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2. 8. 2. 원고들에게 한 각 간이대지급금 부지급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등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뮤지컬 등 공연제작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이 사건 회사는 2020. 1. 23.부터 2020. 2. 27.까지 상연하는 뮤지컬 ‘D’(이하 ‘이 사건 공연’이라 한다)를 기획·제작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공연 출연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공연에 앙상블 배우<각주1>들로 출연하였던 자들인데, 위 계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공연의 앙상블 배우들은 2021. 4. 14.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 미지급 임금(원고 A 1,425,000원, 원고 B 1,8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2021. 5. 17. 위 지급명령이 발령되어, 2021. 7. 30. 확정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차전188843).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공연의 앙상블 배우들은 금품청산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회사 대표인 F에 대하여 2021. 4. 22.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후, 2021. 11. 10. 같은 혐의로 F를 고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검사는 2022. 4. 5. ‘원고들은 이 사건 공연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연출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53256호).
원고들은 2022. 5. 26. 피고에게 간이대지급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청구’라 한다), 피고는 2022. 8. 2. 원고들에 대하여 ‘원고들이 간이대지급금 지급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각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10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공연의 전체 제작 과정을 총괄하는 이 사건 회사 및 이 사건 회사와 계약을 한 음악감독, 안무감독 등 감독진의 협의에 따라 원고들의 배역·안무·노래·연기 등의 업무내용, 업무 시간 및 장소가 정해졌고, 공연과 그 준비를 위한 연습과정 또한 감독진의 구체적 지휘, 감독에 따라 이루어졌다. 또한 원고들은 이 사건 공연 도중 이 사건 회사에 전속적, 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으며, 제3자를 사용하여 노무 제공의 대행이 불가능하였고, 비품, 작업도구 또한 이 사건 회사에 의하여 제공되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에 대한 출연료는 노무 제공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은 실질에 있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관련 법령
(생략)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 내지 23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회사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공연에 출연하여 앙상블 배우로서 정해진 그대로의 역할에 맞는 연기의 수행이라는 노무를 제공하는데 대한 대가로 고정급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공연의 수입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회사가 독점적 권리를 보유하였고, 이 사건 회사가 공연 및 연습에 필요한 의상, 분장, 도구, 식사, 상해보험 등을 제공하여 원고들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지 아니하였으며, 개인적 재능이나 창작력을 바탕으로 한 독립된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다기보다 제작사인 이 사건 회사에 의해 기획된 공연사업에 종속되어 그에 따라 미리 정해진 대가만을 지급받았던바, 원고들은 이 사건 공연의 흥행 여부에 따른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지 않았다. 또한 원고들이 연습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를 고용하여 노무를 대행케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비록 원고들의 출연료는 근로시간에 비례한 것이 아니라 공연 단위(1회당 원고 A 95,000원, 원고 B 120,000원)로 정해졌으나, 이는 공연 출연 횟수와 연습 기간에 따라 대략의 노무제공 시간과 강도가 예상이 가능한 공연 출연 계약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이에 더하여 이 사건 회사가 추가 역할을 요구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초과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한 점(이 사건 계약 제9조 제2항)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출연료는 노무 제공 그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들이 수행한 뮤지컬 공연에서의 앙상블 배우들이란 주연과 주요 조연 등을 제외한 여러 단역들을 모두 소화하는 배우를 의미하며, 이에 따라 원고들이 이 사건 공연과 관련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업무는 1인 다(多)역을 맡아 주연의 노래에 코러스를 넣거나 뒤에서 춤을 추고 주변 인물로 등장해 사건을 고조시키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앙상블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주로 음악감독, 안무감독, 연출 등 창작팀에 의하여 사전에 구상된 군무와 합창으로 이루어지게 되며, 통일된 방식으로 합을 맞추어 전체의 장면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음악감독, 안무감독 등은 자신들이 구상한대로 뮤지컬이 구현될 수 있도록, 오디션을 통하여 앙상블 배우들을 선발한 뒤, 창작팀의 기획의도 및 대본에 따라 앙상블 배우들에게 각각의 배역을 부여하고, 그 배역에 맞는 동선과 합창, 군무 내용을 세세하게 구상하게 된다.
