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5. 12. 선고 2022구합6187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설치되어 횡성군청과 횡성읍·우천면 등에 9개의 읍·면사무소를 두고 상시 약 26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관할 구역의 자치행정사무 등을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0. 7. 1. 원고에 공무직 C으로 채용되어 D 업무를 담당하였고, 2015. 1. 1.부터 우천면 소속 C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21. 6. 30. 참가인의 근무지를 2021. 7. 1.자로 ‘우천면’에서 ‘횡성읍’으로 변경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직’이라 한다).

다.

참가인은 2021. 6. 30.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전직은 부당전직이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1. 10. “근로계약서에 참가인의 근무장소가 명시되었으나, 참가인의 근무지 이동 전례가 있어 근로내용·근무장소가 특별히 한정된 경우라고 보기 어려워 참가인의 동의가 이 사건 전직의 요건이 되지 않고,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며, 참가인에게 생활상 불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E).

라.

참가인은 2021. 12. 17.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2. 17. “이 사건 전직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그로 인해 참가인에게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였으며, 근로계약서에 참가인의 근무장소가 ‘우천면사무소’로 특정되어 있어 근무지 변경에는 원칙적으로 참가인의 동의가 필요한데, 원고는 참가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성실한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전직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B,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2010. 7. 1. 작성된 참가인의 근로계약서에 근무장소가 ‘우천면사무소’로 기재되기는 하였으나, 이후 2회에 걸쳐 참가인의 근무장소가 변경된 바 있고, 2020. 6. 11.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하에 개정된 원고의 취업규칙에 따라 공무직 근로자의 근무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은 참가인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비추어 이 사건 전직에 참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참가인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사건 전직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전직은 조직 쇄신, 다른 공무직 C인 F의 고충해소 등을 위한 것으로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참가인의 담당 업무와 보수 등은 동일하며 오히려 거주지를 기준으로 출·퇴근시간이 단축되므로 참가인에게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나.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 소속 공무직 근로자들 중 C은 총 35명으로, 그중 5명은 G사업소에 소속되어 소각시설 투입 및 장비운행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나머지 30명은 횡성읍(18명), 둔내면(4명), 우천면(2명), 안흥면(1명) 등 9개 읍·면에 각 소속되어 시가지(도로·공원 등) D 업무 등을 수행한다.

2)

참가인이 2010. 7. 1. 원고에 채용될 당시 작성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하고, 그 기재된 내용을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에는 아래 글상자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그 계약당사자가 우천면장과 참가인으로 기재되었는데, 이에 대해 원고는 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참가인 등 공무직 근로자들을 채용한 것은 횡성군수이고, 우천면장에게 인사권을 위임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가 참가인과의 근로관계상 권리·의무의 주체”라는 취지로 설명하였고, 참가인도 “원고가 사용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3)

참가인은 2010. 7. 1.부터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우천면 소속으로 우천면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경 원고로부터 근무지를 ‘횡성읍’으로 변경하는 인사명령을 받게 되어 2011. 4. 1.부터 2014. 12. 31.까지 횡성읍사무소에서 근무하였고, 2014. 12.말경 다시 근무지를 ‘우천면’으로 변경하는 원고의 근무지 배치 변경통보에 따라 2015. 1. 1.부터 2021. 6. 30.까지 우천면사무소에서 근무하였다. 위 2차례의 인사발령 및 이 사건 전직은 아래와 같이 모두 참가인의 근무지와 2010. 9.경 원고에 채용된 공무직 C인 F의 근무지를 서로 맞바꾸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4)

원고 소속 근로자(본청, 직속기관, 사업소, 읍·면 및 의회사무소 포함) 260명 중 151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H노동조합 횡성군지부’는 2020. 6. 2. 원고에게 ‘횡성군 공무직 및 기간제근로자 관리 규정(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의 개정에 동의하는 내용의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동의서를 제출하였고, 2020. 6. 11.부터 시행된 이 사건 취업규칙 제16조 제1항 및 제17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5)

이 사건 취업규칙 부칙(훈령 제472호, 2020. 6. 11.) 제2조는 ‘이 규정 시행 당시 재직하고 있는 근로자 등은 채용일로부터 계속하여 근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조건 변경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사건 취업규칙 제16조 제1항에 따른 별지 제3호의 근로계약서 서식에는 근무장소와 관련하여 ‘근로자 등의 근로제공 장소는 원고 본청, 직속기관, 사업소, 읍·면, 의회사무과 또는 군이 지정한 장소로 한다(제3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는 2020. 7. 27. 원고 소속 공무직 근로자들(청원경찰 제외)에게 근로계약서 및 서약서를 재작성하여 2020. 8. 7.까지 원고에게 제출하도록 하였는데, 참가인은 이에 동의하지 않아 근로계약서 등의 재작성을 거부하였다.

