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참가인은 상시 약 1,6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 및 광고 등 지상파 방송업을 경영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20. 2. 10.부터 참가인 방송사에 입사하여 보도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원고는 2020년 초 참가인과 계약기간을 2020. 2. 10.부터 2020. 12. 31.까지 한 '프리랜서 업무 위임계약(작가)'을 체결하고 'E' 작가로 근무하였고, 2021년 들어 재차'프리랜서 업무 위임계약(작가)'을 체결하며 그 계약기간을 2021. 1. 1.부터 2021. 12. 31.(단 프로그램 종료시에는 종료시점)까지, 담당 프로그램은 'F'으로 하여 근무하였다.
단 계약서는 2021. 2. 3. 작성하였다.
위 각 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참가인은 2021. 1. 30. 원고에게 위 계약이 2021. 12. 31.자로 종료됨을 통보하였다.
원고는 2022. 2. 2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이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4. 15.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나 참가인이 계약기간 내에 근로계약 종료 통지를 하였고,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기간만료로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며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2022. 5. 1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8. 9.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나 제1, 2, 5 내지 7, 12,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참가인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달리 보더라도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으며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도 없으므로 원고는 여전히 참가인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참가인이 원고에게 기간만료를 이유로 한 계약종료 통지를 한 것은 부당해고이고,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원고가 기한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인지에 관한 판단<각주1>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 그렇지만 한편,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예컨대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등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원칙이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두2247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기간을 정하여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와 참가인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모두 계약기간이 나타나 있고, 이에 덧붙여 '단, 프로그램 종료시에는 종료시점으로 한다'고 하여 계약기간 이전에도 담당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계약이 종료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처분문서의 기재를 뒤집을 만한 사정은 달리 보이지 아니한다.
원고가 방송작가로서 담당한 방송 프로그램의 코너 편성은 사회경제적 상황의 대내외적 변화에 따라 변경, 폐지될 수 있고 이를 감안하여 계약서상 '계약기간'을 위와 같이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의 다른 방송작가(총 23명)들 또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중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4명의 경우에도 처음부터 위와 같이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2년을 초과하여 근로함에 따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것에 불과하다.
갱신기대권의 존부에 관한 판단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들 및 앞서 든 증거, 을나 제4, 12,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위와 같이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원고가 체결한 계약내용이나 인사규정, 취업규칙에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계약이 갱신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나 평가절차 등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물론 그동안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왔던 방송작가의 경우 이러한 규정 유무가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나아가 보건대, 참가인의 보도부문 방송작가(23명) 중 근로감독 조사를 거부한 7명을 제외하고 조사를 받은 16명 중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람은 14명이다. 그 중 2년을 초과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사람은 6명(G, H, I, J, K, L)에 불과하고 계약이 갱신되지 않고 종료된 경우가 더욱 많으며, 장기근속자의 경우에도 종전 계약관계종료 후 상당기간이 지나 다시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확인되어, 원고를 비롯한 방송작가들과 참가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갱신되는 관행이 형성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당초 참가인의 보도부문 방송작가(23명)들에 대한 근로감독 조사 당시 7명이 조사에 불응하거나 퇴사하여 조사가 불가능하였고, 근로자성이 인정된 14명 중 시정지시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하였음에도 근로계약 자체를 거부한 사람은 4명이며, 그 중에는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사람들(G, K)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방송작가 직군은 타 직군에 비해 스스로 근로계약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참가인의 방송작가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 관행형성 여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이은경 김민아
각주1) 참가인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결과를 존중하여 원고의 근로자성을 다투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2023. 1. 9.자준비서면 제14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