이 사건 공연 과정에 있어서도, 원고들의 배역과 그 안무, 노래 및 연기 등 업무내용은 이 사건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음악감독, 안무감독 등에 의하여 정하여져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부여되었고, 원고들은 그 업무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이 사건 계약서 제5조 제1, 3항 참조), 만일 원고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서면으로 시정사항을 통지한 뒤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다(이 사건 계약서 제10조 제1항 참조). 또한 감독들은 이 사건 공연 준비를 위한 연습 과정에서부터 실제 공연에 이르기까지 원고들을 포함한 앙상블 배우들의 춤과 노래에 관하여 세세한 지휘·감독을 수행한 것으로 보여, 원고들의 실제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구체적 지휘·감독이 존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이와 관련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앙상블 배우들이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거나 이 사건 회사에 세부적 업무 내용을 보고하지는 않았으므로 지휘·감독이 없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공연과 관련하여 권한과 역할을 부여한 감독들에 의하여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관한 구체적 지휘·감독이 이루어진 이상 사용자로부터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고, 해당 역할을 소화하기 위한 능력이 요구되므로, 감독진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움직이는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주·조연 배우들과 달리 원고들과 같은 앙상블 배우들의 경우에는 춤과 노래를 수행함에 있어 감독들의 지시에 따른 통일적 움직임이 중요할 뿐, 배우들의 개인적 개성이나 특징이 부각되지 아니하여(배우들과 협의 하에 배역이 정하여진 것이 아니라 창작팀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배역이 부여된 것 또한 이를 반영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 측의 필요에 따라 상시 그 구성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구체적 연기와 관련하여 일부 원고들의 재량이 인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특성이 일정 수준 이상의 춤과 노래 등 연기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전문성을 띄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일 뿐이다.
이 사건 공연 일정 및 그 준비를 위한 연습 일정과 장소가 사전에 그 세부 내용까지 정하여져 앙상블 배우들에게 통보되었고[2019. 11. 25.부터 이 사건 공연 개막 전주인 2021. 1. 19.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14시경부터 21시경까지 연습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고, 각 일별로 연습시작 시간, 종료시간, 시간별 연습 내용, 점심 및 저녁 식사 시간 등으로 세밀하게 연습 일정이 짜여 있었다(갑 제15, 16호증 참조)], 그에 따라 원고들의 이 사건 연습과 공연이 이루어졌는바, 원고들의 업무수행 장소, 집합 및 퇴근시간을 포함한 업무 시간이 이 사건 회사 측에 의하여 지정되었고, 원고들은 이에 구속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회사 측은 연습 전에 출석을 부르는 식으로 원고들에 대한 근태관리를 한 것으로 보이며, 맡은 배역이 미리 정하여져 있는 이상 출석 자체가 이미 자연스럽게 강제되고 있었다. 한편 피고는 연습일정이 출연진과 이 사건 회사 측 사이에 사전 협의에 의하여 정하여졌으며 연습에 참석이 어려울 시 개별로 감독진과 협의하여 연습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나(피고 답변서 제7쪽 참조), 그와 같은 일정 협의가 이루어졌음을 뒷받침할 사정이 보이지 않고(배우들의 숫자 등을 감안하면 앙상블 배우들 전체와 일정 협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앙상블 배우들이 담당하였던 역할의 특성상 부상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적 연습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는 명시적으로 원고들에게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무대 공연의 출연을 금지하였으며(이 사건 계약 제6조 제7항 본문), 비록 이 사건 회사와 사전 협의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일정에 참가할 수 있다 하더라도(이 사건 계약 제6조 제7항 단서), 이 사건 공연과 그 연습 스케쥴 등을 고려하여 보면 주연 배우들이 아닌 원고들이 이 사건 공연 및 연습 기간 동안 다른 공연에 출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계약 기간 동안 원고들의 이 사건 회사에 대한 노무제공의 계속성과 전속성 또한 인정된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실제 배우들 중 일부가 타 사업장 소속으로 근무한 내용이 확인된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주장 외에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하며, 설령 일부 앙상블 배우들이 다른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가정하여 보더라도, 그 노무제공의 방식, 시간, 경위 등을 전혀 알 수 없어 그와 같이 일부 배우들의 다른 사업장에서의 노무제공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전속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일반적인 회사원이 야간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여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부정되는 것이 아닌 것과 동일하다 할 것이다).
비록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있지는 않으나 이는 공연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원고들의 경우 일시적으로 고용되는 일용직 근로자나 단기간의 기간제 계약직 근로자와 비슷한 성격의 근로를 제공하는데서 비롯된 것이고, 한편 원고들이 연습이나 공연에 불참하거나 공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이 사건 회사 측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거나 손해배상 등을 통하여 제제를 하는 것도 가능하였다. 한편 원고들에게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아니하였다거나 원고들이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로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뮤지컬 공연 업무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거나 사용자인 이 사건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한 사정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커서, 그와 같은 점들이 원고의 근로자성을 뒤집는 사정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소결론
요약컨대 근로계약과 위임, 도급 등의 계약을 구별하는 주요 관건 중 하나인 지휘·감독을 기반으로 한 종속성 여부는, 당해 계약에 따른 급부가 사용자의 사업 내지 역무에서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가지고 독자적 요소로서 평가될 수 있는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데,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회사의 사업인 공연예술 작품의 제작·공연에 있어 원고들과 같은 앙상블 배우가 제공하는 춤과 노래를 포함한 연기라는 역무는 해당 작품의 배경에 완전히 편입되어 그것 자체만으로 독자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주된 요소가 아니고, 이는 이 사건 회사에 의해 기획되고 주문된 그대로의 것이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원고들은 이 사건 회사에 종속되어 연기라는 노무급부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