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참가인은 2018. 7. 26. 입사하여 D노동조합의 위원장 지위에 있던 원고(E 생)에 대해 정년 도래를 이유로 2023. 1. 1. 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이 위와 같이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하였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5. 3. 원고에게 ‘만 62세 연령이 끝나는 날’을 정년으로 규정한 취업규칙이 ‘만 62세가 되는 12월 31일’을 정년으로 규정한 단체협약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참가인이 정년 도달 전에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다만,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판정을 하였다(F/G 병합).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8. 7. 원고에게 단체협약의 정년 규정이 적용되고 정년 도달 후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근로관계 종료가 정당하다고 보아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부당해고에 관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입사 당시 참가인으로부터 정년에 관한 규정이 없고 근무할 수 있을 때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으므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의 정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정년을 규정한 참가인의 단체협약은 적법한 체결권한이 없는 노동조합 분회에 의해 체결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충돌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명시한 취업규칙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참가인이 단체협약상의 정년을 적용하여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을가 제3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18. 7. 26. 참가인에 입사하여 운전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의 근로계약서에는 ‘본 계약의 계약기간은 당사 취업규칙에 의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제2조).
참가인 내에는 원고가 대표자(위원장)인 D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H가 대표자(분회장)인 I노동조합 J분회(이하 ‘이 사건 분회’라 한다)가 조직되어 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원고 1명이고, 이 사건 분회의 조합원 수는 대략 20명 내외로 2022년 3월경까지 참가인 내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이 소속되어 있었다.
이 사건 분회는 2021. 10. 25. 참가인을 상대로 2022년도 단체교섭 체결을 요구하였고, 이에 참가인은 같은 날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으나, 이 사건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 참가인은 2021. 11. 2. 이 사건 분회만 참여하였다는 내용의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하였고, 2021. 11. 9. 이 사건 분회가 과반수 노동조합에 해당한다는 공고를 하여 그 이후 이 사건 분회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
참가인으로부터 2022년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광주광역시 K조합은 이 사건 분회의 상급 단체인 I노동조합 등과 2022. 2. 7.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분회와 참가인은 2022. 2. 18. 이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으로 2022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참가인의 단체협약은 2019년도부터 운전자의 정년을 ‘62세가 되는 12월 31일로 한다’고 정하고 있었고, 이는 2020년도 단체협약 및 위 2022년도 단체협약에서도 동일하였다(제29조 제1항).
이와 달리 참가인의 취업규칙은 운전직 종사원의 정년을 2010년경에는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만 55세 연령이 끝나는 날’로 정하고 있다가(제43조 제1항, 제2항), 중간에 58세로 한 차례 개정된 이후 2021년 4월경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만 62세 연령이 끝나는 날’로 개정되었다(제35조 제1항, 제2항).
한편, 참가인 취업규칙은 촉탁직 채용에 관하여 ‘재직 중 근무태도가 성실하며 근무성적이 우수하고 동료간 화합을 도모하는 등 회사발전에 기여한 자를 평가하여 촉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제10조 제1항),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의 재고용에 관하여는 ‘정년에 도달하는 근로자가 희망하는 경우 1년 이상 재고용한다. 다만, 건강 등의 사유로 직무수행이 어려운 경우 재고용하지 않을 수 있으며 공정한 평가를 거쳐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따라 계속 고용할 근로자를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35조 제3항).
판단
우선 원고는 입사 당시 참가인으로부터 정년이 없다는 약속을 받았으므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상의 정년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으로 원고는 운전자의 정년을 ‘62세가 되는 12월 31일’로 정하는 단체협약이 존재하지 않는 조직인 ‘L노동조합’의 명의로 체결된 것은 물론 2021년 이전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2022년도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하여 이 사건 분회가 적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단체협약서 말미에 이 사건 분회의 대표자인 H가 ‘근로자 대표’인 조합장으로서 서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위 단체협약을 체결한 주체가 이 사건 분회임이 명백하고, 해당 단체협약서의 첫 장에 이 사건 분회의 정식 명칭인 ‘I노동조합 J분회’가 아니라 ‘L노동조합’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와 달리 볼 수 없다(참가인 내에 이 사건 분회와 원고만을 조직원으로 하는 이 사건 노동조합 외의 다른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나아가 원고는 설령 원고에게 정년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운전자의 정년을 ‘62세가 되는 12월 31일’로 정하는 2022년도 단체협약이 아니라 ‘62세 연령이 끝나는 날’로 정한 참가인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다18584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2022년도 단체협약은 비록 2021년 4월경 개정된 참가인 취업규칙에 비해 운전직의 정년을 앞당기는 내용으로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단체협약의 개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참가인으로부터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광주광역시 K조합이 이 사건 분회의 상급 단체 등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인 점, 위 단체협약상의 정년 규정은 정년에 도달하는 근로자들의 계약관계가 각자의 생년월일에 따라 서로 다르게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동일 시점에 만료될 수 있게 함으로써 업무처리 등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증진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체협약상의 위 정년 규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적법ㆍ유효하게 체결된 2022년도 단체협약상의 정년 규정은 시기상 그 이전인 2021년 4월경 개정된 취업규칙상의 정년 규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고, 이는 원고 또는 원고가 소속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그에 동의하였는지의 여부 등을 불문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참가인이 정년 도래를 이유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2023. 1. 1. 자로 종료한 것은 2022년도 단체협약상의 정년 규정을 그대로 따른 것에 불과하여 적법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 취업규칙이 정년 도달 후의 촉탁직 재고용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참가인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정년에 도달한 원고에게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참가인이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와 같은 취지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지 않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