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2. 15. 선고 2023구합5695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98. 4. 11. 설립되어 상시 약 4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학원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법인이고, 참가인은 2019. 11. 25. 원고 회사에 입사한 근로자로서 2021. 11. 1. 학원서비스사업본부 산하의 학원서비스사업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한편 원고의 경영관리팀장이었던 E(이하 '가해자'라고 한다)은 학원서비스사업본부의 본부장직을 겸직하게 되었고, 2021. 11. 1.부터 참가인의 직속상사가 되었다.

나.

참가인은 2022. 5. 17. 원고에게 '직장 내 고충신고서'를 제출하며 가해자로부터 2021. 11. 12.과 2021. 12. 30. 손을 접촉하는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였다고 신고하였다. 원고는 2022. 6. 20. 가해자에게 '사내 성희롱 발생'을 사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고 한다)을 결정하는 한편, 2022. 6. 20.부터 2022. 6. 24.까지 가해자에게 추가적인 재택근무를 명하고 학원서비스사업본부에서 경영전략팀으로 조치 처리하였다.

다.

참가인은 2022. 6. 16.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적응장애로 향후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2022. 6. 20. 및 2022. 6. 23. '제가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1일의 유급휴가를 요청드립니다'라고 원고에게 요청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2022. 6. 23.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유급휴가 미부여'라고 한다).

라.

참가인은 가해자와의 근무공간 분리를 요청하였고, 원고는 가해자의 자리를 기존학원서비스사업본부가 위치한 곳에서 경영전략팀이 위치한 사무실 우측으로 이동시켰다. 좌석 재배치에 따른 참가인과 가해자 간의 거리는 약 7미터 가량이다(이하 '이 사건 분리조치'라고 한다).

마.

한편 원고는 2021년부터 반기별로 개인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2022. 7. 12. 전 아래와 같이 '2022년 상반기 개인평가 시행 안내' 공문을 공지한 후 2022. 7. 12.부터 2022. 7. 14.까지 개인평가를 실시하였다.

바.

참가인을 비롯한 팀장에 대한 개인평가 구조는 아래와 같다.

사.

원고는 2022. 7. 22. 개인평가 결과를 공개하였는데, 참가인에 대한 2022년 상반기 평가결과는 아래와 같이 'D등급'이었다(이하 '이 사건 개인평가'라고 한다).

아.

참가인은 2022. 6. 20. 이 사건 유급휴가 미부여 및 이 사건 분리조치, 이 사건 개인평가는 모두 원고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무를 위반한 차별적·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9. 30. 위와 같은 원고의 조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함을 인정하였으나, 이 사건 근로자의 업무상 분리 요청과 금전배상금 중 정신적 손해액 청구는 기각하였다.

자.

이에 원고와 참가인 모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1. 10. 초심판정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와 참가인의 나머지 재심신청은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유급휴가 미부여 및 이 사건 분리조치, 이 사건 개인평가는 모두 성희롱 피해자인 참가인에 대한 조치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① 이 사건 유급휴가미부여의 경우 당시 원고 회사의 인력상황상 참가인에게 이를 부여할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② 이 사건 분리조치의 경우 참가인의 파티션 설치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는 하였으나 원고는 가해자의 자리를 참가인과 7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사무실가장 구석자리로 이미 변경하였다. ③ 또한 2022년 상반기 개인평가 당시 가해자를 평가자에서 배제하지 않은 것은 가해자가 참가인의 직속 상관으로서 참가인의 업무내역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위 개인평가는 객관적·구체적인 평가기준을 수립하여 이루어졌으며, 참가인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목표 실적이 미달하였을 뿐 아니라 지각률(13%)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위 각 행위가 참가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하고(제14조 제2항),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14조 제3항).

2)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 등'이라 한다)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사업주의 조치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은 관련 분쟁의 해결에서 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제30조),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분쟁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성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사업주가 증명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유급휴가 미부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을나 제9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유급휴가 미부여를 한 조치는 성희롱 피해자인 참가인에 대한 남여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 조치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가)

참가인이 2022. 6. 16.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2022. 6. 20. 최초질병 유급휴가를 요청한 날은 단 1일이었다. 또한 이러한 유급휴가 요청은 결국 직장 내 성희롱 문제로 인한 치료과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처럼 참가인의 유급휴가 요청일이 단 하루에 그친 이상 원고로서는 이를 승인하였더라도 업무처리나 부서 운영에 크게 차질이 생겼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

그러나 원고는 참가인의 질병 발생 여부, 휴가의 필요성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 3일이 지나서야 '향후 업무사정 및 제반 영향관계 등을 고려할 때 참가인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결정하였다'는 통보를 하였다. 그로 인해 참가인은 결국 2022. 6 21. 및 2022. 6. 23. 연차휴가를 사용하여야 하였다.

다)

원고는 내부 인력 상황이 좋지 않아 유급휴가로 발생될 업무 공백이 우려되었다고 주장하나, 원고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재택근무 등을 제안하는 등의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유급휴가 신청을 거부하였다(참가인의 유급휴가 신청이 단 하루에 불과하였던 점은 앞에서 본 것과 같다).

2)

이 사건 분리조치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을나 제11, 12, 15 내지 18호증, 갑 제21호증의 각 기재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참가인 요청의 파티션 설치 등을 하지 않고 참가인과 가해자의 자리만 7미터 가량 이동시키는 데 그친 이 사건 분리조치는 남여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조치라고 할 수 없다.

