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8. 17. 선고 2022구합76344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2. 5. 19. 원고에게 한 재심의 등 권고 결정 중 '비정규직 경력이 일률적 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A의 입사 전 공공기관 비정규직 경력 을 재심의할 것을 권고'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지방공기업법 제76조 및 원주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설립된 지방공단으로, 도시교통 관리사업 등 원주시장이 위탁하는 시설 및 사업을 관리 · 운영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20. 6.경 A(이하 '진정인'이라 한다)을 냉난방설비, 가스, 위험물, 소방시설 관리업무 등을 담당할 정규직으로 채용하였다. 당시 진정인은 1996. 3.경부터 2018. 6.경까지 약 22년간 100인 미만의 사업장인 'B'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2018. 7.경부터 2019. 12.경까지 약 1년 6개월간 강원도 소방본부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 보수규정 제6조 제1항에 의하면,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경우에는 초임호봉을 1호봉으로 하되, [별표 2]의 보수규정 경력환산표(이하 '이 사건 경력환산표'라 한다)에서 정하는 경력이 있는 직원에게는 위 표에 따른 경력을 가산하여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

그런데 이 사건 경력환산표에 의하면, 정규직으로 근무하지 아니하거나, 정규직으로 근무하더라도 해당 법인이 퇴직 당시 상근직원 100명 미만인 경우에는, 초임호봉을 획정할 때 아무런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진정인은 초임호봉 획정 당시 원고로부터 B와 강원도 소방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였다(다만, 군경력이 인정되어 초임호봉은 3호봉으로 획정되었다).

마.

이에 진정인은 피고에게 원고의 차별행위를 시정하여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였다(C).

바.

피고는 조사를 거친 후, 2022. 5. 19.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비정규직 경력과 100인 미만 민간사업장의 유사 경력이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진정인의 입사 전 공공기관 비정규직 경력과 민간 경력을 재심의할 것을 권고한다'고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6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결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가 직원의 초임호봉을 획정할 때 유사 분야의 업무경력을 반영하는 이유는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고 우수한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므로, 그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원고의 재량에 속한다. 또한 진정인은 경력직 채용이 아니라 신규 채용에 응시하였으므로, 자신의 업무경력이 호봉 획정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나아가 비정규직 경력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정규직인지 여부나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경험한 업무의 전문성 ·난이도 · 책임 등은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경력환산표 및 원고의 호봉획정은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것으로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결정은 원고의 경영권 또는 재량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비정규직 경력과 관련된 부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합리적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임금지급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사용된 '사회적 신분'이라는 용어는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1>과 근로기준법 제6조<2>에서도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이란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3헌바43 결정 참고). 그런데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고용형태는 근로계약상 변경할 수 없거나 계속적이고 고정적인 지위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한 고용형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기한 계약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비록 해당 고용형태가 어느 정도 지속적이고 개인 스스로 이를 벗어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내용, 지위는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 자체로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일신전속적인 표지라거나 사회적 평가를 수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지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등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부분 결정은 비정규직 경력을 호봉획정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는 이유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

2)

100인 미만 사업장 근무경력과 관련된 부분

가)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3호증, 을 제6, 8,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가 약 22년간 정규직으로 근무한 민간기업인 B는 2018. 6.경 당시 가스 설비 및 검침 업무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직원을 제외한 본사 직원이 약 70명 정도였다. 위 회사는 2019년을 기준으로 가정용, 영업용, 업무용 등으로 146,391세대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었다.

(2)

진정인은 재직 당시 도시가스 공급시설 안전관리업무(안전관리책임자, 안전관리원)를 담당하였고, 원고 아래에서는 D팀에 속하여 소방시설관리, 산업안전보건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3)

이 사건 경력환산표는 구체적으로, ① 공무원 또는 특정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정규직으로 해당분야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우 이를 100%로 환산하여 경력을 인정하고 있고(갑경력),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상장회사에서 정규직으로 해당분야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우 이를 80%로 환산하여 경력을 인정하고 있으며(을경력), ③ 퇴직 당시 상근직원 100명 이상 법인에서 정규직으로 해당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우 이를 50%로 환산하여 경력을 인정하고 있다(병경력).

(4)

한편, 148개의 지방공기업은 민간경력 인정에 필요한 사업장 규모(종사자수)를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정하고 있다. 그중 일부 지방공기업이 마련한 기준에 따르면, '해당 기준에 예시되지 않는 경력에 대해서는 해당기관의 성격과 경력 내용에 따라 심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등의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갑 제6호증의2, 8호증의1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각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퇴직 당시 100인 미만의 법인에서 정규직으로 해당 분야에 근무한 경력을 초봉획정을 위한 경력환산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에 관하여 관련 규정의 개정 및 재심의를 권고한 이 부분 결정은 적법하다.

(1)

경력인정제도의 취지는 입사 전 경력에서 나타난 업무숙련도와 경험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해당 경력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보수에 반영하는 것으로, 근로자의 과거 경력이 현재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또한 위 제도는 직원에게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다(원주시시설관리공단 보수규정 제2조 참조). 한편,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인적 · 물적 조직이나 수행하는 업무의 난이도, 횟수 등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지방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정된 재원으로 목적사업을 수행하여야 하므로, 결국 원고가 이러한 경제적 능력 또는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일정한 기준을 세워 경력인정의 기준을 달리 정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불합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2)

그러나 진정인이 민간회사에서 담당하던 업무(도시가스 공급시설 안전관리업무)는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업무의 본질적인 내용이나, 곤란성, 책임도가 달라지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보인다. 도시가스사업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안전관리업무의 내용이나 기준을 다르게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의 횟수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사건 경력환산표나 원고는 직원이 기존에 근무한 회사의 구체적인 사정이나 수행한 업무를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인과 같은 경력(약 22년에 달한다)을 일률적으로 경력인정에서 배제하고 있다. 또한 원고가 경력인정에 필요한 사업장 규모를 100인 이상으로 설정할 때 나름대로의 기준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특별한 고려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대다수의 지방공기업들이 100인보다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 경력인정제도를 두고 있고, 또 일부는 업무의 성격과 경력 내용에 따라 심의를 거쳐 경력환산을 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종합하면, 진정인이 100인 미만의 법인에서 근무경력을 쌓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경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100인 이상의 법인에서 근무한 사람과 비교할 때 고용(임금)의 영역에서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 없이 양자를 구별하거나 진정인을 더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진정인이 경력채용이 아닌 신규채용 절차에 응시하였으므로 자신의 경력이 호봉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주시시설관리공단 보수규정 제6조 제1항은 직원이 신규 채용된 경우에도이 사건 경력환산표를 적용하여 초임호봉을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실제 원고도 신규 채용자에 대하여 경력환산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진정인이 단지 신규채용 절차에 응시하였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으리라는 사정을 알았다거나 이러한 혜택을 포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소결론

이 사건 결정 중 ① '비정규직 경력이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A의 입사 전 공공기관 비정규직 경력을 재심의할 것을 권고'한 부분은 위법하고, ② '100인 미만 민간사업장의 유사 경력이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A의 입사 전 민간 경력을 재심의할 것을 권고'한 부분은 적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순열(재판장) 김웅수 손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