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5. 30. 선고 2022구합87498 판결

부당전보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71. 6. 15. 고등교육, 중등교육, 초등교육 및 유아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법인으로, 상시 약 8,11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E대학교 등 8개의 학교를 유지경영하고 있다.

나.

원고는 E대학교 산하 의료기관의 업무를 관할하기 위한 부속기관으로서 F병원을 두고 있고, F병원은 D병원 및 G병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D병원은 1971. 10. 5. 개원해 H병원, I병원, J병원 등의 병원을 두고 의료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03. 3. 1. D병원의 J병원에 입사하여 한방약무팀 조제파트에서 한약조제 업무를 수행해 오다가 2019. 3. 1. 한방약무팀 팀장의 보직을, 2019. 11. 20. K연구소 제제개발연구부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자이다.

라.

D병원은 2022. 2. 28. 참가인에 대하여 2022. 3. 1.자로 J병원 한방약무팀장 겸 K연구소 제제개발연구부장의 보직을 면하는 인사발령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직해임’이라 한다).

마.

참가인은 2022. 5. 24. 이 사건 보직해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7. 20. 이 사건 보직해임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L).

바.

원고는 2022. 8. 12. 초심판정서를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2. 8. 19.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10. 19. ‘이 사건 보직해임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생활상의 불이익이 상당하며, 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부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사.

원고는 2022. 11. 21. 이 사건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5호증, 을가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및 원고의 규정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 즉 ① 팀원들의 의료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사실, ② 허위로 영수증을 발급받는 방법을 통해 재료비를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 ③ M에 대해 사적인 보복 감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한 사실, ④ 직원들의 사무공간 및 집기를 일방적으로 이전하도록 지시하여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한 사실 등이 모두 인정되고, 한편, J병원 한방약무팀은 전문화된 업무의 특성상 다른 부서로의 전보가 어려울뿐더러 위 징계사유들을 고려하면 참가인에게 파트장 등 다른 보직을 부여하는 것도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바, 결국 이 사건 보직해임은 그 업무상 필요성이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을 상회하여 정당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J병원 한방약무팀 소속 한약사 M은 2021. 9. 14. D병원 감사팀에 방문하여 참가인의 부당한 겸직 허가 불허 및 외부 학생실습 관련 부적절한 인건비 집행 등 비위행위를 제보하였고, 감사팀은 2021. 11. 8. 아래와 같이 참가인에 대한 해임 징계처분을 요청하는 조사결과를 보고하였다.

2)

D병원은 2021. 11. 24. 직원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참가인의 겸직 허가 불허, 타인의 진료정보 무단 조회, 실습재료비 부당 수령 등 비위행위를 심의한 다음 정직 3개월의 징계 제청과 보직을 면하는 의결을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의 행정직원 징계위원회에 정직 3월의 징계를 제청하였으나, 원고 행정직원 징계위원회는 2021. 12. 22.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재검토하여 명확하게 하라는 등의 이유로 징계 제청을 반려하였다.

3)

D병원은 2022. 1. 12. 재차 직원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동일하게 진료정보 무단조회 및 허위 계산서 등 5개의 비위행위에 관하여 원고 행정직원 징계위원회에 참가인에 대한 정직 3월의 징계를 제청하고, 소통 부재 등은 관리자의 자질과 연계되어 있다고 보아 팀장의 보직을 면하기로 결정하였다.

4)

