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3. 9. 12. 원고에게 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석재 가공 업무 등을 수행하며 호흡성 분진에 노출되어 2022. 5. 24.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피고에게 최초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2023. 9. 12. 원고에게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의무기록 및 검사결과에서 인지되나, 이전 41년 동안 B에서 근로자로 종사하였다는 신청인의 주장을 확인할 수 없어 신청 상병을 야기할 유해물질 노출수준 및 기간을 평가할 수 없으므로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약 50년간 석재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분진, 결정형 유리 규산 등 기타 유해물질에 노출되었고, 그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두4422 판결 등 참조).
산재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두9471 판결 등 참조).
갑 제3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21. 12.1.부터 2022. 1. 31.까지 C에서 근로자로 근무한 사실은 4대보험 가입이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 그 외에는 위 증거들에서 원고가 석재 가공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내지 9호증, 을 제2 내지 4,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D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20년 이상 B 등에서 근로자로 석재를 가공, 조각, 각자 업무를 수행하면서 분진, 결정형 유리 규산 등 기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에 이른 것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① 원고가 66세의 나이에 C에서 근로를 시작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석재 가공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원고는 C에서 근무하기 이전에도 상당한 기간 석재 가공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다.
B의 사업주인 D이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B의 사업자 등록 시기에 대하여 다소 일관성이 없는 증언을 하였더라도, 적어도 D은 1994. 5. 26. B에 대한 사업자등록을 하였고, 원고의 자녀들인 E, F는 1994. 3.경 G초등학교로 전학오면서 학교생활기록부 가족사항의 원고의 직업란에 'B 회사원', '회사원'으로, E의 H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1998. 3. ~ 2001. 2.)에는 원고의 직업란에 'B 공장장'으로, F의 I중학교 종합생활기록부(1998. 3. ~ 2001. 2.)에는 원고의 직업란에 '석공예'로 각 기재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는 늦어도 1994년경부터는 B에서 석재가공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예금거래내역에 의하면, 원고는 B의 사업주인 D로부터 2017. 12.부터 2023. 4.까지 급여에 해당하는 금원을 입금받았고, C의 사업주인 J으로부터 2022. 1.부터 2023. 3.까지 급여에 해당하는 금원을 입금받았으며, 2022. 8.부터 2023. 5.까지 원고의 통화 상세 내역에 의하면 기지국 주소가 B의 사업장인 울산 북구 K인 경우가 다수 있어 원고의 문답서 및 확인서(을 제2호증) 기재와 같이 원고는 B에서 근무하다가 2022. 8.경부터는 B 및 C에서 번갈아 일용직으로 근무하면서 석재 가공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B에서 근무하면서 사업주인 D이 제공하는 석재를 정해진 공장에서 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고, 근로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수령하였으며, 별도의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바도 없으므로, B의 사업주 D이 원고에 대하여 4대보험 가입을 소흘히 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도 없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김영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