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08. 12. 12. 설립되어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경영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21. 8. 7. 참가인에 입사하여 2022. 4. 11.부터 영등포PL관리지점(이하 ‘영등포 지점’이라 한다)에서 채권관리 및 추심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다.
원고의 관리자인 파트장 D(이하 ‘피해자’라 한다)이 2022. 7. 19. 사무실에서 원고에게 고객의 민감정보가 될 수 있는 표현을 일지에 기록하지 말라고 지적하자, 원고는 다른 직원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그럼 홍등가 이런 데는 방문 결과를 어떻게 남깁니까?”라고 말하였다(이하 ‘이 사건 발언’ 또는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 피해자는 2022. 9. 1. 참가인의 고충처리위원인 인사관리팀장 E에게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하였다.
참가인은 2022. 9. 16.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하여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다. 참가인은 2022. 9. 21. 원고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한다는 취지의 징계처분장을 교부하였고(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같은 날 원고를 수원PL관리지점(이하 ‘수원 지점’이라 한다)으로 발령한다는 취지의 인사발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보’라 한다).
원고는 참가인을 상대로 2022. 12. 13.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징계처분 및 이 사건 전보는 부당한 징계처분이자 인사명령일 뿐만 아니라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2. 13. ①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이 적정하며 징계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고, ② 이 사건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고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으며 협의절차를 이행하여 정당하며, ③ 이 사건 징계처분 및 이 사건 전보는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F/G(병합),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2023. 3. 2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다만 이 사건 징계처분 및 이 사건 전보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부분은 재심신청취지에서 제외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5. 23.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6호증, 을가 제1 내지 3, 6, 9 내지 12, 16호증, 을나 제2,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징계처분에 관하여
징계사유의 부존재
원고는 향후 방문결과를 등록할 때 업무처리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된 것이고, “홍등가”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는 것만으로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는 역시 신고하기 전까지 이 사건 발언에 대하여 지적, 항의하거나 불쾌감을 표현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발언은 징계사유로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징계양정 부당
이 사건 징계처분인 감봉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는 금전적인 손해 외에도 2회 승진, 승급이 불허되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원고가 사건에 관한 조력을 받기 위하여 진술서를 작성하여 직원들에게 배포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징계양정에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
이 사건 전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전보는 인사재량권 행사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현저히 정당성을 잃은 것으로 위법하다.
이 사건 발언을 직장 내 성희롱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해자와 분리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점, 노원구에 거주하는 피해자를 노원PL관리지점으로 이동하고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원고를 이 사건 지점에서 계속 근무하게 하는 것이 상호 이익인 점,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전보 대상자 선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점, 수원 지점의 인력을 보충할 필요성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에 원고가 수원 지점으로 출퇴근할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 사건 전보로 인한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은 중대하다.
인정사실
원고의 주요 업무는 연체고객 상담이며, 연체고객의 자택 및 근무처 등을 방문하여 대면 상담을 하는 경우 상담 이후 참가인의 전산 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그 결과를 등록하고 있었다. 원고는 2022. 7. 19. 서울 종로구 소재의 고객 근무처를 방문하여 상담을 실시하였고, 상담 이후 방문결과에 “퇴폐업소 같음”이라고 등록하고 사무실로 복귀하였다.
피해자(원고의 상사이지만 원고보다 어린 미혼의 여성이다)는 같은 날 원고가 작성한 업무일지를 검수하였고, 업무일지에 부적절한 단어가 기재되어 있어 원고에게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와 피해자 사이에 언쟁이 오갔는데,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원고에게 “퇴폐업소” 등 고객의 민감정보가 될 수 있는 표현을 일지에 기록하지 말라고 지적하자, 이에 원고는 “그럼 홍등가 이런 데는 방문결과를 어떻게 남깁니까?”라고 묻는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영등포 지점장 H는 같은 날 원고를 불러 원고와 피해자의 언쟁을 그 장소에 있던 모두가 들을 수 있었고, 그때 사용된 단어, 어조 및 목소리 크기가 부적절하였다며 주의를 주었다.
