하 두 회사를 통틀어서는 ‘E 등’이라 한다).

나.

망인은 2018. 5. 12. F에 출근하여 18:00경 업무를 마친 후 퇴근하였는데, 18:55경 서울 중랑구 G에 앞길에서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편도 4차로 도로 중 버스전용차로인 1차로를 따라 걷다가 뒤에서 운전하여 오던 (차량번호 1 생략) 버스차량에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당하였다(이하 위 차량을 ‘가해차량’이라 하고, 위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은 곧바로 부근 H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같은 날 20:37경 중증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

다.

원고들은 망인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원고 A) 및 장의비(원고 B)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1. 5. 14. 망인이 E 등의 대표이사로서 업무집행권을 갖고 있으므로 망인을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고, 망인이 버스전용차로를 따라 걷다가 버스에 부딪혀 사망하게 된 것인 이상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기도 어렵다는 사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하였다.

라.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1. 11. 4. 같은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7, 10,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망인이 사망 당시 등기부등본상 E 등의 대표이사로 되어 있었으나, E 등의 실질적인 경영자 겸 소유자는 망인과 함께 대표이사로 등재된 I이었고, 망인은 I의 지시‧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대가로 급여를 지급받았다. 따라서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현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가해차량 운전사는 이어폰을 낀 상태로 최고속도 기준을 초과하여 가해차량을 운전하고 있는 상태였다. 망인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던 중 교통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그대로 횡단보도 위에 서 있다가, 마침 망인이 타려는 차량이 멀리에서 오는 것을 보고는 신속히 버스환승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중앙차로를 따라 걷던 중에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사망한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고의나 범죄행위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망인이 근로자인지

1)

인정사실

가)

E은 1971. 1. 1. 설립된 자동차 운수회사로 그 본점은 서울 양천구 J에 있고, F는 1997. 7. 1. 설립된 운송회사로 그 본점은 서울 강서구 K에 있다.

나)

망인은 2005년경부터 I과 공동으로 E 등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하였다. 그 구체적 내역은 다음과 같다.

다)

E 등의 주식은 모두 실질적으로 I과 그 아들이 소유하고 있었고, 망인은 E 등에 대하여 아무런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라)

E 등은 망인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기간 중에도 망인에게 지급하는 급여에서 각종 세금 및 고용보험료 등의 부담금을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다. E 등이 발행한 원천징수영수증에는 E 등의 대표자가 ‘I’ 1인으로만 기재되어 있고 망인의 소득 종류는 ‘근로소득’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E 등이 작성한 개인별 월 임금대장에는 망인의 신분이 ‘직원’으로 되어 있다. 망인은 E 등으로부터 연장수당과 직책수당 등을 수령하였다. 마) 망인은 2016년, 2017년 E에서 매년 총 3,000만 원의 급여 및 상여를 수령하였고, F에서는 2017년 총 9,000만 원의 급여 및 상여를 수령하였다. 망인은 E 등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E과 F의 본사를 오가면서 업무를 처리하였는데, 두 회사 중에서는 E의 업무를 더 많이 수행한 것으로 보이나(갑 제12호증의 제9면), 급여는 F에서 훨씬 더 많이 수령하였다. 또한 망인은 E 등의 업무를 처리할 때 통상적인 부분은 단독으로 처리하였으나, 노무, 인사, 배차 회계 등 중요 사항에 대하여는 다른 대표이사인 I에게 보고하여 지시를 받거나 I과 협의하여 결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규정에 의한 보험급여의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재해 당시에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이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실질에 있어 그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누1795 판결 등 참조).

나)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망인의 업무권한과 업무처리 방식, I과의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 망인의 구체적 급여내역과 급여 및 업무와의 관련성, E 등이 망인에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한 내역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비록 망인은 E 등의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로 되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제공받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3)

소결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라.

망인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퇴근 중의 사고로 사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 나목에서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들고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범죄행위에는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도 포함되며 형법에 의하여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특별법령에 의해 처벌되는 행위도 제외되지 않으므로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5 내지 9, 15, 16호증, 을 제4, 5, 6호증의 각 기재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①

망인은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편도 4차로 도로 중 버스전용차로인 1차로를 따라서 걷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는바, 위와 같이 편도 4차로에 달하는 대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걸어가는 것을 경험칙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②

버스전용차로는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에 버스 등 지정된 차에 한하여 통행하도록 할 목적으로 설치된 도로이고(도로교통법 제15조), 보행자는 횡단보도 등이 설치하여야 하는 도로에서는 그 곳으로 횡단하여야 하며(같은 법 제10조 제2항 본문), 이에 위반할 경우 벌금형 등에 처해질 수 있다(같은 법 제157조 제1호). 그럼에도 망인은 위 도로교통법 제10조 제2항에 위반하여 비가 오는 야간시간대에 버스전용차로를 걸었는바, 이는 망인이 업무 및 그에 통상적으로 수반하는 출퇴근에 따른 위험의 범위와 수준을 현저히 벗어나 법질서에 의하여 보호되는 위험 이상의 위험을 주도적으로 야기한 것으로 평가되고, 원고들 주장과 같이 이를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중 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것과 유사한 성질의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망인의 행위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이자 도로교통법의 위반 행위로써 벌금형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망인의 행동에 따라 업무 및 이에 수반하는 출퇴근과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단절되었다고 보인다.

③

이 사건 사고 당시는 비가 오는 야간 시간대로 사고 현장에는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중앙분리대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사건 사고 당시 가해차량의 운전자가 운전하던 차량의 시속이 59km로써 날씨 등에 비추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 제2항 제1호가 규정하는 최고속도보다는 다소 빠른 속도였다고 볼 수 있더라도, 앞서 본 버스전용차로의 취지와 목적, 이 사건 사고의 발생장소, 당시의 날씨 및 시간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가해차량 운전자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관련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일부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고의적인 도로교통법 위반의 정도보다는 현저히 가볍다고 판단된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도 이와 동일한 전제에서 2018. 7. 26. 가해차량의 운전자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하였다.

④

비록 가해차량의 운전자가 망인의 유가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하였지만, 이는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는지와 직접적으로 무관하고, 가해차량의 운전자 입장에서는 형사상 책임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에 치어 망인이 사망한 이상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차원에서 위 돈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가 곧바로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희(재판장) 김수정 성재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