6)

원고의 자치행정과 노사협력팀 담당자가 2020. 10. 20. 원고에게 보고하여 결재를 받은 ‘원고 공무직 근로자 순환배치 검토 보고’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7)

원고는 2021. 6. 29. 공무직 순환배치 등을 안건으로 근로자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참가인을 ‘우천면’에서 ‘횡성읍’으로, F을 ‘횡성읍’에서 ‘우천면’으로 각 근무지를 변경하는 내용의 의결을 하였는데, 위 의결에 앞서 참가인으로부터 근무지 변경에 관한 동의를 받거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 의결 당시 원고의 근로자인사위원회 위원장(자치행정과장 겸직)이었던 공무원이 작성한 ‘2021. 7. 1. C 인사 배경’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8)

원고는 2019. 6. 13. 및 2019. 12. 9. 각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 신규채용 시험을 공고하였는데, C 직종에 관하여 2019. 6. 13.자 공고에는 ‘갑천면’으로, 2019. 12. 9.자 공고에는 ‘청일면’으로 각 근무예정지를 특정하면서, “C은 공고일 전 갑천면/청일면에 주소를 두고 실제 거주해야 한다”는 응시자격 조건을 두었다.

9)

F은 2019. 12. 31.부터 2020. 1. 2.경까지 주상병을 폐렴(결핵성의증), 부상병을 급성기관지염으로 하여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2022. 3. 29.자로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횡성군 우천면에 주소를 두고 거주하고 있고, 2019년부터 건강상 문제로 현재까지 매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더욱 거주지인 우천면 근무를 희망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기재하였다.

10)

참가인은 당초 우천면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으나, 2013. 4. 2. 횡성읍으로 전입신고를 하여 현재까지 횡성읍에 거주하고 있다. 참가인의 아들 I(2018년생)은 ‘심방증격 결손증’, ‘동맥관 개존증’ 등으로 진단되어 병원 진료를 받아왔고, 2022. 3. 10.경 소아심장과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았다. 참가인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선천적 심장 기형이 있는 참가인의 아들을 우천면에 있는 참가인의 처가에서 주로 보살피고 있는데, 참가인의 근무지가 횡성읍으로 변경되면 아들의 건강상 긴급 상황 등에 대처하기 어려운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자동차로 참가인의 주소지에서 우천면에 있는 처가까지의 이동시간은 약 14분 정도(이동거리 약 13㎞)가, 횡성군과 우천면 사이의 이동시간은 약 10분 정도가 각 소요된다.

11)

원고 및 참가인은 2021. 11. 10. 강원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 2022. 2. 17.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각 다음과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8 내지 14호증, 을가 제2, 3, 4호증, 을나 제3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가)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고,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처분문서의 문언과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6다61574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31308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나)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근로계약상 근로의 장소가 특정되어 있는 경우에 이를 변경하는 전직이나 전보명령을 하려면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전직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전직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직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누5204 판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36316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등 참조)

2)

