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4. 28. 선고 2022구합8150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9년 공군 소위로 임관하여 공군 소령으로 2019. 12. 27.부터 B여단 C포대장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21. 12. 23. 다음과 같은 징계사실에 대하여 품위유지의무위반[성폭력 등(성희롱)] 및 성실의무위반(직권남용으로 인한 타인 권리침해)로 원고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국방부 항고심사위원회에 항고하였고, 피고는 2022. 9. 6.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 중 성실의무 위반(직권남용으로 인한 타인권리침해)은 인정되지 아니하고 품위유지의무 위반[성폭력등(성희롱)]만 인정된다고 보아(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 원고의 항고 중 일부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감봉 1개월로 감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감봉 1개월로 변경된 징계처분을 ‘이 사건 감봉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피해자와 면담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설령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하였더라도 그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위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

설령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은 지나치게 과중하므로, 이 사건 감봉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한편 성희롱, 성폭력행위 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먼저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을 제 2, 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해자는 두 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경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바 있다.

-

포대에서 대대로의 인사이동 과정에서, 제가 원고에게 몸이 좋지 않고 E 하사가 전출을 희망하였으므로 자신을 제외시켜달라고 요청하였다.

-

그러나 원고는 저에게 산부인과를 다니고 성고충상담관에게 상담을 받아 보라면서 저를 전출대상자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하였다.

-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던 도중 원고로부터 이 사건 발언을 들었다.

-

잘못 들은 줄 알고 원고를 쳐다보았고, 제가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까 원고가 그럼 전출 명단에 올리겠다고 하면서 면담이 종료되었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에 더하여, 관계자들이 피해자가 면담 직후 이 사건 발언에 굉장히 기분 나빠하던 사실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서를 작성한 점까지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발언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불쾌감·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발언이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적 불쾌감·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으므로,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원고와 피해자는 남성과 여성으로 성별이 다르다. 또한 원고와 피해자는 상하관계에 있으므로 피해자가 이 사건 발언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섣부르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원고와 피해자의 관계상 원고로서는 이미 산부인과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힌 피해자의 내밀하고 민감한 문제인 임신 가능성에 관하여 언행을 삼갈 필요가 있었다.

(나)

임신 가능성에 관한 발언은, 원고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남녀의 신체적·성적 특징과 관련된 발언으로서, 특히 불임인 경우에는 질문 자체로 상당한 성적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

(다)

이 사건 발언은 건강상의 이유로 전출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면담 과정에서 원고가 피해자에게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피해자가 이를 따를 수밖에 없음을 강변하는 도중에 발생한 것이므로, 전후맥락상 원고가 업무 처리를 위해 피고의 임신 가능성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원고는 이 사건 발언이 원고가 피해자를 걱정하는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해자는 원고의 의도에 관하여 ‘원고의 말투나 느낌은 전혀 저를 걱정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대대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어르고 달래기 위해 걱정하는 척 하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진술한 점, 관련 진술자들 중 일부는 원고가 평소에도 다른 의견을 제시받으면 비꼬는 말투로 기분을 상하게 만들거나 일방적으로 의사소통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을 듣고 ‘감기가 걸리면 낫기 위해 약을 먹는 것처럼 저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고 약을 먹은 것뿐인데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수치스러웠다.’라고 진술하여,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하여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가)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하고,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 한 징계처분은 그것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위법하다 할 것이고,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고려할 때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두6387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두13767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감봉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인 피고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1)

군인사법 제59조의4 제2항에 따라 징계에 관한 세부기준을 구체화한 국방부령인「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이하 ‘징계규칙’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가목 [별표 1] 제10호 가목 및 [별표 1의3] 제2호와 국방부훈령인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훈령(이하 ‘훈령’이라 한다)에 의하면 성희롱은 비위의 정도가 기본이 정직, 가중시 파면에서 강등, 감경시 감봉의 기준으로 처리하는데, 이 사건 감봉처분은 원고가 받을 수 있는 징계양정기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하고, 그 기간도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정해져서 과도하게 무겁다고 할 수 없다.

(2)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6조는 상관의 책무로 직무수행 시는 물론 직무 외에도 부하에게 모범을 보일 것(제1항), 부하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할 것(제3항)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모범이 되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함양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더욱 엄격하게 복무규율을 준수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이 사건 징계사유는 자신의 하급자를 상대로 한 성희롱한 것으로서 그 불법성 내지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느꼈을 수치심과 모욕감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군인의 위신과 명예를 손상시킨 행위로서 엄중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

(3)

원고는 자신이 받은 상훈내역 등에 비추어 경미한 처분이 내려졌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정은 국방부 항고심사위원회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정직 1개월에서 감봉 1개월로 감경할 때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징계규칙 제3조 제2항 제8호와 및 훈령 제33조 제3항 제5호는 성희롱의 경우 감경을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이은경 김민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