2022. 8.경 블라인드 앱의 참가인에 관한 게시판에 ‘홍등가 성희롱’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었는데(이하 ‘이 사건 블라인드 글’이라 한다), 본문에는 “전 I, 이제는 조끼 벗고 영등포에서 성희롱이나 하고 다니냐...?”, “기대도 안했지만 실망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는 2022. 9. 1. 인사관리팀장 E에게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하였고, E는 신고 당일에 영등포 지점을 방문하여 원고, 피해자, 참고인들(같은 사무실 근무자들)에 대한 면담 조사를 진행하였다. E는 위 면담 결과 이 사건 발언의 내용이 성희롱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이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위해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을 요청하였고, 참가인은 같은 날 17:50경 원고에게 대기발령을 통지하였다.
원고는 2022. 9. 5.경 ‘파트장 D(실명을 기재하였다)이 주장하는 성희롱 사건은 업무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일관성ㆍ통일성 있게 규정하기 위하여 팀원인 원고가 관리자인 파트장에게 질의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불특정 다수의 직원들에게 배포하였다(이하 ‘이 사건 배포행위’라 한다).
참가인은 2022. 9. 16.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언어적 성희롱 행위로 사내 근무환경 및 질서유지를 악화시켰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다.
참가인은 2022. 9. 20. 전보와 관련된 의견을 확인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연락하였고, 수원 지점과 원주PL관리지점(이하 ‘원주 지점’이라 한다) 중 한 지점을 선택하도록 제안하였으나 원고는 ‘본인이 영등포 지점에 남고 피해자를 다른 지점으로 발령해 달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참가인은 2022. 9. 21.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처분 및 이 사건 전보를 하였다.
피해자가 원고의 부정적 여론 형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자, 참가인은 2022. 11. 1. 피해자를 J 주식회사의 계열사인 K저축은행으로 인사발령하였다.
참가인은 원고의 동의를 얻어 2023. 9. 27.자로 원고를 K저축은행 수원PL팀으로 인사발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9호증, 을가 제3 내지 14, 16, 17호증, 을나 제1 내지 7, 8,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징계처분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에 관하여
징계사유의 확정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 사건 초심판정과 달리 참가인이 원고의 이 사건 배포행위를 별도의 징계사유로 삼았다는 전제 하에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나,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는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바(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두30270 판결 등 참조), 인사위원회는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에 이은 이 사건 배포행위를 통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였다고 보아 징계양정의 가중 요소로 삼은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그 외에 참가인이 이를 별도의 징계사유로 삼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는 이 사건 발언, 즉 이 사건 징계사유로 특정된다.
이 사건 징계사유의 존부
관련 법리
성희롱의 요건으로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을가 제15,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참가인의 취업규칙(이하 ‘취업규칙’이라고만 한다) 제65조 제2항 제29호[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에서 규정한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에 의한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고객 근무처 방문결과에 “퇴폐업소 같음”이라고 등록한 것을 피해자가 지적하자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그럼 홍등가 이런 데는 방문 결과를 어떻게 남깁니까?”라는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홍등가”는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소의 시각적 특성을 반영하여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로서 그 자체로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와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원고는 이 사건 이전에도 업무일지에 자극적인 표현이나 민감한 정보를 기재하여 직장 상사인 피해자로부터 수차례 지적을 받은 사실이 있다. 따라서 원고는 “퇴폐업소” 등의 부적절한 표현 사용을 지적하는 피해자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 지적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성매매 업소는 방문결과에 어떻게 기재하여야 하는지 묻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인 다른 단어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원고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흔히 사용된다고 보기 어렵고 성매매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단어인 “홍등가”를 굳이 노골적으로 사용한 것은 성희롱의 요건으로서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특히 원고는 다른 직원들이 상당수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이 사건 발언을 하였고(당시 사무실은 개방된 구조였고, 13명의 남성 직원과 3명의 여성 직원이 있었다), 그 직후 이를 지켜보던 지점장으로부터 “홍등가”라는 단어의 사용, 어조 및 목소리 크기 등에 관한 주의를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 사건 발언의 특수한 장소와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낄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고, 설령 업무지시에 항의하는 것이 원고의 주된 목적이었고 성적 동기나 의도는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에 관하여 ‘당혹감과 불쾌감, 더 나아가 여자로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분명하게 느꼈다’고 진술하였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직원 L도 ‘당사자(피해자)는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다’고 진술한바, 그 내용에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거나 허위가 개입되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이 사건 발언이 있었던 2022. 