근로계약상 근로장소 및 업무내용의 한정 여부

가)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를 정한 처분문서인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참가인의 업무내용이 ‘횡성군 우천면의 D 업무’로, 근무장소 및 근무부서가 각 ‘우천면 사무소’로 기재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은바, 이 사건 근로계약상 참가인의 업무내용 및 근로장소가 특정되어 있다는 점은 문언의 내용 및 형식상 분명하다. 여기에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 소속 공무직 C들은 G사업소 및 9개 읍·면에 나뉘어 배치되어 통상 해당 지역 내 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가 공무직 C을 선발하면서 근무예정지에 주소를 두고 있을 것을 채용 조건으로 삼아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우천면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고 원고의 위임에 따라 우천면장과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업무장소 및 업무내용 기재는 그 문언대로 참가인의 근로장소를 ‘우천면’으로, 업무내용을 ‘우천면의 D 업무’로 각 한정하는 근로계약조건의 합의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고, 이는 근로계약의 주된 내용을 이루는바, 이를 형식적인 기재에 불과하다거나 계약당사자 중 일방의 결정만으로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경미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위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문언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명시적인 합의에 반하여 원고가 임의로 참가인의 근로장소 및 업무내용을 우천면 이외의 지역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원고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인데, 다음과 같이 원고가 제출한 증거 및 들고 있는 사유만으로는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⑴ 원고는 참가인의 근무지가 2011. 4. 1.자 인사명령에 따라 횡성읍으로, 이후 2015. 1. 1.자 인사명령에 따라 우천면으로 각 변경된 점을 들어 참가인이 이 사건 전직을 포함한 근무지 변경에 포괄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참가인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부터 “2011년 횡성읍으로의 발령에 대해 사전에 참가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위 인사명령의 부당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한 끝에 2015년 우천면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해왔고, 원고는 2011. 4. 1.자 및 2015. 1. 1.자 인사명령의 구체적인 경위 등에 관하여 별다른 주장·증명을 하지 못하였으며, 제출된 자료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2011. 4. 1.자 횡성읍으로의 인사명령에 앞서 원고가 참가인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를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 참가인의 근무지가 2011. 4. 1.자로 횡성읍으로 한 차례 변경되었다가 2015. 1. 1.자로 다시 우천면으로 원상 복귀된 사정만을 근거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참가인의 근로장소 및 업무내용을 한정한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위와 같은 정함을 무효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⑵ 참가인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직 C들에 대하여 이 사건 전직과 같이 근로계약에서 한정한 근무지를 변경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원고는 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C들의 전직 사례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을가 제3, 4호증, 을나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취업규칙이 개정되기 이전까지는 공무직 근로자들의 전보 등에 관한 근거규정이 없었고 공무직 근로자들의 근무장소가 근로계약서에 특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 이후로도 공무직 노동조합에서 근로계약서에 근무장소를 기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고 다수의 공무직 근로자들이 근로장소의 순환배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시한 점, 원고 내부에서도 “공무직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순환 배치할 경우 역기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는 검토가 이루어진 점, 다수의 동료 근로자들이 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을 제외하고 공무직 C에 대한 전보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내용이 기재된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원고 내 공무직 C들의 순환근무가 관행으로 확립되어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으로 승인되었다거나,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횡성읍 등 다른 지역으로의 전직이 이루어질 것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어 그와 같은 인사발령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⑶ 원고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2020. 6. 11. 시행된 이 사건 취업규칙에서 ‘총괄관리부서의 장은 인력운영과 원활한 업무 추진 및 수행, 고충해소 등을 위하여 공무직을 전보(보직변경) 및 직종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직종 변경은 해당 공무직의 동의하에 변경하여야 한다(제17조 제1항)’는 조항을 두고 있는 점을 들어, 위 조항에 따라 참가인의 동의가 없어도 근무지를 변경하는 인사발령을 할 수 있고, 참가인도 이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취업규칙의 변경에 관하여 과반수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이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고, 원고가 개정된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라 공무직 근로자들에게 근무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서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참가인이 이에 동의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이 참가인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이상, 참가인의 근무장소 및 업무내용을 ‘우천면’으로 한정한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되고, 이 사건 취업규칙 제17조 제1항에 의하여 참가인에게 보다 유리한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이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

다)

결국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를 정한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근무장소를 ‘우천면’으로, 업무내용을 ‘우천면의 D 업무’로 특별히 한정하였고, 참가인의 동의나 승낙 등에 의해 위와 같은 근로계약의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가 근로계약에서 명시한 근무장소 및 업무내용을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변경한 이 사건 전직은 인사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3)

업무상 필요성 및 생활상 불이익 등의 존부

설령 이 사건 전직 등 근무지 변경에 관한 참가인의 묵시적 동의나 승낙 등이 추정된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전직은 그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반면, 참가인에게 상당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발생하게 한다고 보이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전직명령에 해당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가)

