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상시 약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화장품 수출입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22. 1. 3. 참가인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참가인에 입사하여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참가인은 2022. 4. 29. 원고에게 ‘수습기간 평가 3개월 후 수습기간 연장으로 추가 1개월 재평가를 실시하였으나 평가기준 미달로 인하여 수습계약을 종료한다’는 취지의 수습종료통지서(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를 전달하였고, 이에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하였다고 주장하며 2022. 7. 20. 구제신청을 하였다(D).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9. 15. ‘이 사건 근로계약은 시용근로계약에 해당하고, 그 시용기간은 3개월의 기간이 만료된 2022. 4. 2. 이후 한 달간 연장되었으며, 참가인이 본채용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고 절차상 하자도 없으므로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12. 23.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가 제3, 4호증, 을나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2022. 3. 15.자 수습사원 평가(이하 ‘1차 수습평가’라 한다) 결과와 2022. 4. 15.자 수습사원 평가(이하 ‘2차 수습평가’라 한다) 결과는 모두 참가인이 사후에 조작하여 작성한 것이고, 원고는 시용기간 연장에 동의한 바도 없으므로 수습기간이 한 달간 연장되었다고 볼 수 없어 2022. 4. 2. 종료된바, 이 사건 통보 당시 원고는 2022. 4. 3.자로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상태였다.
설령 원고가 시용근로자 지위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보더라도, 1ㆍ2차 수습평가 결과는 위와 같이 사후적으로 조작되어 작성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평가기준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한 본채용 거부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판단
시용기간이 연장되었는지 여부
시용기간의 연장은, 근로계약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는 사항으로서 근로자의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시용제도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해고 제한의 법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근로자의 동의가 있거나 시용계약 체결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사유(근로자의 질병, 사용자의 휴업 등)가 발생한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5 내지 8호증, 을나 제5, 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주식회사 E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동의에 의하여 수습기간이 2022. 5. 2.까지 한 달간 연장되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통보 당시 시용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022. 4. 15.자로 작성된 2차 수습평가 결과표에는 ‘기존 3개월 수습기간을 근로계약서상 명시하였으나, 평가 후 대표 상담 시, (근로자가) 수습기간 연장을 요청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달리 위 결과표가 날짜를 소급하여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참가인의 당시 대표이사 F과 원고 간의 2022. 4. 27.자 대화 녹취록에 의하면, F은 “참가인은 2022. 3. 15. 1차 수습평가를 실시한 이후 원고와 시용기간에 관한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당시 참가인이 원고와 안 맞는 것 같다며 수습종료 의사를 밝히자 원고가 ‘한 달만 기회를 더 달라, 열심히 하겠다. 한 달 연장되는 시점에서는 스스로 나가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참가인이 그렇다면 별도로 수습기간 연장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제안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절하였다”는 취지를 수차례 말했다. 그런데 1차 수습평가 결과 역시 2차 수습평가 결과와 마찬가지로 참가인이 날짜를 소급하여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없고, 만약에 F의 발언이 사실무근이라면 원고로서는 한 번이라도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임에도 원고는 이를 전혀 부인하지 않은 채 ‘참가인의 본채용 거부는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한편 원고는 2022. 4. 29. ‘평가기준 미달로 인하여 수습계약을 종료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통보를 수령하고서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2022. 7. 20. 전까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F의 발언 내용과 같이 1차 수습평가 이후 원고의 요청에 따라 시용기간이 한 달간 연장되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원고는 첫 수습기간 3개월이 종료되기 전에 이미 다른 회사인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한다)에 채용지원을 하여 2022. 3 23. 면접을 보았고, 채용되었다. 원고는 참가인에 연차휴가를 신청하여 사용한 2022. 4. 14.부터 다음 날까지 이틀 간 G에 출근하여 근무하였는데, 이는 2022. 4. 3.자로 참가인의 정규직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했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행동이다.
