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C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고 한다) 소속 택시기사로 일하던 사람으로 2023. 2. 2. 01:30경 택시를 운전하던 중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119구 급차로 D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고, 같은 날 E병원 흉부외과에 입원하여 심근경색(ST 분절 비상승)(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진단받아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3. 6. 30. ‘원고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 미만으로 만성 과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요양급여 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3. 6. 30. 원고에게 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인정근거
갑 제1~6,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조합의 출자 조합원이나 일반적인 택시회사 소속 택시기사들과 근무형태가 거의 동일하고, 이 사건 조합의 취업규칙 등을 적용받았다. 이 사건 조합은 원고를 비롯한 택시기사들에게 통일된 운전복을 착용하도록 지시하였고, 운행일보 및 배차일지 작성을 지시하였으며,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원고가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상당한 지시ㆍ감독을 하였다. 또한 원고가 운행하던 택시는 이 사건 조합의 소유이고 택시의 관리ㆍ운행에 필수적인 차고지 또한 이 사건 조합의 소유였다. 원고는 월 25일 택시를 운행할 경우 기본급으로 1,380,000원을 지급받고 초과 운송수입금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형태로 지급받았는바, 이는 임금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조합은 원고를 비롯한 조합원들을 4대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부해왔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조합에 취업할 당시 및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당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된 상태였는데, 피고가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이후에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을 취소하였다. 신뢰보호의 원칙상 원고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
원고는 주로 17:00경부터 익일 05:00경까지 야간에 택시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약 5년 동안 휴일 없이 거의 매일 택시 운전을 하였고,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34시간 47분 야간 운행을 하였고 6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야간에 택시 운행을 하였다. 택시 타코미터 기록을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56시간 19분(야간근무 당시 주행시간 이외에 정차 및 대기시간 포함)으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에서 규정한 만성 과로 기준 업무시간을 초과한다. 또한 원고는 야간 택시 운행을 하면서 야간운전 자체에 긴장감을 느꼈고, 취객을 응대하면서 폭언에 시달리는 등으로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촉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1, 2, 4, 5,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합은 원고를 비롯한 조합원들(이하 ‘조합원들’이라 한다)의 출ㆍ퇴근시간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근태관리를 하거나 휴가를 통제하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근로계약서에 따른 만근(25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어떠한 불이익을 가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종속성 및 전속성의 정도가 약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은 택시 운행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서 차량 보험료, 퇴직 적립금, 일반경비(조합비), 4대보험료, 차량 할부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 수익을 본인의 수입으로 정산받았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차량 운행 중에 발생한 도로교통법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 및 범칙금을 직접 부담해야 하고, 차량 구입비 이외에 사고 및 차량 파손에 대해 발생한 경비, 수리비 등 제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였다. 그렇다면 조합원들은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볼 수 있고, 앞서 본 정산금을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합원들이 운행한 택시 차량은 이 사건 조합의 소유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차량을 소유하여 면허를 보유할 수 없는 택시면허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합원들은 이 사건 조합에 가입할 당시 개인 출자금(2,000만 원) 및 차량 구입비를 납부하였고, 향후 조합원 자격 박탈 또는 조합 탈퇴가 있는 경우에 차량 잔존가액과 개인 출자금을 돌려받기로 약정하였는바, 이 사건에서 택시의 소유 여부를 근로자성 판단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조합원들은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근로소득세 원천신고가 이루어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합의 이사장은 ‘조합원들을 택시기사로 등록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여야 했고, 이에 따라 형식적으로 산재보험 등 가입 및 소득신고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조합원들에 대하여 근로소득으로 신고된 금액과 실제로 정산 지급된 금액은 일치하지 않는다.
신뢰보호의 원칙상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가부에 관한 판단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는바, 어떠한 행정처분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2두60011 판결 등 참조).
관계 법령의 내용과 위 인정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신뢰보호의 원칙을 근거로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6조 본문은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제7조는 “이 법에 따른 보험관계의 성립과 소멸에 대하여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보험료징수법’이라 한다)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료징수법 제5조 제3항은 “산재보험법을 적용받는 사업의 사업주는 당연히 산재보험법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의 보험가입자가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7조 제2호는 “제5조 제3항에 따라 사업주가 산재보험의 당연가입자가 되는 사업의 경우에는 산재보험관계는 그 사업이 시작된 날에 성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산재보험법과 보험료징수법은 산재보험관계의 성립에 있어서 당연가입주의 및 실질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가입 의사나 보험료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산재보험관계의 성립 여부가 정해진다. 그리고 피고는 당연적용 사업장이라 주장하는 자의 보험관계성립신고가 접수될 경우 기본적으로 그 신고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승인ㆍ처리를 하고, 추후 그 내용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에 산재보험법 제84조에 따라 부당이득징수를 하거나 보험료징수법 제50조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조치를 가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조합에 가입할 당시 및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당시 형식상 산재보험관계가 성립된 상태였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산재보험관계 적용 대상이라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가 산재보험관계가 적용될 것이라고 신뢰한 데 귀책사유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와 이 사건 조합 사이에 체결한 ‘조합원 운행계약서’ 제4조 제4항은 “조합원은 제1조에서 제4조에서와 같이 협동조합과의 관계는 사용종속적 관계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에 적용을 받지 아니하며, 각종 법정수당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택시 운행 수입에서 4대보험료 등을 공제한 정산금을 수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실질적으로 산재보험료를 이 사건 조합이 아닌 조합원들이 부담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원고는 자신이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신뢰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결
결국 원고의 주장은 업무상 과로ㆍ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주완
사건정보
서울행정법원
판결
사건
2023구단72472
판결선고
2024. 12. 11.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