원고는 참가인과 F만을 대상으로 근무지를 변경하는 인사명령을 하였는바, 이 사건 전직이 업무상 변화에 따른 인력 조정에 해당한다거나 조직운영상 필요 내지 원고 주장의 ‘근로자들의 나태함을 방지하여 조직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라는 업무상 필요성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F이 2019. 12. 31.부터 2020. 1. 2.경까지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원고에게 건강상 문제로 자신의 거주지인 우천면으로 근무장소를 변경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원고가 F에 대한 전직 등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나아가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전직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려면, 원고가 공무직 C 35명 중에서 참가인을 F과 맞바꾸는 전직 대상자로 선정한 기준 및 이유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갖추어야 하고, 그와 같은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전직은 참가인의 주소지가 ‘횡성읍’이라는 점만을 이유로 이루어졌고, 참가인의 자격이나 능력, 직무상의 필요성 등과는 무관한 점, ② 원고는 참가인이 2010. 7. 1. 우천면 소속 C으로 채용되어 약 11년의 근로기간 중 약 8년 정도를 우천면에서 근무해온 사실과 참가인의 개인적인 사정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점, ③ 원고는 참가인 외에 다른 우천면 소속 C에 대해서는 ‘도청으로 파견근무 중이었고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황’임을 고려하여 횡성읍으로의 인사발령 대상에서 제외하였다고 주장하는바, 마찬가지로 ‘5세 아들의 심장질환 치료 및 돌봄’과 관련된 참가인의 개인적 사유도 이 사건 전직에 앞서 검토되었어야 마땅하다고 보이는 점, ④ 원고 내 공무직 C은 총 35명이고 근무지는 10곳인데, 원고는 근무지 변경을 희망하는 다른 근로자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거나 근로자들의 근무지를 순차적으로 변경하게 하는 등의 다른 방법은 전혀 검토하지 않은 채,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F과 참가인의 근무지를 서로 맞바꾸게 하였는바, 이를 근로자의 희망을 적절히 반영하는 합리적인 인사권의 행사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 ⑤ F의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한 업무상의 고충을 해소하는 데 우천면으로의 근무지 변경 외에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 그에 관한 검토나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전직이 업무상 필요성을 갖추었다거나 전직대상자 선택의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참가인은 이 사건 전직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심장질환이 있는 자녀를 우천면에 있는 처가에 주로 맡겨 돌보고 있다는 사정을 들고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은 가족·가정 생활상의 어려움으로 전직명령으로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생활상 불이익의 범위에 포함되고, 을가 제2호증, 을나 제3,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참가인 자녀의 상태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전직으로 참가인의 근무지가 변경됨에 따라 근로내용 등 근로계약상 조건에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참가인의 보수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거나 참가인의 근무지와 주소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일면만으로 참가인에게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F의 근무지 변경 요청을 근거로 이 사건 전직의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필요성이 참가인이 입는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

다)

참가인이 우천면에서 근무를 조건으로 채용되어 약 11년의 근로기간 중 약 8년 정도를 우천면에서 근무하였고, 한 차례 횡성읍으로 근무지가 변경되기는 하였으나 다시 우천면으로 복귀하여 근무한 점, 공무직 C을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하는 등의 원고 내 관행은 확인되지 않고, 이 사건 취업규칙의 개정 이후로도 참가인을 제외한 다른 C에 대해서는 전보·전직 등이 이루어진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전직은 이례적인 인사명령에 해당한다. 따라서 F의 건강상 사유를 업무상 필요성으로 고려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입각하여 보더라도, 그와 같은 업무상 필요성과 참가인에게 발생할 생활상 불이익 사이의 균형 관계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로서는 사전에 참가인에게 이 사건 전직의 업무상 필요성을 개별적으로 설명하고 그에 관해 협의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 사건 전직을 단행하기 전 참가인과 성실히 면담 또는 협의하거나 참가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생활상 불이익을 확인하고 그에 관해 배려하는 과정 등을 거치지 않았는바, 이 사건 전직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생략하여 참가인의 예견가능성을 침해하였다는 점에서도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마.

소결론

이 사건 전직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임에도 참가인의 동의를 받거나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졌고,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참가인에게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주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전직은 합리적인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부당한 인사명령에 해당하므로, 이와 같이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에 원고 주장의 위법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신은진 신일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