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2. 18. 선고 2023구합7058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고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다. 망인은 2020. 5.경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2021. 3. 2. 사망할 때까지 레미콘 기사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1. 3. 2. 20:00경 이 사건 회사의 사업장 내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같은 날 21:02경 ‘급성 심근경색’(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망인이 평소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는데, 차량 정비 등을 위해 출근하였다가 옥외에서 영하의 기온에 4시간 이상 노출됨에 따라 이 사건 상병이 발병되어 사망하였는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 4. 10. 망인의 근로시간이 단기과로 또는 만성과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 1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12주 평균 업무시간에 비하여 30% 이상 증가하였고, 재해 전날과 비교하여 급격하게 한랭한 작업환경 및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정신적 긴장이 높은 업무를 항시 수행하였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 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ㆍ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0, 11, 1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 F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는 이 사건 회사의 ‘레미콘 출하 자동시스템’ 차량별 1일 최초 출하시각, 최종 출하시각 기준으로 출하 전 준비시간 30분, 출하 후 마무리작업 30분 추가하여 근무시간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망인의 사망 전 1주 동안의 업무시간을 36시간 33분, 사망 전 12주 동안(사망 전 1주 제외)의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26시간 20분, 사망 전 4주 동안 업무시간을 24시간 59분, 사망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을 27시간 11분으로 각 산정하였다. 이에 반해 원고는 구글 타임라인 등을 토대로 망인의 업무시간이 그보다 훨씬 길다고 주장한다.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F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레미콘 기사의 업무시간 산정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피고가 산정한 업무시간에 일별로 레미콘 시멘트 재료의 특성상 출하 후 건설현장에 타설하고 다시 사업장으로 돌아와 세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1시간 30분을 최종 출하시간에 가산하여 망인의 사망 전 1주 동안의 업무시간을 45시간 33분, 사망 전 12주 동안(사망 전 1주 제외)의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32시간 29분으로 산정하였다.

레미콘 출하 자동시스템은 국토교통부 점검 대상으로서 저장된 값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경우 영업취소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는바, 위 시스템에 기록된 시간은 비교적 객관적인 점, 다만 레미콘의 출하시간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업무시간에서 누락되는 시간이 발생할 수 있는바 이에 대한 보정이 필요한 점, 구글 타임라인에 따른 망인의 이동내역 전부가 망인의 업무와 관련한 이동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의 방법대로 망인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에 따라 판단하기로 한다.

②

이에 의할 경우 망인의 사망 전 1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사망 전 12주 동안(사망 전 1주 제외)의 1주당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망인의 사망 전 12주 동안의 1주당 평균 업무시간 32시간 29분은 근로기준법상 1주당 근로 가능한 시간인 40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그 밖에 심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단기간 망인의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단기과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또한 망인의 업무시간이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된다고 평가하는 경우, 즉 사망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④

망인에게 사망하기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거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⑤

망인의 레미콘 기사 업무가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의 야외 근무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망인이 한랭 작업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망인이 근무한 장소의 소음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된 업무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⑥

망인이 겨울에 차량 정비를 위하여 실외 사업장에서 작업을 한 것은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망인의 사망 당일 눈이 와서 운송일정이 모두 취소되어 사업장이 가동되지 않았고, 사업주측에서는 환경부의 감시나 지역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인하여 사업장 내 차량 정비시설을 운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입차주들에게 사업장 내에서의 차량정비를 금지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지입차주인 망인의 차량정비는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⑦

이 사건 상병의 주요 발병인자는 고혈압, 흡연, 음주, 나이, 당뇨, 고지혈증, 한랭에 대한 노출 등이 있다. 망인은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비만, 운동부족 등의 인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고혈압이 적절히 관리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망인과 같이 위 인자들에 중복적으로 해당하는 경우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위험도는 더욱 올라간다. 또한 저온환경이 심혈관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영하 10~20도의 기온에 노출될 때를 기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점, 최근 진행된 몇몇 연구에서는 기온의 저하가 곧바로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보다 수일이 지난 다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사망 무렵 기온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망인의 개인적 소인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⑧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E병원 순환기내과 감정의와 F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 모두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학적 견해를 뒤집을 뚜렷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⑨

원고는 망인의 팀장이었던 G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을 주장하면 변론재개를 신청하였으나, 피고의 망인에 대한 재해조사 단계에서 G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점, 망인이 겨울에 사망하였으나 G은 여름에 망인과 함께 근무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증인신문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희(재판장) 곽동준 김형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