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1992. 4. 13. 교육행정서기보로 임용되어 2018. 2. 13. 서기관으로 승진한 뒤 2021. 2. 21.부터 2022. 9. 20.까지 주B한국교육원(이하 ‘교육원’이라 한다)에 파견되어 교육원 부원장으로 근무하다가, 2022. 11. 21.부터 C대학교 학생처 학생복지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중앙징계위원회는 2023. 3. 24. 원고가 D(이하 ‘피해자’라 한다)에 대하여 한 아래와 같은 비위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되어 같은 법 제78조 제1항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고(이하 아래 ①항 기재 비위행위를 ‘제1 비위행위’, ②항 기재 비위행위를 ‘제2 비위행위’라 하고, 위 각 비위행위를 통틀어 ‘이 사건 각 비위행위’라 한다), 그에 따라 피고가 2023. 4. 6. 원고에게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소청심사위원회는 2023. 7. 13. 이 사건 각 비위행위에 따른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감봉 1월을 ‘견책’으로 감경하였다(이하 위와 같이 변경된 징계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징계사유 부존재
제1 비위행위와 관련하여, 당시 원고가 피해자에게 와인을 따라주며 잔을 받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원고의 손이 피해자의 손에 닿은 것일 뿐 고의적으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은 것이 아니다. 제2 비위행위와 관련하여, 원고는 한인회장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즉흥시를 지어 한인회장, 교육원장 및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낸 것일 뿐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나 성적 의도를 담아서 한 행동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가 피해자를 성희롱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30년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아무런 징계 없이 성실하게 근무하였고, 장관 표창을 수회 받은 공적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비위행위 수준에 비하여 과도한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으로 인정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다만 이 경우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규정과 법리를 토대로 보건대, 앞서 든 증거와 갑 제6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비위행위가 인정될 뿐 아니라, 이는 그 자체로 모두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제1 비위행위 관련
피해자는 주B대사관에서 이루어진 조사 절차에서 ‘2022. 3. 18. 워크숍 이후 호텔에서 5명 정도가 모여 나머지 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가 농담을 하다가 갑자기 내 손목을 주물렀고, 이에 곧바로 원고에게 항의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원고가 한 행위의 방법과 경위, 당시 상황 등에 관하여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진술의 주요 부분이 서로 모순되지도 않는다. 피해자가 허위의 진술을 꾸며내면서까지 원고를 무고할 만한 특별한 동기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제1 비위행위 당시 자리에 동석했던 목격자 두 명은 ‘원고가 피해자의 손을 잡았고, 이에 피해자가 손을 뿌리치면서 항의를 하였으며 그 장면을 보며 원고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라거나 ‘원고가 일어나서 가려고 하던 차에 피해자의 손목을 잡았고, 손인지 손목인지는 모르겠으나 터치하는 것은 보았으며, 피해자가 바로 항의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라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목격자들의 진술은 원고가 갑자기 피해자의 손 부위를 잡는 행위를 하였고, 피해자가 이에 대해 항의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과 부합한다.
제1 비위행위 당시 자리에 함께 있던 목격자들 중 그 누구도 원고가 와인을 따르는 과정에서 우연히 피해자의 신체와 접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지는 않고 있다. 피해자는 원고와의 신체 접촉이 있은 직후 원고에게 화를 내며 격하게 반응하였는데, 이러한 피해자의 반응 역시 와인 잔을 받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원고의 손이 피해자의 손에 닿은 것이라는 원고의 변소와 어울리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당시 원고와 피해자 사이의 신체 접촉을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찰나의 순간에 의도치 않게 이루어졌던 신체 접촉이라서 목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날도 분위기가 괜찮았고, 나중에 피해자가 나에게 여자는 여자 편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라는 내용의 당시 자리에 함께했던 F의 진술서를 근거로 피해자와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위 진술서에 의하더라도, F은 당시 원고가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순간을 아예 보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그 밖에 신체접촉의 의도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진술은 F의 추측 내지 주관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진술만으로 피해자와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원고는 교육원 부원장으로서 B 소재 E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 중인 피해자와 교육과정 관련 연구 및 지원 등에 관한 업무 논의를 하였고, 제1 비위행위 역시 업무 관련 워크숍을 마친 뒤 추가적인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제1 비위행위는 원고가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한 성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제2 비위행위 관련
이 사건 문자메시지 내용 중 ‘눈에 선한 그대의 몸짓이 눈앞에 어린거린다’, ‘그 숨소리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내 맨발로 달려가 그대를 안아주고 싶다’라는 표현은 여성의 신체 모습이나 동작, 남녀 간의 육체적 행동을 묘사하거나 암시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피해자는 제1 비위행위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고 원고와 갈등이 있은 직후였으며, 이에 원고와의 연락도 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하는 상태로서 원고 역시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자정 무렵의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원고가 한인회장과 교육원장에게 먼저 즉흥시를 문자메시지로 보낸 뒤 피해자에게 같은 내용의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공유한 것이 아니라 1:1로 이를 받은 이상, 해당 메시지를 제3자에게도 보냈다는 사정은 피해자와 무관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그 전송 시점, 당시 원고와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로서는 이 사건 문자메시지가 본인을 향한 원치 않는 애정 등의 감정 내지는 성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그와 같은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길 만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송하였는바, 이는 실제 의도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인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한인회장과 교육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와는 달리 피해자에게는 문자메시지 하단에 ‘모든 분들에게 전합니다’라는 문구를 부기하여 이를 전송하였다고 강조하나, 그와 같은 문구만으로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문자메시지가 갖는 의미나 성격이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위 문구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는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지 않았는바, 원고 스스로도 피해자가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받고 불쾌감과 거부감을 드러낼 것을 예측하고 위와 같은 문구를 부기한 것으로 보일 따름이다.
피해자는 제1 비위행위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원고로부터 이 사건 문자메시지까지 전송받자 실제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굴욕감, 정신적 충격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그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한 것이라 할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 참조). 그리고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두13767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본문은 ‘징계위원회는 징계 혐의자의 비위(非違)의 유형, 비위의 정도 및 과실의 경중과 평소의 행실, 근무성적, 공적(功績), 규제개혁 및 국정과제 등 관련 업무 처리의 적극성, 뉘우치는 정도, 수사 중 공무원 신분을 감추거나 속인 정황 또는 그 밖의 정상 등을 고려하여 별표 1의 징계기준에 따라 징계 사건을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별표 1]에서는 행위자의 징계양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앞서 본 원고의 비위행위의 내용과 방법,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서 ‘성 관련 비위’ 중 [별표 1의4]에서 정한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하고, 견책은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 적용되는 징계양정 기준(감봉-견책)의 범위 내에 가장 가벼운 처분이다. 위와 같은 양정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이나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원고는 당초 감봉 1월의 징계를 받았다가 소청심사를 통하여 견책으로 감경되었는데, 원고의 경력과 공적 등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은 위와 같은 소청심사 과정에서 이미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서기관의 직급에 있는 교육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업무상 알게 된 피해자에 대하여 신체적 또는 언어적 성희롱을 두 차례나 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원고의 비위행위는 공무원의 준법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불신을 초래하고 공무원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키는 것으로서 비난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직기강의 확립이나 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등의 공익 역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할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주영(재판장) 송명철 고철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