원고는 2022. 4. 7. 참가인이 참석한 가운데 행정직원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참가인의 징계 혐의에 대해 심의하고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으며, 2022. 5. 13. 참가인에게 징계처분 결과를 통보하였는바, 징계위원회의 의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가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을가 제1,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보직해임은 그 업무상 필요성에 비하여 참가인이 입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가 지나치게 큰데다가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부당한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D병원 직원인사규정 제33조(보직, 전직, 전보의 원칙) 제1항은 “직원의 보직은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함을 원칙으로 하며 직책 요구자격에 부합되는 직급 및 특기에 의하여 적격자를 보직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D병원은 위 규정에 근거하여 이 사건 보직해임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원고 측은 ‘이 사건 보직해임 이후 참가인은 5급 직급은 변동 없이 직위만 변동되어 일반 조원의 지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 변경되었다는 측면에서 실질이 전보의 인사조치라는 점에 동의한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보직해임의 정당성 여부는 근로자의 인사이동과 관련된 ‘전보’에 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먼저 전보명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은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배치를 변경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지, 특정한 근로자를 그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것에 합리적인 기준과 이유가 있는지, 당해 근로자를 다른 직무로 인사 발령하는 것이 기업 운영에 있어 합리성·효율성을 가져옴으로써 근로자의 배치를 변경해야 하는 사유를 객관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는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직해임의 업무상 필요성이 크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⑴ 원고는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므로 참가인의 배치를 변경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 행정직원 징계위원회가 D병원의 참가인에 대한 징계의결요구 사유 중 ‘원내 S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다수의 교직원의 진료정보를 조회한 사실’만을 징계사유로 인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이와 달리 이 사건 보직해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만 그 징계혐의가 모두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것처럼 주장함은 그 자체로도 모순되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⑵ 원고 행정직원 징계위원회는, ① ‘학생실습비 관련 허위 영수증 발급 요청과 청구를 통한 재료비 부당 수령’의 경우 과거 오랜 관행이었고, 전임팀장의 기존 방식대로 업무처리를 하는 등 고의가 없었으며, 개인적 이익을 취했다고 확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② ‘팀장의 권한을 남용하여 직원의 겸직 허가 불허’의 경우 겸직 허가 권한이 팀장에게도 있다고 봄이 타당하며, 참가인과 M의 대화 내용에 의하더라도 팀장 권한 범위 내의 허가 권한 행사로 판단된다는 점을 들어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며, ③ ‘출산 휴가 중인 자의 사무실을 통보 없이 독단 이전’, ‘직원 사무실을 부적합한 공간으로 이전’의 경우에는 사무실 이전에 대한 사유가 명확하고, 상대방의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보이는 점을 들어 각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아니하였는데, 이와 같은 판단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이미 위 징계위원회에 제출된 바 있는 참고인진술서(갑 제3호증), 참가인 제출 재료비 사용 내역(갑 제4호증) 이외에 달리 위 징계사유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원고가 사용자로서 징계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을 다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⑶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이 사건 보직해임의 가장 주된 사유로 의료정보열람과 허위 계산서 발급을 들기도 하였는데, ① 의료정보열람의 경우 참가인이 2020. 9.경 이러한 행위가 문제된다는 지적을 받고난 이후에는 타인의 진료정보를 거의 조회하지 않는 등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 개선하였을 뿐만 아니라 감봉 3개월의 징계에 대해서도 다투지 아니하고 받아들였는바, 비위행위가 발생한 때로부터 1년 6개월가량이 지난 2022. 3. 1.에서야 새삼 전보조치의 근거로 삼을만한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② 허위 계산서 발급의 경우 그 행위가 팀장의 보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위라면 그간 다른 팀장들의 업무수행에도 지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정황은 발견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결국 위 사유들만으로는 이 사건 보직해임을 정당화할 만한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⑷ 나아가 참가인이 직원의 겸직 허가를 불허하고 근무 장소를 이전한 것은 팀장으로서 그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거나 정당한 업무상 지시를 하였을 뿐이라고 보이는바, 단지 그 대상자인 일부 팀원들이 불만을 토로한다는 이유만으로 팀장의 보직을 면할 객관적인 사유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는데다가 참가인을 다른 직무로 인사 발령하는 것이 원고의 기업 운영에 있어 합리성·효율성을 가져온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다)

설령 이 사건 보직해임의 업무상 필요성이 일정 부분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적으로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 때 ‘생활상 불이익’은 실질적인 전보조치에 따라 참가인이 받게 되는 일체의 불이익을 의미하므로, 직무내용의 변경에 따른 업무수행상의 어려움, 기존의 직무수행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고 있던 특수한 이익의 상실 등 경제적 불이익, 정신적·육체적 불이익, 가족·사회생활상 불이익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살피건대, ㉠ 참가인이 더 이상 팀장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점, ㉡ 참가인은 약 16년 만에 팀장의 보직을 부여받았는데, 이 사건 보직해임으로 인하여 종전보다 낮은 직급의 중간관리자도 아닌 신입 한약사와 같은 일반 조원의 직책과 업무를 받게 되었는바, 참가인이 J병원에서 오랫동안 차근차근 여러 업무를 경험하고 승진하면서 쌓아온 전문성에 비추어 그 상실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 참가인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된 것은 아니어서, 오히려 종전 팀원들로부터 업무상 지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다른 근로자들과의 관계, 사내의 평판, 명예 감정 등을 고려할 때 수치심마저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모두 종합하면, 이 사건 보직해임으로 인하여 참가인이 입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상당하게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한방약무팀의 전문화된 업무 특성 등을 들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할 뿐이지, 달리 참가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하여 어떠한 조치라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라)

한편, 원고의 제반 규정에 전보명령과 관련하여 특별한 절차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건 보직해임에 참가인에 대한 제재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대상자인 참가인 본인과 성실한 협의·면담·의견 제출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고,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전보조치를 한 것이라면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참가인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이 사건 보직해임이 있던 당일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사건 보직해임에 대해 미리 알려준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며, 원고 측에서도 이 사건 보직해임과 관련하여 참가인과 사전 협의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보직해임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부정적인 요소로 참작되어야만 한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보직해임은 부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김준영 류지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