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A(D생)는 2014. 4. 1.부터 E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면서 IT개발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A는 2022. 2. 23. F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던 중 쓰러졌고, 2022. 4.29. 지주막하 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로 진단받았다.
A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어 신체적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등 업무부담 가중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으므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 1. 31. A에게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A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후인 2024. 9. 11. 사망하였고(이하 '고인'이라고 한다), 고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들의 주장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고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제1주장
고인은 2021년부터 동시에 5~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업무량이 과중하였고, 주말 출근 및 초과근무를 하며 출 · 퇴근 시스템에 기록된 근무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고인은 담당업무가 빈번하게 변경되었는데,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낮은 근무평가와 그에 따라 감액된 급여를 받게 됨으로써 스트레스를 겪어야만 했다. 또한 고인이 수행한 업무의 성격상 고인은 항시 긴장 상태에서 근무하여야 했다. 고인은 직장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하급자의 잦은 실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제2주장
고인의 개인적 요인이 이 사건 상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고인은 이 사건 상병 발생 약 1주일 전에 전조증상을 겪어 조속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병 전날에도 야근을 하는 등 계속해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다가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악화되었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제1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의 G 의료감정원(직업환경의학과 및 신경외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인이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할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고인에 대하여 작성된 재해조사서에 의하면, 고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평균적으로 1일 8시간,<1> 주 5일을 근무하였다. 고인의 발병 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9시간 51분으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3] 제1호 다목의 위임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
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155호)(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에서 정한 과중한 업무의 기준(60시간 또는 52시간)에 크게 미달한다. 위 업무시간은 고인의 출퇴근 기록뿐만 아니라 고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타임라인까지 참고하여 산정된 것으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출 · 퇴근 시스템에 기록된 것보다 고인이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하여 왔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이상 고인의 업무시간이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과중한 업무의 기준을 충족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 외에 발병 전 24시간 이내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 또는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 사건 고시는 발병 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인이 주로 신속한 대처와 책임감이 필요한 전산시스템 유지 · 보수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하더라도, 그 빈도나 업무량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이상 그로 인한 정신적 긴장도가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날 만큼 과도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고인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고시 1.
2)항에 열거된 다른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는지 여부는 별달리 확인되지 않는다.
지주막하 출혈에 있어 흡연, 고혈압, 과도한 음주, 경구피임약의 복용, 고지혈증, 당뇨, 지나친 운동 등은 심리적 스트레스보다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고, 흡연, 고혈압, 과도한 음주의 경우 발병 위험을 2배 이상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혈압이 있으면서 흡연을 할 경우 발병의 위험성이 약 15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1일 1갑의 흡연을 13년 동안, 월 12회(회당 맥주2~3병)의 음주를 20년 동안 하여 왔고, 건강검진 결과 2018년도부터 고혈압, 고지혈증등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아왔으며, 비만, 당뇨병과 같은 종류의 뇌혈관질환 위험인자도 확인되었다.
이 법원의 감정의들은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감정의들의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2>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인의 업무환경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상 결국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은 고인의 개인적 소인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고인이 수행한 업무나 근무환경(즉, 업무 내용의 변화, 낮은 인사평가로 인한 급여 감액, 시스템 장애에 신속한 조치 필요성, 직장 동료들과의 마찰 등)이 이 사건 상병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기여도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직업환경의학과
고인의 직무 스트레스가 상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통상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아 상병 발생의 주된 요인으로 보기 어렵고,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 흡연, 음주, 비만 등의 개인적 위험요인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됨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
원회의 판단에 동의함
신경외과
고인의 대사증후군, 고혈압, 흡연 및 음주가 지주막하 출혈 발병의 위험인자로 유력하게 작용하였음. 흡연 및 고혈압은 특별한 위험인자임
건강검진결과의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는 건강관리가 잘 되지 않았음을 나타냄
고인의 고혈압은 약물치료 혹은 운동, 식단치료 등이 필요한 상태로 생각됨
고인이 해당 업무에 종사하지 않았더라도 상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음
전반적으로 업무량 및 스트레스보다는 개인적 요인으로 발병하였다고 생각됨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단에 동의함
제2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위 진료기록감정 촉탁결과에 의하면, 고인이 F병원에 내원한 2022. 2. 23. 약 1주일 전부터 머리와 목 부위에 통증을 느꼈던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이 사건 상병의 전조증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갑 제4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고인이 평소 탄력근무제에 따라 근무하며 근무일에는 10시에 출근을 하고 근무일마다 1시간씩의 휴게시간을 부여받았던 점, 고인이 2022. 2. 16.에는 19시46분, 2022. 2. 17.에는 19시25분, 2022. 2. 18.에는 18시9분, 2022. 2. 21.에는 19시30분에 업무를 마친 점, 고인이 주말인 2022. 2. 19.과 2022. 2. 20.에는 출근하지 않은 점, 고인의 주거지(안양시 동안구)나 근무지(서울 강남구) 부근에서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특별히 어려워 보이지 않는 점, 고인은 평소 고혈압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았던 점, 고인은 이 사건 상병의 전조증상을 느낀 후인 2022. 2. 23. 이 사건 사업장에서 흡연을 하였고 F병원에 내원한 후에도 흡연부스에서 쓰러진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고, 여기에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가 고인에게 근로기준법상 보장되는 근로자의 휴게시간과 휴일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법적 책임을 부담하였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인의 업무수행과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정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거나 고인의 업무수행이 이 사건 상병 악화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할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