7. 19. 이후에도 원고와의 업무상 관계를 유지하였고 2022. 9. 1.에야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2022. 8.경 이 사건 블라인드 글이 게시되고 피해자에게 사건에 관하여 묻는 직원도 있자 신고하게 된 것(을가 제6호증 2쪽, 을나 제8호증)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으므로, 신고가 다소 늦어졌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양정에 관하여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두13767 판결 등 참조)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 근무성적, 징계처분 전력 이외에도 당해 징계처분사유 전후에 저지른 징계사유로 되지 않은 비위사실도 징계양정에 있어서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을나 제9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는 평소에도 피해자에게 업무보고 시 불필요한 자극적 단어를 사용하였고,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발언만으로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만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원고의 성희롱행위는 그 동안의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의하여 형성된 평소의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그 행위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이 아니라는 일방적인 주장과 함께 피해자의 실명이 언급된 진술서를 참가인 대표이사를 포함한 다수의 임직원들에 무분별하게 유포하였다. 이 사건 배포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바, 원고에게 억울함을 풀기 위한 목적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차원을 넘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하므로,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원고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용서를 구한 사실이 전혀 없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아 개전의 정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여지가 상당하다. 반면에 참가인으로서는 근무기강의 확립 및 건전한 조직문화 함양을 위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취업규칙 제66조는 징계의 종류로 ‘징계해고, 정직, 감봉, 견책, 경고, 주의’를 나열하고 있고, 참가인의 「징계양정에 관한 규정」은 성희롱의 경우 양정기준을 “상”의 경우 ‘해고’, “중”의 경우 ‘정직’, “하”의 경우 ‘감봉 또는 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중 “하”에 해당하는 감봉 처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감봉의 기간 역시 위 징계양정규정이 정한 최소기간인 1개월에 불과하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비위행위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고 2차 가해까지 이루어진 사정을 고려하면, ‘구두 또는 서면으로 시정을 명령’하는 것에 불과하여 가장 가벼운 징계처분에 해당하는 주의 처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전보에 관한 판단
원고의 구제이익 존부
근로자의 구제이익의 유무는 처분시인 재심판정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두11247 판결 등 참조), 참가인이 원고의 동의를 얻어 K저축은행 수원PL팀으로 인사발령을 한 시점은 2023. 9. 27.로 이 사건 재심판정 이후이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 당시인 2023. 5. 23.에는 원고에게 구제이익이 있었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에게 구제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 부분 참가인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전보의 정당성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ㆍ내용ㆍ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ㆍ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직처분 등을 할 때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이 없다거나 그로 인한 원고의 생활상의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며, 절차상 정당성이 결여되는 등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전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전보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근로자 보호 조치로서 행하여진 것으로서, 원고와 피해자인 D을 분리할 필요가 크고,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에 따른 사용자 조치 의무의 이행이라는 측면과 직장질서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측면에서도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연봉계약)은 ‘취업장소는 참가인의 본사 및 사업장으로 하고 참가인은 업무상 필요로 원고의 근무 장소를 변경할 수 있고 원고는 이에 동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전보 이후 원고의 임금에 변동이 없고, 출퇴근 시간이 다소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과거 발령 현황(을나 제10호증)을 고려하면 그것이 서울․수도권의 평균적인 출퇴근 시간보다 현저히 장시간이라거나 통근이 불가능한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통상 감내할 수준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참가인은 이 사건 전보를 하기 전에 원고에게 전보 이유를 설명하는 협의절차를 진행하였고, 이 사건 전보 이후 피해자가 다른 계열사로 전적하자 원고에게 원근무지인 영등포 지점으로 복귀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설령 참가인이 원고와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전보가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
소결론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인정될 뿐만 아니라 징계양정 역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였으므로 부당한 징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전보 역시 부당한 인사명령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징계사유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이유 중 이와 다른 취지의 부분은 다소 적절하지 아니하나, 원고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론은 타당하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