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여객 자동차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2020년 10월을 기준으로 원고 내에는 다음과 같이 2개의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었다. 그중 B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버스운송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2018. 5. 21.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상급단체는 없고 조합원 수는 약 300명이며 원고에 지부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었고, F단체 인천지역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인천광역시 및 김포시 소재 육상운수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1988. 9. 10. 설립된 지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상급단체는 G단체이고 조합원 수는 약 5,000명이며 원고에 지부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2. 8. 17. 원고를 비롯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지부 등이 설치된 여러 사용자들과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하였는데(L), 그중 원고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주장한 사유는 다음과 같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11. 28. 위 표 제1항 기재 사유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제3항 기재 사유에 관한 신청은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나머지 시정신청(제2, 4, 5항)은 모두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3. 1. 6. 및 2023. 1. 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2. 28. 원고와 관련된 초심판정 중 각하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외에,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관한 부분(위 표 제5항 ②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임을 인정하며, 원고는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또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합의한 기간 내에 성실히 협의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라'는 취지의 판정을 하면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나머지 재심신청 및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C, D 병합, 이하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의 위 재심판정 중 노동조합 사무실 미제공으로 인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관한 부분만을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2. 9. 30. 기준으로 원고 내에서 소속된 조합원이 1명에 불과하며, 지부장도 공석인 상태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고,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에만 사무실을 제공한 것에 대하여 그동안 어떠한 갈등도 없었다. 2022년 단체협약상 모든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제공할 의무가 명시된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에 소속된 유일한 조합원인 M로부터 사무실 미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기도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제5조 본문),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나(제29조 제1항),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노동조합이 2개 이상 병존하는 경우 각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제29조의2 제1항 본문). 노동조합법이 이처럼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과 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함과 아울러,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 · 증명책임이 있다.
한편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반드시 일률적이거나 비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는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만을 부여하였다면, 이는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두40655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 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에만 원고의 사업장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에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아니한 행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원고와 체결한 2022년도 단체협약 제40조는 "회사는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대여할 수 있고, 노동조합은 활동상 필요한 집기와 비품, 통신기 등 기타 시설을 회사와 협의하여 대여 및 이용할 수 있다. 단, 회사는 종전에 이미대여 및 제공되어 온 사무실 등에 대하여 환수 및 제공중단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 위 단체협약 제40조가 사무실 제공 상대방을 교섭대표노동조합에만 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단체협약의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노동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인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노동조합 활동에는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조합원 모집과 그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기본적인 조합 활동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활동은 주로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특성상 원고가 조합의 활동 공간을 보장해주지 않을 경우 위와 같은 기본적인 조합 활동조차 용이하게 진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이와 같은 기본적인 조합 활동은 언제든지 원고 소속 근로자들이 조합을 방문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상시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므로, 필요할 때마다 본사의회의실을 대여할 기회가 부여되어 있다는 점만으로 충분히 보장된다고 할 수도 없다.
위와 같은 노동조합 활동은 조합원의 수와 무관하게 노동조합의 존립 및 발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의 수가 현저히 적고 활동이 미미하였으며 심지어 2022. 9.경 이후로는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위와 같은 활동을 위한 노동조합 사무실의 필요성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특히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8년 조직된 이래 현재까지도 사무실 없이 운영되어 온 점을 고려하면, 조합원 수가 현저히 적고 활동이 미미하다는 등의 사정은 오히려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가 하나의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을 뿐 차별행위의 합리적 이유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고는 그동안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에만 본사 사무실과 같은 건물의 방 하나를 사무실로 제공해 왔을 뿐이고,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조합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공간을 별도로 확보해 주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적어도 이 사건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제공된 사무실을 이 사건 노동조합도 일정 부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를 도출하는 등 차별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협의를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려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 따라 현재 이 사건 노동조합에 소속된 유일한 조합원에게 사무실 제공 의사를 확인하였으나 사무실이 필요 없다는 취지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이 사건 재심판정이 위법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 사무실은 조합원의 수와 무관하게 기본적인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위하여 필요한 측면이 있는 점, 일시적으로 이 사건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이 1명뿐이라 하더라도 향후 원고 회사 근로자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 추가로 가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있을 때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으며(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두1811 판결 참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도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는 그 재심판정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동의서는 이 사건 재심판정 이후에야 비로소 작성된 것으로서 이 사건 재심판정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