원고는 실제로 1차 수습평가 결과가 이루어져 원고가 50점 만점에 17점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참가인이 ① 곧바로 본채용 거부를 했어야 하고, ② 취업규칙 제8조 제5항에 따라 원고에게 위 결과를 서면으로 통보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규정은 근무평가 결과 자체에 대한 서면통보 의무가 아니라 본채용 거부에 대한 서면통보 의무를 정한 것뿐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은 1차 수습평가 이후 원고와 면담을 실시한 이후 원고의 요청에 따라 시용기간을 한 달간 연장해준 것이어서 당시 본채용을 거부한 것이 아니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ㆍ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이 부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함으로써,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러한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수습기간 중 급여를 취업규칙에서 정한 90%가 아니라 100% 전액을 지급한다는 이 사건 근로계약 제2조 제3항은 근로자인 원고에게 유리한 개별 약정에 해당하므로,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급여를 전액 지급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시용근로자가 아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본채용을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의 존부
관련 법리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ㆍ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ㆍ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59349 판결 등 참조).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평가에는 수치로 계량되는 객관적인 실적뿐만 아니라 기업조직에의 융화 정도 등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되므로, 일부 평가항목에 관하여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상급자의 주관적인 평가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근무평정기준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다31949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을가 제5 내지 8호증, 을나 제4, 7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본채용 거절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2조 제2항은 ‘시용기간 중 또는 만료 시 참가인의 직원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평가되는 경우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취업규칙 제48조 제1항 제5호는 ‘시용기간 평가가 기준에 미달되는 경우’를 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1ㆍ2차 수습평가 항목은 크게 근무실적, 직무수행능력, 직무수행태도로 나뉘어 있고, 각 세부항목 별로 1점부터 5점의 평가점수가 부여되게 된다. 위와 같은 평가항목은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일응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이고, 정성적 평가를 포함하는 인사평가의 특성과, 특히 한정된 기간 내에 근로자의 업무적격성, 근무태도 등을 평가하여 정규 임용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시용제도의 취지상 그 평가에 있어 사용자의 재량권이 보다 폭넓게 인정되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평가항목에 다소 추상적이고 정성적인 측면이 있어 평가자의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평가기준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원고에 대하여는 1차 수습평가 결과 50점 만점에 17점, 2차 수습평가 결과 50점 만점에 15점이 부여되었고, 각 수습평가 결과의 평가자 의견에는 ‘지각 근태 체크 안함 다수 발생ㆍ보고 없는 외근 발생’, ‘타부서와 마찰ㆍ사내 분위기 저하ㆍ임직원 불만 제기’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참가인이 그 날짜를 소급하여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① 원고는 짧은 근무기간 동안 참가인의 지시를 위반하여 다른 직원들과 달리 수십 차례에 걸쳐 출퇴근 기록을 입력하지 않았고, 반복적으로 근무지를 무단이탈하는 등 근태가 매우 불량하였던 점, ② 10명 남짓에 불과한 참가인 직원들 중 직속 부하인 H 과장, I 주임을 포함한 대다수가 원고의 직장 내 괴롭힘, 성차별적 발언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며 원고의 복직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각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꾸며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바, 원고로 인하여 참가인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악화되고 근로의욕이 심각하게 저해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참가인의 수습평가가 자의적이라거나 불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참가인이 원고에 대한 수습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사후적으로 증거를 조작했다고 하면서, 원고를 해고하거나 원고에 대해 본채용을 거부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상사는 F 뿐이었기 때문에 F에 의하여 단독으로 평가된 것일 뿐인 점, 각 결과표에 기재된 내용들은 비교적 구체적 근거를 들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일부 항목(‘담당업무를 기간 내에 얼마나 처리하였는가’)의 경우 중간 점수에 해당하는 3점이 부여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평가가 이 사건 통보 후 참가인에 의해 사후적으로 조작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그 평가자료를 기초로 하여 원고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5) 원고가 2022. 4. 14.부터 이틀 간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다른 회사에 출근하여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는 2022. 7. 20.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여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22. 8. 24. 노동청에 참가인을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신고하여 근로관계 종료를 전제로 한 해고예고수당 5,837,321원을 수령하였다. 이상을 종합하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신뢰관계는 이미 상당히 훼손되어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결론
원고는 이 사건 통보 당시 시용근로자의 지위에 있었고, 참가인의 본채용 거부에는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어떠한 위법이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