가)

참가인은 직장 내 성희롱 신고 당시 참가인 외에 다른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피해사실도 함께 신고하였고, 조사과정에서 다른 여성근로자들 또한 위 신고내용과 유사한 내용의 피해사실을 진술하였다. 이처럼 참가인은 팀장으로서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근로자들의 보호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참가인을 비롯한 여성 근로자들과 가해자를 최대한 먼 자리로 배치하거나, 파티션을 설치하는 등의 분리조치를 희망한 것으로 보이고, 당시 참가인과 여성 근로자들의 피해 정도 등에 비추어 이러한 요구가 과도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나)

그러나 원고는 가해자의 자리를 참가인과 7미터 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키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원고 사무실 규모에 비추어 그 정도의 거리가 피해자들로 하여금 심리적 안정을 갖게 할 만큼 먼 거리라고 보기 어렵다.

다)

특히 참가인의 자리는 대표이사 출입구 앞이었고, 가해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하여 대표이사실을 왕래하면서 참가인을 포함하여 타 피해 직원들을 지나쳐 가는 일이 잦았고, 참가인은 이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였다.

라)

만일 장소적 분리가 어렵다면 원고는 참가인의 요청에 따라 파티션을 설치하는 등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들을 분리할 필요가 있었고, 파티션 설치가 그 설치방식이나 원고의 회사규모, 재정상태 등에 비추어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 그러나 원고는 특별한 근거 없이 이를 거절하였고, 그 결과 H, I과 같은 여직원들 일부가 이 문제를 지적하며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3)

이 사건 개인평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3 내지 20호증, 을나 제12 내지 14, 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에게 D등급을 부여한 이 사건 개인평가는 성희롱 피해자인 참가인에 대한 남여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 조치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가)

이 사건 개인평가 기준은 정량평가 50% + 정성평가 50%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성평가는 '전략 및 태도' 부분 30% + '기여' 부분 10% + '상향' 부분 10%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략 및 태도부분'의 평가자는 본부장(상위조직장)이고, 참가인의 개인평가를 담당한 상위조직장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가해자이다.

한편 위 평가기간은 2022. 7. 12. 시작되어 이 사건이 문제된지 약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해자가 3개월 감봉의 징계처분을 받던 중이었으므로, 이 사건 개인평가 기준상 가해자인 상위조직장의 정성평가 비중이 30%에 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공정한 평가업무 수행을 의심할 만한 사정에 해당한다.

나)

가해자는 학원서비스사업팀 팀장인 참가인과 학원서비스영업팀 팀장 H 2인에 대한 평가를 담당하였고, 당시 원고의 평가제도상 가해자가 참가인과 H에게 부여할 수 있는 점수는 합계 42점이다. 그런데 가해자는 참가인에게 '전략' 부분에 대하여 58점(환산점수 11.6점)을, '태도' 부분에 대하여 54점(환산점수 5.4점)을 부여하여, 최종적으로 환산점수 합계 17점을 부여한 반면 H에게는 환산점수 합계 25점을 부여하였다.

이러한 점수 차이는 참가인이 D등급을 받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참가인은 앞선 2021년 상, 하반기 개인평가에서 모두 B등급을 받은 바 있다.

다)

특히 가해자는 '태도' 부분에서 참가인에게 H이 받은 점수(환산전 80점)의 절반에 불과한 40점을 부여하였는데, 참가인이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기 이전에 H이 받은 점수의 50%에 불과할 정도로 근태가 불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참가인의 지각 비중이 13%로 높아 태도부분 점수가 낮았다고 하나, 참가인의 2021년 지각 비중은 2022년보다 높은 23% 이었음에도 참가인은 2021년 상, 하반기 개인평가에서 태도부분 각 7.5점을 받은 바 있다.

라)

게다가 원고는 2022. 5. 17. 참가인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 후 가해자를 참가인과 업무상 분리하지 아니하여 참가인은 2022년 상반기 개인평가 기간 중 가해자에게 직접 업무를 보고하여야 하는 처지였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가해자가 평가자로서 참가인의 업무보고 적시성 등에 관해 정성평가를 하도록 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마)

더욱이 참가인의 개인평가에서 'J' 서비스 매출액(약 1억 7,000만 원)이 누락된 채 평가가 이루어졌다. 원고는 'J' 서비스의 경우 학원 수 증대 업무는 주로 학원서비스사업팀에서 담당하고 있었고, 위 서비스로 인한 수익관리는 학원서비스영업팀에서 관리하였으므로 'J'의 매출액을 학원서비스영업팀 H의 실적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J'의 매출액이 늘어난 것은 결국 학원서비스사업팀이 담당한 'J 서비스 학원 수 증대'에 따른 것이므로, 위와 같이 늘어난 매출액을 '관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실적을 학원서비스영업팀에 부여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고, 매출 '증가'에 기여한 학원서비스사업팀의 실적으로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J'의 매출액을 참가인에게 부여하여 점수를 재산정하여도 참가인이 D등급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출한 갑 제20호증의 기재만으로는 각 서비스별 매출액에 따른 구체적인 점수 산정기준을 알 수 없을 뿐더러, 이미 기존의 평가기준이 합리성을 결여한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참가인에 대한 D등급 부여가 정당화될 수 없다.

4)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유급휴가 미부여 및 이 사건 분리조치, 이 사건 개인평가는 모두 성희롱 피해자인 참가인에 대한 조치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이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이은경 김민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