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 18. 선고 2022구합8866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22. 4. 3. 08:40 안동시 D에 위치한 E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 지붕을 수리하던 중, 지붕이 갑작스럽게 파손되면서 9.3m 높이에서 추락(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하여, 같은 날 09:20경 사망하였다.

나.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이 일용직 근로자로서 이 사건 공장의 운영자인 F에게 고용되어 지붕을 수리하는 일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사망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2. 9. 22. '망인은 이 사건 공장 측에 종속된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일용직 근로자가 아니라 F로부터 지붕 수리 공사를 도급받아 자기 책임 하에 독자적인 공사를 수행한 소규모 공사 도급사업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부지급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과거 공장에서 샷시 및 현관문 등을 제작하는 업무를 주로 하였고, 퇴사후에는 일감을 가져다주는 G, H의 요청에 따라 일하면서 샷시 시공 업무를 배웠을 뿐, 전문 기술자가 아니었다. 이 사건 사고 당일 F는 사업주로서 고소작업대와 필요한 자재들을 구비하였고 망인은 지붕을 수리하는 작업에 노무를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당시 작업의 내용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 함석을 피스로 고정하여 덮는 것으로서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단순한 작업이었고, F는 준비해 둔 자재들로 지붕을 덮으라는 취지로 작업 지시를 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망인은 F에게 고용되어 일용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로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 단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을 제1, 2, 3, 4호증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F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수일 전 F는 망인에게 '이 사건 공장 지붕의 용마루에서 비가 새니, 수리를 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망인은 요청을 수락하면서 F에게 '필요한 자재(용마루 20개, 갈바륨 3개, 볼트 및 실리콘, 고소작업대 등)를 준비하여 2022. 4. 3. 일요일 아침 8시까지는 이 사건 공장 문을 열어달라'고 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아침 동료 작업자인 I을 대동하여 이 사건 공장에 도착하였고, F를 만나 수리할 부분을 확인한 후 작업을 하는 대가로 40만 원을 달라고 하였다. F는 망인에게 4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고, 망인은 F로부터 받은 돈으로 I에게 일당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망인과 F 사이에서는 I 몫의 일당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나)

이렇듯 망인은 작업 일정, 동료 작업자의 대동 여부를 주도적으로 결정하였고, 자신이 대동한 동료 작업자의 일당에 관한 사항도 스스로 결정하였다. 이는 망인이 F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사정들이다. 또한 이 사건 공장의 지붕을 수리하는 작업이 비교적 단순한 소규모공사에 해당하는 점, 망인은 작업에 필요한 자재의 품목과 수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F로 하여금 미리 구비하도록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직접자재를 구매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가 근로자로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

F는 이 사건 사고 당일 망인에게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알려주면서 '물이샐 만한 곳이 있으면 알아서 조치를 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고소작업대가 올라가는 것만 확인한 후,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였다. F는 자동차정비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공장 지붕을 수리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F가 망인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다.

라)

F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안동지청에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참고인으로 진술하였고,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였는데, 그 취지는 '수년 전에도 망인이 기술자로 지붕 수리 등 일을 해준 적이 있는데, 일을 잘하기에 연락처를 받아놓았고, 이번에도 공장 지붕을 수리할 일이 생겨 망인에게 전화를 걸어 작업을 해 달라고 하였다. 망인이 일요일에 작업하겠다고 하여 그러기로 하였고, 미리 작업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를 구체적으로 요청함에 따라 자재를 준비해두었다. 이 사건 사고 당일 망인이 데리고 온 인부는 모르는 사람이고 그에게 지급하는 일당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사실이 없다. 망인에게 작업의 대가로 4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고소작업대가 올라가는 것만 본 후 사무실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F의 진술은 주요 부분에 있어 불일치하는 부분이 없고, 그 내용이 경험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마)

원고는 G의 진술서(갑 제8호증) 등에 근거하여 F가 이 사건 이전부터 인부들을 여러 차례 고용하여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G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작업과는 무관한 인물로서 그 진술에 따르더라도 2019년도에 F의 의뢰를 받아 시공책임자로서 망인과 함께 이 사건 공장 지붕 수리작업을 한 적이 있다는 등의 취지인바, 그러한 진술만으로는 앞서 본 사정들을 뒤집고 망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상규(재판장) 이강은 박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